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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73화 (73/143)

< 74화-제 점심이죠 >

“···개판이군.”

크로스보우는 중얼거렸다.

“여기! 여기 뭐 있는데?”

“아니. 그거 개미집이에요. 건들면 안···으아아!!!”

“와! 여기 개미 그 가루형 비타민 맛 나요.”

“오···이거 봐요. 이건 뭐지? 와! 얘가 손가락을 무는데요?”

“식인꽃 씨앗이에요! 이 미친 사람아! 버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있을 수 없었다.

잠시 해프닝에 의해 송출이 정지된 스트리머들.

복구되는 데에 걸릴 예상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

그런데 그사이를 참지 못하고 다들 뛰쳐나가 이상한 짓을 해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킁킁 여기가 대기업 방송인가요?

-고작 저 정도 수위가 송출중지? 운치 플랫폼인거시야욧

-아 ㄹㅇ 난민들 다 몰려왔네

-엄

-준

-크보방 더럽히지 말고 다 나가!!!!!

[현재 시청자 수 : 170,253명]

타 방송의 시청자들까지 죄다 크로스보우의 방에 몰려온 상태가 되었다.

별다른 뭔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불가해’ 난이도 클리어 때보다 더 많이 몰려든 상황.

어차피 곧 복구되면 여러모로 정상화될 터였지만···이대로 놔두면 언제고 크로스보우의 방송도 터져 버릴지 모르는 일.

그는 잠시 정글로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손에 커다란 나뭇잎을 몇 장 들고 있었다. 송출중지의 원인을 없애 버리려는 셈이었다.

“두 분. 이리 오세요.”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는 의상. 조금 원시적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음. 좀 붙긴 하는데. 생각보단 괜찮네요.”

“감사합니다.”

-ㄷㄷ코스프레on

-깐프족on

-후욱···후욱···누나나죽어!

-이게 나라다

“오. 바로 복구됐어요!”

“저도요.”

아무튼 그렇게 잠시의 해프닝을 뒤로 하고, 다시 복구된 방송.

스트리머들은 내친 김에 함께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중 많은 이가 네이션스 컵에 출전했던 스트리머들.

그러나 자신들이 다른 모드에선 날고 기어도, [생존 모드]에선 아무 짝에 쓸모 없는 초보나 다름없다는 걸 인지한 것이었다.

차라리 그뿐만이면 다행이었다.

각각의 개인이 방송인이라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 호기심이 많다 못해 넘치는 수준.

드넓은 사바나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인간들의 모습은 사람이라기보단 차라리 원숭이 무리에 가까울 정도다.

“저희 일단 불 피워야죠?”

“네. 부싯돌 좀 주워 왔으니까 마른 풀 좀 갖다 주세요.”

“가방 어떻게 만드는 아시는 분?”

게다가 당장의 문제마저 존재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함께 움직이면, 식량 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

“···해가 지는군요.”

-마지막 캠프파이어나 하셈ㅋㅋㅋ

-밥도 물도 없죠? 조졌죠? 모레쯤에 몰살각이죠?

-생존모드 뉴비 특)밤 되면 끔살당함

-ㄹㅇㅋㅋ ㅂㅂㅂㄱ

“···.”

확실히 시청자들의 말이 옳다.

크로스보우는 아까 자신이 죽였던 들소의 시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단 한 마리.

아마 뱀 독에 중독된 녀석이 죽은 것일 터. 식량으로는 부적합한 상황.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식량을 구하러 가는 수밖에.

“저는 식량 좀 구하러 가겠습니다. 혹시 같이 가실···.”

“저요!”

“저두 가도 되나요?”

“···저. 앗···아아.”

-무수한 악수의 요청ㄷㄷ

-인기. 곤란.

-ㅋㅋ이게 그 아싸 브이로그냐?

-빼앗긴 아싸ㅠㅠㅠ

크로스보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들 그래도 제 주력모드에선 고계급의 인원들. 데려가서 나쁠 건 없다.

“좋습니다. 같이 가시죠. 아. 그전에···.”

그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체력 소모가 클겁니다. 다들 두 마리씩 드시고 함께 하는 걸로 하죠.”

“네? 뭔데요···? 헉!”

“···웁. 크, 크보님.”

꿈틀.

그의 손바닥 위에서 존재감을 여실히 뿜어내는 여러 마리의 꿈틀이들.

크로스보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자. 얼른요.”

그리고 그의 손바닥이 내밀어진 만큼, 손을 들었던 스트리머들은 주춤 물러났다.

“어···음. 저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각나서.”

“저, 저는 잠깐 배가 아파서···.”

“가스불을 안 끄고 나온 거 같아요.”

-ㅋㅋㅋ아이튜브 빨간대가리행ㅋㅋ

-소개팅남이 크본데 메뉴가 애벌레인 건에 대하여

-근데 ㄹㅇ벌레 개크네ㅅㅂㅋㅋ

-팅커벨 어린시절ㅋㅋ

-그 아싸같던 크보가 맞습니다!

-(대충 신나는 브금)

이걸 왜 안 먹지.

실제로 이상한 맛이 나는 것도 아닌데.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니 됐다.

그런 생각에서였다.

***

“맛 괜찮죠?”

“네···웁.”

결국 사냥에 따라온 건 이세린 한 명뿐이었다.

크로스보우가 슬금슬금 외면받던 상황에 슬쩍 다가와 손을 내민 그녀.

비록 눈물이 글썽이고는 있지만···세린은 과거에도 여러 번 합을 맞춰 봤던 스트리머다.

크로스보우 입장에선 썩 나쁘지 않은 멤버.

“···또 애벌레 잡으실 거예요?”

“아뇨. 사람이 많은만큼 애벌레로는 커버하기 힘들겁니다. 뭔가 동물을 잡아가도록 하죠.”

“네. 그럼···이쪽으로 가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녀는 과거 몇 번인가 생존모드를 해봤던 경력까지 존재했던 것.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들을 꿰뚫고 있었다.

그에 시청자들도 기립박수를 치다시피 하는 모습.

-숲 속 안내해주는 엘프누나···여기가 천국이냐?

-이제 머리카락 꼬아서 활 만드는거지?

-우욱···과몰입충 쳐내!!

-네다씹

“여기 보시면 발자국 같은 거. 이거 사슴이거든요.”

“···오호.”

-시슴···시슴을 조심하십시오

-ㅋㅋㅋㅋ

“저건 뭐죠?”

“어디요···? 앗.”

크로스보우가 가리키는 곳을 잠시 바라본 이세린.

그녀는 감탄성을 냈다.

“제단이네요!”

“제단?”

“네! 잘 안보이는데 관찰력이 좋으시네요.”

···본 게 아니다.

뭔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이 감각에 걸려 유심히 살펴본 것뿐이었다.

“자세히 보면 제단처럼 생기긴 했군요.”

크로스보우는 그곳에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여기서 아이템 만들 수 있어요. 운이 좋았네요. 생존모드에선 필수 스팟인데 이렇게 금방 찾다니.”

“···아이템?”

그는 제단의 평평한 부분들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설명을 시작하는 이세린.

그녀의 설명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건 ‘생존을 돕는 장치’라고 한다.

문명화 시대의 인간이 자연에 내던져질 경우, 생존 확률은 사실상 0에 수렴.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올오버라고 해도 생존을 돕는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는 것.

‘제단’은 맵의 무작위 장소에 존재하는 아이템 조합 스팟이라는게 요지였다.

“가방 같은 걸 만들 수 있어요. 재료만 있으면 텐트도 만들 수 있어요!”

“과연.”

아무리 현실적이라고 한들 외눈박이 들소나 몬스터 따위도 튀어나오는 일이 빈번한 장소니···사실 크게 이상할 건 없다.

그러던 때였다.

크로스보우는 문득, 흠칫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저건 뭐죠?”

이상한 감각이 전달되고 있었다.

눈앞의 제단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기운.

─새카만 색의 뼈무덤.

강렬하게 퍼지는 불길한 냄새.

그러나 이세린의 반응은 담백했다.

“아. 저건 그냥 별거 아니에요.”

“···별거 아니다?”

“네. 그냥 오브젝트 같은 거라고 해야되나? 맵에 가끔 보면 비슷한 거 있어요.”

“···.”

믿기지 않는 말에 크로스보우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힐끗 바라보았다.

-저거 걍 천연 칼갈이이에여ㅋㅋ

-ㄹㅇㅋㅋ걍 아무짝에 쓸모없는거

-무기로도 못씀 떼어내서 휘두르면 바로 부러져서

-난 동물 사체 썩은 건줄 알았는데ㅋㅋ

역시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모습.

크로스보우는 인상을 찌푸리곤 뼈무덤을 향해 다가갔다.

“···.”

그리고, 그것에 손을 대려고 할 때쯤.

-키엑!!

“앗. 사슴이다! 크보님!”

세린의 외침.

“흐음.”

크로스보우는 몸을 일으키며 들소의 뿔을 꺼내들었다.

우선은 식량을 구하는 게 먼저니까, 나중에 살펴보려는 요량이었다.

***

이런저런 해프닝이 존재하긴 했지만, 생존 모드 합방은 큰 문제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닳고 닳은 게이머들. 그리고 자유롭게 훈수질에 돌입한 시청자들.

이 둘의 시너지가 스트리머들로 하여금 빠르게 적응을 마치도록 했던 것이다.

“아. 이거 이렇게 하는거구나. 불 피웠습니다~.”

“전 토끼 있길래 잡아왔어요.”

“···왜 토끼가 까만색이죠?”

“밤토끼라서요.”

“···뭐래.”

크로스보우가 잡아온 사슴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스트리머들은 불 옆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당초 목적이던, 네이션스 컵과 관련된 썰풀이 방송이 드디어 성사된 것이었다.

“공항에서 등장할 때가 진짜 임팩트 진짜 미쳤었는데.”

“맞아. 그땐 왠 연예인인가 보다 했죠.”

“개회식 드론 띄울 때가 진짜···와···뭐 저리 태연하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차츰 하나둘씩 방송을 마치고 풀다이브 상태에서 빠져나가는 방송인들.

“먼저 가요.”

“저도 갑니다.”

“히. 뿅이랑 둘이 좋은 시간 보내요.”

“뭐래···! 저, 저도 가 볼게요!”

마지막으로 남은 건 크로스보우였다.

-레전드들 집합

-개백수 모빌라이즈

-새벽 3시···마지막 남은 레게노즈

-청자 수가 무너질때 우린 일어난다

-ㅋㅋㅅㅂ자괴감

[‘크보쨩핥짝’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으슥한 곳···단둘···후욱···

[‘하이드가그리운엄준석’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누가 저격좀해바

“···후원 감사합니다.”

쏟아지는 후원들.

그러나 그는 뭔갈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한참동안 불꽃을 바라보며 가만히 턱을 쓰다듬던 크로스보우.

문득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군요.”

-그럼 게보린드셈

-ㅋㅋ피식추

-머가요

크로스보우는 불타는 장작을 하나 꺼내들곤, 몸을 돌려 정글을 향했다.

“···아까 그 뼈무덤. 다시 한번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ㅇ?이렇게 어두운데?

-밤에 어딜가

“괜찮습니다.”

밝기가 문제는 아니다.

감각을 거슬리게 하는 느낌을 쫓아가면 될 테니까.

보이지 않아도, 이 정도 감각의 확장은 이제 와선 익숙한 일.

그저 달려나갈 뿐이다.

-머야 어케 잘 뛰누

-뭔; 타잔임?

-와 뭔데

그리고 곧 도착한 아까 그 장소.

“···.”

스멀스멀 느껴지는 기분 나쁜 감각.

여전하군.

크로스보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쪼그려 앉았다.

-머야 진짜 뼈무덤이네

-ㅋㅋ여길 왜 와!!!

-뉴비특)자기가 볼 때 이상하면 뭐 있는 줄 앎

-ㄹㅇㅋㅋ

“글쎄요.”

그는 작게 중얼거리며 검은 뼈에 손을 댔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뚝-.

“···?”

부러져 버리는 뼈.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허-망ㅋㅋ

-??? : 이상하군요

-ㅋㅋㅋㄹㅇ게보린이나 드십쇼 형님

한바탕 웃어대는 시청자들.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호오.”

...방금, 손이 아주 살짝 닿았을 뿐.

절대 부러질 수준의 힘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부러져나온 뼈.

실제로 만져보면 쉽게 부러질만한 감촉이 아님에도 그랬다.

“이거 무기로 쓰려고 하면 몇 번 휘두르지도 않고 부러진다고 했죠?”

-ㅇㅇ수수깡임 걍ㅋㅋ

-크보님같은 생각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그등요

-ㄹㅇㅋㅋ초반 공짜 무기처럼 보이는 함정ㅋㅋ

-여긴 균방전이 아닙니다 휴우먼

“그렇군요.”

그는 다시 한번 부러진 뼈를 힐끗 보곤, 주머니에 넣었다.

“이거 뼈무덤 하나가 아니죠?”

-포기 안하는 남자

-하나가 아니긴 해

시청자들의 확답.

크로스보우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74화-제 점심이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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