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91화 (174/243)

191화. 억울한 완아선자

딩딩딩.

순간, 완아선자가 칠현금을 켜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심지어 산장 주인까지 집중시켰다.

산장 주인이 깜짝 놀라더니 이내 웃기 시작했다.

“감신곡(撼神曲)?”

“감신곡? 요녀가 왜 저걸 연주하지?”

“감신곡은 의경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연주하는 곡 아니야? 여긴 전부 대사들만 있는데, 왜 저걸 연주하지?”

“듣기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시켜 연주해야 한다고 들었어. 감신곡은 다른 사람을 흔들거나 자신이 흔들리거나, 다시 말해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지.”

사람들은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완아선자는 연주하면서 고해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고해의 금도에 의경이 없으니 고해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넋이 나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위이잉.

용완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고해 역시 하늘과 땅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디밭에 있었는데 지금은 구름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한 줄기의 힘이 고해의 삼혼을 향해 날아가더니 고해의 정신을 흔들었다.

고해는 가만히 서 있었지만 이 공간을 어떻게 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딩딩딩…….

음악에 도취된 고해는 몸이 나른해졌다. 구름 속에 눕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고해가 당했어!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요녀가 고 대사를 없애려고 작정한 거 아니야?”

“고 대사가 빠져버렸어. 설마 고 대사한테 의경이 없었던 거야?”

“설마?”

금도 대사들이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완아선자는 한껏 비웃었다. 너의 실체를 전부 까발리겠어.

흥! 너도 제대로 망신 한번 당해봐!

고해의 정신이 혼미해졌고 거문고 소리는 고해의 삼혼으로 날아갔다.

바로 이때, 미심 공간에 있는 천진신새가 흔들리더니 완아선자의 거문고 소리를 눌러버렸다.

순간, 완아선자의 의경은 오히려 완아선자를 향해 되돌아갔다.

쿵!

고해가 일어났다.

천진신새가 완아선자의 의경을 완전히 깨버렸다.

푸헉!

완아선자는 강력한 물체에 머리를 맞기라도 한 듯 피를 토해냈다.

그녀는 고해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너……!”

푸헉!

용완청도 정신을 차렸다.

“조금 전에 무슨 일이지?”

유년대사가 말했다.

“당주님, 괜찮으시죠? 조금 전에 아무리 깨워도 반응이 없으셨습니다.”

유년대사는 고개를 돌려 완아선자를 노려보았다.

“요녀, 네가 감히……!”

유년대사가 화를 내려던 찰나 완아선자가 피를 토했다.

자신의 꾀에 자신이 당한 꼴이었다.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도 화들짝 놀랐다.

“고 대사가 반격한 건가? 저 요녀가 피까지 토해내다니, 대단하군!”

“역시 고 대사야!”

“요녀가 제 주제를 알았어야지 말이야!”

금도 대사들이 완아선자를 비꼬았다.

완아선자는 멍하니 있었다.

그녀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고해를 보며 물었다.

“고… 고해,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고해가 냉랭하게 말했다.

“완아선자, 꼬리가 길면 밟히게 되지요. 그만하세요.”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지칠 것만 같았다.

완아선자는 너무 억울했다.

“고해, 넌 의경이 없잖아! 이 사기꾼아!”

주변의 수련자들이 그녀를 비꼬았다.

“저런 미친 요녀. 그렇게 당하고도 고 대사에게 의경이 없다고 주장하는 거야?”

완아선자는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산장 주인인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완아선자.”

완아선자가 고개를 돌렸다.

산장 주인이 말했다.

“금도는 의경으로만 가능한 게 아니네. 자네는 고해를 이길 수 없어. 이건 사실이야.”

그는 온화하게 말했지만, 완아선자의 귀에는 자신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처럼 들렸다.

완아선자는 칠현금을 안고 빠르게 하늘로 날아갔다.

“흥! 제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요녀, 머리가 잘못된 거 아니야? 산장 주인이 한마디 했다고 미쳐 날뛰다니.”

그때 고해가 오른손을 뻗었다. 손바닥에 물방울 하나가 똑 떨어졌다.

그건 물방울이 아니라 완아선자가 흘린 눈물방울이었다.

눈물방울을 본 고해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완아선자가 하늘로 날아간 후, 수련자들도 구진의 영혼을 찾아 나섰다.

고해 일행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세강을 향해 걸어갔다.

하세강이 고해의 일행을 보더니 눈치라도 챈 듯 미간을 찌푸렸다.

용완청이 정중하게 말했다.

“하 성주, 말씀 좀 나눠도 될까요?”

하세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여기에서 말하게.”

용완청은 손을 뻗어 금테 족자를 꺼냈다.

하세강의 안색이 굳어졌다.

“성지?”

용완청은 성지는 넣고는 정중하게 말했다.

“하 성주, 이쪽으로 오시지요.”

하세강이 잠시 생각해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고해 일행과 하세강은 구석진 곳으로 걸어갔다.

광장에 있던 사마장공은 실눈을 뜨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는 여안과 방명후가 비주를 타고 요정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여안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엇? 뭐지? 잠깐 멈춰.”

방명후가 고개를 돌렸다.

“네? 여 공자님, 무슨 일이십니까?”

“하세강이 고해 일행과는 무슨 일이지?”

여안은 구름 사이로 하세강과 고해 일행을 볼 수 있었다.

구석진 곳에 도착한 후, 고해는 간단한 진법을 하나 배치했다. 이곳에 있는 금도 수련자들은 전부 엄청난 청각의 소유자들이기에 방음벽을 만들어야 했다.

하세강은 고해 일행을 보며 답답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세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성지라니. 허허. 용 당주, 무슨 성지인가?”

용완청이 다시 한번 성지를 꺼내며 말했다.

“성왕이 제게 준 성지입니다. 용효월의 죽음과 관련된 성지이지요. 대건천조가 용효월의 죽음을 알아내려고 하는데 하 성주도 보시겠습니까?”

하세강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결국 고개를 저었다.

“됐네. 가짜 성지는 아닐 테고,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보게.”

용완청이 공손하게 말했다.

“결국엔 그 문제입니다. 용효월의 죽음에 관해 뭐 좀 아는 거 있습니까? 작은 것 하나라도 좋습니다.”

하세강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 없다고 말했지 않은가.”

용완청은 사람이 없는 곳에 가면 하세강이 솔직하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또 모른다고 하다니.

“하 성주, 우리 어머니 연주회에 자주 참석하셨지요? 우리 어머니는 하 성주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했었습니다. 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슬프지도 않으셨습니까?”

하세강은 애써 감정을 참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진짜 모르네.”

고해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럼 황보 선생은요?”

순간 하세강이 화들짝 놀라서 고해를 바라보았다.

“뭐?”

그러나 하세강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황보 선생? 누구지? 난 모르네.”

고해가 두 눈을 좁혔다.

하세강의 반응을 보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황보 선생을 말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반응을 보였다.

용효월의 죽음에 대해 아는 구석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황보 선생도 뭔가 있다는 건가?

그때 용완청이 다급하게 물어보았다.

“황보 선생을 모른다고요? 예전에 제 어머니 연주회에도 참석하지 않으셨습니까?”

하세강이 한마디로 답을 거부했다.

“모르네. 난 아무것도 몰라.”

용완청이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하 성주, 이 진법은 방음벽입니다. 그러니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저의 어머니가 비참하게 돌아가셨잖습니까? 복수라도 하고 싶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알려주세요.”

“정말 모르네. 사람 잘못 짚었어.”

용완청은 절망한 표정이었다. 유년대사의 표정도 굳어졌다.

고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 성주께서도 모른다고 하시니 그럼 보증서를 쓰시지요. 성왕의 성지에 대한 보증서 말입니다.”

하세강이 화들짝 놀랐다.

“뭐? 보증서?”

고해가 손을 뻗어 책상을 꺼냈다. 그 위에는 붓과 먹물, 그리고 금색 견포(비단)가 있었다.

하세강이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건 뭔가?”

“성지가 있는 이상 누구나 전적으로 협조해야지요. 하 성주께서 모른다고 하시니, 보증서를 쓰시고 성주님의 도장도 찍으세요. 만약 성왕께서 물어보기라도 하면 저희도 할 말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용완청과 유년대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고해가 뭐 하는 거지?

그러나 고해의 행동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하세강의 표정이 굳어졌다.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 성주님, 협조 부탁드립니다. 성지를 꺼내지 않아도 되지요?”

하세강은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정말 모르네.”

하세강은 용효월의 죽음과 관련하여 아무것도 모른다는 보증서를 썼다.

보증서를 다 쓴 하세강은 한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도장을 찍었다.

척.

하세강이 도장을 찍었다. 그 도장에서는 황금색 빛이 반짝였다.

“이제 됐나?”

고해가 미소를 지으며 견포를 넣었다.

“예.”

하세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끝났으면 그만 가보겠네.”

고해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상관흔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하세강을 향해 말했다.

“하 성주님, 여양왕에 대해 얼마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듣기로는 여양왕께서 어진 이를 예의와 겸손으로 대하고 식객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던데, 사실입니까?”

하세강이 멈칫했다.

“뭐?”

하세강이 화들짝 놀라서 고해를 보고 있었다.

고해가 왜 이러지? 설마 여양왕 쪽에 붙겠다는 건가?

용완청의 안색이 굳어졌다.

유년대사가 용완청을 붙잡았다.

용완청이 고개를 돌려 유년대사를 보자, 유년대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용완청도 뭔가를 느끼고 굳은 표정을 풀었다.

하세강은 아무렇게나 말을 했지만, 고해는 이것저것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한참 후에야 얘기가 끝났다.

하세강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광장으로 돌아갔다.

그가 사라진 후에야 용완청이 물어보았다.

“고해, 조금 전에…….”

“별거 아닙니다. 비주는요? 우리도 가죠.”

용완청은 의아해하면서도 비주를 꺼냈다.

상관흔이 비주를 조종하며 빠르게 날아갔다. 구름 사이에 들어가니 여안과 방명후가 보였다.

여안이 싸늘한 표정으로 고해를 보고 있었다.

“고해, 용완청.”

고해가 냉랭한 표정으로 여안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여 공자, 저는 은혜와 원수를 분명히 하는 사람입니다. 몇 번이나 저의 ‘이 거리 제일 금루’를 없애려고 했지요? 허허. 역시 대단한 권력을 가졌네요. 하하하. 대단합니다.”

고해의 말투에는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비주는 나란히 날아가다가 고해의 비주가 저 멀리 날아갔다.

고해의 묘한 말을 들은 여안의 안색이 굳어졌다.

여안이 방명후를 보며 물어보았다.

“고해의 말이 무슨 뜻이야?”

방명후는 고개를 저었다. 그도 알 수가 없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마치 복수라도 할 것 같은 말투인데요?”

여안이 싸늘하게 냉소를 지었다.

“복수? 흥. 그날 묵 선생만 오지 않았어도 저놈은 지옥에 떨어졌어!”

말을 마친 여안은 은월도로 날아갔다.

비록 센 척했지만 여안은 불안하기 그지없없다. 불길한 예감을 직감한 여안은 곧바로 하세강을 찾아갔다.

여안이 물어보았다.

“하 성주, 고해가 찾아와서 뭐라고 하던가요?”

하세강이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왕부의 대우가 어떠냐고 하더군요. 식객도 받아주는지, 왕부에 들어가면 어떤지. 뭐, 그런 이야기였지요.”

여안은 심장이 쿵 내려앉은 것 같았다.

고해가 자원해서 왕부에 들어온다면 묵 선생이 쓰레기를 치워주겠다고 했다.

설마 자신을 쫓아내겠다는 건가?

여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실이면 큰일이군!’

* * *

비주 위.

고해는 하세강이 쓴 보증서를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됐다! 이제 용 잡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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