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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72화 (72/143)

< 73화-제 점심이죠 >

[생존 모드]

캐릭터 선택 불가.

그저 현실보다 건강할 뿐인 몸으로 생존해 나가야 하는 모드.

아무리 고계급 게이머라고 한들 기본적인 생존 센스가 부족하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다.

게다가 근접박투가 아닌, 오직 스킬 활용만으로 고계급을 달성한 유저는 더욱더 그런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처음 출시되었을 땐, 모 서양채널의 전직 특수부대원이 오지에서 생존하는 영상의 조회수가 가파르게 오르도록 한 걸로도 화제가 되었던 모드.

“가, 같이 가요!”

“늦으면 어시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요소─고계급이고 뭐고 다들 한없이 나약해진다는 게 뭔가 매력이 되었던 걸까.

[생존 모드]만 즐기는 고인물 유저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했다.

물론, 스킬 하나 없이 오로지 센스만으로 최고 계급을 달성해 낸 크로스보우에겐 다른 모드나 생존 모드나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으아악! 뱀!! 크보님 여기 뱀!!!”

“오호. 고거 위···.”

“우와악! 위험한 거 아니까 저 좀 살려 주세요! 이거 머리가 세모난 걸 보니까 독사···.”

“아뇨. 위 속에 집어 넣으시라구요. 먹고 빨리 움직여야죠.”

“···이걸요?”

함께 하고 있는 동료, 커물쥐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었다.

구조 신호를 따라가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화들짝 놀라는 모습.

주로 거대한 벌레, 뱀, 쥐 등이 원인이었다.

-커물쥐 어리둥절행ㅋㅋ

-근무투입하는 사수부사수같네

-ㅋㅋ아ㅋㅋ폐급신병과 S급 상병ㅋㅋㅋ

-근데 뱀 색깔 무냐ㄷㄷ

-저거 몬스터임ㅋㅋㅋ안 익혀먹으면 죽어요!!

“아하. 몬스터구나.”

“···예? 크, 크보님?”

크로스보우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모른 체하며 뱀의 머리를 잘랐다. 아무튼 익혀먹으면 상관없겠지. 그런 생각이었던 것.

“그나저나 거의 다 왔습니다. 저 앞인데···정글이 끊기는군요.”

“···사바나처럼 생겼네.”

구조 신호가 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정말 긴박한 상태였으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시간.

그런데 아직까지 신호가 끊기질 않은 걸로 보아, 아마 목숨이 위험하다기보다는 사람을 모을 만한 뭔가를 찾았다고 보는 게 옳겠지.

쉘터였으면 좋겠다.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가 보죠.”

“오우쉣. 기대되는데요?”

···그러나 그 순간.

마치 그 생각을 뒤엎어 버리려는 듯,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구구궁─!!

“꺄아아아악!!! 저리 가!! 저리 가아아!!”

비명.

그리고 뭔가가 떼로 이동하는 듯한 소리.

“···! 크보님!!”

“뛰죠.”

그 소리를 확인한 순간, 그들은 몸을 낮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어? 이 소린?

-ㅋㅋ아ㅋㅋㅋ난 뭔지 알거같은데ㅋㅋㅋ

-너두? 야나두ㅋㅋㅋ

***

“흐어어어어···.”

끝없는 정글을 지나 돌연 튀어나온, 전혀 다른 환경의 지대.

“···일단 잠깐 송출 중지할까요?”

“오우쉣.”

동료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별개의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츄르릅─.

“이걸···음.”

“크흠.”

거기엔 수많은 들소들에게 둘러싸여 온몸을 혀로 핥아지는 스트리머가 있었다.

누군가 말로만 듣는다면 이게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이왜진···이게 왜 진짜임?

-ㅋㅋㅋ씨입ㅋㅋㅋ

-촉수on

-마트 시식코너on

-우설 맛있지···어? 반대네?

-ㅋㅋㅋ역 우설ㅋㅋ

“크, 크보님! 커물쥐님!!”

그때 이쪽을 확인한 스트리머의 반색.

그러나 두 명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보고만 있지 말고 구해 주세요···!”

-클립각on

-크보 속마음 : 직관 개꿀 히히

-ㅋㅋㅋ아ㅋㅋ

“···뿅님. 거기서 뭐하세요?”

비명의 주인공은 이세린이었다.

오늘 합방 멤버에는 분명 그녀의 이름이 없었을 텐데. 크로스보우는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그런데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그, 그게···.”

“제, 제가 불렀어요···몰래 온 손님 컨셉···흐이이이?!”

이미 들소들에게 파묻히다시피 한 곳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던 것.

처음 구조 신호를 보낸 스트리머였다.

-???저기 사람이 있어?

-들소 밑에 공간있어요ㅋㅋ

-ㄹㅇㅋㅋㅋ누나 거기서 뭐해

-아ㅋㅋ나가죽으십쇼 누님

-근데 구하러 안가나요?

-못가요ㅋㅋㅋ

“음···애매하네요.”

“아니. 님들. 이거 저희가 구하기 싫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에요.”

막상 상황과 마주하고 나자 걸음을 멈춘 크로스보우.

그때 채팅창에서 무슨 말을 들은 건지 한숨을 내쉰 커물쥐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를 핥아대고 있는 건, 유저들 사이에선 ‘외눈박이 들소’라 불리는 동물.

기본적으론 성격이 순하고 유저에게 경계심을 품지 않아 생존에 있어 상당한 도움을 주는 동물이라는 것이었다.

다만 녀석들에게 종종 발정기가 찾아오는데, 이때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 무리의 암컷인 줄 알고 핥아대는 것.

“조금 핥아지시다 보면 풀려날 겁니다.”

“으이이이···.”

도와줄 수 없다.

이때 도와주기 위해 녀석들을 공격하면 분노한 들소떼의 공격을 받게 되기 때문.

게임에 진입한 지 조금 시간이 지나 무기라도 있으면 모를까, 지금 타이밍에는 신종자살법이나 다름없는 짓.

─무우.

그리고 그에 긍정이라도 하듯, 외눈박이 들소의 울음소리가 퍼져나갔다.

-무우ㅋㅋㅋ

-이젠 들소 울음소리도 웃기네ㅋㅋㅋ씨입ㅋㅋ

-렬루ㅋㅋㅋ

“···하아.”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

크로스보우는 한숨을 내쉬곤, 파밍했던 나뭇가지 중 튼튼한 걸 골라 손에 들었다.

“···크보님? 설마···아니죠?”

그 모습을 본 동료가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대답하지 않는 크로스보우.

손가락을 들어 외눈박이 들소의 개체수를 세고 있었던 것.

“총 15마리···.”

“크보님? 진짜 아니죠? 이걸 잡을 각을 보신다고?”

-??뭐야 설마 잡게?

-나뭇가지로 들소를 어케 잡아요 아ㅋㅋ

-생존모드 뉴비 티내네 아ㅋㅋ훈수 마렵다

-5분뒤스포)???: 커물쥐님 구해주세요

-스포)오늘 커뮤에 크보 핥아지는 움짤 올라옴

-ㄹㅇㅋㅋ

[‘크보쨩핥짝’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다음 생은 들소다···.

부정적인 채팅창의 반응.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쉴 따름이었다.

이쯤 되면 다대일이 자신의 운명인가 보다 싶은 정도의 감상.

단지 그뿐이었다.

“갑니다.”

무우─.

그런 그를 비웃는 듯한 울음소리.

“···크보님?”

“미친 짓이에요! 다 죽겠다!”

-도망가~ㅋㅋㅋ

-버려! 살 사람 살고 봐!

-ㄹㅇㅋㅋ뎀지도 안박히는데ㅋㅋ

그를 말리는 외침이 방아쇠가 된 듯, 크로스보우는 냅다 달려나가 녀석의 뿔을 움켜쥐었다.

그대로 펄쩍 뛰어올라 허공에서 몸을 비트는 모습.

“···어?”

그리곤 바로 다음 순간, 녀석의 등 위로 착지하는 크로스보우.

···정확한 기승이었다.

-···?

-헐

-아크로바틱 무야

무우우─!

그리고 등 위의 인간을 떨어뜨리려 난동을 피우는 외눈박이 들소.

거기에 아무렇지 않게 매달려 있던 게 잠시였다.

문득, 수십 초쯤 지났을 때 묘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콰직!

“···뭐야?”

채팅창을 대변하는 듯한 동료 스트리머들의 반응.

무우우우우──!!!

들소의 고통스런 울음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하하.”

이게 되네.

크로스보우는 손에 들린 뿔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들소의 뿔을 잡아 뜯어 버렸던 것이다.

-뭔···어케 뜯은거?

-저게 됨????

아연질색한 채팅창의 반응.

크로스보우는 대답 대신, 오른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멀리 던졌다.

아까 발견했던 뱀의 머리였다.

독사의 머리는 숨이 끊어진 후에도 독액을 내뿜는 경우가 다수.

그걸 무기로 이용했던 것이다.

현실이라면 위험천만한 방식.

그러나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 많은 시청자들 중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ㄷㄷ미쳤네···

-순간판단력 뭔데

-이게 클라스 라는거냐?

-진짜다 이건ㄷㄷ

“일반적인 뱀이 아니라 몬스터라고 해서 해 봤는데···확실히 독 퍼지는 게 빠르네요.”

그리고 이제 와선 당연하지만···이상한 곳에서 현실적이다.

조직이 괴사하는 듯한 양상이 보이길래 힘을 줬을 뿐인데 뿔이 손쉽게 떨어져 나온 것이다.

아마 세포독의 일종이었던 모양.

“아무튼 뭐···무기가 생겼습니다.”

그는 씨익 웃어 보였다.

나뭇가지로는 유의미한 데미지를 줄 수 없어 잡을 가능성이 아예 존재치 않았던 상황.

그 상황이 반전되었다.

···무우─.

움츠러든 외눈박이 들소들.

그리고 그 모습을 침 범벅이 된 두 스트리머들을 포함해 그 자리의 모두가 바라보고 있었다.

"···와. 미쳤다. 등빨 봐."

"···언니···."

사심이 담긴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졌다.

***

싸움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원칙.

오로지 본능적인 위험감지와 유저 간의 협동 및 정보 공유뿐만이 살길.

[생존 모드]를 표현하자면 그랬다.

“아쉽네요. 고기나 좀 두둑이 얻나 싶었는데.”

그런데 그런 기초적인 상식을 전면에서 부정하는 스트리머, 크로스보우.

그는 태연한 기색으로 꺼내뒀던 재료들을 갈무리했다.

“···.”

“···.”

“···.”

오로지 피지컬만으로 발정기 상태인 들소들을 내쫓은 후에 내뱉은 말치고는 썩 임팩트 없는 대사.

조금 과장하자면, [생존 모드]에 있어 새로운 공략 패러다임을 제시한 후였다.

-초반에 외눈박이 들소 잡는 방법···메···모···

-이거 가능하면 꽤 사기 아님? 초반 식량 걱정없이 쉘터부터 만들 수 있는데

-ㄹㅇㅋㅋ근데 되는 게 아마 크보 뿐일듯ㅋㅋ

-ㄴㄴ지금까지 잡을 생각을 아예 안했다뿐이지 잡을 수만 있으면 ㅆㄱㄴ

-주기적으로 털, 우유 얻기 vs 고기 얻으려고 계속 죽이다가 얼어 죽기

-아ㅋㅋ입오버 하지말고 직접해!!!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채팅창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체 어케 했누···.”

“크, 크보님! 구해 주셨군요···!

“···죄송해요.”

“아뇨. 뿅 언니는 저 도와주려다가 붙잡힌 거예요!”

그에 반해 멍한 반응만을 보여 주고 있는 스트리머들.

그런데 들소들은 돌아갔지만, 끈적한 침은 남아 있는 모습.

커물쥐는 그 광경에 움찔, 몸을 굳히더니 슬금슬금 그들에게서 물러났다.

“···커물쥐님?”

“ㅔ?”

“왜, 왜 멀어지세요.”

“아, 아니···냄새가. 읍!”

“네?! 아니, 냄새라니. 크보님!···어?”

크로스보우는 이미 저만치 멀찍이 멀어진 상태.

“너, 너무해···.”

“크보님···.”

그는 일견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이며 한쪽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기는 왜 가리키세요?”

“저쪽에 물 흐르더군요. 두 분 다 씻고 오세요.”

“···.”

코 막힌 소리.

누가 들어도 숨을 참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ㅋㅋㅋㅋ

-멕이네ㅋㅋ

-방송천재on

-닭장냄새on

-[차단된 채팅입니다.]

그리고 풀 죽은 그들이 사라지고 잠시 후.

부스럭.

문득 다른 방향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정글에서 튀어나온 인영들.

“살아계십니까!”

“점냥님! 뿅님!···어? 크보님?”

구조 신호를 받고 뒤늦게 찾아온 스트리머들이었다.

크로스보우는 그 모습들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바닥을 가리켰다.

아직도 바닥에 흥건한 들소의 침.

그 흔적이 정글로 이어진 모습.

“엥?”

“···잡혀간 거예요?”

그리고 그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다른 스트리머의 말을 시작으로, 한두 명씩 계속 모여드는 스트리머들.

“응? 촉수 몬스터에게라도 잡혀 갔나요?”

“뭐야···킁킁. 으악!! 냄새 왜 이래!”

“헐. 잡혀 갔나 봐.”

“···아닙니다.”

그렇게 한동안 설명을 반복하고 있을 때.

“···씻고 왔어요···어?”

깨달으니 어느새 합방에 참여한 모두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씻으러 갔던 두 스트리머가 자리에 복귀한 순간이었다.

물에 젖은 모습.

띵-.

[방송 송출이 정지되었습니다!]

[사유 : 선정성]

"앗."

"핫."

"암살?!"

우수수 사라지는 방송 표시.

그리고 수많은 스트리머 캠 중 살아남은 건 단 하나.

"휴, 겨우 돌렸네요."

누구보다 빠르게 고개를 돌린 크로스보우뿐이었다.

< 73화-제 점심이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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