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87화 (87/143)

< 88화-투기장의 신성 >

어둡고 습한 공기.

마치 거대한 지하 미궁과도 같은 내부구조.

거대한 대회장이 마치, 뭔가의 알처럼 여러 군데에 퍼져 이어져 있는 모습.

위에서 보면, 커다란 크레이터가 여러 곳 자리하는 듯 보일 듯한 외형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큰데.”

-“여기서봐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관제탑과도 비슷한 무언가.

-“꼭 판옵티콘···같네요.”

“사우론의 눈 아님?”

-“그럼 우리 보여지고 있는 거임···? 너무 야해요.”

“이상한 말 금지입니다.”

-“네.”

디자인한 인간이 의도한 바인지, 가상공간이라는 메리트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다.

현실에선 절대로 불가능한 규모의 공간.

많은 인력 없이 이 정도 규모를 컨트롤할 수 있다니.

“흐음.”

여기저기 존재하는 부대시설도 대단한 위세.

크로스보우는 가면을 쓴 채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떡할 거예요?”

“우선은···.”

크로스보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당장 그가 제대로 된 선수로서 이름을 얻으려면 먼저 리그를 돌파해야 한다.

투기장의 시스템은 하부 리그, 상부 리그로 나뉘어져 있었던 것.

그리고, 하부 리그에 아래에는 그보다도 못한 대전이 존재한다.

“최하부 리그. 여기부터 돌파하고 생각해야겠죠.”

최하부 리그.

투기장에서 불리기론 ‘스캐빈저 그라운드’.

처음부터 선수로 스카웃되어 오는 것이 아닌, 정말 자원해서 이 리그에 출전하게 된 이들이 가장 처음 거치는 곳.

이 거대한 투기장에서, 일종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다들 왜 목숨까지 걸고 그런 짓을.”

채은아의 중얼거림.

그러나 그는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이런 짓을 하는 이유 같은 건 이미 둘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킬당 5만 원.

스캐빈저 그라운드에서 킬을 올리면 얻을 수 있는 수입.

고작 그 돈이 절실해서 이곳을 통하는 대다수가 자진하여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지급 시스템 상, 당연한 수순으로 초짜들을 노리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향한 멸칭이 바로, ‘스캐빈저’인 것.

그렇기에 ‘스캐빈저 그라운드’다.

“일단은 갑니다.”

-“···같이 가는게 좋은데.”

그녀의 헛소리에도 픽 웃고 마는 모습.

말은 저렇게 하지만, 위험한 부탁을 흔쾌히 수락해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채은아가 있는 곳은 관중석.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가능하다면 뭔가 있어 보이는 이들과도 접촉까지 해 보겠다 자처한 그녀.

“집중 좀 하겠습니다.”

고마워서라도 그가 대충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자자. 여러분들. 스캐빈저 그라운드가 지금 시작됩니다. 집중. 집중! 어이쿠. 거기 A석 옷 좀 입으세요. 아우. 드러워라.]

시야에서 색이 쭈욱, 빠진다.

***

‘붉은 검신’.

거대한 규모의 투기장.

이곳 리그의 많은 부분을 지탱하는 것은 바로 그런 별명을 갖고 있는 유저의 존재였다.

스캐빈저 리그, 하부, 상부리그를 거쳐 태어나는 신성들.

그들이 최종적으로 부딪히는 건, 바로 이 ‘붉은 검신’과의 챔피언 타이틀 매치였다.

가장 많은 돈이 오가는 매치업.

주최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유지해야할 이벤트.

“또 스캐빈저야?”

웅웅 울리는 목소리가 큰 방을 울린다.

붉은 검신이라 불리는 유저.

실제 성별따윈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여성체의 형태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

“밖에선 한가닥 하는 놈이라고.”

“믿어도 돼? 요즘 제대로 된 녀석이 없다구. 상부 리그로 올라온 슈퍼루키? 걔 정도가 전부잖아.”

“나중에 직접 확인해 보지 그래?”

크리스피는 의자에 앉아 말하고 있었다.

약간은 긴장한 모양새.

“지랄. 지금까지 네가 데리고 온 놈들을 생각하면 믿을 수가 없는데?”

“···.”

“바깥에서 날고 기면 뭐해? 여기선 통증 한 방에 질질 짜는데.”

“···흥. 암사마귀 같은 년. 걱정 마라. 저놈도 너랑 비슷한 놈이니.”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 말.

그 성격을 생각해 보면 뒤늦은 감이 있다.

“···.”

그러나 크리스피의 대꾸에 싸악 표정을 굳히는 그녀.

“나랑 비슷한 놈? 말대꾸가 인상 깊네. 크리스피.”

“···.”

“나는 유일해. 유일하고 유일한 존재. 나랑 비슷한 인간은 없어.”

가랑이 사이를 밟을 듯 콱 발을 올려놓는 붉은 검신.

“암사마귀랬지. 좋네. 너도 잡아먹어 줄까?”

“···너같이 저급한 종자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는 걸 난 아직도 믿을 수 없어.”

“못 믿으면 어쩔건데? 죽여 줄까 묻잖아.”

그녀는 눈을 희번뜩이며 물었다.

···크리스피가 개인적으론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인간.

본인도 남들이 보기엔 이상하다고 생각할 만한 행동을 하지만···최소한 그런 자각은 존재하는 편.

정말로 정신이 빠진 이 여자와는 그 행동의 기저부터가 다르다.

“···준비나 해. 곧 타이틀 매치니까.”

그러나 그는 한숨을 쉬고 말았다.

실력적으로나 위치로나, 눈앞의 여자는 그로서도 쉽지 않은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남자새끼가 맥 존나 없네. 부랄 떼라. 이 새끼야.”

“···.”

으득.

다만 언제고 이 여자를 죽이고 싶다는 충동은 갖고 있을 뿐.

***

스캐빈저 그라운드.

그 구조는 마치 어두운 콜로세움과 닮아있었다.

황폐한 풍경.

가상현실임에도 진짜 투기장에 와 있는 기분이다.

캡슐 밖에 관중이 존재하는 네이션스 컵과는 달리, 관중들까지 모두 접속하여 경기를 관전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 탓에,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씨. 눈깔이 멀쩡한 놈이 없네.”

“당신이 할 말은 아닌거 같은데. 낄낄.”

[아아. 자자. 스캐빈저 그라운드. 시작한다니까요]

“뭔 초등학교냐?”

“사회자 새끼. 빨리 시작 안 해?”

[스그 보려고 여기 온 인간 중에 룰 모르는 인간은 없죠? 그래도 대충 설명 들어갑니다.]

대기실을 벗어나 콜로세움 내부.

경기 시작 직전 이곳에 소환된 크로스보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독기를 품은 눈.

혹은 아무것도 모른 채 약간 불안해하는 선수들.

그리고 자기들끼리 히힉대며 웃는 무리까지.

크로스보우는 그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가관이군."

-"···그러게요."

히히덕대는 무리의 눈깔로 보아 하건대 새로운 걸 해보는 놈들이 아니다.

최소 1년.

그 이상 지속되어 온 게 분명하다.

해설이 투기장 전체를 울린다.

[룰은 간단. 저기 저 빌어먹게 생긴 놈들끼리 뒤질 때까지 치고받는 걸 보다가 대충 누가 이 관문을 통과할지 베팅하면 됩니다.]

“우리가 그걸 모르냐. 새끼야.”

“새삥이들한테 경기룰을 설명해라. 역배 좀 노려보게.”

저열한 야유.

[선수 놈들은 더 간단하지. 각각 목걸이를 하나씩 갖고 시작한다. 다른 놈 목걸이를 뺏어서 3개를 가진 채로 1시간 버티면 하부리그로 승격. 10개를 뺏으면 바로 승격. 참 쉽지?]

"아이고. 참 쉽네. 낄낄."

"시작이나 해라!"

[자. 그럼···경기─시작!!]

땡땡땡땡─!!

소란스러운 종소리.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 공간은 올오버와는 다른 듯하면서도 같아.'

캐릭터 픽 같은 것은 없고, 무기 선택과 기반에너지 선택만 존재했다.

또한 스킬이 존재치 않는다.

'이래서야 올오버 고계급을 데려다 놔도 당하겠는데.'

어쩌면 이게, 투기장의 규모를 키운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게임 캐릭터가 등장해 이리저리 스킬을 뿌리는 건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테니까.

'···스펙 자체는 월등한 대신 감각은 또 같군. 이상한데.'

마나, 오러, 마기.

크로스보우의 선택은 이번에도 다중 선택이었다. 이전의 방송에서 잠시나마 사용해 봤던 세 가지 에너지를 골랐던 것.

그리고 무기는 롱소드처럼 보이는 것.

혹시나 스트리머 크로스보우라고 의심이라도 받을 요소는 전부 피하는 모습.

그때였다.

"가만히 있지 말고 뭔가 좀 해 봐라!"

"죽여!! 죽이라고!!!"

독촉하는 외침들.

"저 광대 새끼 뭐야?"

"어휴. 겉멋만 쳐들어가지고."

이건 또 새로운 경험이다. 드립 치기 바쁜 유쾌한 시청자들과 달리, 불만에 가득 찬 종자들이 관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

조잡한 광대가면의 안쪽에 자리하는 눈매가, 가늘어진다.

[자자. 스캐빈저놈들이 먼저 움직입니다. 오늘도 신입들을 잔뜩 썰 수 있을 것인가? 아마 그렇겠죠. 하아암···.]

"가만히 있을 거면 그냥 뒤져라! 광대 놈아!!"

스캐빈저 무리와 가까운 곳에 스폰된 크로스보우.

게임이 시작되고 바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적들.

"야야. 저기 50달러 떨어져 있는데?"

"내 킬이다. 알지?"

"먹는 놈이 임자지. 씨발."

상대의 무기를 살핀 크로스보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운이 나빴네."

"운이 나쁘긴 하지. 니가 말이야. 낄낄."

"금방 보내주마.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아플 거다."

하필 총기류.

하기야 아무리 신체가 올오버의 캐릭터보다도 더 강화된 상태라곤 해도, 스킬도 없는 이런 곳에선 강력한 무기일 터다.

"뒤져!!"

타아아앙─!

격발음.

짬을 대충 먹지는 않았다는 듯, 정확한 조준 사격이었다.

"···어라?"

"뭐야. 불발이냐?"

"그럴 리가?"

여전히 서 있는 상대의 모습에 어리둥절해하는 적들.

그래도 지체 않고 재격발하는 모습.

타아아아앙─!!

다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운이 나빴지?"

크로스보우는 검을 세우며 중얼거렸다.

[어라? 광대가면. 뭐야! 본 사람? 방금 총 맞은 거 아니야?]

"무, 뭐야."

"···설마 쳐낸 거야?"

"개소리. 그런 놈이 스그에 왜 나와? 비켜봐."

기관총.

드르르륵─!!

그러나 이미 그 자리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뭐, 뭐야! 어디···."

"─위다!!!"

허공에서 빙글, 몸을 돌리는 크로스보우.

쐐애애애액─!!!!

한 번의 휘두름.

빠악!

"크아아악!!!"

[···이, 일도! 미친! 저 광대가면 뭐야!!]

해설자의 목소리가 웅웅 경기장을 메운다.

"베지도 않았으니까 이 정도면 정당방위, 맞지?"

"이런 개같···크헉!!"

콱!!

그는 통증에 고개를 숙인 상대의 목을 꽉, 잡아챘다.

"가라."

우우우웅──!!!

자신 내부를 순환하는 세 개의 에너지.

그걸 아무렇게나 통합해서, 상대의 몸에 억지로 욱여넣는다.

"끄···?! 으아아아아아아악!!!!"

[SYSTEM]경고! 사용자의 상태가 비정상적입니다! 당장 풀다이브를 해제하십시오!

[SYSTEM]경고! 강제로 풀다이브가 해제됩니다.

"우욱···끅."

털썩.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적.

"되는군."

크로스보우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커뮤니티에서 봤던 시스템 메시지.

비정상적인 상태에 돌입하면, 캡슐에서 강제로 풀다이브를 해제하도록 하는 기능.

역시 통각 제한이랑은 다른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이, 이게─!!!"

"이 새끼 죽여!!!"

[광대 가면!!! 의외의 실력! 스캐빈저 무리와 대격돌! 이야. 이거 오랜만에 재밌어지는데요!]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에요?"

은아의 질문.

크로스보우는 대답하지 않고 날아오는 탄환을 호선을 그리며 뛰어서 피한 후, 돌진해 다리를 걸었다.

"컥?! 이, 이런···!"

그리고 넘어진 상대방의 목을 잡은 채로 잠시.

주입.

검보라색의 빛이 그의 전신에서 너울거린다.

"끅···아아아아악!!!!"

눈깔을 까뒤집고 경련하는 상대방.

크로스보우는 손을 털곤 말했다.

"···이렇게하면 됩니다."

-"···나 싸인 마려워."

"금지어 밴이요."

< 88화-투기장의 신성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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