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243화 (243/243)

243화. 이야기로 오승을 증명하다

몽태는 실눈을 뜨고 손에 있던 장검으로 여안의 옷을 베었다.

“헛?”

여안은 겁에 질려서 사정했다.

“소, 소리 안 지를 테니 용서해 주게.”

몽태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앞으로는 조용히 해.”

“당신… 몽태 맞지? 오순이 용들을 거느리고 왔으니, 대한황조는 이제 끝장났어. 날 풀어주면 내가 그 보답으로 조부님한테 당신을 추천해 주지.”

몽태가 싸늘하게 웃었다.

“너 따위가 나한테 보답한다고? 대영황조는 곧 멸망하게 생겼는데 뭐가 어째? 하아!”

“그, 그럴 리 없어! 대영황조는 대한황조와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고 강대하다. 게다가 오순까지 왔으니 대한황조는 곧 무너져 평지가 되어버릴 것이다!”

몽태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순이 살아서 나갈 것 같아?”

“너희들은 절대 오순의 상대가 아니야!”

몽태는 웃음을 지었다. 더 이상 설명해 봐야 입만 아팠다.

여안은 몽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해가 오순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몽태의 태도를 봤을 땐,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뭔가 꿍꿍이가 있어. 설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묵 선생이 대건의 첩자일까?’

맞다 해도 묵 선생의 속사정은 아무도 알 수가 없으니. 심지어 조부님조차도 알지 못했다.

‘설마 진짜로 묵 선생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

사람은 한번 의심을 하게 되면 점점 더 깊이 의심하기 마련이다.

특히 여안처럼 자신이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혼자 소설을 쓰기도 한다.

‘만약 묵 선생이 진짜 첩자라면, 고의적으로 우리를 미끼로 뿌려 오순의 무리를 유혹했을 것이고, 기회를 봐서 전부 죽여 버리려 할 거다. 그럼 대건 성왕이 강자를 이곳에 보냈단 말인가?’

때마침 외부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이어서 오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안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경악한 그는 자신의 짐작을 확신했다.

‘오승? 틀림없어!’

저번에 조부님과 같이 오승을 만났었다.

‘이건 오승의 목소리야. 그럼 진짜구나!’

오승이 왔기 때문에 몽태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한편, 몽태는 싸늘하게 웃고 있지만, 손에는 땀이 차 있었다.

그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외부에서 소리가 들리자, 몽태는 고해가 말한 대로 서서히 장검을 거두었다.

그가 장검을 거둔 순간, 여안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오순 태자! 살려줘!!!”

* * *

충천전 외부.

료아의 머리가 눈앞에 놓이자, 용들은 흠칫했다.

용족은 같은 종족끼리 서로 죽이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같은 종족끼리 서로 죽이게 되면 수룡이 되는 게 법이다.

그런데 료아를 죽이다니?

오순 태자의 밑에는 팔대수령이 있다. 료아도 팔대수령 중 한 명이었다. 그것도 실력이 뛰어난 수령 중 한 명.

그런 료아를 오승이 죽이다니!

오순은 실눈을 뜨고 충천전을 노려보았다.

‘오승! 네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지?’

용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오순을 바라보며 그가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렸다.

바로 그때, 편전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순 태자! 살려줘!!!”

오순의 안색이 굳어졌다.

“응?”

여안의 목소리다.

오순은 손을 휘둘렀다.

우르르릉!

편전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고, 내부에서는 몽태가 허둥지둥 검을 빼 들고 여안의 목을 향해 겨누었다.

몽태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죽고 싶어?”

여안이 두려워하면서도 소리쳤다.

“조부님이 위험해! 묵객이 바로 대건의 첩자야! 이건 태자를 죽이기 위한 음모야!”

몽태가 주먹을 휘둘러 여안을 기절시켰다.

“닥쳐!”

그는 장검을 여안의 목에 겨누었다.

용들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무엄하구나!”

몽태가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놈은 내 손에 죽는다!”

오순이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또다시 충천전에서 목소리가 전해졌다.

“용족이 죄를 저지르면 내가 결정할 수 있지만, 여안은 죄를 저질러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내가 목숨은 살려주었다. 허, 역시 여양의 후손이야. 그래도 차마 내 손으로 죽이지는 못하겠구나.”

오순은 분노해서, 몽태가 제압하고 있는 여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끝내 나서지 않았다.

‘최소한 여안을 바로 죽이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 여안이 얘기한 건 무슨 뜻이지?

“묵객이 대건의 첩자라고? 그럴 리가 없어.”

그의 말을 들은 거룡들이 너도나도 말했다.

“태자,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묵객은 전혀 말리지 않았잖습니까?”

“묵객의 신분은 늘 수수께끼였습니다.”

“묵객이 계획해 놓은 음모가 아닐까요?”

“묵객과 오승이 서로 손잡은 걸까요?”

“황태손입니다. 폐하를 해칠 노릇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황가도박장 휴양지에 있던 사마장공은 눈을 부릅뜨고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묵객이 성왕의 사람이라고? 이번 일도 그가 꾸민 음모이고, 오승까지 초대해서 오순을 공격한다고? 너무 뻔한 이유고 너무 뻔한 사실인데…. 그렇다면 오승이 이곳에 있는 것도 명분이 서고, 말도 이치에 맞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는 정확한 사실을 하나 알고 있었다.

묵객은 절대로 성왕의 사람이 아니었다.

오순은 충천전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묵 선생이 진짜로 대건 첩자인 걸까?

자신을 죽이려고 이번 일을 계획한 걸까?

설마 진짜로 오승과 계략을 꾸며 나를 속이려는 걸까?

만약 그게 진짜라면 너무 무서운 일이었다. 대영황조는 위기에 처할 것이고 자신의 그동안 노력은 전부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때, 홍룡이 싸늘하게 말했다.

“태자, 어쨌든 오승이 오면서 병사를 거느리고 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가 그를 이곳에서 제거해 버립시다.”

오순은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어!’

때마침 오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왕 형, 부하가 참 재미있는 제안을 하는군요. 맞아요. 난 아무도 거느리지 않고 혼자 왔습니다. 못 믿겠으면 직접 들어와서 보시지요.”

용들은 순간, 멈칫했다.

쿠구구구궁.

그때 구오도의 주변 해역에서 ‘천상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하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자, 천상안개는 또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한 무리의 용들은 고개를 돌려 그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의 해역에는 시도 때도 없이 거대한 용의 꼬리가 자꾸 수면 위에 나타났다가 또다시 바닷속으로 스며들며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수면 위에서는 용을 볼 수 없었지만, 바닷속 일정한 곳에서 흐릿하게 거대한 용이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작 검은 그림자만으로도 거대한 용임을 판단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의 거대한 용의 그림자가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아니, 열 마리가 아니었다. 백 마리, 천 마리, 만 마리는 될 듯했다.

구오도에 들이닥쳤을 때, 아무도 바닷속을 자세히 바라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살펴보니 최소한 만 마리의 거대한 용이 들어 있는 듯했다.

오승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왕 형, 우리 형제의 대화에 부하들이 끼어드는 건 아니라고 보오만.”

흉악한 표정을 짓던 거룡들은 그 말을 듣고 얼어버렸다. 특히 오승을 죽이자고 하던 홍룡은 입이 달라붙었다.

바로 그 시각, 바닷속에서는 수많은 수요와 현무가 거대한 석룡을 끌고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 * *

황가도박장의 휴양지.

사마장공의 위치한 곳은 그리 높지는 않았다. 그 바람에 시야에 한계가 있었지만, 어떤 상황인지는 눈치챌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제야 석룡의 의미를 알겠군. 하마터면 나까지 속을 뻔했어.”

사마장공은 묘한 미소를 지은 채 충천전에서 들려오는 오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승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있었다.

“왕 형, 아직 기억합니까? 우리 모두 태자가 아니었을 때, 그래도 최소한 이 정도로 대치하고 맞서지는 않았는데. 그때, 당신은 왕 형이었고 나는 당신의 동생이었는데. 그때가 얼마나 좋았는데…. 휴.”

오순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형? 하, 하하하하! 네가 나를 지금 형이라고 여기기는 하는 거냐?!”

“하지만 단지 그 시절뿐이지요. 솔직히 형이 나를 위해 뭘 했습니까? 물론 나도 형을 위해 한 건 없지만…….”

아무래도 오승이 확실한 것 같았다. 아니라면 어떻게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안단 말인가.

오순이 분노를 터트렸다.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해? 그때, 네가 괴롭힘을 당하고 나서 난 장어 요괴를 천 리씩이나 쫓아갔었다! 하마터면 장어 요괴한테 먹혀버릴 뻔하기도 했지! 그런데 넌 아버지한테 가서 겨우 원단 하나를 구해줬지. 네가 놀러 가겠다고 하면 난 아버지 몰래 너를 데리고 놀러 갔고, 돌아오면 나만 욕먹었었다는 걸 모른단 말이냐?”

“형, 사람은 모두 성장하는 법입니다. 예전과 같을 수가 없지요. 형이 예전에는 태자였지만, 지금은 아니잖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형제지간이니까 만나자마자 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난 계속 이 안에 있을 겁니다. 선택은 형이 하십시오.”

오순의 눈가에 분노가 차올랐다.

“허허, 나랑 싸우고 싶지 않다고? 그럼 왜 날 끌어들인 거냐?”

오순은 오승이 만들어낸 형제의 정이라는 가면을 찢어버렸고 직설적으로 오승을 향해 질문했다.

용들은 조용히 충천전에 있는 오승의 대답만 기다렸다.

오승이 또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우, 형, 과연 내가 진짜로 형을 죽이려고 끌어들인 것 같습니까? 만약, 내가 죽이려고 했다면 왜 굳이 이곳에 혼자 왔겠습니까?”

용들은 난해한 표정을 지었다. 오순도 그 말의 뜻을 알지 못했다.

“형, 당신은 태자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신을 영도자로 임명했을 때, 용족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요. 그래서 용족의 번창을 위해 내가 잠시 태자의 자리에 앉았던 겁니다.”

“하하하하하, 마치 마지못해 그 자리에 앉은 것처럼 얘기하는구나! 내가 적합하지 않으면 넌 적합하냐?”

“형이 그렇게 질문을 했으니 나도 똑똑히 알려주지요. 왜 형은 적합하지 않은지.”

“좋다! 어디 말해봐라!”

“하하하. 일단 형이 데리고 온 용부터 얘기해 보지요. 모두 당신이 가장 믿고 있는 자들 맞지요? 그런데 그들이 모두 당신한테 충성한답디까?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흥! 이들은 모두 나의 부하들이다. 자연히 나에게 충성하고 있다.”

“아니라고 하면?”

“뭐? 무슨 말이냐?”

“저들 중에 내가 파견한 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압니까? 그들이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습니까?”

“헛소리하지 마라!”

오순은 부정하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하지만 마음속 한구석이 텅 비어버렸다.

“그럴 리가 없어! 이들은 전부 너에게 버림받은 수룡들이다!”

“그래요? 허, 이제 더 이상 감추지 않아도 되겠군요. 오늘 이후로 잘잘못을 묻지 않겠다! 돌아올 자는 다시 돌아와도 좋다!”

오승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리들 중에서 백룡이 날아올랐다.

백룡은 신속하게 충천전 쪽을 향해 날아갔고 오승과 같은 방향에 서서 오순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한 무리의 용들이 왁자지껄해졌다.

“백 수령이?”

그때, 남룡도 하늘로 날아올라 백룡과 같은 편에 섰다.

“오순 태자, 죄송합니다. 저를 알아봐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용들은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 수령도?”

“오순 태자, 죄송합니다.”

“오순 태자, 죄송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룡들이 하나둘 하늘로 날아올라 오순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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