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1화
음악전문기자로서 라시드는 새 아티스트의 데뷔 음반을 홍보하는 것에 일종의 사명감 비슷한 것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물론 수많은 연주자들이 그렇게 데뷔하고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리곤 했지만, 늘 음악계에 새바람이 불어오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함을 라시드는 자신의 업이라 여겼다.
때문에 타티아나의 데뷔 음반 홍보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라시드는 바로 그것을 수락했다.
연락을 해 온 곳은 라예프스키 레코즈.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음반사인데다가 공격적인 마케팅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미 라시드뿐만이 아니라 다른 언론에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달되고 있을 것이 뻔했다.
어차피 그렇게 된 것이라면 공식적인 인터뷰라도 첫 번째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한 라시드는 가장 빠른 시일로 인터뷰 날짜를 잡고 장소 등을 준비했다.
그렇게 인터뷰를 준비하며 사실 라시드에겐 여러 생각이 많았다.
역시 베르체노프의 배경 덕분인가?
알아본 바로는 라예프스키 레코즈뿐만이 아니라 에우테르페 레코즈라는 음반사까지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열여섯 살짜리 피아니스트의 데뷔 음반에 두 음반사가 손을 잡은 것이다.
다른 예술 활동과 달리 음반 제작은 여러 회사가 손을 잡을 이유가 별로 없는 영역이다.
때문에 라시드는 타티아나의 배경에 대해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십 년간 기자를 아무 생각 없이 해온 것이 아니다. 보고 들은 것이 많은 그는 이 상황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그녀가 다른 힘을 써서 자신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았다.
‘약간 실망했었지.’
유명세를 얻고자 요란을 떠는 아티스트들은 정말 많이 봐왔다.
타티아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녀도 별다를 것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직접 타티아나를 마주하자, 그런 생각들은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누구보다 차분하고 진지한 눈빛…….’
화려하지 않게 스스로 차림새를 갖추어 나타난 타티아나는 어떻게 보더라도 데뷔 음반을 내는 피아니스트처럼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론 자신의 음반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또 그 과정에 무엇들이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온갖 생각들을 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연주자들은 긴장이 역력한 표정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반대로 잔뜩 들뜬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차림새나 몸짓, 표정에서 그런 건 바로 드러난다. 오랜 기자 생활로 라시드는 그 정도는 알아볼 줄 알았다.
하지만 타티아나의 태도는 그 무엇도 아니었다.
마치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처럼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보다 널리 선보일 준비가 되어있을 뿐이었다.
그 표정을 보자마자 라시드는 눈치챘다.
타티아나가 힘을 써서 음반사들을 끌어들이고 야단스레 홍보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그녀는 거기에 있을 뿐이다.
거대한 배경 등을 모두 지워버리더라도 음악가로서의 강렬한 존재감은 모두를 끌어들여 그 앞에 꿇어앉힌다.
라시드는 이미 그렇게 한 번 사로잡힌 적이 있었고, 때문에 이번에도 매우 쉽게 타티아나에게 빠져들었다.
물론 인터뷰어로서의 일은 잊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활발하게 타티아나에게 적절한 질문 등을 던졌다.
그녀 역시 협조적이고 예의 바른 태도로 잘 대답해주어서 이야기는 좋은 분위기에서 시작될 수 있었다.
그렇게 사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사이 카메라 셔터가 몇 번 터졌고, 라시드는 슬슬 이 장면들을 영상으로 담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림 어떻습니까? 감독님. 아, 좋습니다. 그럼 시작합시다. 촬영 들어오시고…… 자,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
지금까지 잘 이야기하던 타티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순진하게만 보인다. 라시드는 웃으며 설명했다.
“지금까지 하던 이야기 흐름에서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단지, 우리 이제 자리에 막 앉아 만난 것처럼 다시 가는 겁니다. 아시겠죠?”
“후후, 알겠어요.”
그러나 타티아나는 순수한 면모가 있으면서도 절대 어리숙하지 않았다.
밝게 웃으며 고개를 까닥이자마자 표정이 변모한다. 카리스마 있는 연주자의 모습으로 타티아나는 인사했다.
“다시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베르체노바입니다.”
배우를 했어도 대성했겠는데.
마치 필요하다면 무엇이라도 연기해 보이겠다는 듯 태도를 달리하는 타티아나를 보며 라시드는 혀를 내둘렀다. 정말 능숙한 변환이었다.
기자가 당황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라시드도 능청스럽게 인사를 받았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이즈베스티야의 라시드입니다. 사실 저흰 만났던 적이 있었죠?”
“예, 연주회였죠.”
“그땐 정말 피아니스트로서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신데다가 인터뷰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었죠.”
물 흐르듯 멘트를 던지자 타티아나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 기사는 저도 봤어요.”
“보셨습니까?”
“물론이죠. 좋게 써 주셔서 감사드려요.”
지금 카메라 안에 담길 장면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벌써 인터뷰가 반쯤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을 것 같단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좋은 분위기의 인터뷰는 오랜만이었다. 라시드는 기분 좋게 다음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저번 공로 예술가 훈장을 받으셨을 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참가하겠다고 말씀하셨죠.”
“예. 맞아요.”
“전 그래서 타티아나 유리예브나께서 음반을 내더라도 그 콩쿠르 후에 내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훌륭할 결과를 가지고 말이죠? 하하하.”
그건 라시드만의 예상이 아닐 터였다.
보통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추어진 어린 연주자들은 국제 콩쿠르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을 기점으로 음반을 내는 편이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을 때의 음악을 기록으로 남기는 건 여러모로 의미있고 비즈니스적으로도 좋은 타이밍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타티아나의 음반 발매 시기는 정말로 애매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음반을 내기로 하신 데엔 어떠한 이유가 있습니까? 궁금하군요.”
“이유라…….”
“단순히 좋은 제안이 들어와서라든가?”
타티아나는 잠시 고민하더니 의자의 팔걸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건 아니에요. 갑자기 시작하게 된 건 아니고…… 꽤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었으니깐요.”
“기획? 아, 그렇습니까?”
“예, 제 개인적인 바람이기도 하고…… 여러 증명이기도 하죠.”
“증명. 멋지군요.”
두루뭉술하긴 했지만 일단 인터뷰로 쓰기엔 꽤 괜찮은 대답인 것 같아서 라시드는 이 정도로 넘어가기로 했다.
다음은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그런 타티아나의 바람을 도와주기로 두 개나 되는 음반사들이 손을 잡았더군요.”
“후후, 그렇게 되었네요.”
“알고 계시겠지만…… 이건 정말로 특수한 경우입니다. 저도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리고 타티아나만 한 아티스트를 유치하는 데엔 혈안이 되어있을 음반사들이 많은데 이렇게 손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이것 역시 라시드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내용이었다.
타티아나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황을 어느 정도 설명해주긴 해야 할 것이란 걸 그녀도 이해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전혀 문제될 건 없다는 듯 타티아나는 이야기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절 이해해주는 분들도 많았죠. 전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려 해요.”
“이번 음반엔 본인의 바람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들어가 있나 보군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오호…… 명료하게 대답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일단 인터뷰를 진행시켜야 하니 깊게 캐묻진 않고 있지만,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은 남아있었다.
이 시기와 규모 등이 단지 음악성 하나에 대한 바람과 기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기엔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까지 중요한 음반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흥미가 생기는 것을 느끼며 라시드는 준비해 온 질문지를 꺼내었다.
“아무튼…… 이렇게 자유로운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도 좋지만, 본격적인 사항에 대해선 아무래도 질문지를 드리는 게 낫겠죠. 자, 여기.”
“아, 감사합니다.”
“읽어보시고 답변을 정리하신 뒤에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그 질문지는 그리 길지 않았다.
어떤 곡들이 수록되어있는지, 그리고 각 곡들을 선곡한 의미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 연주자로서의 가치관 등을 묻는 질문들이었다.
보다 깊게 파고드는 질문들이기 때문에 알맞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이 주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질문지를 보자마자 타티아나는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더니 라시드를 불렀다.
“저기…… 죄송한데요.”
“예? 문제라도 있습니까?”
질문을 뭔가 잘못하기라도 했나 싶었지만, 이어진 타티아나의 말은 그야말로 라시드를 당황시켰다.
“곡의 제목이나 그에 대한 설명은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하나 확실한 것은 있었다. 그녀는 절대 평범하게 홍보 인터뷰 같은 걸 찍을 생각이 없었다.
뭔가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음반 내용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도 홍보할 수 있나?
불가능할 건 없었지만, 편집부에선 난리가 날 것이다. 라시드는 난처한 목소리로 물었다.
“음…… 제가 알기로 이번 인터뷰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인터뷰가 아니라 음반 홍보의 목적이 큰 것으로 아는데…… 프로그램을 알리지 않으면 어떻게 홍보가 됩니까?”
“……그것도 그렇네요.”
“?”
당황해하는 라시드를 두고 타티아나는 미안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마카로프 프로듀서는 되도록 마지막까지 숨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음, 어떻게 할지 미리 물어볼 걸 그랬네요.”
“……이름이 익군요. 에우테르페 레코즈의 프로듀서입니까?”
“예, 맞아요.”
그 말에 라시드는 살짝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타티아나의 음반을 녹음해 준 마카로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마카로프는 상당히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타티아나가 자신의 음악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할 정도로. 어쩌면 이 애매한 타이밍에 음반을 내게 된 것도 마카로프의 의견일지도 모르고.
타티아나는 분명 피아니스트로서 뛰어나고 냉철한 인상을 지녔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열여섯 살이었다.
그녀의 야무지지 못한 부분을 파고들어서 멋대로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면 정말 화가 나는 일이었다.
라시드는 진지한 목소리로 타티아나에게 말했다.
“자신의 음반 아닙니까? 그러니 스스로 결정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전 타티아나 유리예브나가 곡 제목도 말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 없어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
“표트르 발레예비치가 저희 부서에 무어라 하면서 요청했는지 아십니까? 이 건을 놓치면 영영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전 당신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가 왜 그렇게 고자세인지 이해했고요. 그러니 자신 있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프로듀서와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라시드로선 이 정도 말하는 것이 한계였고, 타티아나도 꽤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분명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터였다.
그리고 잠시 후, 타티아나가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작곡가들만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
꽤 진지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라시드는 답답함을 느끼긴 했지만 지금 그녀를 더 몰아세워봐야 소용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부드럽게 물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뭐…… 그 정도만 알려주셔도 어떤 느낌의 음반인진 알 수 있을 테니. 그럼 어떤 작곡가죠?”
“베토벤, 슈만.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예요.”
“맙소사. 세 명?”
첫 데뷔 음반은 보통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작곡가를 골라 연주하기 마련이다.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릴 첫 번째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명이나 되어버리면 아무래도 중심이 분산되어버리고 피아니스트의 정체성도 모호해져버리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것이 베토벤이나 슈만…… 거기에 라흐마니노프처럼 특색이 강렬한 작곡가들의 모음이라면 더더욱 심…….
“잠깐만. 베토벤, 슈만, 라흐마니노프?”
그 이름을 다시 되짚어 본 라시드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 세 작곡가의 조합을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앞을 보니 타티아나가 역시 이럴 줄 알았다면서 한숨을 푹 내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라시드의 머릿속에선 여러 가지 정보들이 취합되기 시작했다.
일전에 들었던 타티아나의 음악과 그것을 담아낼 음반, 에우테르페 레코즈, 세 명의 작곡가…….
“어, 어……?”
1년 전, 에우테르페 레코즈는 이름 없는 음반을 한 장 만들어냈다.
인지도 때문인지 수천 장을 매장에 뿌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정말 무모하고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음반은 얼마 지나지 않아 클래식 세계 전체를 뒤흔들어놓았고, 수많은 평론가들이 혼돈 속에서 각자의 평가들로 혈투를 벌여야 했다.
그야말로 공고하던 기존의 구조에 균열이 가는 사건이었다.
라시드 역시 그 음반을 들어본 적 있었고, 세 작곡가의 곡을 한 곡씩 담은 것이라는 것도 안다.
차곡차곡 퍼즐이 맞춰지자 라시드는 타티아나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 역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라시드를 마주한다.
단순히 그 당돌한 음반을 따라한 것인가?
현실적으론 그게 그나마 있을 법한 이유겠지만, 라시드는 그것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연주자들은 아무리 곡을 바꿔 다른 연주를 하더라도 건반을 만지는 이상 그 지문이 그대로 남게 된다.
라시드는 예전 들었던 그 무명 음반의 지문이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타티아나의 것과 꼭 닮아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잠깐만…… 그 작곡가들은…….”
“설마? 아니겠지?”
“아직 촬영 중입니다.”
“라시드?”
동요하는 건 라시드뿐만이 아니었다. 촬영을 하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웅성거리며 이야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라시드? 라시드?”
당황한 촬영 감독이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그제야 라시드는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볼 수 있었다.
“…….”
타티아나는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얌전히 두 손을 모아 허벅지 위에 올린 채로 가만히 있을 뿐이지만, 라시드는 그 모습에서 약간의 두려움마저 느꼈다.
라시드가 그저 생각하던, 대단한 가문의 대단한 실력을 갖춘 대단한 소녀라는 생각이 한순간에 모두 녹아내렸다.
타티아나는 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사람이었다.
가까스로 그는 물어볼 수 있었다.
“타티아나 유리예브나…… 혹시 1년 전에 있었던 이름 없는 음반을 아십니까?”
“예.”
타티아나는 단조롭게 대답했다.
“제가 그걸 녹음한 사람이에요.”
녹화에 들어가고 나서 조용했었던 셔터음이 다시 무섭게 찰칵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