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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35화 (35/143)

< 36화-전략전술은 약자의 것 >

높은 건물의 옥상. 크로스보우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바람이 조금 불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의 제주도를 모티프로 삼은 맵.

구름 한 점 없이 따뜻한 날씨 아래, 그는 눈가에 비치는 태양빛을 가린다.

부우우우우웅──.

하늘에는 평화롭게도, 때아닌 비행기가 맑은 날을 지나고 있었다.

"날씨 좋네...."

그는 헬멧의 바이저를 열고 완연한 봄의 향기를 즐겼다.

현실과 반대되는 날씨를 느낄 수 있다는 점.

올오버가 사랑받는 사소한 이유 중 하나였다.

───콰아아아앙!!!!

"간다아──! 드뤠프트!!!"

"님들. 사이온 일점사 좀요!"

"하층민 평타싸개 말 안들음. 수고."

"뭐, 뭐? 이 망나니 자식이...!"

"오른이 되게 세요. 이 자식들아! 와라! 대장장이 신의 부름!"

"이것이...그림자걸음...!"

그런 그의 모습에, 마치 배경음이 깔리듯 아득히 들려오는 전투의 소리.

크로스보우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보급은 내꺼야! 다 비켜!!"

"...응."

"응이 뭐야잇!"

"응......답, 나의 부름에 응답하라. 어둠의 전령이여!!!"

"이잉. 앗쌀라말라이꿍~."

결국 플레어건을 쏘아낸 크로스보우.

그가 있는 건물을 기점으로 유저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온갖 드립을 쏟아내며 격전을 벌이는 한국인들.

뒤엉키는 난투전이다.

-아ㅋㅋㅋㅋ입딜 무냐고ㅋㅋㅋ

-한국인 종특ㅋㅋㅋ

-천상계 형님들 유쾌한거보소

-ㄹㅇ재밌게노네ㅋㅋㅋ

-미친놈들임ㅋㅋ

크로스보우는 그들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문득 말했다.

"쯧쯧...부질없는 짓을...."

마치 강 건너 불구경이라도 나온 것 같은 태도.

-아ㅋㅋㅋ싸우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

-???: 이제부터 서로 죽여라

-아ㅋㅋ고계급들로 고독벌레 만든 썰 푼다

-ㄹㅇㅋㅋ

"농담입니다."

크로스보우는 어깨를 으쓱이곤 몸을 일으켰다.

사실, 그가 이 곳 건물의 옥상에서 난전을 그저 바라만보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플레어 건.

각성구보다 상위의 아이템이 나오는 보급 상자를 소환하는 물품.

그야 고계급이니만큼 플레어 건의 정체도, 그리고 스펙업했을 때의 쾌감도 주지의 사실일거라 생각은 했다.

...다만 이렇게까지 죄다 몰려들 줄은 몰랐던 것.

"끼어들기가 애매하네요."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다 몰려옴ㅋㅋ루삥뽕

-보급 존나달아~

-버스터콜on

-방구석 어벤져스들ㅋㅋㅋ

-아무리 크보라도 저 사이에 뛰어드는건 애매하지ㄹㅇㅋㅋ

-네임드랑 방송인 존내많네ㄹㅇ;

"어떻게 해보면 될 거 같긴한데...."

-허세on

-???:두고 보라고

-그건 그레이드쉑 아니누ㅋㅋ

-그레이드이가 아니라 구라이드임ㅋㅋ예상 다 틀림ㄹㅇㅋㅋ

크로스보우는 폭발로 번쩍이는 전장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저 전투에 참전한다면 어떨지 잠시 가늠해보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저 스쿼드. 잘하네요."

그는 한 팀을 가리키며 말했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움직임. 난전에 난전을 거듭하면서도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이 게임의 매칭 계급은 최소 마스터에서 오버로드까지.

그런 실력자들 사이에서도 크로스보우가 가리킨 스쿼드는 점차 이쪽으로 돌파해오고 있었다.

-아ㅋㅋ쟤들도 같이 게임 잡혔네ㅋㅋ

-저쪽도 스트리머임

"스트리머요? 그렇군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훌륭한 실력이다.

그는 턱을 괴며 계속해서 전장을 살폈다. 온갖 곳에서 뿌려지는 스킬이, 크로스보우의 머릿속에서 낱낱히 파헤쳐진다.

그리고 곧이어 내려진 결론.

'......뛰어내려도 상관은 없겠군.'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시선을 거뒀다.

"그건 그렇고...언제 떨어지지."

하늘에는, 방금 전 날아온 비행기가 떨어뜨린 보급품이 낙하하고 있었다.

보라색이었던 각성구보다도 한 단계 높은 등급이라는 걸 반증하듯 희미한 황금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

보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모종의 파동.

크로스보우는 소풍이라도 가는 초등학생의 마음이 되어 벌러덩 드러누웠다.

-눕방on

-트수모드ㅋㅋ

-평-화

"그로자나 나와라. 흐흐."

그로자.

더 원 그라운드의 총기 중에 가장 강력한 화력을 갖고 있는 돌격소총.

크로스보우는 그 소총으로 유저들을 잡는 상상을 하며 미소지었다.

-본인 방금 보급 먹고 1등하는 상상함ㅋㅋㅋ

-ㅋㅋㅋ먹어봤자 씹똥캐ㅋㅋㅋㅋ

-행복회로 풀가동ㅋㅋ

-야! 좀 먹게 해줘라!

─콰아아앙!!

"...딱 대...!"

"......!"

아득히 들려오는 교전 소리가, 듣기에 썩 나쁘지 않았다.

***

"...말도 안돼."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형형색색의 에너지가 맵을 수놓는다. 강하게 부딪히는 에너지 파동이 그레이드가 서 있는 장소까지 밀려온다.

그레이드는 조금 멀리서, 그저 우두커니 그 광경을 보며 서 있었다.

"...거의 모든 팀이 몰려들었군."

그 모습을 보며 다른 팀원이 중얼거렸다.

대충 봐도 열 몇 팀은 넘는 모습.

분명 그들이 들어온 곳은 [배틀로얄] 모드.

철저한 생존게임일 터인데...지금 모습은 마치 다른 모드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다대다 데스매치라도 하는 양 전면전을 벌이는 한국서버의 유저들.

각자 갖고 있는 인장을 머리 위에 띄우며 스킬을 때려박고, 또 아무렇지 않게 반격하는 광경.

그 개개인의 피지컬이 절대 우습게 볼 수 없는 실력이다.

"...뭔...."

"이성이 있으면 달려들 리가 없다고?"

그 때.

조금 전까지 그레이드와 논쟁을 벌였던 또다른 프로팀의 선수.

그는 그레이드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해보지?"

그 말에 그레이드는 눈을 치켜떴다.

마치 심한 모욕을 당한 것 같은 얼굴.

"...뭔가 한국인들끼리 얘기된 게 있나보군."

"퍽이나 그러시겠지. 저들은 원래 저래."

"...아니. 저건 미친 짓이야. 저런 도박수를 이런 고계급에서 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고작해봤자 아마추어들 주제에?"

"아마추어건 프로건 한국인이면 다 그럴꺼다. 멍청아."

"...저건 미친 짓이라고!! 미친 놈들이야!"

충분히 유쾌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그레이드는, 마치 자신의 예상이 틀릴 리 없다는 듯한 태도로 외쳤다.

-미친짓(올오버)

-그레이드 피셜)한국인들은 모두 미쳐있다ㅋㅋㅋ

-아ㅋㅋㅋ게임은 역시 질병이다

-WHO...당신들이 옳았어

-증 명 완 료

-ㄹㅇㅋㅋ팩트라 할말이 없누

그들의 언쟁에 그저 낄낄댈 뿐인 한국인 시청자들.

차츰 심해져가는 감정다툼에 남은 두 명의 팀원들은 안절부절해하기 시작했다.

"이, 이봐. 그레이드. 너 지금 방송 중인 건 알지?"

"입닥쳐. 업혀가는 주제에."

그러나 팀원들의 만류에도 그레이드는 거침없었다.

모두 자기 발 밑이라 생각하는 듯한 언행. 지나친 자신감.

사람들이 딱 질색하는 태도였다.

-R1 콩가루 팀이네

-느그 참가권 왤케 예민하냐?ㅋㅋ아

-이새끼 참가권이니 뭐니 해도 대회경험 없지 않음?

-ㅇㅇ그동안 나이 어려서 못나감ㅋㅋㅋㅋ

-(대충 담배피는 눈사람 후려치는 영상)

-원래도 인성문제 좀 있었다던데

-님들 근데 이러다 크보가 지면 어뜩함

-당연히 지겠지ㅋㅋ아무리 그래도 프로스쿼드 상대로 크보 혼자 이기겠누

-ㄹㅇㅋㅋ프로랑은 아마추언데 어케 이김

한국인들이 왜 이렇게 많아. 그레이드는 자동번역되는 내용을 확인하다가 이를 갈았다.

"뻐킹 코리안. 내 방에서 다 꺼져."

-ㅋㅋㅋ구라이드 새끼 오늘 인성 레전드 찍네

-뻐킹 못해본 트수 의문의 1승ㅋㅋ

-ㄹㅇㅋㅋ

-아다들너무귀엽다

문제는, 북미팬들의 채팅도 그리 좋지는 않다는 것.

"그래서 이제 어쩔건데?"

마찬가지로 그걸 힐끗 확인한 팀원이 물었다.

잠시 정적.

─퍼엉!

저 멀리.

뭔가 터지는 전장의 소리만이 계속해서 들려올 뿐.

"...그래봤자 아마추어지."

그레이드는 침묵을 깨며 말했다.

"저걸 먹도록 놔두는게 문제라면...아무도 못 먹게 하면 돼."

"뭐. 다 때려잡기라도 하게?"

"어렵지 않지. 나는 5개 서버 랭킹 1위라고. 아마추어들도 못 이기겠어?"

그는 캐릭터의 궁극기를 사용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우웅─.

몸 주위로 기묘한 빛무리가 감돌기 시작하는 모습.

"...다 죽이고, 한국의 참가권도 잡고 승리하겠어. 잘 보라고. 한국인들."

그레이드는 당당히 선언하며 전장의 한 가운데로 몸을 던졌다.

"...."

기껏 온갖 이유를 들어가며 가지않겠다는 말을 했던 것과는 다르게 무모한 돌진.

그 뒷모습을 쳐다보던 R1의 프로게이머들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하아."

"지랄하네. 진짜."

마침내 방송화면에서 제외된 그들은, 감춰왔던 속내를 입에 담았다.

"리프트. 저거 좀 어떻게 해야하는거 아냐?"

R1 리프트.

프로게이머로서 경력이 가장 길어, 본의 아니게 팀 내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그는 떨떠름하게 웃었다.

"글쎄...."

"감독은 대체 뭐래."

리프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대회에 들어가면 여기저기서 얻어터질테니까, 지금은 놔두라던데."

"빌어먹을. 그럼 저 놈이 저러는 걸 한달이나 더 봐야한다고?"

"그런 셈이지."

그레이드와 언쟁을 벌이던 팀원은 분통에 차 말했다.

"아주 지랄났군."

"일단은 따라가자고."

그들은 썩 내키지 않는 듯한 걸음으로, 중앙캠프로 향했다.

***

"...그렇게는 안되지."

크로스보우는 저 멀리, 이 쪽을 향해 접근하는 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한창 전투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프로게이머 4명은 조금 과한 전력이다. 전력을 온전히 유지한 채로 전투에 참여시키면 썩 좋지 않을 터.

"미리 정리해놔야겠군."

그는 저격소총을 들었다.

"...."

스코프를 눈에 대자, 이 쪽을 향해 접근하고 있는 그레이드.

잭스에 힐러가 둘이나 붙어있는 모습. 누구든 잘해보이게 만드는 조합이다.

"거리...760."

틱. 틱.

크로스보우는 빠르게 영점조절을 마쳤다.

더 원 그라운드 때부터 지겹도록 반복해왔던 일이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발포했다.

생각보다 상대의 움직임이 훨씬 더 단순했던 것.

찰칵─!

뭐, 어차피 프로게이머 수준이라면 이건 당연히 피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응?"

뭐지.

크로스보우는 스코프에서 눈을 떼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맞았는데?"

그것도 정확히 머리에 맞았다. 캐릭터 스펙 탓에 상대가 죽지는 않았지만.

이걸 왜 맞지?

이 정도는 본능적으로 피할만 하지 않나? 아니, 심지어 피격 직전 스킬을 발동시킨다는 생각만 했어도 막을만했다.

"...프로게이먼데 저걸 못 피해?"

그는 일전, 한국의 프로게이머인 카운터가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어떻게든 저격을 피해냈던 걸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잠깐 인지부조화가 온 거 같은 기분.

크로스보우는 채팅창을 바라봤다.

-ㄷㄷ뭐야

-어케맞췄누

-와...초장거리 저격 실패하는 적이 없네ㄹㅇ

-속보)그레이드 혼비백산

-ㅋㅋㅋㅋ방송 두 개 동시에 보는 중이었는데 허둥지둥 엄폐물 찾음ㅋㅋ

-통-쾌

-아ㅋㅋ내가 올오버 할 때랑 비슷한데?

-크로스보우 어리둥절행ㅋㅋ

...뭐, 아무래도 좋다.

한 대 맞았으니 바로 나오진 못하겠지

그는 떨떠름하게 아래로 뛰어내렸다.

쿠웅─!

아직까지 전투가 한창인 아래.

"크가놈이다!!"

"아. 크크. 슈퍼히어로랜딩 무냐고."

"하늘에서 똥이 내려요."

"오빠 팬이에요!"

"크보님. 합방하쉴?"

"보급도 떨어진다아아!!"

격하게 반기는 유저들의 반응. 확실히 고계급이라 그런 것일까. 모두가 크로스보우를 단번에 알아보는 모습이었다.

덜컹─!

그리고 그를 따라서, 뒷쪽으로 떨어진 보급상자.

찬란한 황금빛을 등진 채, 크로스보우는 샷건을 뽑아들어보였다.

"...보급 선착순 한 명 띱."

""...! 띱!!""

"어? 어?"

"겹쳤네요. 다시 하겠습니다. 샷건 한 명 띱."

"띱! 아싸!"

크로스보우는 씨익 웃었다.

"분명 띱이라 하신겁니다."

탕. 타앙!!

"으헉?"

[SYSTEM]당신의 S686으로 '뚜비투비(니어모토마타)'님이 기절하였습니다!

1킬 날로 먹었군.

잠시 정적.

"...."

"...."

"...또 하실 분?"

그 말을 신호가 된걸까.

온갖 스킬들이 크로스보우에게 날아갔다.

-ㅋㅋㅋㅋ아ㅋㅋㅋ

-크보/인성 및 논란 ㅋㅋㅋ

-메어플 사기꾼 크로스보우ㅋㅋㅋ

-정보)띱이라 외쳤을 때 가장 먼저 따라 외치는 사람에게 뭔가를 주는 것이 띱이다

-고마워요 누물보빌런!

< 36화-전략전술은 약자의 것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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