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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x 네크로맨서-144화 (144/152)

144화. 울리타 레어 발굴 프로젝트

그 시각, 팔미라 시 B-11 구역 중심상업지구의 한 호텔 루프탑 수영장. 

거품이 가득한 수영장엔 비키니차림의 미녀들이 서로를 향해 물총을 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설치된 바에선 바니걸차림의 여성들이 쉬지않고 술과 안주를 날랐다. 

그 맞은 편엔 대형 자쿠지가 있었다. 

네 명의 남자 그리고 그들이 양옆에 낀 비키니걸들까지 총 12명이 들어가고도 여유가 있을만큼 커다란 자쿠지였다. 

반삭머리의 사샤는 하늘을 향해 긴숨을 토해냈다. 

"후우우!" 

사샤는 술기운이 숨결을 따라 날아가는 걸 느꼈다. 

그때 그의 눈에 루프탑 전체를 감싼 녹색 배리어가 요란한 음악소리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이 보였다. 

"야, 미안한데 바쁜 일이 생겨서 먼저 일어나야겠다." 

그때 누가 어깨를 두드리고 자리를 뜨며 인사했다. 

돌아보니 곱슬머리에 뱀눈인 동양인, 바움 빌헬름이었다. 

양옆에 흑백의 미녀 둘을 끼고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향하려는 걸 보니, 곧바로 호텔방으로 갈 모양이었다. 

'한심한 자식.' 

하지만 저래보여도 빌헬름 그룹 핵심사업부문 중 하나인 빌헬름 머테리얼 사의 후계서열 4위였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 라발트 빌헬름은 현재 빌헬름 가문을 이끌고 있는 하네스 빌헬름의 다섯째아들이었다. 

그게 바로 사샤 오귀스트가 바움 빌헬름을 이 모임에 끼워준 이유였다. 

집안에서 엄청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늦어도 3,4년 안엔 골드 계급까지 올라갈 놈이었다. 

'그럼 골렘을 하사받겠지.' 

사샤는 어쩌면 바움 빌헬름보다 늦게 골렘나이트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본심을 숨기고 바움 빌헬름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다음에 보자!" 

바움 빌헬름은 등도 돌리지 않고 왼손을 들어 흔들어보였다. 

그가 탄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힌 순간이었다. 

동굴을 울리는 듯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 자식 저거. 저러다 게르노트 형 꼴나는 거 아니냐?" 

돌아보니 옆에 앉아서 백인미녀에게 체리를 받아먹던 거구의 남자가 히죽대는 게 보였다. 

그는 마리우스 그룹 차남의 큰 아들 로마노 마리우스였다. 

로마노 마리우스는 앉아있는데도 사샤보다 머리 하나 이상 커 보였다. 

그는 여러 차례 자신의 키가 2미터 12센치미터라고 자랑해왔었다. 

문제는 그 소리를 들은 사샤 오귀스트의 술기운이 한순간에 깨버렸다는 점이었다. 

게르노트는 다름아닌 그의 친형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형 게르노트는 온갖 전장을 전전한 끝에 진은 계급까지 올랐다. 

하지만 아직도 타이탄급 골렘을 하사받지 못했다. 

그건 그가 부모님이 반대하는 여자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로마노 마리우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모자란 형에 대한 비웃음이 나오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 

"갑자기 왜 정색을 하고 그래?" 

로마노 마리우스는 물에 젖은 단발머리를 뒤로 넘기며 되물었다. 

동양인과 백인 혼혈인 로마노 마리우스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희 형이 여자 하나 잘못 물어서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탈락하고 제일 좋아했던 건 너 아니었냐?" 

그는 사샤 오귀스트의 고모의 아들이었다. 

팔미라 시를 지배하는 삼대가문들과 거미줄 같은 혼맥을 맺은 끝에 재계서열 1위에 오른 마리우스 그룹의 후계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사샤 오귀스트는 반삭으로 민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맞아. 맞는데... 네가 우리집 후계구도에 대해 논할 레벨은 아니지 않냐?" 

그리곤 로마노 마리우스에게 따지듯 물었다. 

삼대 가문 출신인 사샤가 생각하기에 10대 그룹은 그저 마당 쓰는 머슴들에 불과했다. 

로마노 마리우스가 오귀스트 가문의 후계구도에 대해 논하는 건 머슴이 양반가의 후계에 대해 논하는 것만큼이나 선을 넘는 행위인 것이다. 

사샤는 그와 자신 사이의 신분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줘야할 때임을 직감했다. 

"뭐?" 

로마노 마리우스는 그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2미터가 넘는 키에 웬만한 성인남자 두 사람 분의 어깨넓이를 지닌 로마노 마리우스가 일어나자 자쿠지의 물이 거세게 출렁였다. 

"어맛!" 

"어, 어푸!" 

그 순간 세 사람의 옆에서 술을 따르던 비키니걸 여섯이 자신들을 덮친 물에 놀라 바동거리며 자쿠지를 기어나갔다. 

"야, 간만에 기분 좋게 술 마시다가 분위기 깨게 왜들 그러냐?" 

그때 옆머리는 밀고 윗머리는 뒤로 묶은 샨커 볼드윈이 샴페인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는 볼드윈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인 볼드윈 제네틱 사의 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샨커 위로 멀쩡한 형이 다섯이나 있어서 그가 볼드윈 제네틱 사를 손에 넣는 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당장 볼드윈 제네틱 사라는 거대한 회사를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사샤가 생각할 때, 이 모임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이었다. 

샨커 볼드윈은 하관을 덮은 수염을 쇄골까지 기른 털보였다. 

그가 여자들을 향해 손짓하자 갑자기 음악이 멈췄다. 

그리곤 루프탑 수영장을 가득 채웠던 댄서와 비키니걸, 바니걸 등이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뭐야? 누가 노래 껐어?" 

바 뒤에서 포마드펌을 한 동양인 남자의 고개가 올라오더니 좌우를 둘러보며 물었다. 

사샤 오귀스트의 아버지가 마법 아카데미 알자스에서 어렵게 모셔온 마법사 데얀 란하르트였다. 

그 또한 이 모임의 정식 회원이었다. 

사샤 오귀스트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고종사촌인 로마노 마리우스에게 말했다. 

"사촌이라고 모임에 끼워주니까 너랑 우리랑 같은 급으로 생각하나본데... 마리우스 부스터 사? 거기가 마리우스 대표사업부문은 아니잖아?" 

"어, 어! 사샤, 오늘 술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털보 샨커 볼드윈은 곧장 사샤 오귀스트를 자쿠지에서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사샤 오귀스트는 그에게 저항하지 않고 끌려나가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렸다. 

"네가 마리우스 부스터 사 후계서열 몇 위인데? 기간트 몬 지 3개월도 안된 놈이 주제도 모르고 어딜 나서!" 

사샤 오귀스트가 원색적인 인신공격을 해댔다. 

그러자, 로마노 마리우스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 

그가 주먹을 치켜든 순간이었다. 

"요새 마리우스 그룹이 아주 엉망인 것 같더라?" 

바 의자에 앉은 데얀 란하르트는 턱을 괜 채, 싸움을 지켜보다 툭! 하고 말을 뱉었다. 

그리 크지도 않은 중얼거림이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이 정말 절묘했다. 

그 순간, 당장이라도 사샤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던 로마노 마리우스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갔다. 

"방금 뭐라고 했냐?" 

그는 당장이라도 데얀 란하르트에게 달려들듯한 기세로 물었다. 

하지만 데얀은 태연하기만 했다. 

"마리우스 2세를 사이보그에게 팔았다던데? 이거 헛소문이지? 재계서열 1위인 마리우스 그룹이 돈 몇푼 벌자고 가보를 팔아넘기고... 그럴 가문은 아니잖아?" 

데얀 란하르트는 팔미라 시에서 단 세 곳에게만 허락된 '가문'이란 칭호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덩치만 큰 로마노 마리우스도 그런 얕은 수에 넘어가지는 않았다. 

"마리우스 그룹은 타이탄급 골렘만 7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기간트가 가보일 순 없지." 

로마노 마리우스는 부정하려했다. 

그러면서도 마리우스 그룹이라고 명확하게 정체성을 밝혔다. 

하지만 데얀 란하르트는 방금 전까지 바 뒤에서 자고 있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집요하게 로마노 마리우스를 물어뜯어댔다. 

"한 가문에서 최소 400년이상 전해져내려왔으면 그게 가보지." 

"로마노, 사실이야?" 

옆에서 듣고 있던 샨커 볼드윈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사이보그면 사스테인 시의 메탈러에게 판 건가?" 

사샤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용의자를 골랐다. 

고대 기간트와 골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존재 중 사이보그라면 사스테인 시의 메탈러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데얀 란하르트가 다시 로마노 마리우스를 찔러댔다. 

"F구역 출신 용병이었다던데... 로마노, 내가 헛소문을 들은 거 맞지?" 

"마리우스에선 도대체 왜 그런 결정을 한 거지?" 

샨커 볼드윈도 궁금하다는 듯이 말을 보탰다. 

세 사람의 의혹어린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로마노 마리우스가 억울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건 가문의 소유물이 아니라 베로노바 할아버지의 개인소유물이었어. 가보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사샤는 냉정하게 그의 말을 부정했다. 

"여기 마리우스 2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어. 가문을 대표하는 기간트인 마리우스 2세를 팔려면 그에 앞서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라도 말이 나왔어야하는 거 아닌가?" 

"설마 구성원들에 대한 구속력을 잃어버린 건가?" 

그때 샨커 볼드윈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보탰다. 

로마노 마리우스는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너희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번 울리타 레어 발굴 프로젝트에서 빠져줘야겠다." 

그건 일방적인 퇴출 통보였다. 

"뭐? 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6개월이나 고생했는데, 나 보고 빠지라고?" 

"지도는 내가 구해왔고, 지형정보를 가져온 건 데얀, 역사학자 카렐 보란의 미공개 역사서를 찾아온 건 샨커였어." 

사샤는 로마노 마리우스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 너희들...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에서 날 배제할 계획이었어?" 

"소설 쓰지마. 돈만 주면 가보도 팔아먹는 가문은 신뢰할 수 없을 뿐이야." 

그 순간 데얀과 샨커가 사샤의 양옆에 섰다. 

그 모습을 본 로마노 마리우스는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려 떠났다. 

"그 동안 자질구레한 일들은 마리우스 그룹을 통해서 처리해왔는데, 아예 배제해도 될까?" 

샨커 볼드윈은 로마노 마리우스를 퇴출시킨 후에도 미련이 남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샤는 단호했다. 

"그럼 저렇게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놈하고 드래곤의 유산을 나누자고?" 

그 말을 들은 샨커 볼드윈은 굳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유산을 나눌 사람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기 때문이다. 

형제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더 많은 보물과 공훈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사샤와 샨커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 시각 로렌 시. 

"와아아아! 마리우스 2세다!" 

"드디어 시장이 한 건 했군!" 

"됐어! 이젠 그 개자식을 처리할 수 있겠어!" 

꽃을 들고 거리에 늘어선 로렌 시의 시민들은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의 기간트 프랑켄슈타인은 거들떠도 보지않았다. 

그 대신, 내가 탄 기간트 사이클롭스를 보며 환호했다. 

하늘에 뿌려지는 꽃잎들과 꽃송이들이 끊이지 않고 나를 환영했다. 

그때 사이클롭스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물어왔다. 

-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이 공용 통신망 연결을 요청해왔습니다. 

- 통신연결을 허가하시겠습니까? 

"연결해." 

내가 허가한 순간이었다. 

내 시야 왼쪽 상단에 공용 통신망에 접속한 인원의 명단이 펼쳐졌다. 

- 기간트워리어 아서 

- 기간트워리어 마틴 쇼네어 

- 티모시 패튼 차장 

내가 명단을 확인하는데,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루비치 그룹으로부터 아서 님은 기간트 운용이 처음이시라고 들었는데, 아주 능숙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 사이클롭스를 다른 기간트와 비교하는 건 그의 실수였다. 

자아가 없는 기간트들과 달리 사이클롭스는 골렘처럼 자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면 사이클롭스의 자아가 기간트를 그대로 움직였다. 

그건 이 콕핏에 누굴 앉혀놔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 사이보그잖습니까? 의체에 익숙하기도 하고 전에 제가 직접 제작한 탑승형로봇 워슈트를 조종해봐서 그런지 기간트에 적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하지만 난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사이클롭스의 실체를 밝혀서 내게 득될 건 없어.' 

내 기간트에 자아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 어떻게 될까? 

베로노바 마리우스는 사이클롭스 프로젝트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내게 이 기간트를 팔았다. 

하지만 사이클롭스의 진가가 드러나게 된다면? 

'그쪽에서 거래를 무르자고하면 곤란한 건 나야.' 

팔미라 시 재계서열 1위인 마리우스 그룹을 등에 업은 사람이 바로 베로노바 마리우스였기 때문이다. 

그때 마틴 쇼네어 경찰청장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울렸다. 

- 하, 하하! 사이보그를 천대하는 팔미라의 귀족들이 들으면 깜짝 놀라겠습니다. 

"이게 놀랄 일입니까?" 

- 그럼요. 어느 도시든 귀족 교육기관에선 어렸을 때부터 기간트 운용을 가르칩니다. 

그건 나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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