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37화 (37/152)

37화. 거래

보름 후.

D-135 구역 공장지대.

아파트형 공장 35층 3507호.

우리는 새로 만든 배틀슈트의 방호력을 테스트 하기 위해 배틀슈트를 입은 테리를 향해 30mm탄으로 시험사격을 할 예정이었다.

- 아서 씨, 크릭이 중요한 일이라는데 통신 한 번 연결해드릴까요?

스피커를 통해 사격통제시스템 안에 갇힌 테리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있지도 않은 크릭의 연락을 주워섬기는 걸 보니 30mm탄 피격실험으로부터 내 의식을 돌리려는 술수 같았다.

'이런 얕은 수에 당해줄 순 없지.'

나는 테리를 달래며 말했다.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어. 게릭슨이 한 번 실험해봤는데 아무 이상 없었잖아?"

- 게릭슨은 언데드잖아요!

"그가 입은 배틀슈트는 네 것과 똑같아. 그건 마그니움 32%합금과 같은 강도라고."

보름 간의 연구로 볼드윈 다이나믹스 사의 솔져급 배틀슈트보다 마그니움 합금 기준으로 무려 7%나 높은 강도를 자랑하는 배틀슈트를 만들어냈다.

그건 TTNA-207 합금강과 25%의 마그니움을 합금한 결과였다.

"마그니움 25% 수준의 솔져급 배틀슈트도 견뎠는데, 마그니움 32% 강도인 새 배틀슈트를 입고 왜 겁을 먹는 거지?"

기술적으로 봤을 땐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테리는 피격실험을 앞두고 겁을 먹는 걸 보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 딱 한발만이에요.

"약속하지. 게릭슨!"

내가 명령하자, 게릭슨이 30미리 기관포에 소주병만 한 탄약 한 발을 장전했다.

"준비됐나?"

- 후... 준비 됐어요.

테리가 대답한 순간, 연구보조시스템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 5, 4, 3, 2, 1. 발사!

꽝! 하는 굉음과 함께 연구실이 한차례 흔들렸다.

그 직후, 따당! 하는 소리와 함께 금속으로 된 은회색 구형 구조물의 일부가 뾰족하게 튀어나왔다.

테리의 배틀슈트에 맞고 튕겨나온 탄환이 TTNA-207 합금강으로 만든 방탄격벽을 찌그러트린 흔적이었다.

"살아있나?"

- 커헉!

< 배틀슈트 A-032S 모델의 세부점검을 실시합니다. >

< 동력원 점검. >

< 초소형마력로 A-292 모델, 정상 작동 중입니다. >

< 외부장갑 손실률 0% >

< 사용자가 받은 충격량을 계산합니다. >

< 54kg. 성인남성 펀치의 50% 수준의 충격량입니다. >

"테리, 엄살은 그쯤하지."

- 아니, 그게...

검은 배틀슈트를 입은 테리는 뭐라고 변명하려다 30mm 기관포에 직격당하고도 멀쩡한 제 가슴을 쓰다듬어보곤 말문이 막힌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지?"

- 네. 하지만 다시 맞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충격완화 마법진을 조정하면 충격량은... 14% 정도 더 낮출 수 있을 것 같군. 마력소모가 늘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겠어. 조정 후에 다시 한번 시험해볼까?"

- 아뇨. 그것보다 크릭의 통신요청은 이번에도 무시하실 생각이에요?

"통신요청? 피격실험을 당하기 싫어서 지어낸 소리 아니었어?"

그때 모니터 안의 테리가 허공을 터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시스템이 안내 메세지를 띄웠다.

< 머신컴퍼니에서 들어온 긴급 지원요청입니다. 회신하시겠습니까? >

'긴급 지원요청?'

< 문자메세지 내역엔 고향마을 관련 의뢰라고 적혀있습니다. >

내 앞으로 온 지명의뢰가 쌓여서 긴급 지원요청이란 단어를 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크릭의 개인적인 사정이 엮인 문제에 가까워보였다.

"연결해."

내가 명령하자, 눈앞에 크릭 형태의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 아서, 오랜만이군?

인삿말을 건네는 크릭의 표정은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그래. 여러 차례 연락했더군. 메세지를 보니, 개인적인 일인 것 같던데?"

- 전에 자네에게도 보여준 적 있는 의뢰였을 거야. 카니에스 마을이라고, 내 고향이지. 그곳으로 향하는 상행호송에 문제가 발생했어.

그건 폭주족 강도토벌 의뢰를 받았을 때, 봤던 의뢰목록 중 하나였다.

"천만 크레딧짜리 의뢰였지. 기억해."

- 무슨 일인지 마을 입구에 좀비집단이 진을 치고 있어서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야.

크릭은 담담한 척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쉴 새 없이 자세를 바꾸고 있었다.

손을 매대 위에 놓았다가 손바닥에 맺힌 땀을 옷에 문질러 닦기도 했다.

그건 명백한 불안증세였다.

"좀비집단을 유인하는 건 헌터들이 밥 먹듯이 하는 일 아닌가? 소음을 내서 유인하면 되잖아?"

- 헌터라면 세 차례나 파견했네. 좀비사냥이라면 이골이 난 베테랑들만 골라서 파견했는데 헌터들이 무슨 짓을 해도 좀비놈들이 마을 입구에 꿀을 발라놨는지 꿈쩍도 안하고 있어.

크릭의 대답은 예상 외였다.

내가 아는 좀비는 사람만 보면 눈이 뒤짚어져서 달려드는 놈들이었기 때문이다.

좀비가 사람의 유인책에 걸려들지 않는다?

'크릭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우리가 모르는 사연이 숨겨져 있다는 얘기 같은데?'

< 크릭의 생체반응과 행동양식을 토대로 감정을 분석합니다. >

< 명확하지 않은 홀로그램 영상으로 인해 동공반응, 심장박동을 정확히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

<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

< 초조함과 불안한 감정을 확인했습니다. >

< 신뢰수준은 75%입니다. >

다른 건 몰라도 크릭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건 사실인 것 같았다.

'고향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이라도 있는 건가?'

< 주어진 정보가 부족합니다. >

난 시스템 메세지를 밀어낸 후 물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주길 원하지?"

- 하루가 다르게 좀비집단이 수를 불리고 있어. 내가 헌터들을 모아보고는 있지만, 5만 마리가 넘어가니 다들 발을 빼려는 분위기야.

"5만 마리가 한 자리에 모여있다고?"

그건 내가 유틀란트 시에서 마주한 좀비집단들보다 규모가 컸다.

'3레벨 좀비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현재 좀비장갑을 착용한 스켈레톤은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 19기뿐이었다.

게릭슨과 라이더 버전 20기는 아직 좀비장갑이 없는 순수한 아머드 스켈레톤이란 뜻이었다.

그들에게 3레벨 좀비의 근육을 선물해준다면?

'기존의 Z버전들보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확보할 수도 있겠어.'

기존의 Z버전들은 2레벨 좀비 스프린터의 근육을 기반으로 좀비장갑을 만들었다.

그래서 3레벨 좀비의 근육은 2레벨 좀비의 근육보다 얼마나 강할지 기대가 됐다.

- 처음엔 만오천 마리 정도였지만 고작 보름만에 이렇게 늘어났네. 우리에겐 중심을 잡아줄 인물이 필요해. 드레이크 헌터로 명성을 높인 자네가 합류한다면 헌터들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거야.

"보수는?"

- 자네가 맡아주기만 한다면 선금으로 8천만 크레딧을 주지.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놈들을 처리해주기만 한다면 성공보수로 2천만을 더 보태줄 수 있어. 카니에스 마을에 쌓인 자연산 농산물이 많으니까.

합하면 1억 크레딧이란 뜻이었다.

'보수는 많은 편이 아니지만, 이번에 만든 것들을 시험기동 하기엔 적당하겠어.'

난 테리와 비슷한 모양의 갑옷을 입은 아머드 스켈레톤들을 돌아봤다.

상체를 은회색 해골장갑으로 장식한 모습은 믿음직스러웠다.

'게다가 마침 연구비도 떨어졌으니...'

내가 결심한 순간이었다.

- 자네에게 부담주고 싶진 않지만, 이번 일만 맡아주면 앞으로 수수료는 5%만 받겠네. 물론, 이번 일은 내가 발주한 셈이니까 수수료 없이 전액 자네 몫이네.

내가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본 크릭은 내가 망설이고 있다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맡겠네. 일정은 어떻게되지?"

- 자네가 맡겠다면... 내일. 헌터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다시 끌어모으더라도 내일 정오 정도면 준비가 될 거야!

"그럼 자세한 일정과 작전개요를 보내."

- 아서.

"응?"

- 고맙네. 이 일은 잊지 않지.

크릭은 그 말을 남기고 통신을 끊었다.

'정말 급했나보군. 크릭이 오해한 셈이지만, 수수료를 반으로 깎은 것도 나쁘진 않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시스템이 메세지를 띄웠다.

< 지난 보름 동안 총 175차례의 통신요청이 있었습니다. >

< 목록을 확인하시겠습니까? >

'확인하지.'

< 암셀연구소 연구원 스톨즈 : 125건. >

< 브라우스 건설 상무 로버트 골드 : 16건. >

< 로이즈 머테리얼 사 신소재연구소 연구소장 유리 표토르 : 9건. >

< 그레이스톤 사 신소재연구부 선임연구원 미하일 문주크 : 7건 >

< 에이드릭 테크놀로지 사 소재공학팀 팀장 엔소니 도브 : 4건 >

.

.

.

'이게 다 뭐야?'

< 스톨즈 씨는 목적을 밝히지 않고 만남을 요청해왔습니다. >

< 브라우스 건설의 로버트 골드 상무는 의뢰금 10억 크레딧짜리 의뢰가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

< 나머지 9개의 기업에선 드레이크의 경화되지 않은 비늘을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

'드레이크의 비늘이라...'

난 내가 입고 있는 검붉은 내 배틀슈트를 쓰다듬어봤다.

'팔고 싶어도 이젠 팔 수가 없게 됐군. 10억 크레딧이 땡기긴해도... 내가 피해를 준 사람이 주는 의뢰를 믿을 순 없지.'

내가 로버트 골드의 정적에게 그를 넘어트릴 정보를 팔았는데, 바보처럼 그가 주는 의뢰를 받고 싶진 않았다.

'이제 10억 크레딧이 못 벌 돈도 아니고 말이야.'

볼드윈 다이나믹스 사의 신형 솔져급 배틀슈트를 베껴서 그보다 나은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한 이상 10억 크레딧은 이제 날 뒤흔들 수 없는 액수가 돼버렸다.

'스톨즈와 통신회선 연결해.'

난 그가 백 번이 넘게 만남을 요청해 온 이유가 궁금했다.

***

D-22 구역 중소기업연구단지

카페 마리아 크리스티안

옥상정원에 차려진 카페는 현대를 떠올릴만큼 평화로웠다.

-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다리 대신 8개의 바퀴를 단 안드로이드가 내 테이블에 음료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체만 인간형인 안드로이드 웨이터는 자신을 자세히 훑어보는 내 시선을 느낀 모양이었다.

- 마리아 크리스티안 테크놀로지의 가정부 안드로이드 MC505 모델에 관한 정보를 원하십니까?

- MC505 모델의 제작과정에 대한 영상정보는 2만 크레딧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 MC505 모델의 재원과 설계도는 50만 크레딧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 MC505 모델의 조립 가능한 부품 일체는 200만 크레딧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눈을 마주친 안드로이드 웨이터는 마치 호구를 잡은 잡상인처럼 기업정보를 팔겠다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건 기업기밀일 것 같은데, 조립 가능하도록 분해한 부품까지 팔겠다고?"

- 마리아 크리스티안 테크놀로지는 130년 역사를 가진 안드로이드 전문 제작기업입니다.

- 많은 안드로이드 제작자들이 마리아 크리스티안 테크놀로지의 안드로이드를 토대로 안드로이드를 제작합니다.

가정부 안드로이드는 내 질문엔 대답하지 않고 마리아 크리스티안 테크놀로지의 자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 마리아 크리스티안 테크놀로지는 이미 파산한 기업입니다. >

< 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경영진은 사냥교화형에 처해졌습니다. >

< 경영진은 아니지만 시정부에서 파산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일부 인간 직원들과 안드로이드 직원들은 벌금 대신 세금과 부채를 갚기 위해 지적재산권과 재고품을 파는 일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

'D구역 인터넷에 가입하길 잘했어. 이 정도면 월 800크레딧 값은 하는군.'

결국 마리아 크리스티안 테크놀로지는 파산한 기업이라 재고처리 중이란 뜻이었다.

"그것들은 살 생각은 없다."

웨이터 안드로이드의 설계도는 이미 시스템이 저장한 지 오래였다.

- 편안한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웨이터 안드로이드가 물러나고 3분쯤 지났을까?

카페 문을 통해 배틀슈트 차림의 용병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그리고 그들 사이엔 익숙한 얼굴도 끼어있었다.

"아서님!"

용병들에게 보호받는 와중에도 불안한 표정이던 스톨즈는 나를 보자마자 손까지 들어보이며 소리쳤다.

"오랜만이군."

"연락이 없으셔서 다신 못 뵙는 줄 알았습니다."

악수를 마치고 앉는 스톨즈 앞으로 웨이터 안드로이드가 다가왔다.

- 주문하시겠습니까?

"같은 걸로."

- 2,000 크레딧입니다.

스톨즈는 안드로이드에게 왼손목에 찬 시계를 내밀었다.

- 결제되셨습니다.

시계를 스캔한 웨이터 안드로이드가 말했다.

'스톨즈도 3등 시민이었군.'

코인으로 계산하지 않고 계좌로 결제하는 걸 보니, 스톨즈도 테리와 같은 경우인 것 같았다.

3등 시민의 자녀는 태어날 때부터 3등 시민증을 받는다.

테리에게 들은 팔미라 시의 상식이었다.

'5등 시민은 유능한 안드로이드 제작자 정도는 되어야 군복무 10년을 마치고 3등 시민이 될 수 있는데, 누군 태어날 때부터 3등 시민이로군.'

부러운 마음과 씁쓸함이 동시에 입안을 맴돌았다.

난 아메리카노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장벽 밖보다 더 삼엄한 호위인 것 같군?"

"제니퍼가 저를 노리는 이상, 장벽 안도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한번 공격당했던 스톨즈의 마음이야 이해는 갔다.

하지만 카페에 오는 데도 배틀슈트를 입은 용병을 열이나 대동한 건 조금 과한 것 같기도 했다.

"아서님도 바쁘실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에어로트럭의 기록이 삭제되서 이사회에서 제 말을 믿어주질 않습니다. 아서님께서 발렌틴 학파의 후예란 걸 직접 밝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난 대답 없이 스톨즈 뒤에 선 고글 쓴 용병을 바라봤다.

그러자 스톨즈가 용병들에게 말했다.

"아서님은 믿을 수 있는 분이니까 대화할 수 있게 충분한 거리를 벌려주세요."

"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는 고글 용병이 이상하게 눈에 거슬렸다.

'저 용병, 뭔가 거슬리는데 이유를 모르겠군'

하지만 애타는 목소리로 나를 찾는 스톨즈 때문에 그 이유를 찾을 겨를이 없었다.

"아서님."

"거절한다."

"스켈레톤을 무기화 하신 아서님의 사령술은 팔미라 시의 모든 네크로맨서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용병 일도 하실 필요가 없을 겁니다."

"내 손으로 일가를 이루기 전엔 학파의 이름을 팔지않겠다고 맹세했다. 이 문제는 두 번 말하고 싶지 않군."

아직 발렌틴 학파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 이런 상태로 암셀학파의 중진들의 시험대에 설 순 없었다.

'게릭슨도 발렌틴 학파에 대해선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어.'

노련한 용병이었던 게릭슨이 발렌틴 학파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다는 건, 당분간은 발렌틴 학파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말과 같았다.

'네크로맨시 학파들 사이의 알력관계도 모르는데, 거짓말을 남발할 순 없지.'

내가 단호하게 끊어내자, 스톨즈가 깊은 한숨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내 정체를 밝히지 않더라도 자네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 같군."

"도움이라면 어떤...?"

"자네가 충분한 성의표시를 한다면 더는 호위를 몰고다니지 않아도 되게 해주지."

난 얼굴에 수염만 덥수룩하지, 아직 스무 살도 안된 애송이에게 미끼를 던졌다.

그 순간, 스톨즈의 실망에 빠졌던 얼굴에 바로 화색이 돌았다.

"제니퍼를 처리해주시겠단 말씀입니까?"

"나도 그년에겐 갚을 빚이 있잖나?"

스톨즈는 함께 유틀란트 시를 나뒹굴었던 기억을 떠올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가 좀비떼를 몰아오지만 않았으면 지미가 자폭하는 일도 없었을 거야. 내 제안, 어떤가?"

"아서님이 나서주신다면, 가능할 것도 같군요. 그럼 성의표시는 어느 정도를 원하시는지...?"

스톨즈는 주변을 훑어본 후, 목소리를 한 껏 낮추며 물어왔다.

"내가 그녀를 처리하면 자네가 암셀학파의 후계자가 되겠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럴 겁니다."

"그럼 암셀학파의 학파장으로 만들어주는 셈이로군?"

스톨즈는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조용히 눈빛을 빛냈다.

그 정도면 대답으로 충분했다.

"난 그 대가로 암셀학파의 사령술 일체와 강화시술에 관한 모든 자료를 넘겨받고 싶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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