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태자의 목소리
구진은 천급 금이었다. 소리 조절은 그에게 있어서 너무 쉬운 일이었다.
몇 번 실험해 본 결과 고해의 목소리, 말투, 숨 쉬는 부분, 억양 등 소리를 크게 하고 그 목소리를 오승의 목소리로 전환하면 되었다.
무신이 그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오승의 목소리입니다. 비록 몇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고해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우, 다행이군요.”
“그런데, 그 정도로 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모든 수요와 선생과 같은 몇백 명의 현무족 강자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때에 맞추어 저의 지휘를 따라주십시오.”
“예…….”
* * *
사흘 후.
콰르르르릉.
천도해 위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구오도 외부의 용들이 비주를 떠나 전부 구오도의 대한황궁을 향해 날아왔다.
오순이 걸음을 옮겨 거대한 용의 머리 위에 자리 잡고 서서 싸늘한 시선으로 멀리에 위치한 대한황궁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너무 눈부셨다. 엄청난 기운이 상공에서 맴돌고 있었기에 황궁이라는 것을 한눈에 눈치챌 수 있었다.
그가 끌고 온 용의 규모는 엄청났다. 천 마리의 거대한 용과 삼천 마리의 교룡, 그리고 패하까지 전부 상공을 맴돌았다.
그들은 흉악한 기운을 내뿜었다.
하늘에서 오순을 에워싸고 있던 농후한 안개는 한 무리의 용들이 도착해서부터 천둥 번개를 치기 시작했고 폭풍우가 쏟아져 내렸다.
오순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대한황조의 기운은 경금종의 것을 뺏은 거지. 흥! 대한황조? 고작 작은 섬이면서 감히 황조라고 불러?”
“태자님, 바로 저곳입니다. 고해 아들과 그의 부하들이 바로 저곳에 있을 것입니다.”
“왜 료아의 그림자는 안 보이냐?”
“글쎄요. 료아 대장은 미리 도착했을 텐데요.”
용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순은 여전히 싸늘한 모습이었다.
농후한 안개는 폭풍우를 품고서 대한황궁을 향해 밀려갔다.
“저기 용들이 있습니다.”
“용? 저렇게 많이?”
“교룡은 아닌 것 같고, 거대한 용입니다. 진짜 용입니다!”
폭풍우가 내리기 시작하자 수많은 백성은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한 무리의 용들은 무서운 기세를 전부 내뿜으며 엄청난 기세를 보였다.
그 모습에 수많은 백성은 겁에 질려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천도해에서 온 수많은 수련자도 겁에 질렸다.
“대한황조는 대체 왜 이 많은 용을 건드렸을까?”
“이건 분노의 기세야. 이 용들은 대한황조를 멸망시키러 온 것이야!”
“큰일 났다! 대한황조는 이제 망했어!”
수련자들은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숨고 싶었지만, 마음속에는 궁금증이 가득 찼다.
고해, 천도해의 전설적 인물이 왜 이런 소란을 피웠을까?
어째서 이 많은 강자들을 건드렸을까? 용들의 기세로 봐서는 천도해를 쓸어버릴 게 분명한데.
수련자들은 호기심을 안고 황궁을 향해 모여들었다. 천도해의 주변에 위치한 성주들도 호기심을 안고 황궁을 향해 날아왔다.
그 시각, 황궁 옆에 위치한 황가도박장에는 수많은 천도해의 수련자들이 모여 있었다.
경마장에서는 말들이 절반 정도 달리더니 갑자기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수많은 노름꾼은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지?”
우르르릉!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노름꾼들은 전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했다.
천도해의 수련자들은 예전에 한 마리의 교룡과 패하의 대전만으로도 경악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천 마리의 교룡과 패하가 있었고, 심지어 천 마리의 거대한 용들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황궁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야?”
“도망쳐!”
노름꾼들은 경악해서 신속히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일부 오지랖 넓은 사람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 남아 있었다.
사마장공과 그의 부하들은 이미 별장의 옥상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은 시야도 넓어 모든 광경이 잘 보였다.
사마장공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드디어 왔구나. 허어!”
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고해의 대한황조는 이제 끝났습니다. 오순이 이 정도 규모의 용족 대군을 거느리고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삼천 마리의 아룡과 천 마리의 거룡이 오다니요.”
사마장공은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게. 하지만, 이래야 재밌지.”
사마장공은 고개를 돌려 황궁을 바라보았다.
황궁 주변은 엄청나게 차분했다. 심지어 안개 대진마저 활짝 열려 있었다. 마치 하늘 문처럼 누구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기회를 엿보던 사람들이 뛰어들었겠지만, 오늘은 아무도 없었다.
하긴, 수천 마리의 거룡이 들이닥쳤는데 누가 감히 목숨을 바치러 가겠는가.
부하가 궁금해하며 말했다.
“어르신,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진법조차 설치 안 할 수가 있지요? 고해는 대체 무슨 배짱인 걸까요?”
사마장공 역시도 인상을 찌푸렸다.
한편, 오순은 맨 앞에서 거대한 용들을 거느리고 황궁 근처에 도착했다.
황궁의 문이 활짝 열린 모습을 본 오순은 인상을 찌푸렸다.
엄청난 규모의 대군을 거느리고 거대한 기세로 들이닥쳤으니 이미 눈치채고도 남았을 텐데, 왜 아무런 반응도 없지?
용들은 포효하며 대한황궁을 향해 돌진했다.
대한황궁은 여전히 평온했고 주변을 지키고 있는 호위 병사들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쿠구궁!
굉음과 함께 용들이 대한황궁의 앞에 도착했다.
오순은 실눈을 뜨며 속도를 늦췄다. 그의 행동에 용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오순을 태우고 있는 거대한 용이 침착하게 말했다.
“태자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대한황궁이 저희가 왔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옆에 있던 거대한 용이 흉악스럽게 말했다.
“태자! 지금 바로 황궁을 밀어버립시다! 그러다 몇 명이 잡히면 그때 가서 고해 아들이 어디 있는지 물어봐도 됩니다!”
오순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콰앙!
황궁의 충천전에서 엄청난 기운이 하늘을 찌르며 솟구쳤다.
농후한 안개가 상공에 나타났다. 이 새로운 안개가 용들이 모아놓은 안개와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구구구궁!
쌍방의 안개가 서로 부딪치자, 충천전은 신속하게 기운을 회수했다.
상공에 있던 안개들이 전부 자취를 감췄다.
거용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설마 개천궁의 기운?”
수많은 거룡들은 동작을 멈추고 황궁 밖에서 싸늘한 눈빛으로 충천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개천궁의 기운이 사라지고 천상이 사라졌다. 그러자 수많은 거대한 용들의 기세가 또다시 불타올랐다.
오순이 흉악한 모습으로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독고구패인가? 흥!”
오순은 예전에 자신을 망신 주었던 독고구패일 거라 생각했다.
“고진! 대한의 백관들은 당장 나와라!”
그가 소리치자, 충천전 입구의 대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고진이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
문무백관들은 수천 마리의 거룡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곧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진이 맨 앞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전혀 겁먹지 않았고, 심지어 얼굴에는 미소마저 띠고 있었다.
그의 미소는 수많은 용들을 흠칫하게 만들었다.
그때, 거룡 한 마리가 소리쳤다.
“태자! 바로 저놈입니다! 저놈이 바로 고진이자 고해의 큰아들입니다! 그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어서 흑룡이 소리쳤다.
“태자님, 제가 잡아올까요?”
고진이 그 말을 듣고 싸늘하게 웃었다.
“태자? 허허허. 여러분, 참으로 배짱도 크군요. 누가 용족의 태자인지 몰라서 그러십니까? 아니면 따로 용궁을 만드시기라도 했습니까?”
오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궁 주변에 아무런 장치도 없었다.
목 선생의 자료에 의하면 황궁 주위에는 대진이 감싸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아무것도 없지?
그때 흑룡이 앞으로 돌진했다.
“무엄하구나! 태자, 제가 잡아오겠습니다!”
당장이라도 충천전이 무너지고 병사들이 학살당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고진은 가만히 서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싸늘하게 흑룡을 쳐다보았다.
습격해 오던 흑룡의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저놈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가 마침, 충천전 근처로 다가갔을 때, 충천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 왕 형(王兄), 하도 날아다녀서 정신도 놓아버린 건가? 누가 태자인지조차 기억 못 하는 건가?”
순간, 흑룡은 상공에서 동작을 멈췄다.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
그는 겁에 질린 채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이 목소리, 이 목소리는…?
흑룡은 오싹한 상상을 하고는, 더 이상 가까이 가지 않았다.
대전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와 말투는 모든 거룡들의 안색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오순마저도 안색이 어두워진 채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의 수련자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충천전을 바라보았다.
대진이 감싸고 있지 않았기에 내부는 선명하게 잘 보였다. 고진이 겁먹지 않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충천전에 누가 있는 거지? 말 한마디에 흑룡이 겁에 질렸던데?”
“강자가 있으니까 고진이 두려워하지 않는 거구나.”
“누구지? 용족 전체가 겁에 질렸는데?”
수련자들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황가도박장의 휴양지.
사마장공 역시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용태자 오승의 목소리인데?”
부하가 놀라며 소리쳤다.
“예? 고해가 용태자 오승을 모셔왔다고요? 어쩐지 너무 담담하게 오순을 맞이한다 했습니다.”
“아까 개천궁의 기운이 바로 오승의 것인 게 틀림없습니다.”
“점점 재미있어지네요. 오승과 오순이 또 싸우겠는데요?”
부하들은 전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사마장공은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으로 충천전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하군….’
오승은 용족의 진정한 용태자였다. 그의 목소리는 모든 용족이 알고 있었다. 누가 오승의 목소리를 모르겠는가.
하지만, 오승이 왜 여기에 있지?
용들은 초조해졌다. 아룡들은 더욱 불안에 떨었다.
그때 홍룡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태자! 저자는 반역자 오승입니다! 이참에 오승을 잡아버립시다!”
그때였다.
털썩.
대전 안에서 잘린 머리가 날아들었다.
홍룡은 그 머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료아의 머리?”
충천전에서 또다시 오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나를 거역하고 죄를 지어서 죽음으로 다스렸지. 왕 형의 부하 아닌가?”
용의 머리를 본 홍룡은 겁을 먹고 하려던 말을 삼켜버렸다.
대한황궁의 대전에는 여안이 여전히 묶여 있는 상태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옆에서 몽태가 싸늘하게 여안을 째려보았다. 몽태의 손에는 장검이 쥐어져 있었는데, 더러워진 장검을 여안의 어깨에 내려놓고 그의 옷으로 닦았다.
몽태와 마주하고 있는 여안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혹시라도 몽태가 실수로 자신을 찌를까 두려움에 떨었다.
그런데 그때,
콰르르릉! 크아아앙!
밖에서 용들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여안의 표정이 환해졌다.
“오순이다! 그들이 왔어! 오순 태자가 왔어! 와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