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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70화 (153/243)

170화. 이 거리 제일 금루

고해가 손을 휘젓자 상품 영석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상품 영석이 줄줄 떨어지면서 천하제일 금루의 여기저기로 흘러 들어갔다.

“우와! 저게 뭐야?!!”

“상품 영석? 저게 다 상품 영석이야!”

“맙소사! 영석으로 산이 쌓이고 있어!”

“……!!!”

수련자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뼈 빠지게 일해도 일 년에 겨우 상품 영석 백 개밖에 벌지 못했다.

그런데 상품 영석이 산처럼 쌓이고 있었다.

목신풍은 물론 그의 부하들도 입을 쩌억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엄청난 충격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

폭포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영석을 그들이 언제 또 볼 수 있으랴!

위에 있는 궁수들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손을 벌벌 떨었다.

그 순간, 한 사람이 손을 떨다가 활을 놔버렸다.

쿵쾅!

위에 있는 총지배인 강천익도 화들짝 놀랐다.

몇십만 개의 상품 영석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 많은 영석이 고해한테 있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강천익은 일품당의 총재산도 이보다는 적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천익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 공자님?”

용완청도 조금은 놀란 모양이었고, 유년대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결과를 예측한 것 같았다.

여안은 음침한 얼굴로 아래를 보고 있었다.

고해가 손을 뻗으면서 영석이 흘러내리고 있을 때부터 여안의 표정은 어두웠다.

여안 역시 고해를 하찮은 인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고해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뱉은 말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고해가 칠십만 개의 영석을 꺼내고 있었다.

고해를 모욕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누워서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은 셈이었다.

몇십만 개의 영석 때문에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와르르르르…… 툭.

드디어 칠십만 개의 영석이 전부 쌓였다.

이를 본 수련자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고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 공자의 말씀대로 여기 칠십만 개의 상품 영석입니다. 사람을 시켜서 확인해 보시지요. 이제 저의 부하들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고해의 표정은 덤덤했다. 마치 이 몇십만 개의 영석이 돌이라도 되는 듯했다.

여안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너… 너… 이 후천경을 위해 칠십만 개의 상품 영석을 써?”

고해가 웃으며 말했다.

“이게 여 공자님의 규칙 아닌가요? 설마 뱉은 말을 거두어들이겠다는 건 아니겠지요?”

여안이 냉랭하게 소리쳤다.

“풀어줘라!”

수군수군!

순간, 목타 부하들이 다가가서 칠십 명의 관리들을 데리고 왔다.

여안이 냉랭하게 말했다.

“고해! 하하하! 내가 너를 과소평가했구나.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말거라.”

“후회요? 천만에요! 하하! 이 사람들은 저의 부하들입니다. 제 부하들을 어찌 돈으로 매길 수 있겠습니까?”

“값으로 매길 수 없다고? 흥! 칠십만 개의 영석은 뭐냐? 흥! 다음에 또 와라!”

고해가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지요.”

그러고는 강천익을 보며 말했다.

“아, 강천익 총지배인님.”

강천익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해를 보고 있었다.

“왜 그런가?”

“여기서 가장 좋은 거문고가 어떤 거죠? 영목(靈木)으로 만든 거문고 말고 말입니다.”

수련자들은 망연한 표정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방금 칠십만 개의 상품 영석을 쓰고 또 거문고까지 산다고?

안에 있는 사람들도 고해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강천익이 한쪽에 걸려 있는 칠현금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하제일 금루에는 다양한 거문고가 있다. 물론 거문고, 북, 피리, 통소도 있지. 영목으로 만들지 않은 거문고는 저기 있는 칠현금이다. 칠현금 고수가 음조절까지 해서 더욱 정교한 소리가 들리지. 가격은 중품 영석 백 개다.”

“저건 나도 알아. 그런데 아무도 안 사잖아?”

“맞아, 일반 나무로 만든 거라 가성비도 별로야.”

“비록 고수가 만들었지만 벌써 십 년째 걸려 있어. 너무 비싸거든.”

밖에 있는 수련자들이 수군거렸다.

하지만 고해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중품 영석 백 개요? 비싸지는 않군요. 제가 사지요.”

말을 마치고 중품 영석 백 개를 상품 영석 주변에 올렸다.

강천익은 의아한 눈빛으로 고해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그 칠현금을 고해의 부하에게 넘겨주었다.

고해가 여 공자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긴 여 공자님의 구역이니 이만 가야지요. 또 도둑으로 몰리면 어떡합니까?”

여안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칠십만 개나 되는 상품 영석이 안 아깝느냐?”

고해가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천금이 흩어져도 돈은 돌고 돌게 되어 있습니다. 또 벌면 되지요.”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용완청을 보자, 용완청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품당 부하들은 용완청과 함께 천천히 물러났다.

사람들이 떠나간 후, 여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쨍그랑!

손에 들려 있던 찻잔이 깨져버렸다.

칠십만 개의 상품 영석을 벌었음에도 기분은 무척이나 나빴다.

비록 일품당에 타격을 주긴 했지만, 여전히 어딘가 꽉 막힌 기분이 들었다.

강천익은 밑에 있는 상품 영석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여 공자님이십니다. 이 년 치 돈을 한 번에 벌어들였습니다그려!”

고해 일행은 천하제일 금루를 걸어 나왔다.

수련자들은 하나둘 길을 내주며 신기하단 눈빛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일품당 부하들 역시 고해가 망설이지도 않고 영석을 쏟아붓는 것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관리들이 무릎을 꿇고 죄를 청했다.

“폐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엄벌을 내려주십시오!”

고해는 천하제일 금루 입구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간판을 보고 있었다.

그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일어나거라. 너희들은 잘못이 없다.”

관리들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저희 때문에 칠십만 개의 상품 영석이 날아갔습니다.”

고해가 냉랭하게 답했다.

“또 벌어오면 된다. 너희들도 이제 점포를 그만 돌아다니거라. 우리도 금루를 세울 것이다.”

옆에 있던 용완청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금루?”

고해가 용완청을 보며 말했다.

“당주님, 이호연이 숨겨둔 칠십만 개의 영석을 전부 써버렸습니다. 이제 오만 개 정도밖에 없습니다. 제가 맞은편에 있는 점포에 금루를 세우려는데 돈이 좀 부족합니다만……!”

“여기서 점포를 세우는 건 비싸지 않아. 사만 개의 상품 영석이면 충분해. 근데 정말로 금루를 세우려고?”

“정말로 금루를 세울 것입니다. 그런데 사만 개면 가능하다고요? 그럼 돈은 부족하진 않겠군요.”

목신풍이 눈을 부릅떴다.

“고해, 미쳤어? 이 거리에서 천하제일 금루와 경쟁 가능한 점포는 하나도 없어. 근데 어디에 점포를 연다고? 천하제일 맞은편에?”

고해가 확신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사업을 하면서 한 번도 적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용완청은 고해를 무조건으로 믿고 있었다. 그럼에도 궁금한 듯 고해에게 물어보았다.

“좋아, 그럼 금루 이름은?”

고해가 고개를 돌려 천하제일 금루를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이 거리 제일 금루’!”

‘이 거리 제일 금루?’

용완청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말인즉, 천하제일 금루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말과 같았다.

목신풍이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고해, 정말로 거문고 장사를 할 건가? 이건 돌을 들어 제 발등을 찍는 일이라네!”

천하제일 금루를 나선 고해는 맞은편에 있는 점포를 점 찍었다.

거리에 있던 수련자들은 이미 고해가 칠십만 개의 상품 영석을 쏟는 것을 봤을 때부터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고해가 천하제일 금루 맞은편에 있는 술집에 들어가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고해가 금루를 세운단다! 그것도 천하제일 금루 맞은편에!

“설마? 고해가 미치지 않고서야 천하제일 금루 맞은편에 거문고 점포를 세우겠어? 에이, 그건 아니겠지!”

“그러게 말이야! 천하제일 금루가 생긴 이후로 다른 점포들은 장사도 잘 안 되잖아?”

“천하제일 금루 앞에 점포를 세우는 건 죽음의 길이지!”

“고해가 미쳤군! 상품 영석 사만 개를 또 날리게 생겼어. 쯔쯔쯔.”

일품당이 나서서 일을 처리하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이틀 후, 천하제일 금루 맞은편에 간판이 올라갔다.

수련자들은 하나둘씩 고해가 만든 금루의 이름을 되새겼다.

“이 거리 제일 금루!”

“이 거리 제일 금루? 하하! 고해 베짱이 정말 대단하군!”

“고해가 복수를 하겠다는 말 아닌가?”

“하하하! 복수? 장난하나?”

수련자들은 모두가 신기해했다.

대한의 관리들은 영석을 사용하여 최고의 기술자들을 끌어모았다.

‘이 거리 제일 금루’도 빠르게 변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던 천하제일 금루에서도 자연스럽게 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각루에 서서 이 광경을 본 총지배인 강천익은 어이가 없었다.

그 옆에는 여안이 서 있었는데, 여안 역시 냉랭한 눈빛으로 ‘이 거리 제일 금루’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안이 귀찮은 듯 말했다.

“고해, 주제를 모르는 놈! 감히 우리 천하제일 금루를 상대로 복수를 하려고 해? 흥! 그렇다면 제대로 죽여주지!”

총지배인 강천익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 공자님,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여안이 냉랭하게 코웃음 쳤다.

“흥! 걱정할 필요 없다. 그동안 천하제일 금루는 수많은 경쟁 상대들을 물리쳤어. 고해가 운이 좋아서 돈을 좀 벌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메마른 땅 천도해에서 온 놈이 겁도 없이 달려는 것에 불과해!

강천익이 머리를 끄덕였다.

“예…….”

* * *

효월산장의 하늘에 떠 있는 섬에서 목신풍은 뭔가 불안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

반면 용완청과 유년대사는 차분히 기다렸다.

잠시 후, 고해가 가까운 대전에서 걸어 나왔다.

용완청이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고해, 조금 전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뭐야?”

“별거 아닙니다. 십 년 전에 제가 만든 거문고인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음을 좀 고쳤습니다.”

목신풍은 망연한 표정으로 고해를 보며 말했다.

“고 타주, 정말로 거문고를 팔 생각이야? 은월성에 주제도 모르는 사람이 천하제일 금루에 도전한다고 소문이 깔렸다.”

고해는 미소를 지었다.

“도전이라고요? 누가 그럽니까?”

“도전이 아니면, 금루를 세운 목적이 뭔가?”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은월성에서 작은 사업을 하나 좀 하려고 한다고요. 거문고 시장을 봤으니 저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게 복수 아니야?”

“아닌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내가 잃은 돈을 되찾아 오려는 것뿐입니다.”

“되찾아 온다고? 어떻게? 천하제일 금루의 손님을 빼앗아 올 건가?”

고해는 고개만 흔들 뿐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사업은 누구나 할 수 있지요. 공정한 경쟁을 펼칠 뿐입니다.”

옆에 있던 용완청이 물었다.

“고해, 자신 있어?”

고해는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오? 해봐야 알지요. 장사가 될지 안 될지는 홍보를 해봐야 압니다. 제 뜻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하긴 그래.”

그때, 상관흔이 걸어왔다.

고해가 그에게 물었다.

“상관흔, 요즘 은월성 구경은 좀 했나?”

상관흔은 고해가 금루를 세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폐하, 소인이 돈을 좀 빌리고 싶습니다.”

“뭐?”

“제가 이곳에서 전에 제가 먹었던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사기 전에 제가 먼저 사서 먹고 싶습니다.”

저번에 먹은 물건이라면 현무금갑이다.

그럼 현무지존의 조각?

고해가 물어보았다.

“얼마나 필요해?”

“상품 영석 이십만 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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