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2화 (12/143)

< 13화-구원의 총알 >

크로스보우는 풀악셀을 밟으며 드라이브를 계속했다. 신호위반이나 칼치기는 애교 수준의 난폭운전이다. 경미한 접촉사고 따윈 무시한다.

빵빵─.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과 귓가를 스치는 바람. 엔진이 기어수를 올리는 소리와 진동이 몸을 울렸다. 라디오를 켜니 지금보다 미래의 시점을 말하는 DJ까지.

"...."

만약 이게 현실이라고 친다면. 그는 현실감에 말미암아 생각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그냥, 그렇다고 친다면.

크로스보우는 문득 팀원들을 살폈다.

균열방어전의 팀 구성은 총 다섯명.

아까 지원사격을 해줬던 [전설의 리그]의 세나. 딜러 겸 힐러.

마찬가지로 [전설의 리그]의 모데카이저. 딜러 겸 탱커.

[마지막 환상 온라인]의 백마도사. 힐러

일전에 배틀로얄에서도 만났던 캐릭터, [고급시계]의 라이언하트. 탱커.

그리고 크로스보우 자신.

이게 현실이라면. 저들이 정말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고, 돌연 도시에 나타난 괴물을 막으려는 사람들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쪽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냥은 어림도 없을 거 같은데."

더 원 그라운드.

그는 그저 총을 좀 잘 쏠 뿐인 일반인에 불과한 몸이다. 물론 진짜 현실에 비한다면 월등한 육체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낙사당하지 않는 패치까지 받았지만 그 뿐.

-ㅋㅋㅋ크보놈 현실직시

-ㄹㅇㅋㅋ그딴 캐릭터로 뭐함ㅋㅋ

-우욱...형님...똥 냄새가 너무 역합니다....

-심지어 다른 FPS게임 캐릭터들은 유탄이라도 발사하지 더 원그는ㅋㅋㅋ

-크보말고 다른 더 원그 캐릭들 걍 감자쟁이임ㅋㅋ수류탄만 ㅈㄴ던짐

-좋은 피지컬 그따구로 쓸거면 내놔!

거대한 대포를 쏴대고 철퇴를 휘두르며, 원작의 게임보다 훨씬 다채롭게 망령의 힘 따위를 다루거나, 각종 마법을 사용한다. 심지어는 전차만한 망치를 휘두르는 이까지.

그들에 비한다면 지금 자신의 스펙은 그야말로 양민 그 자체.

그런 생각을 하다가 크로스보우는, 바이저를 끝까지 내려버리며 중얼거렸다.

"뭐, 상관 없습니다. 이 정도면 딱 좋은 패널티죠?"

-응아니야ㅋㅋㅋㅋ

-드레이크 시점: 비비탄 쏴대는 꼬맹이

"그럼 미션거실 분?"

-??이걸 수금각을?

-아ㅋㅋ이건 안전자산이지

크로스보우는 자연스럽게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웃었다.

[현재 시청자 수 : 36,760명]

평소보다 5배를 넘는 시청자 수에 오히려 텐션이 올라간다. 이 중 많은 이들은 균방전만 보는 시청자들. 또는 이응이여섯개의 시청자들일테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번 방송을 보면 저들도 자신의 시청자가 될거라는 묘한 감각이 있었다.

그가 집중해야할 것은 이런 쓰레기같은 캐릭터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

단지 그 뿐이다.

초인 수준의 다른 유저들? 끔찍할 정도로 쓸모 없는 캐릭터?

-ㅋㅋ이거 크보 방송 오래 본 놈들은 미션 절대 안걸텐데

-ㄹㅇ불안해서 못 건다

그딴 거에 대해 상관하지 않기로 한 건 아주 오랜 옛적의 일이다.

한 게임당 100명이 매칭되는 더 원 그라운드.

100명 중 90명이 핵을 써대는 인간들이었던 게임에서도 그는 단 한 번도 랭킹 1위를 빼앗긴 적 없었다.

헬멧에 가려져 시청자들은 알 방도가 없었지만, 크로스보우는 진하게 미소지었다.

-...나 빙의 상탠데 크보 지금 웃는데?

-입꼬리 올라가는 느낌 개소름; 뭐냐

오직 1인칭 보기 상태에 들어가 있는 시청자들만이 그 웃음에 전율을 느낄 뿐.

애애애앵──.

빠아아앙──!!!

탈취한 경찰차로 마구 싸이렌과 경적을 울리며 달린다. 이 짓을 계속해서 반복하자 아무리 부산이라 하더라도 길을 비켜주는 다른 차들.

NPC들이 만들어준 길을 쌩쌩 달리며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조금 멀리, 드레이크가 나타나는 모습이 마치 세기말의 광경처럼 그의 눈에 박혔다.

───■■■■■■!!

칙칙하고 기분 나쁜 색의 괴물이 울부짖는다.

아마 가청주파수 밖에 있는 소리. 공룡과 용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 형태의 괴물.

필시 거대할 그 몸체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크로스보우는 자동차의 계기판을 힐끗 바라봤다. 근 200키로의 시속을 가리키고 있는 바늘.

그는 다시 한 번 팀 보이스를 켰다.

-"앞에 비켜주세요."

-"응?"

그제야 이 쪽을 돌아보는 팀원들.

-"자, 잠깐만요! 서, 설마?!"

-"님. 뭐함?!"

-"붕붕이는 빨간 불에도 멈추지 않아요."

제지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속도를 늦추기엔 이미 늦었다.

오히려 풀악셀을 땡겼다.

부아아아앙──!

그러자 아까 의사를 교환했던 캐릭터, 세나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오더를 내렸다.

-"...라이언님. 방패 켜주세요. 비스듬하게."

-"네, 네?"

판단력 좋고. 크로스보우는 하하, 소리내서 웃었다.

-"그것도 좋죠."

때마침 알맞게 생성된 점프대.

찰칵.

수류탄을 꺼내 입으로 안전핀을 뽑는다. 그저 갖다박는 것만으로는 폭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류탄은 확실한 폭발을 위한 보험이 되어줄 터.

그는 뽑은 핀을 뱉으며 소리쳤다.

"퉤. 간다아아아앗─. 드래프트──!!"

그리고 아군의 방패를 타고 날아오르기 직전, 기어를 후진에 놓는다.

드르르르르륵─!!

급작스러운 기어변동. 그로 인해 자동차 내부의 장치에 무리가 가며 심상치 않은 진동이 일었다.

됐다.

이제 대사만 치면 돼.

크로스보우는 어쩐지 느리게만 느껴지는 세상 속에서 속삭였다.

"이것도 너프해보시지."

아군의 방패를 타고 그대로 날아오른 차.

크륵─?

드레이크가 내는 의아함의 울음소리를 마지막으로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광안대교의 상공에서 발생했다.

***

그 뒤로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의 향연이었다.

폭발한 자동차 밖으로 탈출하는 것에 성공한 크로스보우는 충격의 여파로 바다로 떨어졌고, 그런 와중에 격발하며 드레이크의 눈을 정확하게 맞췄다.

그러자 소환되자마자 받은 거대한 충격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난걸까. 드레이크는 그를 따라 바다로 뛰어들어버렸고.

"미친?"

"...이게 이렇게 된다고?"

아군의 경악과 함께, 놈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모두 크로스보우의 설계대로였다.

다리 위에서 벌어지는 전투 탓에 일어나는 NPC들의 죽음을 원천 차단하는 계획. 담대하고 기상천외한 발상의 공략방식.

"그렇구나. 드레이크는 날개 없는 용....바다에 빠뜨린다는 발상은 처음이 아니긴해도...이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충격받은듯한 세나의 중얼거림을 긍정하듯,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드레이크는, 진짜 용과는 다른, 아룡.

흔히 '날개 없는 용'이라 불리는 몬스터.

육중한 덩치로 바다같이 깊은 물을 제 힘으로 벗어날 수 있을 리 없다. 어떻게든 다리 기둥 근처로 이동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크로스보우의 수류탄으로 번번히 무산되었던 것.

그렇게 놈은 그저 물 속에서 팀원들에게 집중포화를 맞다가 최후를 맞이했다.

그럼 크로스보우는 뛰어든 드레이크에게 타격을 입었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시청자들이 오지랖충이라고 부르던 그 NPC들.

그들 중 한 명이 해변가에서 대여해주는 모터보트를 타고 다리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보고 설계한거냐는, 팀원과 채팅창의 반응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까 애 구하고 얘기해놨죠."

-??그럼 아까 잠깐 송출 막은거임?

-뭐라 중얼거리는거 못 듣긴 했는데 그거였음?

-그 급박한 상황에서?

-와 저 NPC한테 뭐 부탁하면 허튼 짓 안하는건가?

"네. 빙의해계신 분들께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제가 직접 말씀드렸고요."

-큰 그림 뭐냐구 미친놈아 와 진짜

-어케했누 시벌!

-[제재된 채팅입니다.]

-피지컬이 아니라 뇌지컬까지...

그는 웃었다. 아까랑은 사뭇 다른 느낌의 웃음.

"아무튼."

[SYSTEM]살해한 괴물 수: 999/1000

타아앙─!!

"그워어어어어─."

오거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SYSTEM]살해한 괴물 수: 1000/1000

"미션, 클리어입니다."

그 순간 게임 속 세상의 시간이 멈췄다.

드레이크를 무사히 죽이고, 자잘한 몬스터들까지 모두 죽여 클리어된 탓에 멈춘 거겠지.

크로스보우는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잔잔히 치던 파도가 형체를 유지한 채로 굳어 있는 모습이 마치 사진과 같았다.

어느덧 시간은 해질녘. 노을을 받아 아름다운 색깔로 물든 광안대교의 모습이, 아무런 피해도 없이 보존되어 있었다.

"흑...흐윽...."

그리고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는 세나 유저. 당황해서 달래려는 팀원들.

-...균방전 노희생자 클리어라고? 진짜?

-이걸 해낸다고?

-나도 눈물날 거 같다 아무도 안 죽었어ㅠㅠ

-근데 이게 맞는 공략인 거 같다. 아마 일정 이상 체력을 한 번에 깍으면 무조건적 어그로가 그 유저한테 가는 거 같음

-초중반에 그 정도 피를 깍을 수 있는 캐릭터가 있음?

-포인트는 '한 명'이 깍아야한다는 건데....

그는 재빨리 그녀의 우는 모습이 방송에 송출되지 않도록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주며 바이저를 올렸다.

철컹─.

그리곤 어깨를 으쓱거리며

"공략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하시고...."

손을 내밀었다.

"입금하시죠."

-아ㅋㅋ그치....

-여운 와장창ㅋㅋ

-지금 석궁단들 우느라 채팅없는거임?

-균방전이 이상하게 과몰입되긴해

-ㄴㄴ 그게 아니라 아직 모름 이러고 죽은 사람 있을 수도 있음

-?ㄹㅇ?

그 채팅에 대답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띠리리리리.

시스템창이 그의 눈 앞을 가득 메웠다.

[SYSTEM]임무 완수!

[SYSTEM]홀로 사살한 괴물 수: 459마리

[SYSTEM]팀원과 함께 사살한 괴물 수: 321마리

[SYSTEM]받은 데미지 : 0

[SYSTEM]기여도 측정 중....

[SYSTEM]기여도 : 87%

.

.

.

[SYSTEM]사망자 수 : 0명

[SYSTEM]종합 랭크판정: SSS.

축포가 터지는 소리.

[SYSTEM]축하합니다! 균열방어전 광안대교맵을 최초로 완벽하게 클리어하셨습니다!

[SYSTEM]당신의 이름이 랭킹에 새겨집니다.

[SYSTEM]공식 홈페이지에 주소를 입력해주세요. 소정의 보상이 준비되어있습니다.

그 순간, 막아놨던 후원메세지와 채팅이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크로스보우는 대꾸하지 않고, 낮게 웃으며 광안대교를 뒤로 했다. 그도 계속해서 아름다운 광안대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고 싶었지만, 이 쪽은 방송을 송출하는 입장이다.

게임클리어에 우는 모습까지 보인 팀원이 수 만명에게 놀림거리가 되게 만들어선 안되겠지. 필시 뭔가 사정이 있어 울음을 터뜨린 걸테니.

-"수고하셨습니다."

그는 그렇게, 미련없이 게임을 나갔다.

"자, 잠깐만...!"

반반무라는 닉네임의 세나 유저.

그녀가 뭔가를 말하려던 게 그가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 13화-구원의 총알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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