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82화 (82/243)

82화 대봉방 수색

“진천산, 몽태 쪽은 어떠냐?”

“아! 몽태요? 별다른 반응은 없습니다. 저도 몽태와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 지난 몇 년 동안 풍령이 고생을 많이 해서 잘 보살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진천산, 설마 우리의 지금 상황과 선천잔국계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몽태한테 말했느냐?”

“어…… 말하면 안 되는 것입니까? 저도 전부는 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몽태가 물어보니까 그냥 말한 것뿐…….”

진천산이 우물쭈물 말하자, 옆에 있던 상관흔이 머리를 저었다.

“몽태가 물어봤다고요? 진 부장님도 참. 몽태를 너무 얕잡아 보셨습니다. 몽태가 물어보는 이유는 진 부장님을 떠보기 위한 것입니다.”

“설마?”

고해가 손을 들어서 말을 막았다.

“됐다! 무슨 비밀도 아니고. 어차피 몽태 정도라면 우리 말고도 알아볼 사람이 많아.”

“대인, 우리가 몽태에 대해 너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요? 몽태의 말을 들어보니 사랑하는 풍령 때문에 이십 년이나 갇혀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을 우리가 너무……?”

진천산의 말에 고해는 피식, 실소를 지었다.

“몽태가 감정적이라고? 허! 몽태의 능력은 나도 인정해. 그렇지만 그가 감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네? 아닙니까?”

“감정적인 사람이 가족까지 죽이겠느냐? 그는 자신의 앞날을 위해 함께 자라온 월요를 죽였다. 너는 너의 미래를 위해 가족도 죽이느냐?”

“네? 저……!”

진천산의 표정이 굳어졌다.

고해가 몽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몽태 그 사람, 연기파다. 내가 악인곡에 가기 전까지 힘이 없는 척 거의 죽어가는 시늉을 하고 있었어. 그런데 우리가 악인곡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는데도 이위를 상대했지.”

“설마요?”

“설마는 없다. 토타주는 내 동료이기도 해. 나를 해치지 않는 이상 나도 별다른 감정은 없다. 그러나 내가 몽태에게 자유를 가져다주는 대신 그는 우리한테 가면을 벗을 법을 알려주기로 했어. 그런데 몽태는 애초부터 우리의 가면에는 관심도 없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믿는단 말이냐?”

“네?”

진천산이 깜짝 놀랐다.

고선무도 한마디 했다.

“진 부장님, 몽태는 쉬운 자가 아닙니다. 몽태는 생각이 많고 꼼수를 많이 부리는 사람이니, 너무 가까이하지는 마십시오. 어쩌면 불쌍한 척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불쌍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이를 갈고 있을 겁니다.”

옆에 있던 도파와 상관흔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알겠습니다. 제가 주의하겠습니다.”

진천산이 머리를 끄덕거렸다.

“대인, 그럼 저의 영패는 어떻게 할까요?”

고선무가 고해를 보면서 물었다.

가짜 몽태에게 받은 일품당 증표 토타주 영패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해가 말했다.

“네가 가지고 있거라!”

“네? 그렇지만…… 만약 일품당에 발각되기라고 한다며……?”

진천산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지만, 고선무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알면 또 뭐가 어떻습니까? 몽태 스스로 잃어버린 물건을 우리가 찾아줄 의무는 없잖습니까? 하물며 우리가 찾은 물건을 왜 아무런 대가 없어 돌려줘야 합니까? 대인께서 그러라고 하셨으니 제가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그때 고해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몽태가 뭔가 모르게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네?”

다들 의아해했다.

그런데 상관흔은 고해의 말에 즉각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맞습니다. 대인, 뭔가 수상합니다!”

도파와 진천산이 상관흔을 바라보았다.

상관흔이 자신이 본 의문점을 말했다.

“정상적인 몽태라면 풍령을 데리고 대봉방을 떠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뭔가 냄새가 납니다.”

“대봉방에 몽태가 욕심내는 물건이 있을까요?”

고선무가 진지하게 물었다.

도파가 말했다.

“이위의 목숨일지도 모르지.”

고해가 잠시 생각해 보고는 지시를 내렸다.

“몽태를 잘 감시해라. 이위를 지켜야 한다.”

“예, 대인!”

고해는 그쯤에서 화제를 돌렸다.

“그 일은 이쯤하고, 진을 칠 사람부터 선발해라. 내가 도안을 줄 테니, 그 도안에 따라 영석으로 진을 쳐야 한다. 반드시 대봉방 전체를 덮어야 한다.”

“예!”

모두가 힘차게 대답했다.

어제만 해도 악인곡의 비참한 신세였다.

하지만 이제는 대봉방의 주인이 되지 않았는가.

다시 남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 * *

고해의 위치가 폭로되면서 수련자들은 도박보다 고해한테 더 관심을 두었다.

대봉방 여기저기서 악인들이 경비를 서며 그 누구도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게 했다.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아! 고해만 있으면 돼!

수련자들끼리도 음모를 계획했다.

대봉방 근처에서 수련자들이 감시하고 있었으나, 고해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 산에는 수련자 몇 명이 숨어 있었다.

그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칼을 들고 있는 악인들을 응시했다.

“뭔가 있어?”

새로 온 듯한 사람이 물어보았다.

“없습니다. 저 악인들이 워낙 경비를 강화하고 있어서 가까이 가지도 못합니다. 저들은 처음부터 우리를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한 사람이 미간을 찌푸렸다.

“고해는 나오지도 않고, 도대체 안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어? 저기 보세요!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뭐?”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뭐야? 갑자기 어디서 구름이 저렇게 많이 몰려오는 거지?”

“마른하늘에 웬 구름? 뭐야? 대봉방 전체를 가리는 것 같은데?”

“진이야! 저건 진법이라고!”

감시자들도 아연실색했다.

저 멀리에 있던 악인들이 구름에 가려졌다.

“고해가 친 진이야! 고해의 진이 맞아! 나올 생각이 없는 거야!”

“아니지! 아니야! 선천잔국계 기억나? 그때도 고해가 친 진에 당했잖아! 고해가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도망갔잖아?”

“고해가 이번에 또……?”

“얼른 가서 통보해! 고해가 도망가지 못하게 잘 감시하고 있으라고 말해!”

“얼른! 얼른 사람들에게 알려!”

밖에 있던 수련자들의 행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일부 수련자들은 슬금슬금 구름 쪽으로 다가갔다.

구름 속에 들어서는 순간!

스윽!

구름 속에서 거대한 칼의 기운이 나타났다.

으악!

비명 소리가 나더니, 수련자의 몸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났다.

“으아!”

“으아악!”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겨우 빠져나온 수련자들은 전부 팔이 찢어지거나 다리가 끊어진 부상을 입었다.

경상을 입은 수련자도 가슴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천도생사국이야!”

“뭐? 천도생사국?”

“고해가 선천잔국계에서 천도생사국을 배웠어. 그 천도생사국을 대봉방에 깔았어!”

수련자들은 안색이 새파래졌다.

천도생사국 때문에 움직일 수도 없었다.

원형 격투장 근처의 방 안에 있던 몽태는 풍령을 만지고 있었다.

그러다 눈을 크게 뜨고는, 순식간에 들이닥친 구름 대진을 바라보았다.

“고해! 담도 크구나! 그러나 곧 무리 지어 들이닥칠 사람들을 맞이해야 할 것이야!”

몽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산봉우리 위에서도 구름이 보였다.

“구공자님. 고해가 만든 천도생사국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대봉방 전체를 전부 덮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많은 변화를 주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한 부하가 물어보았다.

구공자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해가 설치한 진법은 영석으로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선천잔국계에서 만든 진법은 각주님의 영보(靈寶)로 만든 것이지. 전혀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어.

고해가 친 진법은 기껏해야 금단경이나 막을 수 있고, 원영경은 막지도 못해. 아마 원영경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걸? 우린 낙천가가 오기만 기다리자!”

“네!”

* * *

천도생사국 대진 내부.

원형 격투장과 악인곡을 지키는 악인들을 제외하고 전부 용귀전 앞에 모였다.

용귀전 옆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있었고, 그 안에는 수십만 개의 영석이 깔려 있었다.

그렇게 많은 영석을 본 악인들은 깜짝 놀랐다.

영석은 마치 하나의 진법처럼 배열되어 있었으며, 연못에서는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 이건 영천? 어떻게 이럴 수가?”

“영천 맞아! 하! 예전에 이육섬에서 보기만 했지, 직접 들어갈 기회가 없었는데…….”

“영천? 하늘과 땅이 만나서 생기는 거 아니야? 이렇게 큰 구멍은 지금 막 파낸 거잖아?”

“영석으로 친 진법?”

“언제 들어갈 수 있지?”

한 무리의 악인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거대한 웅덩이를 바라보았다.

얼른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꾸욱 참고 있었다.

“진 부장님, 저희 들어가도 됩니까?”

한 무리의 악인들은 맨 앞에 서 있는 진천산을 보며 말했다.

“대인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셨으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진천산이 말했다.

“진 부장님, 이건 영천입니까?”

사람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진천산은 자신 있게 말했다.

“당연히 영천이지! 대인께서 너희들을 위해 큰 대가를 감수했다.”

“정말로 영천이란 말입니까?”

“이렇게 많은 영석이 있다니! 얼른 들어가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조바심을 냈다.

진천산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전부 듣거라! 대인께서 대봉방에서 찾은 물건들을 전부 분배해서 나눠준다고 했다. 다만 사람마다 중품 영석 한 개만 받을 수 있을 것이야!

나머지 영석은 전부 연못에 넣었거나 진을 치는 데 사용하셨다. 대인께서 너희들의 몸을 위해 각별히 준비한 것이니 감사히 여기도록 하거라! 대인께서 너희들의 몸이 첫째라고 하셨다!”

“중품 영석이 있으면 뭐 합니까? 전부 영천에 넣읍시다!”

한 악인이 소리쳤다.

“맞습니다. 영천에 넣어서 상처를 치료합시다!”

다른 악인들도 맞장구를 쳤다.

진천산이 그들을 진정시켰다.

“이건 대인의 결정이다! 함부로 나대지 마라!”

“아, 네!”

악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인들은 고해의 비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 선천경 수련자가 어떻게 이런 진법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영천이 있다고?

악인들은 사람 손으로 만든 영천은 처음 보았다.

악인들은 점점 더 고해를 공경하면서도 무서워했다.

“진 부장님, 언제쯤 들어갈 수 있습니까?”

한 악인이 소리 높이 외쳤다.

진천산이 말했다.

“대인께서 곧 오시니까 조급해하지 마라!”

악인들은 연못을 빤히 쳐다보며 고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 시간, 고해는 옆에 있는 구석진 대전에 있었다.

고해, 고선무, 도파, 상관흔과 한 악인이 식물인간이 된 이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위의 머리카락은 모조리 싹 다 잘린 상태였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위의 머리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발견했어?”

고해가 악인한테 물어보았다.

“소인은 예전에 오작(仵作:검시관)이었습니다. 인체에 있는 잡티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대인께서 이위를 지키라고 하셔서 제가 이위의 몸을 검사하던 중 머리에 문신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머리카락을 조금씩 자르다 보니 이 모양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도파가 그 문양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모란화? 모란화치곤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흰색 모란화는 그렇다 쳐도, 완전하게 핀 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선무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란화 문신이 머리에 있는 건 둘째치고, 왜 풍령의 머리에도 모란화 문신이 있냔 말입니다.”

“이위? 풍령?”

고해가 두 눈을 좁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