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81화 (81/243)

81화 겁먹게 하다

고해는 싸늘한 눈빛으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고해가 움직이지 않아도 삼천여 명의 악인들이 수련자들과 맞붙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삼천여 명의 악인들은 거대한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순식간에 싸움이 붙었다.

악인들의 전투력은 일대 십도 문제없었다.

이들의 용맹함과 잔인함이 폭발하면서 수련자들은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쿵!

단 한 차례의 싸움이었는데 벌써 수백 병의 수련자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맨 처음에 소리 지르며 달려오던 수련자는 악인 네 명의 손에 사지가 잡혔다.

악인들이 강력한 힘으로 사지를 당기더니 피가 사방에 튀면서 사지가 찢겨나갔다.

찌이이익!

앞으로 돌진하려던 수련자들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너무 잔혹한 싸움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은 싸움에 참여할 생각조차 없었다.

그들은 전투를 바라보며 기회를 노렸다.

전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주변은 고요해져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고해가 싸늘하게 웃었다.

착!

고해가 옥함을 닫았다.

옥함을 닫는 소리가 마치 수련자들을 비웃는 소리 같았다.

고해는 수련자들을 쭈욱 훑어보았다.

고해의 눈빛에 압도당한 수련자들은 이 순간만큼은 고해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심지어 한 걸음 물러섰다.

“보아하니 가져갈 수 없을 것 같구나!”

고해는 싸늘하게 웃더니 이내 옥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수련자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해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고해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가 대봉방을 관리한다! 원형 격투장을 삼 일 뒤부터 개장할 것이니, 도박에 참여할 사람들은 돈을 들고 와라!”

“뭐?”

거의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련자들은 고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고해가 한동안은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 당연히 여기에 있어야지! 조금 전에는 개개인이 달려들면서 실패했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금반도를 빼앗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 고해가 도파를 보며 지시를 내렸다.

“도파! 현부를 데리고 가서 대풍장 부하들의 얼굴에 가면을 씌우고 능력을 봉인하여 악인곡에 가두거라! 악인곡을 새롭게 부활시키고, 삼 일 뒤에는 원형 격투장을 개장할 것이다!”

“예! 대인!”

도파가 흥분하여 대답했다.

현부에 소속된 악인들이 거대한 함성을 질렀다.

뭐야? 반대로 된 거야? 엊그제까지 여기에 갇혀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부터 입장이 바뀐다고?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이보다 시원한 복수가 또 어디에 있을까!

원수를 죽이는 것보다 더 통쾌했다!

그래, 우리가 당했던 걸 그대로 갚아주마!

악인들은 함성을 지르며 삼 일 뒤에 있을 혈투를 기대했다.

고해가 이번에는 진천산에게 명령을 내렸다.

“진천산, 지부를 데리고 가서 원형 격투장을 복구하라! 삼 일 뒤에 개장할 거다!”

“예!”

지부에 소속된 모든 악인들이 환호했다.

“고선무, 천부를 데리고 가서 대봉방을 수색해라! 반드시 구석구석 전부 수색해야 한다! 이틀 뒤에 저울로 분배할 것이다!”

“예, 대인!”

와아아아아!

악인들이 흥분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저울로 분배한다는 말은 악인들에게 봉급을 준다는 말이었다.

지금도 고해에게 충성하고 있는데, 만약 영석까지 준다면 악인들의 적극성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고해는 고개를 돌려 몽태와 풍령을 바라보았다.

“몽 타주님, 풍령과 함께 대봉방에서 치료부터 하시지요?”

고해가 정중하게 말했다.

몽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대봉방은 자신이 키웠지 않은가. 그런데 마치 고해가 주인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해와 다투지 않았다.

“그것도 좋겠군.”

몽태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몽태는 고개를 돌려 멀리 않은 곳에 있는 식물인간 이위를 보면서 말했다.

“고 타주! 이제 가면도 풀었으니 저 식물인간 이위도 살아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

몽태의 품 안에 있던 풍령이 갑자기 바들바들 떨었다.

고해는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몽 타주님, 이위는 몽 타주님이 아니라 내가 때려눕힌 겁니다.”

몽태가 눈살을 찌푸렸다.

고해의 말은,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판단한다는 뜻이었다.

몽태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하! 하하하! 고 타주! 역시 대단한 영웅이야!”

고해가 그를 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피차일반입니다. 아! 몽 타주님이 여기 감옥에 갇혔던 이십 년 동안 일품당 토타에 또 한 명의 몽태 타주가 생겼습니다.”

“뭐? 또 다른 몽태? 하! 정예 할망구가 꾸민 짓일 게야. 알려줘서 고맙네. 내가 직접 해결하지. 그 사람은 고 타주를 귀찮게 하지 않았나?”

고해는 고개를 젓다가, 몽태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조금 귀찮게 했지요. 그런데 그 몽태가 음모를 꾸미고 있어서 제가 죽여버렸습니다.”

몽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고해의 말속에 뼈가 들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하하! 잘했네!”

몽태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고해도 미소를 짓고는, 진천산을 돌아보며 말했다.

“진천산, 원형 격투장을 복구하는 데 몽 타주님의 도움이 필요할 거다. 차라리 몽 타주님을 원형 격투장 근처에 모셔라.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몽 타주님께 물어보고.”

고해의 말은, 몽 타주를 대봉방 거주 구역에 들이지 말라는 뜻이었다.

몽태는 짜증 섞인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이내 자신의 상처를 보면서 화를 식혔다.

몽태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겠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해가 웃으며 인사하고는, 고개를 돌려 식물인간 이위를 보더니, 이내 상관흔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위를 데려가라!”

“예!”

고해의 명령에 모든 악인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수련자들은 악인들이 오가는 걸 보고도 달려들지 않았다.

대신 고해의 거들먹거리는 행동을 보며 속으로 엄청난 욕을 해댔다.

* * *

원형 격투장 밖에 있던 수련자들이 고해를 둘러싸고 있었으나 일부 수련자들은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런 자들 중에는 구공자와 그의 부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콜록, 콜록콜록!”

구공자는 입을 가리고 기침만 해댔다.

“구공자님, 고해가 미친 거 아닙니까? 사람들 앞에서 금반도를 꺼내다니요! 금반도가 없다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한 부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허! 네가 뭘 알아!”

구공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네?”

“너는 금반도만 보고 그의 속뜻은 모르고 있구나. 고해가 금반도를 꺼내든 원인은 구오도 수련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함이다. 고해는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고수야, 고수! 콜록콜록!”

구공자는 입을 막고 기침을 했다.

“네? 구오도 수련자들이 무슨 쓸모라도 있는 것입니까? 구공자님, 소인이 잘 모르겠습니다.”

“고해는 자기 가족을 지키려고 그래. 혹은 그의 두 의붓아들, 고진과 고한을 보호하려고 그러는 걸 수도 있고.”

“네?”

“고해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자, 고부를 지키던 수련자들도 인내심이 바닥까지 떨어졌을 거다. 그러나 금반도를 봤으니 인내심을 되찾았겠지.

그들은 고해가 스스로 덫에 걸리기를 바라고 있어. 그런데 그런 기회를 얻으려면 고진과 고해를 해치기보다는 보호해 줘야 하는 거지. 고해가 금반도를 들고 덫에 걸릴 때까지 말이야. 이제 이해가 가느냐?”

“고진과 고해를 보호하려고 금반도를 보여줬단 말이지요?”

“저기 서 있는 수련자들도 금반도를 욕심내고 있으나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있잖느냐. 수련자들도 말 몇 마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자야.”

“구공자님, 우리가 나설까요?”

구공자는 머리를 저었다.

“기억해라. 난 여기에 온 적이 없다. 아, 근처에 낙천가가 있지? 네가 그곳에 가서 알리거라. 낙천가에서 누가 나서나 봐야겠다.”

“예!”

* * *

고해는 악인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근처에 있던 수련자들은 닭 쫓던 개가 된 듯 고해를 바라보기만 했다.

악인들 중에서 고해가 가장 믿는 사람은 고선무였다.

고선무는 맡은 일을 똑 부러지게 잘했다.

그는 먼저 대봉방 부하들을 심문했다.

그런 한편으로는 사람을 파견하여 그 누구도 대봉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런 후에야 전면적으로 여기저기 수색했다.

상관흔이 이끄는 황부는 줄곧 고해를 따라다녔다.

상관흔은 식물인간 이위의 몸에서 반지 하나를 찾았다.

“이건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이 있는 반지 아닌가?”

“네, 대인. 반지 안에 일장 크기의 공간이 있는데, 그다지 좋은 반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이틀 안에 공간에 있는 물건을 빼내도록 하겠습니다.”

상관흔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래? 알았다. 그럼 네가 해봐.”

고해는 상관흔의 청을 순순히 허락했다.

저녁이 되어서야 고해와 사대 부장이 한곳에 모였다.

그들이 모인 곳은 이위가 살고 있던 용귀전(龍龜殿)이었다.

용귀전 밖에는 한 무리의 악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고, 고해는 고선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인, 물건들은 전부 옆 대전에 보관했습니다. 대봉방 부하들이 그러는데, 거기가 바로 이위의 보물 창고라고 합니다.”

“뭐?”

드르르륵!

고선무가 제어 장치를 돌리니, 모서리에 있던 작은 문이 열렸다.

그 작은 문은 지하로 통하는 문 같아 보였다.

고해와 사대 부장은 서로 마주 보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지하에 도착하니 야광주들이 밝게 비추었다.

“아니 이건! 산 전체를 깎아서 만들었나?”

도파가 신기해하며 말했다.

“동굴 내부에 진법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외부인의 출입을 막으려고 그런 거겠지요?”

상관흔도 놀란 듯 말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영석이 있다니!”

진천산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거대한 지하 동굴에 수많은 영석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어찌나 많은지 멀리서 보면 작은 산을 연상케 했다.

고해는 자신감에 찬 웃음을 지었다.

“역시!”

고선무가 웃으면서 말했다.

“대인의 생각이 맞았습니다. 대봉방 재화는 밖으로 바치고도 남을 것입니다!”

“영석이 이렇게 많으니 진을 쳐보자!”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모두가 고해를 바라보았다.

“진을 친다고요?”

“맞아. 저번 선천잔국계에 있던 영천을 기억하느냐? 여기에 거대한 영천을 쳐야겠어. 우리 부하들이 악인곡에 있으면서 몸도 제대고 가누지 못했을 텐데, 먼저 몸부터 치료해야지!!”

“예, 대인!”

고선무가 대답했다.

“영천?”

도파와 상관흔은 화들짝 놀란 기색이었다.

진천산이 펄쩍 뛰며 말했다.

“그,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영석을 써야 합니까?”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하! 쓸 만큼 쓰지 뭐!”

그러고는 지시를 내렸다.

“오늘 진을 쳐야 한다. 너희들이 번갈아가면서 진을 치도록 해라. 반드시 오늘 안에 끝내야 한다. 곧 재밌는 그림을 보게 될 거야!”

“예!”

모두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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