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208화 (191/243)

208화. 가시나무 대진을 여는 법

용완청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우리 어머니도 이 가시나무 대진에 막혔다고?”

“예. 처음 오셨을 때도 가시나무 대진이 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들어간 거지?”

목신풍이 말했다.

“정화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정화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화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대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전 당주님께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러 정화와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지요. 그리고 이곳에 행궁을 짓도록 허락하셨지요.”

고해가 깜짝 놀랐다.

“정화? 사랑에 감동받는다고?”

순간, 옆에 있던 구진이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노래? 음하하하! 노래는 내가 잘 부르지! 제가 정화 파파를 감동시키겠습니다, 주인님!”

고해, 목신풍, 용완청, 유년대사는 대경실색해서 동시에 말했다.

“안 돼!!!”

수요와 초신은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게 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구진이 고해를 보더니 애원했다.

“정화 파파가 제 노래에 감동받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오는 길 내내 노래를 부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부를게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노래를 불러보겠습니다, 주인님!”

초신과 수요는 망연한 표정으로 고해 일행을 바라보았다.

노래 부르고 싶다는 저놈을 왜 막는 거지? 노래 부르다가 문이 열리면 좋은 거 아닌가? 왜 못 부르게 하는 거지?

그러나 고해 일행은 구진이 노래를 불렀다가는 영원히 들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했다.

구진이 다시 사정했다.

“주인님, 노래를 부르게 해주세요!”

고해가 냉정하게 손을 저었다.

“안 돼!”

“왜…… 왜요.”

용완청과 유년대사, 목신풍은 머쓱하게 웃었다.

구진의 노래 실력은 정말 완전 별로였다. 아니, 듣는 것조차 공포였다.

고해가 재빨리 머리를 굴리고 말했다.

“나한테 곡이 있는데, 너는 연주를 해야 해.”

구진이 눈을 껌벅거렸다.

“예? 주인님이 생각해 둔 곡이 있다고요? 그럼 미리 말씀하시죠! 하하하, 만약 주인님의 곡이 거절당하면 제가 나서지요!”

용완청 등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본 초신과 수요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신의 수하와 노래 쟁탈전을 펼치다니. 저런 못난 사람이 일품당 수타주라니.

하지만 고해는 내심 안도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 곡의 이름은 양축(梁祝)이야. 너한테 의념을 넣어주지.”

애당초 운묵이 구진을 조종하던 것처럼 고해도 구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해는 자신이 들었던 ‘양축’을 의념을 통해 구진한테 넘겨주었다.

구진은 천급 금이라 음악에 대해 절대적으로 민감했다. 의념 속에는 거문고의 소리도 있었는데 구진은 순식간에 감응했다.

잠시 후, 구진이 전부 받아들였다.

고해는 천천히 손을 뗐다.

용완청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어때?”

구진이 고개를 흔들며 실망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저의 ‘총각무’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들어줄 수는 있을 정도입니다.”

“…….”

고해가 눈을 부라리고 재촉했다.

“잔말 말고 서둘러!”

옆에 있던 초신이 같잖다는 듯 냉랭하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군.”

고해는 초신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뭘 모른단 말입니까?”

“흥! 가시나무 대진은 뭐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아? 여양왕도 들어가지 못한 가시나무 대진을 노래 한 곡으로 열겠다고? 심지어 주인과 하인이 서로 하겠다고 싸우다니. 정말 웃기는 일 아니냐?”

구진은 눈을 부릅뜨고 반박하려고 했다.

하지만 고해가 구진을 말렸다.

“됐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연주나 해.”

구진이 초신을 보고 냉랭하게 코웃음 쳤다.

“흥!”

목신풍이 갑자기 웃고는 말했다.

“훗, 초 타주, 이 남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누군데?”

“얼마 전, 은월도 연주회 때 있었던 구진입니다.”

초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진?”

초신은 고개를 돌려 고해를 응시했다. 구진이 고해를 주인님이라고 불렀었다.

그럼 뭐야? 고해가 금도 대사?

딩딩딩딩딩딩~!

구신이 손을 휙, 저으니 허공에서 거문고의 소리가 들려왔다.

고해는 의경이 없지만 구진은 의경이 있다. 그것도 천급 금이다. 당연히 더욱 깊은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순간, 양축의 의경이 사람들 앞에 펼쳐진 듯했다.

사람들은 어떤 여자가 드넓은 초원에서 환호하며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하고 입을 반쯤 벌렸다.

같은 시각, 가시나무 대진 내부.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나무에 어두운 구멍 하나가 뚫려 있었다. 그때 몇몇 수요들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파파, 파파, 또 거문고 소리가 들립니다. 이번에는 정말 강력한 의경인 것 같습니다.”

나무 구멍에서 늙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이번에는 금도 대사가 왔구나.”

주변에 있던 정화 수요들도 한곳에 모여들었다.

한 무리의 수요들은 순식간에 의경 속으로 빠져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요들이 눈물을 흘렸다.

“흑흑흑. 파파, 정화가 열여덟 송이나 열렸습니다. 너무 슬픕니다.”

“파파, 저도 이십 송이나 열렸습니다. 정말 감동적입니다.”

가시나무 대진 안에 있던 정화 수요들은 감동에 젖어 파파 옆으로 모여들었다.

가시나무 대진 밖.

초신한테 맞아서 중상을 입은 수요의 상처도 아물어갔다. 그리고 열댓 송이의 정화가 피어났다.

용완청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고해, 너무 감동적인 노래야.”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초신도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금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결국 음악에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노래와 탄주를 마친 구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대진이 움직이지도 않는군요. 이번에는 제가 부르겠습니다!”

고해가 급히 말리려고 할 때였다.

쿠궁!

굉음이 들리더니 가시나무 대진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목신풍이 웃으면서 소리쳤다.

“열렸어! 열렸다고!”

그는 문이 열린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구진의 노래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더 안도했다.

수요는 화들짝 놀라며 벌어진 틈을 바라보았다.

“파파께서 허락하신 거군요.”

고해는 옅은 미소를, 구진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나 아직 노래를 부르지도 않았는데…….”

수요가 구진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최고의 연주였습니다. 노래도 부른다고요? 나중에 꼭 불러주십시오.”

구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네, 좋아요.”

고해가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한발 늦고 말았다.

구진이 고해를 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주인님, 이 사람이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고해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노래 부르고 싶으면 저 멀리 가서 불러. 난 듣고 싶지 않으니까.”

구진이 미소를 지었다.

“예, 알겠습니다.”

수요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저 표정은 뭐지? 왜 금도 대사를 싫어하는 눈치지?

용완청 일행은 천천히 가시나무 대진 안으로 걸어서 들어갔다.

모든 사람이 들어간 후, 대진이 천천히 닫혔다.

* * *

같은 시각, 여양왕은 신록성을 감시하기 위해서 산 위에 ‘멸록성’을 새로 지었다.

그야말로 잠깐 사이에 완벽한 성이 만들어졌다.

멸록성 안의 한 대전.

파군이 손을 휙 저으니 양축이 여양왕의 귀에 흘러 들어갔다.

양축이 끝난 후, 대전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여양왕이 감탄하며 말했다.

“정말 훌륭한 곡이구나.”

파군도 머리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구진도 저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여양왕은 머리를 끄덕이며 대전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자네들도 금도 대사 아닌가? 도대체 지금까지 뭐 하고 다녔나? 저들은 아무 음악이나 연주해도 들어갔지 않은가?”

금도 대사 몇 명이 자책하듯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많았다.

아무거나 연주했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여양왕이 다시 물었다.

“구진도 함께 들어갔나?”

파군이 대답했다.

“예. 가시나무 대진에 음파 장벽이 있어서 내부의 소리는 들을 수 없습니다.”

여양왕이 냉랭하게 말했다.

“됐다. 같이 들어갔으면 됐어.”

“일품당 수타주 고해라는 사람이 구진을 얻은 게 틀림없습니다.”

여양왕은 이마를 찌푸렸다.

“은월성에서는 왜 아직 소식 없지? 묵 선생이 오면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고해라고 했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은데…….”

* * *

정화곡.

고해 일행은 가시나무 대진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니 꽃들이 쫙 깔려 있었다.

사방에서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사람만 한 크기의 나무 수요들이 어린애들처럼 뛰어놀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섬들이 허공에 떠 있었고, 그 위에는 궁전들이 있었다.

목신풍이 앞에 있는 작은 섬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바로 효월산장이 있는 섬입니다.”

그때 열댓 명의 정화 수요들이 다가왔다.

맨 앞에 있는 수요가 예의를 갖춰 말했다.

“방금 연주하신 분이 누구신지요? 파파께서 안으로 모시랍니다.”

구진이 말했다.

“제가 연주했습니다. 저의 주인님께서 창작하셨고요.”

정화 수요들은 고해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고해가 웃으며 말했다.

“실례지만 정화 파파를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몇몇 수요들이 공손하게 답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초신이 용완청을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저는 효월산장을 좀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용완청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초신은 금타 수하들과 함께 효월산장으로 향했다. 목신풍 역시 목타 수하들을 보내 초신과 함께 효월산장을 둘러보도록 했다.

대진을 지키던 나무 수요는 이미 금타 수하들을 해독해 준 상태였다.

몇몇 나무 수요들과 고해, 구진, 목신풍, 용완청, 유년대사는 가장 큰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정화곡. 비록 계곡라고 불렀으나 정말 끝도 없이 방대했다.

천 장 높이의 나무가 이곳에서 가장 큰 정화 나무 같았다.

정화 파파는 지극한 예의를 갖추며 고해 일행을 반겼다.

목신풍이 나무 구멍으로 달려가며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 제가 왔습니다!”

나무 구멍에서 늙은 파파의 소리가 들려왔다.

“신풍도 왔어? 여러분, 안으로 드시지요.”

그들은 목신풍이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꼭 어린애 같았다.

유년대사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번에 나도 정화 파파를 만나 뵙지 못했는데, 이번에 고 타주의 덕을 보는군.”

사람들은 나무 동굴로 들어갔다.

나무 동굴에 들어서니 한 파파가 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

정화 파파는 찻잔 쟁반을 들며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 누추한 곳이니 양해 바랍니다.”

나무 동굴은 마치 거실처럼 책상과 의자도 있었다.

정화 파파가 웃으면서 말했다.

“신풍아, 얼른 손님을 모셔라.”

목신풍이 쟁반을 받았다.

“예, 스승님. 얼른 앉으세요. 저의 스승님은 상냥하신 분이라 편하게 앉으셔도 됩니다.”

고해 일행은 예의를 갖춰 인사부터 했다.

“감사합니다, 파파.”

그런데 정화 파파가 구진을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응? 천급 금, 구진?”

구진도 깜짝 놀랐다.

“어?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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