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화. 정화 파파
용완청의 어머니는 영주에 두 개의 행궁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나는 은월성에, 하나는 바로 이곳에 있었다.
그런데 목신풍이 웃으며 말했다.
“내 스승님의 거처이기도 하지.”
“예? 목 타주님의 스승님이오?”
“나의 스승님이자 정화 파파시지.”
고해가 보기만 하자, 목신풍이 말을 이어갔다.
“정화 파파는 아까 자네가 봤던 녹석인처럼 괴수에 속하네. 식물성 요괴로 정화의 요괴인 셈이지.”
‘정화의 요괴?’
“천하에는 이곳에만 정화가 존재하네. 오늘날은 정화 요괴의 수도 많이 줄었지. 어쩌다 인연이 되어 스승님으로 삼았는데, 전임 당주님이 이곳에 행궁을 설립하면서 나를 만났던 거네. 그래서 나도 운 좋게 일품당에 합류하게 되었던 거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백운호는 사람들을 태우고 봉쇄된 변경을 지나 동쪽으로 날아갔다.
* * *
한편, 여양왕은 새로 마련된 의자에 앉아 싸늘한 눈빛으로 신록성을 바라보았다.
그때, 청의를 입은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백운호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청의의 남자가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왕 어르신.”
여양왕은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음? 파군, 무슨 일이냐?”
청의를 입은 남자, 파군이 정중하게 말했다.
“조금 전 구진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일품당 당주인 용완청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아무래도 정화 파파가 계신 곳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여양왕은 인상을 찌푸리고 파군을 바라보았다.
“구진?”
“저와 구진은 모두 천급 금입니다. 제가 너무 신경을 쓰면 그도 저를 발견할 수 있어서 너무 많이 파헤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확실했습니다.”
여양왕은 인상을 찌푸렸다.
“구진이라, 대회가 끝났나 보군. 그런데 묵 선생이 직접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진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건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파군은 옆에 가만히 서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양왕은 신록성을 바라보며 갑자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용완청, 시간 맞춰 잘 왔군. 정화 파파 쪽으로 가자. 덕분에 몇 가지 일을 줄일 수 있겠어.”
* * *
백운호에서도 구진이 고개를 여양왕의 거처로 돌리고 이마를 찌푸렸다.
고해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왜 그래?”
구진이 말했다.
“아마도 들킨 것 같습니다.”
“응?”
“여양왕이 파군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자도 저와 같은 천급 금이거든요. 그놈이 저희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용완청의 안색이 굳어졌다.
“파군?”
고해가 인상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자들이 뭐라고 했는데?”
구진이 기분 나빠 하며 말했다.
“딱 두 마디 했습니다. 나머지는 파군이 소리에 음파 장벽을 만들었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흥! 음파 장벽은 나도 할 줄 아는데. 저도 그놈들이 저희 말을 들을 수 없게 막을 수 있습니다.”
구진이 손을 휘저었다.
우르릉.
주변 사람들은 한차례의 공명음을 들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곧바로 사라졌다.
고해가 탄 비주는 동쪽으로 날아가서 하루 뒤에 어느 한 우림지역에 도착했다.
용완청이 유년대사를 보며 말했다.
“저기가 맞지요? 다 온 것 같은데?”
유년대사가 머리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목신풍이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보셨습니까? 바로 저곳입니다.”
그러다 눈을 크게 떴다.
“어? 가시나무 대진이잖아?”
저 멀리에 천장 높이의 가시나무 대진이 짙게 배치되어 있었다. 가시나무 대진은 거대한 성벽처럼 외부를 차단했다.
날아다니던 새들도 어쩔 수 없이 대진을 피해 날아갔다.
고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가시나무 대진?”
목신풍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정화 부족을 보호하는 가시나무 대진이네. 은월성의 성벽보다 더 굳건하지. 그리고 저 가시나무에는 독까지 있어서 함부로 들어갈 수 없네.”
용완청이 목신풍을 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 어머니의 행궁은?”
“저 안에 있습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가시나무 대진이 있어서 못 들어가잖아.”
목신풍이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로 돌아갈까요? 저기 작은 문이 있군요.”
고해가 말했다.
“이곳은 신록황조와 대건천조의 접경지 아닙니까?”
목신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정화 종족에는 야수들이 적어서 그 어떤 나라와도 동맹을 맺지 않아. 그러나 사교성은 좋아서 많은 사람과 친구를 맺었지. 그때 예전 당주님과도 친구 관계를 맺어서 이곳에 행궁을 설립하게 하셨던 거야.”
그때 구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기서 싸우나 봐요!”
순간, 저 멀리에서 먼지가 일고 불빛이 번쩍이면서 검의 기운이 올라왔다.
그뿐 아니라 괴성도 들려왔다.
“깨버려!”
쿠궁!
거대한 나무 크기의 괴물이 날아가더니 가시나무 대진과 부딪쳤다.
전투가 일단락되었다.
그 괴물은 사람의 오관과 사지를 가지고 있는 나무 괴물이었다. 괴물의 얼굴은 말라서 쪼글쪼글해졌고 나뭇가지에는 예쁜 꽃들이 자라나 있었다.
고해가 멍하니 말했다.
“정화 수요(樹妖)?”
나무요괴 수요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의 몸에는 이미 수많은 상처가 나 있었고, 나뭇가지들도 대부분 부러져 있었다.
맞은편에서는 황포를 입은 남자가 손에 칼을 들고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수요를 보고 있었다.
용완청이 그를 보며 말했다.
“혹시 초신?”
고해의 눈이 커졌다.
“초신? 일품당 금타주 말입니까?”
초신의 뒤에는 일품당 수하들이 서 있었다. 그러나 일부 수하들은 마치 중독이라도 된 듯 얼굴이 검어졌다.
초신은 눈을 부릅뜨고 수요를 향해 칼을 휘두르려고 했다.
“흥! 주제를 알아야지. 죽어라!”
목신풍이 눈을 부릅뜨더니 그들 쪽으로 날아갔다.
“멈춰!”
목신풍이 손을 휙 저으니 갑자기 나무 지팡이가 나타나 순식간에 초신이 들고 있는 검을 향해 날아갔다.
초신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장 검을 들고 목신풍을 향해 날아왔다.
“뭐야?”
순간, 목신풍의 나무 지팡이는 산산조각이 났고, 검의 기운이 목신풍을 가로 베었다.
목신풍은 피를 흘리며 내동댕이쳐졌다.
“크윽!”
목신풍의 실력은 초신에 비해 약했다. 그 차이가 제법 커서 단 한 번만으로도 패했다.
초신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목신풍? 죽고 싶어? 죽고 싶으면 말해!”
고해가 내동댕이쳐진 목신풍을 받아 안았다. 그러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있는 초신을 응시했다.
초신 역시 비주를 발견했고, 비주에 있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용완청을 발견한 순간, 초신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어? 당주님도 오셨군요!”
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초신, 무슨 일이야? 왜 정화 수요랑 싸우는 거지?”
초신이 냉랭하게 말했다.
“싸우는 게 아니라 죽이려는 겁니다. 이유는 저놈한테 물어보세요.”
고해는 이마를 찌푸렸다.
저 교만한 태도는 뭐지? 금타주가 당주에게 저런 태도라니.
목신풍이 고해를 보며 머쓱하게 말했다.
“초신은 일품당 최고 실력자네.”
‘일품당 최고 실력자?’
목신풍은 고통을 참으며 나무 수요한테 다가가 단약을 건네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왜 이렇게 다친 거지?”
고해는 미간을 찌푸리며 맞은편에 있는 초신을 응시했고, 초신 역시 고해를 보고 있었다.
순간, 고해는 마치 자신이 사냥감이라도 된 듯 등골이 오싹했다.
고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일품당 수타주 고해입니다.”
초신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애써 웃는 척하는군. 좋은 물건은 아니구나. 흥!”
고해도 받아쳤다.
“그렇습니까? 귀하는 좋은 물건입니까?”
상대방이 예의가 없으면 굳이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었다.
초신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고해를 응시했다.
“뭐라?”
고해 역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초신을 노려보았다.
그동안 목신풍이 수요를 보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수요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들어가지 못하게 했는데 무조건 들어가겠다는 겁니다. 자기네들 스스로 가시나무에 중독되고는 나한테 책임을 묻더라고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고요.”
초신이 냉랭하게 말했다.
“함부로 들어간다고? 흥! 내가 우리 일품당 행궁에 들어가겠다는데 뭐가 문제지? 내 앞길을 막고 수하들까지 다치게 해? 그럼 죽여야지.”
수요가 말했다.
“들어가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내 말을 안 들은 건 너희들이야!”
목신풍이 물어보았다.
“왜? 왜 들어갈 수 없는 건가?”
수요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파파께서 가시나무 대진을 배치하라는 명을 내린 이후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런 후 매달 경비를 보내서 사방을 순찰하고 있습니다. 저 사람들은 들어가지 말라는 저의 충고를 무시하고 함부로 들어가려다가 대진에 중독된 거라고요. 이게 제 탓입니까?”
초신이 냉랭하게 말했다.
“중독된 내 수하들을 해독해 주고 문 열어. 정화 파파를 만나야겠어.”
수요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파파한테 직접 문 열어달라고 해.”
초신이 칼을 휘두르며 말했다.
“너를 죽이면 들어갈 수 있겠지.”
유년대사가 말했다.
“무량수불. 초 타주, 정화 파파는 예전 당주님의 가장 친한 친구시네. 전 당주님의 가장 친한 친구를 이렇게 대하는가?”
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초 타주, 예의를 갖추거라.”
초신은 용완청을 응시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당주님, 당주님은 아직 어리셔서 잘 모릅니다. 우리가 건드리는 게 아니라 이놈들이 우리를 건드렸단 말입니다. 당주님도 들어갈 수 없어요.”
“그럼 방법을 찾아야지. 넌 태도가 틀렸어.”
“내 태도? 흥! 전 당주님의 사인을 찾아내기 위해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은요? 천도해에 가서 놀다가 왔지요? 그리고 연주회에도 갔고 말입니다. 예전 당주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오셨던 곳이 바로 이곳 행궁입니다. 이곳에서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서 왔다고요.”
용완청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우리한테 단서가 없다고 누가 그래? 우린 곧 범인을 찾을 수 있어!”
초신이 멍하니 용완청을 바라보았다.
“뭐라고요?”
짜증이 난 용완청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흥!”
초신은 미간을 찌푸렸다.
목신풍이 수요에게 말했다.
“이봐. 가서 우리가 왔다고 보고드려. 우리 효월산장에 가야겠어.”
은월성에 효월산장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도 효월산장이 있다,
수요가 머쓱하게 말했다.
“여양왕이 보낸 사람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파파께서 대진을 쉽게 열지 않을 겁니다.”
“여양왕이 사람을 보냈다고? 누구를?”
“우리더러 전쟁에 나가라는 겁니다. 파파께서 허락할 리가 있나요? 결국 대진을 열지도 않았습니다.”
“전쟁에 참여하라고?”
“우리더러 가서 신록황조의 녹석인들과 싸우라더군요. 녹석인들은 토석계의 야수들이고 우리 정화 수요는 목계 야수입니다. 우리를 이용해서 녹석인을 깨버리라고 했지요.”
목신풍이 머리를 끄덕였다.
“역시…… 정화 수요는 전쟁에 참가하지 않아.”
“여양왕이 보낸 사람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을 들여보내면 여양왕이 분노하여 여기를 풍비박산 내버릴 수도 있습니다.”
목신풍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점은 생각을 못 했다.
“무슨 방법이 있겠지.”
“사실,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용효월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하십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