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57화 (57/152)

57화. 고위급 언데드

엘리엇 암셀의 인사는 정중했다.

하지만 난 그에게 캥기는 게 두 가지나 있어서 이런 상황을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문제는 모두 제니퍼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하나는 엘리엇 암셀의 제자인 제니퍼를 죽이고 언데드로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녀에게 명령해 암셀 학파의 기밀자료를 빼돌린 것이다.

둘 중 하나만 걸려도 암셀학파와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 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제니퍼를 돌아봤을 때, 그녀는 이미 검정 베일로 얼굴을 가린 후였다.

난 오히려 당당하게 엘리엇 암셀에게 물었다.

"자기소개 치곤 요란하군요?"

"사안이 사안인지라..."

엘리엇 암셀은 말끝을 흐리며 에어로리무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한순간에 에어로리무진이 사라져버렸다.

< 새로운 방식의 투명화 기능을 발견했습니다. >

에어로리무진은 주변이 일그러지는 기미도 없이 투명화됐다.

그건 맥길용병단 출신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은신기능보다 최소한 한 단계 위의 투명화 능력인 것 같았다.

시스템이 메세지를 올린 순간, 상하좌우로 접혔던 창문이 다시 펼쳐졌다.

그 직후 두꺼운 방화문까지 내려오며 우리를 완전히 가둬버렸다.

"보안에 신경쓸 수 밖에 없었다는 점,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엘리엇 암셀은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회색눈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그에게 의심의 빌미를 내줄 것 같았다.

'의심하고 있더라도 내가 먼저 실토할 필요는 없겠지.'

난 다시 소파에 몸을 파묻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어떤 사안인지 한번 들어봅시다."

***

인사를 마친 순간, 엘리엇 암셀의 등엔 소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니 스톨즈는 아직 못 느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완숙한 3급 네크로맨서인 엘리엇 암셀은 느낄 수 있었다.

검은 드레스에 검정 베일을 쓴 여자와 마그니움 합금으로 만든 듯한 전투용 안드로이드.

그들에게선 은은한 죽음의 향기가 풍겨나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바라보기만해도 자신의 사령마력을 짓누르는 듯한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로봇과 언데드를 융합했다는 말이... 사실이었군.'

엘리엇 암셀은 스톨즈의 증언을 이제야 믿게 됐다.

문제는 두 언데드가 스켈레톤 수준의 하급 언데드가 아닌 것 같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네크로맨시에 있어선 팔미라 시의 네크로맨서 학파들과 비교할 수준이 아닌 것 같군.'

엘리엇 암셀은 아직까지 이런 고위급 언데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고나서야 믿음이 갔다.

'정말... 발렌틴의 후예일지도 모르겠어.'

***

"저희 암셀 학파는 D 구역의 네크로맨서 학파들 중에선 세 손가락에 꼽히는 성세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 명의 랭커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엘리엇 암셀이 천장을 향해 들어올렸던 손을 내리자, 홀로그램 패널이 펼쳐졌다.

- 암셀 학파

- 3단계 강화시술 성공횟수 : 241회

- 사망률 : 7%

- 비스콘 학파

- 3단계 강화시술 성공횟수 : 105회 (랭커 2회 배출)

- 사망률 : 21%

- 토레가 학파

- 3단계 강화시술 성공횟수 : 81회 (랭커 1회 배출)

- 사망률 : 11%

"우린 비스콘 학파나 토레가 학파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3단계 강화시술에 성공해왔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랭커를 배출해내지 못했습니다."

엘리엇 암셀은 내 걱정과는 다르게 제니퍼에 대해선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내가 수술실에서 보여준 미끼 아니, 그 미끼보다 더 맛있어보이는 떡밥이었다.

"초과성장 정도면 만족하실 줄 알았는데, 특이능력까지 발현시켜달라는 말씀입니까?"

"시술에 참여하시는 영상을 보고 제가 떠올린 주문이 있습니다."

엘리엇 암셀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엉뚱한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건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 도시의 네크로맨서들은 좀비 마스터리 마법식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영상만 보고 좀비 마스터리를 알아봤다고?'

난 엘리엇 암셀이란 네크로맨서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올려야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난 계속 해보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 짐작이 맞다면, 그건 5급 네크로맨서의 전유물로 유명한 저항 저하 주문 아닙니까?"

"저항 저하 주문?"

난 예상밖의 대답에 놀라 엘리엇 암셀을 올려다봤다.

"그렇게 놀라실 것 없습니다. 팔미라 시의 네크로맨서들이 네크로맨시를 경시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저항 저하 주문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닙니다."

그 모습을 본 엘리엇 암셀은 자신의 짐작이 맞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가공한 좀비인자와 시술 대상자의 저항을 모두 저하시켜서 융합을 도운 건 정말 천재적인 발상이었습니다."

"음..."

난 바로 부정할 수가 없었다.

제니퍼는 암셀학파 소속 네크로맨서였다가 이젠 듀라한과 같은 유니크 등급 언데드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제니퍼도 좀비 마스터리 마법식 안에 해답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평범한 인간 네크로맨서인 엘리엇 암셀에게 좀비 마스터리 마법식의 진정한 효과를 이해시킬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엘리엇 암셀이 내 제자도 아닌데, 이런 귀한 정보를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난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갑자기 스톨즈가 소리쳤다.

"저, 저항 저하 주문이라니...! 아서님, 5급 네크로맨서셨습니까?"

"스톨즈, 네가 3급 네크로맨서가 된다면 저 언데드들만 보고도 아서 님의 경지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을 거다."

엘리엇 암셀은 내가 스톨즈의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내가 5급 네크로맨서라고 확정지어버렸다.

나는 굳이 나서서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음... 저 언데드들이 그렇게 고위급 언데드란 말씀이십니까?"

"적어도 내가 전에 봤던 스켈레톤 자이언트 이상인 건 확실하다."

엘리엇 암셀이 그렇게 말하자 스톨즈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스승님, 설마 브라운 학파의 계승 언데드, 스켈레톤 자이언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저 언데드들에선 15년 전에 카일 브라운의 손에 산산조각나버린 브라운 학파의 보물보다 더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엘리엇 암셀이 대답하자, 스톨즈가 경외감 어린 눈으로 제니퍼와 데스윙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뭐, 내 언데드들이 스켈레톤과 비교할 급은 아니긴 합니다. 그런데... 스켈레톤 자이언트란 언데드에 대해선 처음 듣는군요."

브라운 학파니 카일 브라운이니 하는 처음 듣는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내 궁금증을 자극한 건 새로운 언데드에 관한 정보였다.

'스켈레톤 자이언트라고?'

적어도 내가 아는 던전 오브 어비스란 게임 안에는 스켈레톤 자이언트란 종류의 언데드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서님 앞에서 저희만 아는 이야기를 했군요. 실례했습니다."

엘리엇 암셀은 정중하게 사과해왔다.

내가 가만히 고개만 끄덕여보이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스켈레톤 자이언트를 설명하려면 팔미라 시의 네크로맨서들이 처한 상황부터 설명드려야할 것 같은데, 잠시 아서님의 시간을 빼앗아도 되겠습니까?"

"전 아직 이 도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습니다. 암셀 씨가 설명해주신다면 고마울 뿐입니다."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도시 내의 알력관계를 네크로맨서 학파장인 엘리엇 암셀이 알려준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이 도시에서 5단계 강화시술에 성공한 네크로맨서 학파는 단 네 곳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네 명의 5단계 강화시술자 중 두 사람이 네크로맨서를 배신하고 귀족들 편에 섰습니다."

엘리엇 암셀이 허공을 터치하자 홀로그램 패널의 화면이 바뀌었다.

- 무어 학파

- 프리드리히 학파

- 데커 학파

- 브라운 학파

"아서님도 네크로맨서시니 아시겠지만, 네크로맨서 학파는 학파장만이 학파의 이름을 성으로 쓸 수 있습니다."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듯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위의 네 학파 중 데커 학파와 브라운 학파는 전통을 깨고 두 강화시술자에게 학파명을 성으로 내려주기까지 했습니다."

강화시술을 받은 용병보다는 네크로맨서가 더 대우를 받는 도시가 팔미라 시였다.

그런 도시에서 일개 용병에게 학파장 대우를 해준다는 건 꽤나 파격적으로 보였다.

나는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생각을 말로 내뱉고 말았다.

"학파장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다니...!"

엘리엇 암셀은 내 말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러더니 홀로그램 패널에서 데커 학파와 브라운 학파를 터치해 두 개의 이름이 띄워올렸다.

- 니콜라스 데커

- 카일 브라운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배은망덕하게도 각자의 소속 학파를 배신하고 귀족들에게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죠."

"순탄치 않았다?"

"카일 브라운이 귀족들과 커넥션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브라운 학파는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하지만 카일 브라운은 잘못을 시인하기는 커녕 징계위원회에 정면으로 맞섰죠."

엘리엇 암셀은 그렇게 말하며 홀로그램 패널을 터치했다.

그러자 몇장의 사진이 펼져졌다.

- 카일 브라운

그때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조각 같은 외모의 남자사진 옆으로 펼쳐진 몇장의 사진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게 브라운 학파의 학파장에게 대대로 전해져내려오던 최고급 소환수인 스켈레톤 자이언트입니다."

내 시선을 확인한 엘리엇 암셀은 하나의 사진을 터치했다.

그러자 녹색 안광을 뿜어내는 기사의 모습이 확대되었다.

중세기사의 갑옷을 입고 커다란 대검까지 들고 있는 사진이었다.

문제는 그 옆에 선 사람의 키가 갑옷의 정강이보호대 높이밖에 안됐다는 점이었다.

"골렘만큼이나 크군요."

"스켈레톤 자이언트의 키는 8미터로 알려졌는데, 갑옷과 투구때문에 더 커 보이긴 했습니다."

스켈레톤 자이언트의 크고 강대한 모습을 보고 감탄하고 있는데, 엘리엇 암셀의 말중에서 이상한 부분을 찾아냈다.

"잠깐, 아까 주문이 아니라 소환수가 대대로 전해져내려왔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네. 팔미라 시에선 200년 전 이후로 스켈레톤 자이언트 급의 거대 소환수를 일으켜세운 기록이 없습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유가 뭡니까? 저렇게 크고 우람한 소환수라면 실전에 사용해도 될 것 같은데요?"

"4레벨 좀비 디스트로이어의 머리는 시정부에 넘겨도 1천억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 보물입니다. 하지만 그런 귀한 재료로 일으켜세운 스켈레톤 자이언트는 현상금 3억 크레딧짜리 3레벨 좀비와 비등한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건 내 예상 밖의 성능이었다.

'8미터짜리 스켈레톤 자이언트가 고작 4미터 짜리 머슬과 비등비등하다니... 도대체 여기 네크로맨서들은 무슨 짓을 한 거지?'

스켈레톤 자이언트의 기대 이하의 성능은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이 세계 네크로맨서들의 수준을 생각했을 때 그럴 수도 있어 보였다.

물론 사령술의 수준이 낮아서 1천억 크레딧짜리 언데드로 3억 크레딧짜리 좀비를 못 잡는다면 실전성은 없는 것 같긴 했다.

"가성비가 안 맞았군요?"

"씁쓸하지만 현대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보다 강화시술에 전념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흠..."

난 겉으론 엘리엇 암셀의 말에 호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내 심장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쿵쾅대고 있었다.

'수준 낮은 네크로맨서들이 일으켜세웠는데도 3레벨 좀비와 맞설만 했다고?'

만약 내가 스켈레톤 자이언트를 일으킨다면 어떤 성능을 보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였다.

"스켈레톤 자이언트는 브라운 학파 대대로 계승된 언데드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런 보물을 징계위원회에 반발한 카일 브라운이 박살내버린거죠."

"15년 전에 부서졌다면 다시 만들었겠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엘리엇 암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왜죠? 4레벨 좀비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팔미라 시에서 네 손가락 안에 드는 네크로맨서 학파라면 4단계 좀비의 시체를 다시 구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구하려면 구할 수 있었을 겁니다."

엘리엇 암셀의 대답은 내 예상과 같았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내 속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5단계 강화시술자의 주먹질 몇번에 산산조각나버린 언데드를 다시 일으켜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그 이후론 4레벨 좀비 시체를 얻어도 강화시술 연구에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스켈레톤 자이언트의 소환 마법식을 구할 방법은 없겠습니까?"

"브라운 학파에선 상징적인 언데드라 소환 마법식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엘리엇 암셀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난 거기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난 스켈레톤 소환 주문을 발전시켜서 데스윙까지 만들었어. 만약 그 토대가 되는 소환주문이 레어나 유니크 등급이었다면 어땠을까?'

스켈레톤 소환 스킬은 제일 낮은 등급인 커먼 등급이었다.

하지만 난 그 주문을 발전시켜서 레전드 등급 언데드인 데스윙까지 일으켜세웠다.

만약 그보다 두 단계 또는 세 단계 위인 소환 스킬을 얻는다면?

'에픽 등급도 노려볼 수 있다.'

그 가능성이 날 뒤흔들었다.

"랭커는 얼마든지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셀 학파가 이 거래에 얼마나 진지한지 궁금하군요."

"아서님! 랭커만 만들어주신다면 제가 팔미라 시에 발렌틴 학파가 뿌리 내리는 데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엘리엇 암셀은 당장 자기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었다.

"난 말로 하는 약속은 그리 신뢰하지 않습니다. 장벽 밖에선 입으로 하는 약속만큼 믿을 수 없는 게 없더군요."

"한달 후에 정기 네크로맨서 학술포럼이 있습니다. 그때 정식으로 발렌틴 학파가 이 도시에서 발족할 수 있도록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엘리엇 암셀은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난 손을 들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당분간은 내가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시술성과를 비공개하길 원하는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오늘의 시술성과가 외부로 드러나면 발렌틴 학파가 다시 부흥할 수 있을 겁니다. 아서님도 그걸 원하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엘리엇 암셀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제니퍼."

내가 이름을 부르자, 제니퍼가 검정 베일을 들췄다.

그 순간 제니퍼와 엘리엇 암셀의 눈이 마주쳤다.

"제, 제니퍼? 아니 이건 말도 안됩니다. 어떻게 제니퍼가 이런 존재감을...!"

"스톨즈가 전에 보고했다고 들었습니다. 유틀란트 시에서 나와 스톨즈는 제니퍼의 공작으로 죽을 뻔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플라즈마윙을 대동한 그녀가 다시 날 공격했죠."

"주인님의 말씀은 모두 사실입니다."

"주인님?"

제니퍼가 말을 보태자, 엘리엇 암셀은 경악어린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전 주인님의 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스승님."

"아, 아...!"

엘리엇 암셀은 제니퍼의 대답을 듣고나서야 그녀가 언데드가 됐다는 걸 이해한 것 같았다.

하지만 제자가 죽어서 언데드가 되었음에도 화를 내는 대신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부소장이 갑자기 미팅을 잡은 것도 네 죽음과 관련된 일이겠구나?"

"다시 태어난 이후로는 삼촌과 연락하지 않아 삼촌의 의도는 모르겠습니다."

제니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잠깐! 제니퍼가 죽었고... 아서님께서 언데드로 다시 일으키셨다는 것까지는 이해했습니다."

제니퍼와 대화하던 엘리엇 암셀은 무언가에 깜짝 놀란 것처럼 갑자기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내저어댔다.

"하, 하지만 어떻게 언데드가 말을 하는 겁니까? 이것도 기계화된 언데드의 특징입니까? 모두 프로그래밍한 결과입니까?"

나는 엘리엇 암셀이 무엇 때문에 놀라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제니퍼는 생전의 기억과 자아를 가진 언데드입니다. 이 둘이 고위급 언데드란 걸 아시는 분이 뭘 보고 그렇게 놀라시는 겁니까?"

스톨즈에게 제니퍼와 데스윙이 고위급 언데드라고 설명한 사람이 바로 엘리엇 암셀이었다.

그런 사람이 제니퍼가 얘기하는 걸 보고 놀라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이었다.

"그야... 광기에 젖지 않은 채로 대화할 수 있는 언데드는 데스나이트나 데미리치뿐이잖습니까!"

엘리엇 암셀은 혼이 나간 표정으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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