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청하종 진입
송생평의 표정이 굳더니, 이내 방천화극과 맞섰다.
쾅!
송생평의 칼과 방천화득이 부딪쳤다.
거대한 소리가 울리면서 송생평의 검이 산산조각 나고, 방천화극이 송생평을 향해 날아왔다.
“안 돼!”
안색이 굳어진 송생평이 뒤로 물러섰다.
“찢어버려!”
송생평의 소매가 잘려 나가고, 팔뚝에 커다란 상처가 그어져 피를 뚝뚝 흘렸다.
송생평이 뒤로 물러나 흉악하게 말했다.
“흥! 고해! 영석을 빌렸다더니 충분할지 모르겠구나! 부혈이 그러던데, 송갑종에서도 엄청난 양의 영석을 썼다면서? 와하하하! 영석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겠다!”
주변에 있던 송갑종 제자들과 청하종 배신자들이 몰려들었다.
대진 안에서 고해가 차갑게 다그쳤다.
“송생평! 네 무덤을 네가 파는구나! 감히 우리 청하종을 건드리다니! 오늘 일품당의 이름으로 네 목을 따러 왔다!”
송생평이 냉랭히 말하며 대소를 터트렸다.
“흥! 어디 한번 와봐라! 와하하하! 움직이지 못하겠지? 너의 대진은 움직일 수 있더냐? 움직이지도 못하지? 크하하하!”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은 움직일 수 없었다. 영석을 전부 소모하는 날이면 고해의 목숨도 날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휘이잉!
구름 대진이 흔들리더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송갑종 제자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종주님, 대진이 움직이기도 합니까?”
“움직인다! 정말로 대진이 움직여!”
송생평도 화들짝 놀랐다.
움직인다고? 그럴 리가?
부혈이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은 움직일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러나 대진은 한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삼천여 명의 악인들이 부채형으로 진형을 짜고 자신의 진기를 전부 맨 앞에 있는 고해에게 전해주었다.
고해는 손을 내밀어 무수히 많은 구름과 안개를 만들었다.
동시에 열댓 명의 악인들이 바닥에 널려 있는 영석을 수거했다.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이 물러나고 지금은 천도생사국이었다.
고해 일행은 용완청이 살던 곳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가는 길 내내 송갑종의 괴물 제자들은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송생평은 몇 번이고 대진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번번이 멈춰 섰다.
방천화극의 위력에 놀란 그는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움직이는 거야? 이십팔 친지종횡대진이 왜 움직이는 거냔 말이다!!!”
송생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동안에도 대진은 산봉우리를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송생평과 팔백여 명의 제자들은 구름 대진을 보면서도 여전히 나서지 못했다.
고해가 움직이는 것을 그들은 멍하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영석이 언제 없어지는 거야?
“종주님, 저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놈들이 저기로 가고 있습니다!”
한 제자가 소리쳤다.
송생평의 표정이 급변했다.
아니, 저기는 용완청이 살던 곳 아닌가? 청하종에서 집중 수색하던 곳인데……?
설마…… 설마 고해가 유년대사를 만나려는 것인가?
고해가 온 목적이 유년대사를 불러내기 위함이라면……?
송생평은 이를 갈았다.
“맞아! 확실해!”
그는 유년대사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용완청과의 대화를 엿들을 때마다 유년대사에게 발각되었으니까.
그래서 대략적으로 짐작만 하고 있던 터였다.
다만 확실한 건, 전대 당주가 딸을 맡길 정도로 그에게 무서운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고해를 막아야 한다.
‘잠깐! 아니지! 그래! 그거야!’
송생평이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더니 휙 몸을 날렸다.
송생평이 저 멀리 날아가더니 이내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진천산이 그걸 보고 소리쳤다.
“대인, 송생평이 사라졌습니다!”
고해가 다급히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당주가 살던 곳부터 가라!”
“예!”
고해 일행은 더욱 빠르게 용완청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한편, 송생평은 몇몇 제자들과 함께 고해를 지나 용완청이 살던 곳으로 날아갔다.
“묶어라! 티 안 나게 묶어!”
“네!”
한 무리의 제자들이 한 남자를 쇠사슬로 형벌대에 묶었다. 그 남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청하종주였다.
청하종주는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송생평이 그런 청하종주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이청하. 자네는 이미 우리와 한배를 탔네. 더 이상 꾸물거리지 말게나. 이제 갈 곳도 없잖아?!”
청하종주 이청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도 알고 있다. 네놈 때문에 사람이 사람 같지도 않게 됐지!”
어리석은 자신 때문에 청하종이 망했다.
용맥을 욕심 부리지만 않았어도 이리 되지는 않았을 텐데!
저 욕심 많은 송생평을 믿은 것도 잘못이었다.
강한 힘을 얻겠다고 저런 흉악무도한 놈과 손을 잡다니!
저런 놈을 믿고 용맥을 욕심부려 일풍당주를 배신하다니!
한순간의 판단 실수로 청하종이 망하고, 자신도 참담한 지경이 되었다. 송갑종의 제자들처럼 괴물이 된 것이다.
거기다 제자들을 괴물의 먹이가 되게 했으니 이 죄를 어찌 다 갚을 수 있단 말인가!
이청하는 송생평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송생평! 너도 좋은 꼴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송생평은 조소를 지었다.
“사람을 먹을 때엔 왜 가만히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청하. 당신도 사람을 먹는 괴물로 변했어. 부혈이 자네를 괴물로 만들어줬으니, 이제부터 부혈이 바로 자네의 시조님이시지.”
“…….”
“크크크, 시조님이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한다고! 알아? 일품당에 충성해서 무슨 의미가 더 있겠나?”
“이…….”
송생평은 이청하가 이만 갈 뿐 별말을 못 하자, 나직이 말했다.
“조금 있다가 고해가 올 것이야. 여기에 묶인 척하고 있다가…… 그런 다음에…… 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살고 싶으면 시킨 대로 해.”
이청하는 송생평을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죽는 게 두려웠다.
무슨 짓이든 해서라도 살고 싶었다.
그런데 거부하면 송생평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아, 알았다. 그렇게 하지.”
결국 이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송생평의 요구를 힘없이 받아들였다.
‘겁쟁이 같은 놈.’
송생평이 차갑게 웃으며 돌아서자, 한 제자가 나직이 물었다.
“종주님, 고해가 온다는데, 별일 없겠지요?”
송생평이 냉랭한 목소리로 답했다.
“부혈의 예측이 맞았어. 고해가 송갑종에 가서 유년대사를 찾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 확실해.”
송생평이 이청하를 향해 조소를 짓고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됐다. 고해가 올 때가 되었다. 그만 가자.”
슝!
송생평은 제자들을 데리고 빠르게 날아갔다.
이청하는 형벌대에 묶인 채 초췌한 모습으로 혼미상태에 빠져들었다.
* * *
고해 일행은 안개에 휩싸여 빠르게 산봉우리에 도착했다.
주변에 머물고 있던 송생평과 괴물 제자들이 그 광경을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구름 대진을 발견한 이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대인, 도착했습니다!”
진천산이 말했다.
고해가 상관흔을 불렀다.
“상관흔.”
“예!”
“시작해.”
열댓 명의 악인들이 나오더니, 고해가 알려준 방법에 따라 남은 영석으로 진을 배치했다.
구름으로 뒤덮인 상황에서 또다시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을 배치했다.
고해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대진이 완성되자 말했다.
“됐다!”
악인들이 손을 뗐다.
순간 구름이 빠르게 물러갔다.
구름이 물러가자, 송생평의 제자들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으악!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이 아니다!”
“설마 천도생사국?”
한 무리의 송생평 제자들이 그 진을 알아봤다. 대봉방에서 이위를 잡을 때도 똑같은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고해! 감히 나를 속여?”
송생평이 눈을 부릅뜨면서 칼을 들고 달려왔다.
고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까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맞아!”
쾅!
순간, 평지에서 하얀 구름이 휘몰아치면서 산봉우리 전체를 뒤덮었다.
“놈을 막아라!!!”
쿠오오오!
하얀 구름 사이에서 나타난 항우가 울부짖었다.
스윽!
방천화극이 또 나타났다.
쾅!
송생평의 칼이 순식간에 잘려 나갔다.
겁에 질린 송생평은 뒤로 물러선 후 옆으로 피했다.
분노한 송생평이 악을 썼다.
“고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한 무리의 악인들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크게 웃었다.
악인들은 고해를 점점 더 존경하게 되었고, 고해가 못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고해가 악인들을 재촉했다.
“빨리 그 돌을 찾아!”
“예!”
“찾아라!”
삼천여 명의 악인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고해도 용완청이 살던 곳으로 향했다.
고선무 역시 용완청의 하인한테서 정보를 얻었으나, 돌의 모양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한 터였다.
악인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뭔가가 있을 법한 돌을 찾아다녔다.
어느 순간, 진천산이 환호했다.
“엇? 종주님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형벌대에 혼미한 상태의 이청하가 매달려 있었다.
진천산이 그곳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그걸 본 고선무가 다급히 소리쳤다.
“진 부장님, 안 됩니다!”
진천산이 눈을 부릅뜨고 고선무를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야?!”
“대인께서 먼저 돌을 찾고 이청하를 해결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느낌도 심상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너희들이 돌을 찾아, 내가 가보겠다!”
진천산이 소리치며 다시 달려가려 하자, 고선무가 막아섰다.
“선천잔국계를 잊었습니까?”
진천산의 표정이 몇 번이나 변하더니, 이내 고선무의 말을 수긍했다.
고해 일행은 형벌대를 지나 방 구석구석에서 돌을 찾아보았다.
형벌대에 있던 이청하는 이미 혼미상태에서 빠져나온 상태였다. 한데도 일부러 혼미한 척 얼굴을 실룩거리고 있었다.
이청하는 자신이 이렇게 처참하게 변했는데, 그 누구도 다가오지 않는 것을 보고 동정심조차 없는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들은 뭘 찾으러 온 거지?’
그때 도파가 기쁨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찾았습니다. 대인!”
“뭐?”
악인들이 각자 찾던 방에서 뛰쳐나왔다.
도파가 돌을 하나를 들고 고해 앞으로 달려갔다. 그 돌은 검게 생겼는데, 돌에서 은은한 뭔가가 느껴졌다.
상관흔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인, 서두르셔야 합니다. 얼른 유년대사를 소환하십시오. 영석이 거의 소진됐습니다.”
영석이 거의 소진됐다고?
악인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깨버려!”
고해가 외쳤다.
순간, 이청하가 눈을 끔뻑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형벌대가 폭발했다.
쾅!
몸이 풀린 이청하가 도파 손에 있는 돌을 향해 달려왔다.
악인들이 깜짝 놀라서 이청하를 바라보았다.
진천산의 안색도 급변했다.
“종주님?”
“역발산혜기개세!”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고해가 뭔가를 눈치채고 순간적으로 방천화극을 불러냈다.
쿵!
방천화극이 이청하를 가로 베었다.
쾅!
“으악!”
이청하는 아슬아슬하게 방천화극을 피했지만, 오른팔에 깊은 상처를 입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진천산이 그를 보며 소리쳤다.
“종주! 뭐 하는 겁니까?!”
한쪽에서는 진법을 담당한 악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대인, 큰일입니다! 영석들이 깨지고 있습니다!”
팍!
도파가 고해의 명령대로 돌을 부숴버렸다.
위이잉!
허공이 흔들리는 듯했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뭐지?”
고선무의 표정이 변했다.
진천산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없어? 유년대사는? 우리가 속은 거야?”
고해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유년대사께서는 지금 막 소식을 받았을 것이야.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구나.”
악인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대인, 영석이 부족합니다! 어떡할까요?”
이청하가 박장대소했다.
“와하하하! 영석도 없으니 이제 버티는 것도 힘들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