## 253화
뭔진 몰라도 선택권이 없었기에 에르네스트는 그녀를 따라갔다. 아무래도 쿠키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복도처럼 공개된 장소가 아닌 닫힌 장소에서 무언가 할 모양이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온화한 타티아나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진 알 수 없지만, 평상시 그다지 유별나지 않아서 잊고 있는 그녀의 어마어마한 배경을 떠올려 보면 사실상 그녀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었다.
상식적으론 이렇게 멍하니 따라갈 것이 아니라 제대로 어디로 가는지 묻던지 아니면 도망쳐야겠지만, 에르네스트는 또각거리는 타티아나의 구두를 쫓으며 그녀가 뭘 하든 얌전히 당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설마 죽기야 하겠냐는 젊은 치기가 그의 발을 재촉했다.
조용히 계단을 몇 층 오르며 이동한 타티아나는 우뚝 멈춰 서더니 에르네스트에게 말했다.
“여기서 60초를 기다리시고 따라 들어오세요.”
“……날 죽일 거야?”
“예?”
죽일 테면 죽이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했더니 타티아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와중에도 놀란 얼굴이 귀엽다. 그런 생각을 하던 에르네스트는 자신이 아무래도 자포자기 끝에 미친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
만사 포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에르네스트를 보며 타티아나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말실수로 사람을 죽인다면 벌써 수십 명은 죽었겠네요.”
농담이겠지만 살벌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그렇게 타티아나는 몇 칸 떨어진 문을 똑똑 두드리더니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들어갔다. 안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몇 번인가 봤던 그 커다란 경호원이 저 안에 있다면 무슨 말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에르네스트는 속으로 60초를 세면서 온갖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무슨 상상도 무의미했다. 결국 포기하고 타티아나의 자비를 바랄 뿐이었다. 이 와중에도 연주자로서 단련한 시간 감각은 정확한 시계처럼 초를 헤아리고 있었다.
“…….”
그렇게 우울한 기분으로 1초, 1초를 세니 점점 기분이 가라앉는다.
텔레비전에서 그렇게 간단하다는 듯 가르친 쿠키 응급법은 전혀 소용이 없었고 되레 타티아나는 자신을 쉽게 본다고 오해까지 한 듯했다.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작년에 그녀에게 실컷 까불다가 박살이 난 뒤 미친 듯이 피아노에 매진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때 그녀는 그리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도 잡히지 않는다.
따로 생각할 것도 없다. 그녀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에르네스트는 타티아나가 시킨 대로 정확히 60초가 되자마자 그녀가 들어갔던 문으로 향했다.
막 문을 열기 전 다시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타티아나가 무슨 일을 하든 다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굳게 각오를 다지고 문을 열자마자,
눈앞으로 무언가가 폭발했다.
“에르네스트! 축하해!”
“축하해!”
환호성과 함께 폭죽이 연달아 터졌다.
에르네스트는 기겁해서 휘청거렸다가 넘어질 뻔했다. 절로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뭐, 뭐야 이거?”
“놀랐지!”
발렌티나가 튀어나오면서 해맑게 웃었다. 그리곤 문 안쪽을 향해 팔을 펼쳤다.
“네 생일 파티 겸 스위스 연주회 축하연이야!”
“형 아직 점심 안 먹었지? 그치?”
“아, 제대로 조준했는데 왜 안 맞았지.”
“큰일 나요! 리처드!”
아나스타샤와 발렌티나, 리처드, 한승우, 사샤, 아나톨리, 류보비까지, 평소 스터디룸에 모이던 모두가 준비한 파티가 제대로 에르네스트에게 먹혔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리처드는 아쉽다는 듯 폭죽을 하나 더 꺼내선 에르네스트 쪽으로 겨누었고, 타티아나가 그 앞을 가로막으며 뜯어말렸다.
에르네스트가 멀거니 물었다.
“타티아나……?”
“아, 아하하…….”
냉담하기 짝이 없던 태도는 완전히 사라지고, 화사하게 웃는 타티아나가 에르네스트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미 지나갔지만…… 생일 축하해요, 에르네스트.”
“…….”
정확하게 1분 전만 해도 이 애한테 죽지 않으면 다행이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뀌자 상황을 이해하고도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수백 가지 상상 중에 이런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에르네스트는 중얼거리며 물었다.
“내 생일 축하 파티라고?”
“그래, 우리가 이거 몰래 준비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아나스타샤가 들으란 듯이 일부러 투덜거렸다.
“타티아나가 제대로 한 건 해 줬지만 말야.”
한 건 정도가 아니라 말이 안 될 정도였다. 에르네스트는 이렇게나 사람을 떨어뜨렸다가 들어 올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게 서프라이즈 파티의 기본적인 목적이라면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다.
에르네스트가 복잡한 표정으로 타티아나를 바라보자 그녀가 미안하다는 듯 조금 움츠리며 물었다.
“많이 놀라셨나요?”
“아니, 잠깐만……. 너 화난 거 아니었어? 그게 연기였다고?”
“음……. 화는 났었죠. 분명히.”
타티아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곧 활짝 웃었다.
“하지만 풀렸어요.”
“언제?”
“오전에 사과받았을 때요.”
“바로잖아?”
“그렇죠?”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가 애석하다는 듯 말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원래 조금 더 길게 끌었어야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날 바로 여기에 데리고 온 거야?”
“예.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서요.”
그 싸늘한 표정 뒤에는 에르네스트를 속이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타티아나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에르네스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자 타티아나가 이어 말했다.
“언제까지고 토라져 있을 순 없잖아요? 제가 에르네스트에게 받은 게 얼마나 많은데요……. 오늘 이 쿠키까지도.”
“어!? 그거 뭐야 타티아나?”
“에르네스트가 스위스에서 기념품으로 사 오신 것이라고 하네요.”
“왜 너만? 나는?”
발렌티나가 끼어들어서 시위했고 에르네스트는 알겠다며 대답했다.
“너도…… 너네 다 줄게. 가방에 있어…….”
“정말이지?”
“그래.”
조금 마음이 풀린 발렌티나가 다시 테이블로 돌아갔고, 그 위에 있는 커다란 케이크에 꽂힌 초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라이터를 처음 써 보는지 위태롭게 불을 붙이는 발렌티나를 보며 에르네스트는 허탈하게 한숨을 쉬었다.
“와……. 진짜…….”
급격하게 피곤해졌다.
그게 어떻게 연기일 수가 있지? 정말 무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긴장과 함께 맥이 풀려버린 에르네스트가 의자에 스르르 주저앉자 타티아나가 살짝 곁에 다가왔다.
“에르네스트, 혹시 화나신 거 아니죠?”
“뭐……?”
“제가 오늘 많이 심했잖아요.”
아직도 미안한 모양이었다. 에르네스트는 중얼거렸다.
“충격적이긴 했지.”
“아하하…….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웃고 있으면 됐어…….”
친구들의 서프라이즈에 속았지만 화는커녕 안도감밖에 들지 않았다. 타티아나의 그 차가운 표정을 계속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에르네스트가 한결 풀어진 미소를 짓자 타티아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뭐든지.”
“제가 에르네스트에게 하는 일들이 불쾌하지 않았다는 말씀, 진심이신가요?”
“무슨 소리야?”
“오전에 그러셨잖아요.”
타티아나는 무언가 의식하고 있었다.
그녀가 조용히 다시 물었다.
“아니면 거짓말이었나요?”
“날 뭘로 보는 거야. 진심이야.”
에르네스트는 그녀가 오해할 여지 자체를 남기지 않고 싶었다.
풀린 눈에 힘을 주고, 똑바로 타티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해 준 모든 것들을 난 잊지 않았어.”
“…….”
“비에리 악장하고 앙코르 무대에서 소나타로 3곡이나 치고받았던 것에도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전혀.”
“11곡이나 되는 앙코르는 역시 그런 의미였군요.”
“……맞아.”
에르네스트는 유명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치고받았다는 표현을 타티아나가 안 좋게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상당히 고지식한 면이 많았으니까.
미래를 위해서라도 오케스트라의 악장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친하게 지내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바른 말로 타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티아나가 이어서 한 말은 의외였다.
“이기셨나요?”
에르네스트는 멀뚱하게 그녀를 보다가 푸핫 하고 웃어버렸다.
“이겼지.”
“잘했어요.”
이 와중에 이겼냐고 묻다니, 정말 그녀다웠다.
타티아나는 에르네스트가 누구와 싸웠다는 것엔 그리 무게를 두지 않는 듯했다. 이겼다고 말해 줬더니, 잘했다고 칭찬한다. 그건 에르네스트가 조금 가지고 있던 안 좋은 생각들을 모조리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헛소리는 아니었다. 비에리는 엄청난 실력을 지닌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에르네스트와 바이올린 소나타를 세 곡 연주하면서 마지막에 살짝 빈틈을 내어 주었다. 에르네스트는 마지막엔 확실히 비에리에게 한 방 먹여 주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경력 좀 있다고 얕보다간 그렇게 되는 거야.
에르네스트는 훨씬 좋아진 기분으로 타티아나를 바라보았다. 타티아나도 평소처럼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그때, 아나스타샤가 불렀다.
“에르네스트, 뭐 해? 이리 안 오고.”
“어……. 알았어.”
그사이 케이크 위의 초들에 촛불이 붙어 있었다.
은은하게 타오르는 열다섯 개의 초를 가리키며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초 불어.”
“…….”
너무 기계적으로 생일을 맞이하는 기분이라 한 마디 해야 할까 싶었지만, 이렇게나마 해 주는 것이 어딜까 싶었다.
힘껏 초를 불자 다시 축하하는 말이 이어졌다.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드려요.”
에르네스트는 쑥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모두에게 전했다.
“오늘 진짜 서프라이즈 같은 걸 해 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이런 건 처음이야. 고마워 모두들.”
“솔직하네?”
“오늘은 솔직해야지.”
살면서 이런 서프라이즈 파티는 처음이었다. 에르네스트는 조금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리처드는 이런 감동적인 생일파티는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대뜸 나섰다.
“야, 근데 이거 에르네스트 얼굴에 박아야 하는 거 아니냐?”
“안 돼! 그 케이크 내가 먹고 싶었던 거란 말이야!”
“아니, 아나스타샤 너는 쟤 생일 케이크를 왜 네가 먹고 싶은 걸로 사냐?”
“내 마음 아니야?”
“진짜 할 말이 없네.”
아나스타샤의 만류에 리처드는 기가 막히다는 듯 물러섰다.
하지만 리처드의 제안은 아나스타샤의 안의 무언가에 불을 당긴 것이 분명했다.
“근데 뭐라도 하긴 해야겠네.”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리던 아나스타샤가 막 생각났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맞다, 에르네스트. 그런데 그건 알아 둬. 서프라이즈를 기획한 건 저번 주부터였지만 아침에 타티아나가 네 막말에 화났었던 건 진짜였으니까. 다 없었던 일로 하면 안 돼. 알겠어?”
“아, 알았어…….”
“그럼 말로만 알았다 할 게 아니라 벌칙 타임 있겠습니다.”
“뭐?”
자연스럽게 에르네스트에게 벌칙을 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솜씨가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에르네스트는 뭐라 저항할 틈도 없이 당할 처지에 놓였다.
리처드가 손을 풀었다.
“내 차례인가.”
“아니, 리처드 넌 빠져 있어. 벌칙은 타티아나가 해야지 왜 네가 나서?”
“타티아나, 그 권한 나한테 팔아. 내가 비싸게 살게.”
“저 애한테 대체 얼마나 비싸게 살 수 있는데?”
“어……. 글쎄.”
영국의 귀족가문이지만 유학생의 신분으로 빠듯한 리처드는 마음대로 금권을 휘두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타티아나는 난데없이 주어진 권한에 조금 고민했다.
여전히 반나절 내내 에르네스트에게 심하게 굴었다는 죄책감이 남아 있는지 어지간해선 하기 싫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에르네스트는 피식 웃었다. 정말 착하긴.
“……마음대로 해.”
“정말요?”
“그래. 오늘 내가 잘못했던 건 사실이니까.”
어차피 여기에 들어올 때 뭐든 상관없다고 각오한 채였다.
서프라이즈 파티가 대신하긴 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치러야 할 것이 있다면 해버리고 싶었다.
마음의 준비를 한 듯한 에르네스트를 보고, 타티아나도 마음의 준비를 마친 듯했다.
그녀가 요청했다.
“그렇다면 앉아 주세요.”
“…….”
진짜 무언가 할 모양이다.
“눈 감으세요.”
“잠깐만, 뭐야?”
“감으세요.”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으라니, 뭘 당해도 안 이상하다.
에르네스트는 극도의 긴장을 느끼며 얼어붙었다. 정말 케이크 얼굴에 던질 건 아니지? 아니면 주스를 얼굴에 붓는다든지. 다 좋은데 나 갈아입을 옷은 있는 거야?
그렇게 얼어붙어 있는데,
따뜻한 무언가가 에르네스트의 얼굴 양옆에 닿았다.
정확하게는 양쪽 귀에.
기겁한 에르네스트가 비명을 질렀다.
“야, 야. 타티아나. 이건 아니야. 잠깐만. 잠깐!”
“가만히 있어요.”
“이걸 왜 친구끼리 해!”
소리를 지르거나 말거나 에르네스트의 양 귀는 꾹꾹 잡아 올려졌다.
생일날 귀를 위로 당겨 주는 행위는 보통 부모나 친척 등이 해 주곤 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해 준다면 모를까 친구가, 그것도 여자애가 이렇게 해 주는 것은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다. 당혹스러웠다.
어떻게든 그만두게 하고 싶었지만, 아프지 않게 부드럽게 잡아당기는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타티아나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제가 해 주고 싶으니깐요. 그리고 벌칙이잖아요.”
“아니 이건……. 제발……. 그만해…….”
그 어떤 벌칙을 당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확실하게 에르네스트를 창피함의 절벽으로 밀어 넣었다.
리처드가 비웃었다.
“이야, 에르네스트 쑥쑥 크겠네.”
“형 더 크는 거야?”
“다들 조용히 해!”
죽일 듯이 으르렁거렸지만 타티아나에게 귀를 잡혀 있어서야 전혀 무섭게 들리지 않았다. 에르네스트는 입을 다물었다.
“우후후.”
“……으.”
타티아나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었다. 에르네스트는 살면서 겪었던 그 어떤 때보다 지금이 가장 부끄러웠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 강하게 거부하지도,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 이건 벌칙이니까. 벌칙은 달게 받아야 한다는 자기합리화로 에르네스트는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열다섯 번, 정확하게 귀를 잡아 올리고 나서 해방되었다.
에르네스트는 천천히 눈을 떴다.
타티아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조금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즉흥적으로 하고 싶어서 했다는 것은 진심이었지만, 창피했던 건 피차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럼 대체 왜 했는지 모르겠다.
잘못했단 건 아니지만.
멋쩍은 웃음을 흘리는 타티아나의 옆으로 아나스타샤가 와락 안겨 들었다.
“타티아나! 왜 난 안 해 줘?”
“예?”
“나도 저번 달에 생일이었는데. 안 해 줬잖아.”
“……아버지가 해 주셨잖아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아나스타샤는 억지를 쓰면서 타티아나의 양손을 붙잡고는 자신의 귓가에 올렸다.
“자, 빨리.”
“……잠깐만요. 아나스타샤는 저보다 크잖아요?”
“쟤는 안 커? 그게 무슨 상관이야?”
결국 한참이나 큰 아나스타샤의 귀를 잡고 위로 당기느라 타티아나는 팔을 높게 들고 낑낑거렸다.
의자에 앉아 주기라도 하지, 지금 뭐 하는 거야?
에르네스트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손을 들어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귀를 잡아 보았다.
아나스타샤의 말마따나 키는 한참이나 큰 에르네스트에게 키가 더 크라고 이런 일을 해 준 것 같진 않다. 심지어 에르네스트의 어머니조차 더 크라는 말을 하지 않은 지 몇 년이나 지났다.
그렇다면 다른 의미가 있었다. 에르네스트는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