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68화 (151/243)

168화. 금루 분쟁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목 타주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군요. 몽태는 지금 구오도에 있고, 정예는 이호연의 손에 죽었습니다.”

목신풍은 고해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당주님께서 자네를 수타주로 선택했으니 당주님께 실망을 안겨드리지 말게.”

고해는 언짢은 표정으로 목신풍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얼마나 안다고 선배인 척하는 거지?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주님께서도 저를 믿으시고 수타주로 임명하셨습니다. 저의 행동에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목신풍은 고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목신풍, 고해, 그대들은 모두 일품당 식구들이야. 남의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해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주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목신풍도 곧바로 대답했다.

“당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신경 쓰고 보살펴 주겠습니다. 고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게.”

고해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도움이 필요하군요.”

목신풍의 얼굴이 굳어졌다.

빈말이었는데 이를 진짜로 들은 거야?

“응? 뭐? 말해보게!”

고해가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부하들을 좀 데리고 왔습니다. 은월성에서 점포를 열어 자급자족하려고 합니다만, 아직 시장조사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곳 은월성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요. 더구나 아직 수련 정도가 후천경밖에 되지 않아서 걱정이 많이 됩니다. 괜찮으시다면 목 타주님의 부하들과 동행해도 될까요? 저의 부하들을 보호하기만 하면 됩니다.”

목신풍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해를 보며 말했다.

“점포를 연다고?”

고해가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끄덕였다.

“예.”

“그래, 이백 명을 보내주지, 그렇지만 물건 사는 돈은 알아서 하게. 내가 그것까지 해줄 수는 없으니까.”

“돈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목신풍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용완청을 보며 말했다.

“당주님, 수타주와 함께 둘러보시지요. 저는 연습을 하고 있겠습니다. 내일 은월산장에서 열리는 선발전에 참가하려면 아직 연습이 필요해서요.”

용완청도 말리지 않았다.

“그래, 열심히 연습해.”

목신풍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섬에 있는 외곽으로 날아갔다.

용완청은 고해와 이곳저곳 구경을 다녔고, 유년대사는 적절한 시기에 자리를 옮겼다.

은월성의 야경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하늘에 떠 있는 섬에는 달빛이 비쳤고, 사방에 온갖 색의 불이 반짝이고 있었으며, 길거리에서는 은은한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은월성은 음악의 성이었다.

* * *

다음 날, 대한에서 온 관리들은 목타주 부하들의 보호를 받으며 은월성 거리에 나가서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고해 역시 용완청으로부터 은월성에 대해 들으며 용완청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단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목신풍이 은월산장의 선발전에서 돌아왔다.

분노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저 멀리에서 걸어오는 목신풍의 표정만 봐도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고해는 일부러 목신풍과 눈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벌써 아홉 번이다. 아홉 번이나 떨어졌다. 목신풍의 심정은 어떠할까?

용완청도 옅은 숨을 내쉬며 그를 다독였다.

“목 타주, 괜찮아.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거야.”

목신풍은 답답한 표정으로 용완청을 보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 목신풍, 반드시 자격을 얻고 말겠습니다!”

목신풍은 용완청의 위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말속에는 가시가 있었다.

용완청은 어이가 없는 듯 입을 떠억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유년대사가 냉랭하게 말했다.

“목신풍, 자넨 일품당 타주야! 당주님께서 말씀하시는데 그게 무슨 태도인가?”

목신풍은 화를 삼키며 머리를 끄덕였다.

“유년대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소인이 화를 참지 못하고 그만……. 죄송합니다. 그러나 은월산장의 일은 저 개인의 일입니다. 일품당과는 무관합니다.”

용완청과 유년대사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목신풍을 바라보았다.

“뭐?”

그때 하인 하나가 저 멀리에서 뛰어왔다.

“당주님, 은월산장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은월산장에서?”

하인의 뒤에서 청색 옷을 입은 한 남성이 칠현금 모양의 초대장을 들고 들어왔다.

목신풍이 경악하며 말했다.

“그, 그건… 탄금대회 통과 안내문?”

청색 옷을 입은 남자가 용완청을 보면서 말했다.

“어제 장주님께서 일품당 당주님이 은월성에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혹시 용완청 당주님이십니까?”

용완청이 머리를 끄덕이며 도도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네!”

청색 옷을 입은 남자가 초대장을 건네며 말했다.

“장주님께서 용효월 당주님은 생기가 넘치는 분이셨다며 이 초대장을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 일품당은 효월 당주님을 대표하기에 효월 당주님을 그리는 마음으로 이 초대장을 드린다 하셨지요, 당주님께서 갖고 계시다가 일품당 식구 누구든지 보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용완청이 순순히 초대장을 받았다.

“장주님께 고맙다고 전해주게.”

“예,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청색 옷을 입은 남자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용완청은 청의를 입은 남자가 돌아간 후에야 초대장을 보고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목신풍도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왜? 도대체 왜? 난 아홉 번이나 떨어졌는데, 용완청은 이렇게 쉽게 받을 수 있지?

왜? 도대체 왜?

맞아. 내가 은월산장은 내 개인의 일이고, 일품당과는 무관하기에 당주님도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했었지?

이런 멍청한!

옆에 있던 고해는 목신풍의 천변만화하는 표정을 보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용완청이 초대장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고 타주, 당신이 갈래? 나도 거문고는 잘 몰라서.”

순간, 옆에 있던 목신풍이 소리쳤다.

“안 됩니다!”

모두가 목신풍을 바라보았다.

“뭐?”

목신풍은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목신풍이 한동안 고해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고 타주, 자… 자네 칠현금은 좀 켜나?”

고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주님, 목 타주님께 드리지요. 목 타주님께서 저를 도와주셨잖습니까? 하하!”

그 말을 들은 목신풍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용완청이 목신풍을 보더니 이내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고해도 동의했으니 이건 목 타주, 네가 가지거라. 가서 잘해!”

목신풍은 초대장을 받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당주님! 감사합니다!”

용완청이 말했다.

“고 타주한테 고마워해야지!”

목신풍은 고해를 보더니 결국 머리를 숙였다.

“고맙네, 고 타주.”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한 식구인데 서로 도와야지요. 제가 아직 은월성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목신풍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연하지. 내일 오백 명의 부하를 더 보내주지. 시장조사에 도움이 될 거야!”

“감사합니다!”

순간, 저 멀리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타주님, 큰일입니다. 타주님!”

목신풍의 부하가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그 부하가 고해를 보더니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저희…… 저희……!”

목신풍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얼른 말해!”

“고 타주님의 부하들과 함께 시장조사 차원에서 매개 점포에 들어가서 물건을 샀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천하제일 금루에 갔을 때 그곳 사람들의 손에 잡혔지 뭡니까?”

목신풍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왜?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을 한 거야?”

“저희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들이 고 타주님 부하들이 도둑이라면서 붙잡았고, 결국 관부에 넘겼습니다!”

“뭐? 도둑? 저들이 그렇게 생각했단 말이야?”

“왜냐하면, 고 타주님 부하들이 후천경 수련자들인데, 몸에 많은 영석이 있는 걸 보더니 훔친 물건이라고 했습니다!”

“후천경 수련자들이 무슨 영석이 그렇게도 많아? 천하제일 금루에서 뭘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정말로 영석이 많았습니다.”

목신풍이 고해를 보면서 물어보았다.

“설마? 고 타주, 전에 부하들한테 용돈을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고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많이 주지는 않았습니다. 한 사람당 상품 영석 천 개씩만 줬지요. 부족하면 와서 말하라고 했습니다만.”

목신풍은 화들짝 놀라서 눈이 커졌다.

“상품 영석 천 개? 내 연봉과 비슷하군! 후천경한테 상품 영석 천 개를 주고 길거리에 나가라고 했다고?”

고해는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목신풍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후천경 부하 한 명의 용돈이 상품 영석 천 개라니.

이 말을 들은 목신풍과 그의 부하는 자극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후천경 부하들을 보호하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돈을 써야 하잖은가.

그렇지만 대한 관리들이 효월산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부자의 개념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원래는 걸어갈까 선학차를 부를까 고민하고 있던 호위병들이었다.

그러나 한 관리의 말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선학차를 하루 동안 대여하려면 얼마요?”

“중품 영석 한 개네.”

“예? 그렇게 싸다고요? 그럼 선학차 오십 대를 부르시오. 이틀 동안 대여하겠소.”

“뭐?”

“선학차 오십 대를 이틀이나 대여하는 데 상품 영석 한 개라고? 정말 싸구먼!”

그뿐이 아니었다.

“엇? 이 검은?”

“이 검은 화염진법을 새긴 검이오. 이거 한번 보게! 정말 정교하게 만들었잖수?”

“얼마요?”

“중품 영석 한 개요.”

“중품 영석 한 개? 정말 싸군. 그럼 여기에 있는 검을 하나씩 전부 주시오.”

“뭐요?”

“한 자루에 중품 영석 하나라니, 정말 싸구먼!”

“이 단약은 얼마요?”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인데, 중품 영석 한 개요. 아니다, 여러분이 처음 왔으니 일 할 할인해 드리지. 하품 영석 구십 개만 내시오.”

“아니, 이렇게 좋은 단약이 그 가격밖에 안 한단 말이오? 먼저 오백 알을 주시오. 나중에 몸이 아프면 한 알씩 먹으면 되겠네.”

“예?”

“아, 그리고 후천경을 수련할 때 먹는 단약도 오백 알만 주시오!”

목타의 부하들은 그제야 대한의 관리들이 선학차 오십 대를 대여한 목적이 물건을 담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무슨 돈이 그렇게도 많단 말인가?

목타의 부하들은 관리들이 수고한다며 선물을 사주기도 하자 순식간에 친해졌다.

후천경 수련자인 관리들이 이 정도로 부자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점포에 들어간 관리들은 마음에 드는 물건이면 바로바로 구매했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점포의 주인들은 반드시 장부를 보여줘야 했다.

값을 흥정도 안 하고 대량으로 구매하는데 장부 정도 보여주는 것쯤이야 어려울 것도 없었다.

일부 주인들은 곧바로 보여줬다.

간혹 거부하는 점포 주인들도 있었지만, 장부를 보여주지 않으면 물건을 사지 않았다.

이 기절초풍할 대오는 한순간에 거리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가는 길 내내 돈으로 도배했다. 마치 재물신이 왕림한 것처럼 돈을 물 쓰듯 했고, 점포 주인들도 그들을 환영했다.

문제는 천하제일 금루에 들어갔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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