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5화
간만에 클래식 특집이라며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선 내년에 있는 국제 콩쿠르들을 소개하고, 또 거기에 참가할 몇몇 연주자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내년 콩쿠르에 나갈 생각을 하고 있는 세연은 꽤 관심 있게 텔레비전을 보았다.
인터뷰어가 마이크를 내밀며 물어보았다.
- 「아, 역시 러시아 연주자들을 유심히 보고 계시는군요?」
- 「피아노 종주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 러시아엔 굉장히 테크니컬하고 훌륭한 연주자들이 많아요. 아마 내년에도 굉장히 많은 연주자들이 올라올 거라 생각합니다.」
- 「오, 특별히 두각을 나타낼 거라 예상되는 연주자들이라도?」
- 「글쎄요…… 이번에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예카테리나 브류하노바는 쉴 것 같고…… 세르히 칼루진이나…… 이번에 참가할 나이가 될 에르네스트 베샤스트니흐는 반드시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아, 타티아나 베르체노바도.」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세연은 눈을 크게 떴다. 곧이어 부연 영상이 화면에 나왔다.
여러 러시아 연주자들의 연주영상이 휙휙 지나가고, 그중엔 타티아나의 영상 또한 있었다.
정말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아는 친구들의 이름이 피아니스트의 입에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조금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분명히 언젠가 드러날 실력이지만 이렇게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세연은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들고 타티아나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신호가 가는 사이에 세연은 속으로 모스크바와의 시차를 계산했다. 그간 많이 이야기를 주고받아서 그 정도 시차계산은 순식간에 해낼 수 있었다. 오후 2시쯤이니 괜찮겠지.
그래도 혹시나 무언가 하던 중인가 싶어서, 타티아나가 전화를 받자마자 세연은 곧바로 물었다.
{타티아나! 통화해도 되니?}
- {예, 괜찮아요.}
러시아어를 할 때 타티아나는 굉장히 부드러운 어조인데, 영어를 할 땐 보다 간결하게 말하는 편이었다.
뭔가 생각도 안 하고 전화를 한 터라 머뭇거리고 있자, 타티아나가 다시 용건을 물어왔다.
- {무슨 일이신가요?}
{응? 어…….}
근데 막상 말하려고 보니 정말 별것 아닌 걸로 전화를 걸었구나 싶었다. 이미 타티아나는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이름이 퍼져 나가고 있는 신예 피아니스트였고, 이젠 먼 타국에서 잠깐 언급되었다고 해서 그리 특별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호들갑스럽게 전화까지 했는데 다른 이야기나 하다가 끊어 버릴 수도 없었다. 세연은 그냥 있는 그대로 말했다.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고. 텔레비전 보고 있는데 내년 피아노 콩쿠르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서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한 분을 인터뷰하더라고.}
말하다 보니 세연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목소리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그분이 네 이름도 언급해서…… 어, 혹시 봤니?}
- {……아뇨?}
{……당연히 그렇겠네. 왜 물어봤지.}
방금 한국에서 처음 방송된 프로그램을 러시아에서 봤을 리가 없지. 세연은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타티아나가 이런 주제에 전혀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묘할 정도로 초연한 모습을 종종 보여 주곤 했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음, 무슨 말 하려고 했더라.}
- {후후.}
세연이 중얼거리자 전화 너머에서 따스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타티아나는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세연에게 말했다.
- {제가 같은 입장이었어도 텔레비전에 세연의 이야기가 나왔다면 전화로 알려 드렸을 것 같아요.}
{어, 응?}
그녀의 말을 듣던 세연은 자기도 모르게 반문했다.
약간 그런 상황은 뭔가 상상이 잘 안 간다. 세연은 외국은커녕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한 피아니스트였으니까.
{에이, 그럴 일은 없겠지.}
- {왜 없나요?}
{거긴 러시아잖아? 너희 나라 애들만으로도 차고 넘칠 텐데. 난 너무 멀리 있고.}
그저 현실적인 관점에서 본 말이었다.
텔레비전에 나온 피아니스트도 이야기했듯 러시아는 피아노 종주국이나 다름없다. 독일도 꼽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건 클래식 음악계 전반을 두었을 때였고, 피아노란 악기 하나만을 보자면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이 출중한 실력을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이미 유명한 사람들까지 갈 것도 없이 에르네스트나 타티아나, 아나스타샤, 발렌티나 같은 아이들만 하더라도 얼마나 뛰어난지 세연은 직접 확인한 바 있었다. 러시아 국내의 스포트라이트는 그런 아이들에게만 돌아가도 부족하겠지.
하지만 할 수 있다면 세계의 스포트라이트 하나쯤은 빼앗아 보고 싶다. 세연이 바라는 건 그 정도였다.
세연은 내년에 세계무대에서 타티아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기로 마음먹었지만 현실감각을 놓고 있진 않았다.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않지만 과대평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했음에도, 타티아나는 천천히 말할 뿐이었다.
- {멀지 않아요.}
{……멀 걸?}
- {생각보다, 그리 멀진 않을 거예요.}
세연은 타티아나가 정말 상냥한 성격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말은 단순한 격려가 아닌 진실을 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세연이 현실을 말했듯 타티아나 역시 진실을 말하고 있다.
타티아나가 말하는 거리가 어떤 거리를 말하는 건지 쉬이 와닿지 않지만, 적어도 진심이라는 것이 전화 너머로도 느껴졌다.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물어볼까 생각할 때, 식탁 건너편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세연아?」
세연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마뜩잖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어머니가 있었다.
밥 안 먹고 도대체 뭘 하냐는 시선과 마주친 세연은 그제야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라는 걸 떠올렸다.
{어, 잠깐만. 타티아나. 엄마가 불러서.}
- {예.}
양해를 구한 세연이 스마트폰을 살짝 내려놓자 그녀의 어머니가 젓가락을 짤깍이며 물었다.
「누구랑 통화하니?」
「어…… 친구.」
「외국인 친구인가 보구나?」
「응.」
영어로 대화하는 걸 보고 흥미가 생긴 듯 재차 질문이 날아든다.
「어디 사는 애인데? 미국?」
「아니, 러시아.」
「아, 봄에 갔었을 때 만났던 애니?」
세연은 갑자기 그녀의 친구를 어머니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순수한 욕구를 느꼈다.
어머니도 툭 하면 아는 사람이 어쩌고저쩌고 하시면서 자랑을 하시는데, 반대로 세연이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전혀 없었다. 그렇지 않나?
「응. 방금 텔레비전에도 나왔던 애야. 사진 보여 줄까?」
「그래? 나중에 보여 줄래? 엄마도 궁금하네.」
역시 관심이 있긴 한가 보다.
하지만 어머니에겐 그것보다 당장 중요한 일이 앞에 차려져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저녁은 그만 먹으려고?」
「어…… 아니, 잠깐만.」
눈치 주는 거였구나…….
세연은 살짝 불만이 있었지만,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기껏 맛있는 저녁을 해 놓고 딸을 불렀더니 막상 딸은 텔레비전이나 보다가 전화를 하고 있다면 화가 날 것 같기도 했다.
빨리 전화를 끊고 수저를 들어야겠다 싶어서 세연은 빠르게 말했다.
{미안해 타티아나. 나 식사하던 중이었거든…….}
- {저도 저녁 식사를 하러 나와 있던 중이었어요.}
{응?}
세연은 스마트폰을 귀에 붙인 채로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시간 계산을 잘못했나? 하지만 앞뒤로 오차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 모스크바에 있을 타티아나가 세연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순 없었다.
{저녁 식사는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건데?}
- {아.}
말실수라도 한 걸까.
타티아나는 잠깐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더니 조용히 말했다.
- {저 지금 모스크바가 아니라서요.}
방학이니까 어디 여행이라도 갔나? 하지만 얼마 전만 하더라도 타티아나에겐 별다른 방학계획이 없다고 들은 적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세연은 타티아나가 지금 어디에 있을지 유추해 보았다.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 돈다. 타티아나가 지금 같은 시간대에 있다고 한다면……
{어딘데? 지금 저녁이라면…… 잠깐만, 설마 한국이야?}
- {아뇨…… 블라디보스토크예요.}
{엑. 정말?}
타티아나가 모스크바가 아니라는 데에서 한 번 놀랐던 세연은 블라디보스토크라는 지역명을 듣고는 더욱 크게 놀랐다.
{우리 교수님도 지금 거기 가 계시는데?}
그녀의 교수가 일주일 정도 연주회 건으로 볼일이 있다면서 레슨을 미루고 간 곳이기 때문이었다.
교수는 바쁜 사람이었고 여기저기 부르는 곳도 많았다. 어지간해선 세연의 레슨에 지장이 가게 하는 일은 없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며칠간 외국에 나가 있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우연이지?
- {…….}
{타티아나?}
- {아, 듣고 있어요.}
우연이 맞는 걸까?
타티아나에겐 묘한 머뭇거림이 있었다. 세연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서 어떠한 가정을 짐작해 냈다.
{혹시 교수님이랑 벌써 만났니?}
정말 불현듯 생각나서 물어본 것이었다.
전부 우연일 뿐이란 생각이 들지만, 세상엔 이런 우연으로 만나게 되는 인연도 정말 많다. 하물며 음악계라는 작은 세계로 좁힌다면 더더욱 그 사이의 거리는 쉽게 좁혀진다.
타티아나는 주저하길 멈추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 {예.}
진짜 만났구나.
나 없이 두 사람만.
「아 진짜!!」
- {???}
세연이 자기도 모르게 한국어로 말하자 타티아나가 당황해했다. 깜짝 놀란 기색이 전해져 올 정도였다.
대화 중에 이렇게 혼잣말 하는 건 나쁜 태도라는 걸 알면서도, 세연은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인사시켜 주고 싶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세연은 교수가 타티아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타티아나의 음악성이 워낙에 탁월하니까 그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반대로 타티아나 역시 교수에게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처음 만났을 때 울고 있던 타티아나에게 세연이 격려차 교수가 널 우승후보라 말하기도 했다고 전해 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어떤 이유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타티아나는 은근히 세연의 교수는 어떻게 지내는지 듣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고 약간의 궁금증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원한다면 만나게 해 주겠다고 말하진 못했지만, 세연은 두 사람을 만나게 하면 기뻐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어렴풋이 하곤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엔 세연이 있어야 했다.
세연은 자신 없이 타티아나와 교수가 둘이서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라면 모를까 처음엔 꼭 자신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 주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약간 복잡한 마음.
하지만 그것도 다 지나간 바람이 되어 버렸다. 이미 세연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티아나와 교수는 어떠한 우연에 이끌려 만나게 되어 버린 것이다.
- {무슨…… 말씀이신가요?}
세연이 혼자 투정을 부리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 타티아나는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더니 조심스레 물어왔다. 그제야 미안한 마음으로 세연이 말했다.
{아, 미안미안…… 저기, 그게…….}
하지만 막상 어떤 심정인지 설명을 하려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도 잘 모를 답답한 마음이 뒤엉켜 있었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걸까, 이제 와서 세연의 의사 같은 게 의미가 있긴 한가?
결국 세연은 설명을 그만두고 지금 타티아나의 현 상황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잠깐만, 타티아나. 그래서 지금 블라디보스토크? 진짜 교수님이랑 연주회라도 하는 거야?}
- {아뇨.}
타티아나는 바로 대답하더니 잠시 쉬었다가, 이어 적당히 이야기했다.
-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복잡하고…… 잠깐 인사만 나누었을 뿐이에요.}
{어떻게 된 거야? 복잡한 거야? 잠깐 만난 거야? 이상하잖아?}
- {…….}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물어보자 타티아나는 다시 조용해졌다. 세연은 자신이 너무 따지듯 묻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그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왔을 뿐.
{아, 미안. 타티아나. 놀라서 그랬어. 갑자기 네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리 교수님과 만났다고 해서…….}
- {이해해요. 저도 놀랐으니…….}
교수님이랑 무슨 이야기를 했니? 혹시 내 이야기도 했어?
세연은 묻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어떻게 묻더라도 전화상으로 이렇게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았다. 타티아나가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직접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해야 판단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당장 물어보고자 하는 마음과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충돌해서 어지러웠다. 세연은 중얼거렸다.
{아, 궁금해. 못 참을 거 같아…….}
- {……세연?}
세연은 빠르게 시계를 보고, 달력을 보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티아나에게 물어보았다.
{연주회 하는 거지? 네가 아무 이유 없이 거기 있진 않을 테니까.}
- {맞아요. 협연이 있어요.}
{나 보러 가도 될까?}
그녀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주회를 하면서도 세연에게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거리도 가까우니 부를 만도 한데, 보통은 외국으로의 초대 자체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친구의 모든 연주회를 따라다닌다는 건 현실적이지도 않고.
하지만 이번엔 이야기가 달랐다. 세연은 타티아나만 괜찮다면 정말 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타티아나, 교수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건 오래 전부터 세연이 상상해 온 순간이기도 했다.
{거리도 가깝고…… 저번에 네가 초대해 준 것처럼 이번엔 내 쪽에서 가고 싶기도 하고, 교수님도 있고…… 혹시 다른 애들도 있어?}
- {……아뇨, 저 혼자만 와 있어요.}
{그, 그래?}
정말 이번엔 혼자서 하고 싶은가 보다. 세연은 자기 생각만 너무 앞세워서 나선 게 아닌가 싶어져서 갑자기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나 타티아나는 세연의 의사가 즉흥적이지만 진지하기도 하다는 걸 알아주었다.
- {오시려는…… 오시고 싶으신가 보네요.}
{응. 진짜, 진짜로.}
- {…….}
{안 돼……?}
오지 말라고 하면 안 갈 생각이었다. 사실 청중으로서 간다면 타티아나가 오라마라 할 일은 아니었지만, 세연은 그래도 지금 그녀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조금 난색을 표하며 성가시게 여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숨죽이고 있는데, 타티아나는 마치 어찌 되든 받아들이겠다는 것처럼 천천히 말했다.
- {뜻대로 하세요. 세연.}
{정말 가도 돼?}
- {혹시 부담 느끼실까 싶어 말씀드리지 않았을 뿐이에요.}
{응. 응. 알아.}
거꾸로 세연이야말로 타티아나가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 뒤로 세연은 타티아나에게 정확한 위치와 일정 등을 전해 들으면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계획을 구상했다. 연주회 직전에 가도 되겠지만, 사실 연주회 그 자체만이 목적이 아닌 그녀는 당장 내일이라도 떠날 생각이었다.
{또 전화할게. 타티아나.}
- {……좋은 저녁 되세요.}
작별인사를 주고받으며 세연은 다음에 이야기할 땐 분명 그녀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실 직접 보고 할 이야기라고 해 봐야 그리 특별한 것도 없었다. 교수님과 할 수 있는 음악 이야기나 콩쿠르 결정에 대한 이야기 정도겠지.
하지만 조금 더 이야기를 분명히 할 수 있다면 블라디보스토크에 가는 것 정도는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마지막 경고라는 듯 말했다.
「세연아, 전화 끊었으면 밥은?」
「엄마, 나 러시아로 친구 좀 만나러 갔다 올게.」
「???」
뜬금없는 딸의 선언에 그녀의 어머니는 당황함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이 애가 또 시작이구나 하는 표정으로 숟가락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