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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46화 (46/243)

46화 천군만마

어느 한 광장에서 영생대사와 대장로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천군만마?”

대장로가 소리를 낮추어 말하며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영생대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그 사람이네요. 하하하하! 운수를 부르는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도대체 누구기에 저런 실력을 갖추었단 말인가? 심지어 천지 규칙도 알고 있는 것 같군.”

영생대사는 맨 앞에서 달리는 운수 장군을 응시했다.

고해의 몸은 방천화극을 들고 있는 장군의 머리에 있었다.

“저 사람의 이름은 고해라고 합니다.”

* * *

한 산봉우리.

대명왕신은 하늘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다 수천 수만의 운수를 발견하고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천군만마라. 거 재미있겠군.”

대명왕신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다 뭘 봤는지 소리를 질렀다.

“엇? 저건?”

흑포를 걸친 자도 놀라서 말했다.

“대명왕신 님, 저것 좀 보시지요! 천군만마 맨 앞에 있는 사람이 안고 있는 건…!”

다른 흑포인이 대명왕신에게 물었다.

“대명왕신 님, 혹시…… 와후인가요?”

대명왕신이 잠시 더 살펴보더니 눈을 빛내며 말했다.

“좀 더 지켜보자!”

* * *

천군만마의 출현은 모두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원주민은 물론 엄청난 수련자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저런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어!”

“이게 꿈이야 생시야?”

여기저기서 경악한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대박이군!”

두두두두두두!

만마가 달려오자, 하늘에서 싸우던 사람들은 입을 쩌억 벌리고 지켜보기만 했다.

비록 백 장 크기의 병마였으나 만 마리가 넘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많을 수 있지?

몽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몽태도 고해의 바둑 실력에 감탄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거의 신에 가까울 정도의 수준이었다.

“모두 천군만마를 막아라!”

몽태가 큰 소리로 외쳤다.

구공자도 표정이 변하더니 몽태보다 먼저 천군만마를 막을 준비를 했다.

“공격을 멈추고 전력을 다해 천군만마를 막아라!”

구공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죽이면서 싸우던 두 세력이 힘을 합쳐서 천군만마를 막기 시작했다.

고선무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타주께서 관기 노인으로 빙의된 건가? 이거 지금 꿈은 아니겠지?”

고해는 금색 바둑돌 하나로 천군만마를 조종했다. 그들은 백반도수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폐관 기간에 바둑 진법을 알게 된 고해는, 비록 수준은 낮지만 금색 바둑알로 천지의 힘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금색 바둑알에는 힘이 있고, 고해는 바둑 진법을 알고 있었다.

진법과 힘이 만나면서 고해는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바둑도 둘 수 있게 되었다.

두두두두두두!

천군만마가 용맹하게 달리면서 모든 걸 무너뜨렸다.

“모조리 죽여라!!!”

방천화극을 든 장군은 살기가 가득했고, 흉악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고해는 천군만마를 조종하면서도 소유를 안고 있었다.

“소유야, 잠들면 안 된다. 내 말 좀 듣거라. 절대 자면 안 된다! 곧 살려줄 거야!”

고해가 다급하게 소유를 깨웠다.

소유는 눈을 뜨고 감기를 반복했다. 눈에 힘이 없는 듯 자꾸만 눈을 감으려 했다.

소유는 고해의 얼굴을 보면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소유야! 일어나거라!”

고해가 쉬지 않고 흔들었다.

“은공님…….”

“얼른, 얼른 정신 차리거라!”

방천화극을 든 장군이 말의 엉덩이를 때리며 소리 질렀다.

“죽이자! 죽여라! 막는 건 모두 죽여라!”

두두두두두! 쿠구구궁!

천군만마는 더 빠르게 달렸다.

목적지가 눈앞이었다.

수많은 운수가 곧 들이닥칠 만마를 대비하여 병력을 배치했다.

천군만마의 살기충천한 모습을 본 몽태와 구공자는 식은땀까지 흘렸다.

“놈들을 막아라!”

몽태가 소리쳤다.

맨 앞에 있던 몇십 마리의 운수들이 고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죽여라!”

첫 번째 장군이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승냥이의 몸이 비틀거렸다.

뒤에는 밀려든 천군만마의 날카로운 칼들이 승냥이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퍽!

“으악!”

한 수련자가 만장 고공에서 아래로 추락했다. 금색 바둑알은 운수들이 폭발하면서 그대로 부서졌다.

맨 앞에 있던 운수들이 전부 천군만마에게 찢기거나 짓밟히며 죽어갔다.

비록 그들의 몸집은 작았으나 하나로 뭉친 위력은 운수들이 막기에 너무도 강력했다.

“죽여라! 전부 죽여!”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천군만마를 가로막은 자들은 전부 말발굽에 깔려 떨어졌다.

“으악!”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으악!”

연이은 비명과 함께 수련자들이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떨어졌다.

“막아라! 힘을 합쳐서 막아!!!”

몽태가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질렀다.

천군만마가 지나가는 곳마다 아수라장이 되면서 전부 쓰러졌다.

서로 물고 찢으며 전장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고해! 고해!! 네가 감히!!!”

구공자가 분노해서 노성을 내질렀다.

그는 고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고해의 천군만마를 보는 순간, 구공자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분노만 남아 있었다.

고해는 백반도수를 노리고 진격했다. 그의 눈에는 오직 백반도수만 보였다.

“다 왔다! 조금만 힘내! 곧 반도를 먹을 수 있을 거다! 반도만 먹으면 괜찮아! 소유야! 자면 안 된다! 절대 잠들면 안 돼!”

“은공님…… 은공님…….”

소유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고해의 표정이 변하더니 독기를 품은 사람처럼 사나워졌다.

“전부 죽여라! 나가라!”

“죽여라!!!!!”

벙천화극을 손에 든 장군이 외치자, 장군들이 기세등등하여 돌격했다.

고공에서 사람들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몽태는 눈을 부릅떴다.

저걸 어떻게 막아?

천군만마는 강했다. 그들은 달려드는 모두를 진압해 버렸고, 운수들을 짓밟았다.

“막아라! 전부 중간으로 돌격해!!”

몽태가 악을 썼다.

날카로운 칼들이 운수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쿵!

방천화극이 몽태가 탄 용을 찔렀다.

크아아아앙!

용이 거대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날카로운 칼들이 하나둘씩 박히면서 몽태가 탄 용 역시 여기저기 상처를 입었다.

“고해! 이 개 같은 놈!”

몽태의 표정이 악귀처럼 변했다.

하지만 대군의 파괴력은 너무나도 강했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

“막아! 막으란 말이다!”

구공자 역시 고함을 질렀다.

“모두 죽여 버려라!”

방천화극을 든 장군이 흉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두두두두!

히히히힝!

천군만마가 울부짖으며 원주민 대군을 향해 쇄도했다.

구공자는 눈을 치켜뜨고 고해를 응시했다.

구두사가 울부짖더니, 그중 뱀 대가리 하나가 입을 벌리고 고해를 향해 뻗어갔다.

고해만 죽이면 이길 수 있었다.

고해의 장군도 눈을 부릅뜨고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휘아아앙!

“역발산혜기개세(力拔山兮氣蓋世)!”

방천화극이 사납게 울부짖었다.

서걱!

거대한 뱀 대가리 하나가 장군의 방천화극에 맞아 순식간에 날아갔다.

“뭐, 뭐지?”

구공자가 깜짝 놀라 눈을 홉떴다.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머리 하나가 잘렸다.

‘한 방에 무너졌어!’

천군만마가 머리가 여덟 개 달린 뱀을 향해 내달렸다.

뱀들이 꼬리를 흔들며 장군 병마를 쓸어버리려 했다. 그러나 촘촘하게 군진을 형성한 군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미친 듯이 달렸다.

“모조리 죽여라!”

장군들은 사나웠다. 다른 장수들도 흉악했다. 한 장수가 쓰러지면 수백 명의 장수들이 달려들었다.

머리가 여덟 개 달린 뱀의 상처도 점점 더 많아졌다.

퍽!

뱀 대가리 하나가 또 날아갔다.

이제는 머리가 일곱 개밖에 남지 않았다.

“이럴 순 없어! 고해! 이 악마 같은 놈!!!”

구공자가 분노해서 고함을 질렀다.

천군만마가 싸우면서 순식간에 승부가 갈렸다.

연합군의 힘도 컸으나 천군만마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천군만마는 달리면서 진압하고 쓸어버리며 백반도수 주변에 이르렀다.

수많은 사람이 마치 비가 내리듯 쏟아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구역을 지키던 수많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추락했다.

천군만마는 순식간에 백반도수 주변을 포위했다.

수천 마리에 가까운 운수가 어느덧 삼백 마리도 남지 않았다. 운수들은 몸에 상처를 안고 한쪽으로 물러나 멍하니 전장을 바라보았다.

만장 높이에서 추락한 사람들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었다.

구두사도 어느덧 머리가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몽태의 용 역시 꼬리가 잘린 채 한쪽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고선무와 진천산은 일찌감치 물러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혹하여 차마 볼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쓸쓸하게 도망쳤다.

몽태의 마음에도 상처가 났다. 그렇게 많은 꼼수를 두었음에도 마지막에는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해…….”

몽태의 답답한 마음속에 증오가 쌓였다.

“고해!!!”

상처투성이가 된 구공자 역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악을 썼다.

결국 천군만마가 백반도수를 점령했다.

형편없이 당한 운수들은 숨을 죽이고 눈이 충혈된 채 천군만마를 쳐다보았다.

모두가 고해를 응시하면서 아무런 말도 못 했다.

* * *

대장로와 영생대사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고해.”

대장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구공자가 아홉째 맞지요? 실망이 크군요.”

영생대사가 말했다.

대장로는 침묵만 지킬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뒤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르게 달려왔다.

“대장로님! 백반도수가 외부인에 의해 점령되었습니다!”

“우리가 나갑시다!”

“대장로님, 백반도수는 우리 혁천각의 유일한 수주(壽株)입니다.”

모두가 초조한 표정이었다.

이런저런 보물에 이어 백반도수까지 빼앗기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거기에 대장로까지 나서지 못하게 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하늘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키던 대장로가 냉랭하게 말했다.

“구공자가 백반도수를 잃었으니 직접 찾아오라고 해!”

직접 나서지는 않겠다는 말.

장로들은 재차 사정하듯 말했다.

“대장로님, 백반도수입니다. 우리의……!”

“됐네! 그만 가서 일들 보게!”

대장로가 말했다.

장로들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하늘에 있는 고해를 올려다보았다.

“엇? 고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영생대사가 놀란 듯 말했다.

* * *

대명왕신과 흑포를 입은 자들은 하늘을 응시했다.

“정말 닮았군요. 대명왕신 님, 저 품속에 있는 사람이 와후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곧 죽을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떡할까요? 나설까요?”

“대명왕신 님…….”

흑포를 입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말하며 대명왕신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대명왕신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 입 다물어!”

모두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흑포를 입은 자들이 고개를 숙이는데도 대명왕신은 하늘만 응시했다.

순간, 고해의 행동에 흑포를 걸친 자들이 경악했다.

“엇? 뭐 하고 있는 거지?”

* * *

몽태, 구공자 등 패자들은 증오의 눈빛으로 고해를 노려보았다. 고해가 백반도수를 점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한순간 몽태는 화들짝 놀랐다.

“뭐야? 고해, 미친 거야? 지금 뭐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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