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34화 (34/152)

34화. 보금자리

머신컴퍼니.

크릭의 머신컴퍼니 안으로 들어가자 크릭이 반가운 지, 손까지 들어보이며 말했다.

"브라우스 건설에서 한판하고 갔다고해서 다신 안 올 줄 알았는데... 당신, 생각보다 의리가 있군?"

"약속은 지켜야지."

난 매대 위에 크릭 몫의 수수료 100만 크레딧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런데 좀 불만이 있어."

"뭔가? 뭐든 말해보게."

100만 크레딧을 눈앞에 둔 크릭은 더 없이 친절한 태도로 물었다.

"자네한테 받은 의뢰가 두 건인데, 항상 의뢰받을 때 듣지 못한 위험이 존재했어."

"미안하게 됐군. 이쪽 일이라는 게 언제든지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라... 의뢰주가 정보를 숨기거나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것까지는 나도 어쩔 수가 없더군. 아예 평판이 나쁜 의뢰주나 이상한 소문이 들리는 의뢰는 걸러서 제공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네."

겉으로 듣기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게릭슨, 어떻게 생각하나?'

- 용병단에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 용병들은 의뢰를 받은 후에 전문 정보상에게 정보를 구매해서 위험 정도를 자체판단하는 정도가 최선입니다. 하지만 정보비용이 상당해서 보통 F 구역에서 활동하는 용병들은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낮은 등급의 용병들은 사망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용병단은?'

- 용병단의 경우 자체 정보망을 구성하거나 정보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어 관리를 하는 편입니다.

'나처럼 두번 연속으로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가?'

- 일반적으로 의뢰가 실패할정도의 돌발상황은 20% 내외인데, 주군의 경우는 두 건 모두 돌발상황 발생으로 특이한 경우입니다. 정비소 사장에게 조금 더 요구해도 될것 같습니다.

난 의뢰경험이 풍부한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 게릭슨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틀란트 시에서 좀비 떼한테 포위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번엔 위험등급 4.5 수준의 괴물을 맞딱뜨렸어. 말로만 하는 사과로는 좀 부족한것 같은데?"

"그럼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건 어떨까? 무료로 말이야."

크릭은 뭔가 계산하는 것처럼 턱을 쓰다듬더니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난 크릭이 가진 정보가 과연 내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한번 들어볼까?"

내가 묻자, 그는 매대 안의 디바이스를 몇번 터치하며 화면을 살폈다.

머신컴퍼니 안팎의 보안상황을 점검하는 것 같았다.

크릭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고개를 앞으로 숙이며 한손으로는 입을 가리고는 은밀하게 소근거렸다.

"자네, 당분간은 F-8구역을 떠나있는 게 좋겠어."

"왜지?"

"이번에 경질화되지 않은 드레이크 비늘을 손에 넣었다지?"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되물었지만, 크릭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의외였다.

'나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드레이크 비늘이 내 수중에 있는 걸 아는 사람은... 로버트 골드 상무쪽이겠지.'

하지만 그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드레이크 비늘의 존재를 아는 건, 내 부하들과 브라우스 건설뿐이었으니까.

"수십억 크레딧짜리 보물이 자네 손에 들어왔다는 소식이 F-8구역에 파다해. 항상 안드로이드들을 데리고 다니라고."

"기억하지."

"내 사과를 받아들인 걸로 이해해도 되겠지?"

"그래. 쓸만한 정보군. 또 보자고."

크릭에게 인사하고 나왔지만 우리를 노리는 적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주군, 바로 D 구역 창고로 이동해도 되겠습니까?

고개 숙이며 묻는 게릭슨과 그 뒤로 호위대형을 이루며 늘어선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 모델들 때문인 것 같았다.

***

암셀연구소의 대회의실.

단상 위의 테이블에는 세 개의 명패가 놓여있었다.

- 연구소장 엘리엇 암셀

- 부소장 가이 포스트

- 경영관리본부장 루크 게리슨

세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단상 아래에 위치한 의자에 앉은 스톨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유틀란트 시에서 아서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 의뢰주였다.

"스톨즈 선임연구원, 자네 말은..."

제일 우측에 앉은 검은 정장차림의 경영관리본부장 루크 게리슨은 앞에 앉은 스톨즈에게 물으려다, 가운데 앉은 갈색머리의 연구소장 엘리엇 암셀의 안색을 살폈다.

하지만 스톨즈의 스승이자 암셀학파의 수장인 엘리엇 암셀이 제지하지않자, 다시 스톨즈를 향해 물었다.

"자네 말은, 제니퍼 선임연구원이 유틀란트 시에 함정을 파놓고 자네를 죽이려고 했다는 말인가?"

스톨즈와 친분이 있는 루크 게리슨은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스톨즈는 굳은 얼굴로 경영진과 눈을 마주치며 대답했다.

그들은 암셀연구소의 크고 작은 일을 결정하는 권력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가운데 앉은 스톨즈의 스승, 엘리엇 암셀 연구소장이 테이블을 손톱으로 톡톡! 하고 두드리기 시작했다.

잠시 톡톡거리며 생각을 정리하던 엘리엇 암셀은 스톨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제니퍼 선임연구원의 수석연구원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야겠군."

암셀학파는 학파장의 제자에겐 선임연구원 자리를 줘왔다.

그들은 선임연구원으로서 연구에 매진하고 경영진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연구성과를 내면 후계자로 임명된다.

그리고 그 후계자에겐 암셀연구소에서 하나뿐인 수석연구원 자리가 주어졌다.

현 학파장이 은퇴하거나 사망하면 수석연구원이 연구소장과 학파장 자리를 물려받는 구조였다.

그런 암셀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는 건, 사실상 암셀학파의 후계가 두 선임연구원 중 한 명인 스톨즈로 확정된다는 말과 같았다.

"소장님!"

엘리엇 암셀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암셀연구소의 부소장이자 의혹의 당사자인 제니퍼 포스트의 삼촌인 흰머리 남성, 가이 포스트는 그렇지 못했다.

"암셀학파의 후계자를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리실 순 없습니다."

"가이 포스트 부소장님, 저를 수행하던 용병 둘이 죽고 둘은 의식불명상태에 빠졌습니다.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합니까? 제니퍼가 연구실적에서 밀리자, 다른 방식으로 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연구소 전체가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스톨즈는 흰머리의 가이 포스트 부소장을 노려보며 항변했다.

2년 전, 스톨즈가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2급 강화시술에 성공해 엘리엇 암셀 연구소장의 관심을 독차지하자 제니퍼는 강화시술 연구에서 완전히 손을 떼버렸다.

그 대신 그녀는 가이 포스트의 도움을 받아 사업실적을 쌓는 데 주력했다.

D 구역에서 아직 암셀연구소의 강화시술소가 입점하지 못한 구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사업실적만으로 암셀학파의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건 연구소 내의 모든 네크로맨서들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뒤로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닌 지에 대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가이 포스트 부소장은 정곡을 찔리고도 물러나지 않았다.

"전파교란으로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로트럭과 용병들의 배틀슈트가 있었으니, 바디캠 기록은 남아있어야 합니다."

"포스트 부소장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스톨즈 연구원, 자네를 도왔다는 그... 발렌틴 학파의 후예가 정말로 마법과 기계공학을 네크로맨시에 융합시켰다면 그 영상자료가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네."

경영관리본부장이며 동시에 스톨즈를 아카데미 시절부터 가르치고 암셀연구소로 연결해준 루크 게리슨이 영상자료를 요구하자, 스톨즈는 두렵다는 듯이 말했다.

"사고 이후 에어로트럭과 칼슨 용병단에 협조를 구해 용병들의 배틀슈트의 영상정보를 확인해봤습니다. 하지만 영상자료는 모두 삭제된 후였습니다. 전 이조차도 아서, 그의 능력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크흠...!"

스톨즈의 주장에 루크 게리슨 경영본부장이 순간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어버렸다.

터무니없는 능력을 지녔다는 인물에 대한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소개로 암셀학파에 입문했고 이젠 학파장의 제자가 된 스톨즈를 대놓고 비난하지 못했다.

문제는 입을 다문 사람이 그뿐만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제니퍼를 두둔해야하는 가이 포스트 부소장뿐만 아니라 심지어 스톨즈의 스승인 엘리엇 암셀마저도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그가 강화시술 연구에 특출난 면모를 보여온 스톨즈를 아껴온 건 암셀연구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엘리엇 암셀조차도 영상자료조차 없다는 스톨즈의 말에 눈쌀을 찌푸릴 뿐, 그를 두둔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스톨즈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하하하! 그러니까 자네 말은 네크로폴리스 함락과 함께 몰살당한 걸로 알려진 발렌틴 학파가 어디선가 마법을 손에 넣고 기계공학도 깊이 있게 연구한 것도 모자라, 이지스 디펜스 사에서 만든 에어로트럭까지 해킹할 능력까지 갖췄다 그 말인가?"

제일 왼쪽에 앉은 흰머리의 가이 포스트 부소장은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이지스 디펜스는 팔미라 시에 등록한 방산업체 중 20위 안에서 한번도 이름을 내린 적이 없는 중견기업이었다.

전투보조시스템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이지스 디펜스의 보안체계를 뚫었다는 건, 팔미라 시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해킹능력을 지녔다는 말과 같았다.

마법과 기계공학 그리고 해킹능력까지.

한 가지도 아니고 그 모든 학문을 세상을 놀라게할만큼 깊이 파고 들었다는 건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소리였다.

"믿기 어려운 일이란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그는 사령술을 한 단계 진일보 시켰어요. 이건 그 동안 우리 네크로맨서들이 귀족들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던 관계를 한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스톨즈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5단계 강화시술자를 만들면 뭐합니까? 저들이 카일 브라운과 니콜라스 데커처럼 귀족들에게 붙어버리면 우린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서 씨의 사령술이라면 우리도 더는 강화시술자들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온전한 무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스톨즈는 네크로맨서의 약점을 정확하게 꼬집었다.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고 증거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네크로맨서 학계 전체가 현재 가장 걱정하는 문제를 꼬집어버리자, 그를 비웃던 가이 포스트 부소장마저 바로 반박하지 못할 정도였다.

"상상만해도 환상적인 일이군."

침묵을 깬 사람은 스톨즈의 스승인 엘리엇 암셀 연구소장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터무니없는 소리이기도 해. 세 가지 학문을 융합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암셀연구소에서 연구소장의 말은 곧 법과 다름없었다.

엘리엇 암셀이 말한 순간, 양옆에 앉은 임원들 또한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상식에도 부합하고 자신들의 이해와 충돌하지 않는 결론이었으니까.

하지만 스톨즈의 생각은 달랐다.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아서 씨는 한번에 스켈레톤을 30 구 씩 일으켜세웠어요. 발렌틴 학파가 아니라면 어느 학파에서 그런 위업을 보일 수 있겠습니까?"

"잠깐, 30구 씩이라고 했나?"

"한 번에 30구의 스켈레톤을 일으켰다? 마치 그가 그보다 더 많은 스켈레톤을 일으킨 것처럼 얘기하는군?"

검은 정장을 입은 루크 게리슨과 흰머리의 가이 포스트 두 임원이 잇따라 스톨즈에게 질문했다.

"그는 무려 250구가 넘는 스켈레톤을 일으켰습니다. 그건 전설 속에 나오는 발렌틴 학파라는 증명 그 자체입니다!"

스톨즈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듯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흥!"

처음부터 그에게 적대적이던 제니퍼의 삼촌, 가이 포스트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듯 코웃음을 쳐버렸다.

"연구소장님..."

하지만 루크 게리슨 경영관리본부장은 걱정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엘리엇 암셀 연구소장의 눈치를 살폈다.

"스톨즈, 자네 혹시 마약에 손 댄 거 아닌가? 최근에 환각이나 환청을 경험한 적이 있나?"

가이 포스트 부연구소장은 연구소장의 눈치를 살피더니, 스톨즈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은 그를 만류하거나 스톨즈를 대변해주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부연구소장님, 저를 모욕하지 마십시오!"

"연구소장님, 전 스톨즈 연구원의 정신감정을 요구합니다."

"스승님! 가이 포스트 부소장은 제니퍼가 자신의 조카라는 점 때문에 제게 불리한 주장만 하고 있습니다!"

스톨즈는 엘리엇 암셀 연구소장에게 항변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사무적일뿐이었다.

"이 세상에 100구 이상의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니,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는..."

"100구 이상의 스켈레톤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는 리치뿐이다. 네가 강화시술 연구에 전념하느라 몰랐겠지만, 현대 사령술을 고급 단계까지 익힌 네크로맨서들에겐 상식이다."

그때, 루크 게리슨 경영관리본부장이 스톨즈의 말을 끊고 설명했다.

마치 스톨즈의 말이 길어진다면 연구소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을까 두려워하는 듯한 태도였다.

"저를 못 믿으시겠다면... 약물에 취한 상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혈액검사에 응하겠습니다."

"소장님!"

스톨즈의 말을 들은 가이 포스트는 기다렸다는듯이 엘리엇 암셀 연구소장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용병 둘이 죽고 다른 둘이 의식불명 상태가 된 건 확인됐나?"

엘리엇 암셀 연구소장은 가이 포스트 대신 루크 게리슨 경영관리본부장을 향해 물었다.

"네. 그 부분은 확인된 사항입니다."

"에어로트럭이 전복될만큼 큰 충격을 받았으니, 이 정도 실언쯤은 할 수 있겠지. 스톨즈는 당분간 회복에 전념하라."

"연구소장님, 스톨즈 연구원은 증거도 없이 제니퍼 연구원을 모함했습니다. 이에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톨즈의 혈액샘플을 받아내라?"

엘리엇 암셀 연구소장이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자, 당장 스톨즈를 물어뜯으려던 가이 포스트 부소장이 멈칫했다.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차기 암셀학파의 학파장이 될지도 모르는 연구원의 혈액샘플을 요구해서 복제인간이 만들어질 위험에 노출하자. 그런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나?"

"그,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믿지. 이번 사안은 여기서 마무리 짓는다. 스톨즈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앞으로 언행에 신중하도록."

엘리엇 암셀 연구소장의 선언이 떨어지자, 가이 포스트뿐만 아니라 스톨즈마저도 항의하지 못했다.

***

D-135 구역 공장지대.

아파트형 공장 35층 3507호.

이곳은 D 구역에 마련한 내 집이었다.

'월세긴 하지만, 이제 얹혀사는 신세는 탈출했다.'

매립지와 하수구를 전전하다 드디어 집을 마련했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 20억 크레딧이면 구매할 수 있는 부동산이었습니다. >

'집 사는 데 20억 크레딧을 덜컥 써버리면? 스켈레톤 업그레이드와 연구는 무슨 돈으로 하나?'

시스템은 여전히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만 해댔다.

'한달에 4천 크레딧이면 이만한 공장 월세치고는 저렴한 편이야.'

그때 설비를 설치하던 공장 설비업체 로봇이 말을 걸어왔다.

- 하우징 시스템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 지불하셔야할 금액은 5,595만 크레딧입니다.

난 기계팔을 여덟 개나 단 로봇에게 천만 크레딧짜리 코인 여섯 개를 넘겼다.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저희 로이즈 시스템 사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장을 나서는 로봇 뒤로 아머드 스켈레톤들이 거치대에 차곡차곡 거치된 모습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오...오천만 크레딧을 인테리어하시는 데 사용하신 건 과소비 아닐까요?"

테리는 당장이라도 로이즈 시스템 사의 로봇의 현금수납칸을 털어서라도 돈을 되찾아오고 싶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이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설비야."

내가 작업자용 좌석에 앉자, 내 눈앞으로 홀로그램 디바이스가 펼쳐졌다.

- 현재 입고된 안드로이드는 Z버전 19기, 라이더 버전 20기, 워리어 버전 1기 입니다.

- 어떤 모델을 검사하시겠습니까?

로이즈 시스템 사의 연구보조시스템이 아머드 스켈레톤 입고현황을 띄우며 물었다.

"라이더 버전부터 시작하지. 통신모듈과 시각센서, 보조배터리 준비해줘."

- 현재 출고 가능한 보조배터리는 총 세 종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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