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20화 (120/143)

121화 가상현실의 아이콘 (3)움직이는 것은 크로스보우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은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크로스보우의 주변 역시 그랬다.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니깐?”

“한번 잡아 보자.”

“···이런 거에 나서면 체통 없잖아요.”

“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크로스보우야. 크로스보우. 체통 같은 거 지킬 때야?”

이미 한 번 꺾인 방송인 연합.

개인 방송계의 마당발, 김볼모를 필두로 한 그들이 다시 한번 뭉치고 있었다.

이미 스펙업을 해 버린 크로스보우에게 너무나 허망하게 쓸려나갔던 그들이 이번엔 몸집을 조금 더 키운 것이었다.

“서포터, CC(군중제어기)담당, 화력 담당···전방위 커버하는 스킬 3개는 있어야 돼요.”

“무슨 레이드 가냐?”

“레이드? 오. 그거 좋다. 레이드 쪽 스트리머들도 섭외할게요.”

“레이드 맞지. 마왕 크로스보우 레이드.”

인간은 실패에서 배운다고 했던가. 마구잡이로 덤벼들었다가 패배한 지난 날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이번 ‘대 크로스보우‘ 팀은 그 규모가 상당한 수준.

분명 급조된 팀으로 시작한 그것이, 점점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재밌겠네.”

“크로스보우 님 정도면···저희도 곧 답변 드리겠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은퇴한 전 프로게이머 출신의 스트리머에, 각 프로팀의 사무국에서까지 크로스보우를 잡기 위한 연합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진짜 되겠는데?”

“그러게.”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대체 그놈의 크로스보우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런 짓까지 하냐고 물을 정도.

그러나 상대는 무려 그 ‘크로스보우’다.

초신성 게이머, 시즌 4 최강자. 언킬러블데몬, 게임 영웅, 언노운, 최단기 오버로드, 올오버 그 자체···

갖고 있는 별명 갯수만 해도 한 손에 꼽을 수준을 넘어서는 게이머.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거대 방송인.

이런 인간을 이기려면 연합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이다.

아니, 그를 넘어 어떤 수든 써야만 승산이 생기는 수준.

크로스보우가 지금껏 이룩한 업적들을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올오버에 입문한 지 일주일 만에 최상위 계급달성, 2번의 시도 안에 플레이했던 모든 균열방어전 맵 최고 랭크 달성. 자타공인 한국의 네이션스 컵 우승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플레이어. 외국 프로게이머 유망주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던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 그 결승전에선 전무후무할 20대1의 격전에서 승리를 거둔 남자.

지금까지도 많은 이슈를 낳고 있는 불법투기장에 단독으로 잠입해 그 실태를 세간에 알린 게이머.

매번 방송의 시청자 수는 기본 10만 명에 달하고···이슈가 터지면 20만 명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그의 방송에선 그리 드문 것도 아닌 일로 치부되었다.

크로스보우의 행보.

그 엄청남을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사건을 거친 그의 아이튜브는 어느새 100만 구독자를 넘어 200만에 다다른 지도 꽤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그야말로 ‘괴물 게이머’.

그리고, 이런 크로스보우의 행보 중 가장 엄청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연코 이것이었다.

“···‘단 한번도 죽은 적이 없는 남자’···라”

“저희가 좀 해 보죠. 네? 크로스보우님 한번 잡아 보자구요.”

“···오케이. 합류하겠습니다. ”

그 어떤 게임에서든, 일방적으로 데스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

죽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동반자살. 그나마 최고의 게이머라고 불리던 블래드 정도가 유의미한 대등함을 보여 준 정도가 끝.

타의로 인해 죽지 않는다. 장르가 배틀로얄이든···무엇이든간에.

게이머라면 모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할 수준의 업적.

“이번엔 될까?”

“···목표는, 크로스보우님이 쌓은 저 탄환 스펙···저게 초기화되는 순간이야.”

“···날짜가 바뀌면 초기화 된다는거지?”

“그래. 특급 탄환에서 다시 최하급 탄환으로 바뀌었을 때, 그때가 포인트다.”

“다들 숙지하세요.”

유예기간은 단 하루.

그 안에 모을 수 있는 모든 인원이 모였다.

“프로게이머 5명. 오버로드급 8명. 그랜드 마스터급 21명. 다이아마스터급이 14명···.”

“···총원 48명.”

본래 각 기업의 스폰을 받던 프로팀들. 그들을 통해서 광고제의까지 늦은 밤에 연결되었다.

물론 급하게 성사된 만큼 별것도 아닌 수준의···협찬 로고가 나오는 수준의 연결이었지만, 판이 엄청나게 커졌음을 말해 주는 증거.

“크보님 지금 올오버 한답니다. 커뮤니티에 올라왔어요.”

“저격으로 꿀 좀 달달하게 빠시는 거 같은데.”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김볼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립시다.”

당하고만 살지는 않을 크로스보우의 성격상, 뭔가 방법을 가져올거라 생각했다.

대회 기간 동안 그와 교류해 봤기에 예측할 수 있었던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

“다들 준비되셨습니까.”

“···후.”

“언제든지!”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돼?”

해보자.

회의를 위해 모인 이들이 모두,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네요. 먼저 갑니다.”

“저도 준비하러 갑니다.”

“가 보자. 드가자!”

그 말들과 함께.

띠링.

띠링.

띠링띠링띠링띠링-!

디스코리아.

채팅 프로그램의 종료음이 쉴 새 없이 들려왔다.

풀다이브를 위해 보이스 채팅을 종료하는 것.

미지의 땅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 하는 마인드의 발로일까.

단순히 진영 경쟁에서 시작되었던 것이, 어느새 거대한 목적을 가진 이들의 연합으로 거듭나게 된 상황.

모든 것은 크로스보우의 데스를 위해.

올오버 시즌 4의 최강자, 크로스보우에 맞서는 수많은 네임드, 그리고 실력자들.

두고두고 회자될 세기의 대결이 벌어지려는 순간.

올오버 마지막 이벤트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

뉴 올오버의 어느 폐건물.

두 인영이 검격을 나누고 있었다.

한쪽은 전형적인 인간 형상. 허리까지 닿는 긴 머리카락을 틀어올린 여자.

다른 한쪽은 전신이 옅은 회색빛을 띠는 종족, 마족의 모습이었다.

단서라와 크로스보우.

최상위 계급 간의 격돌이었다.

그래서일까.

‘···꽤.’

언제나 상대를 순식간에 처리해 버리던 크로스보우도, 천천히 합을 교환하고 있었다.

느껴지는 바, 실력이 상당하다.

크로스보우는 그녀가 들고 있는 두 개의 검을 보며 생각했다.

체계적인 검로. 연구된 자세에서 뿜어져나오는 기본기.

예전에도 몇 번인가 느껴 봤던 기분이다.

“현실에서 검을 배운 사람인가 보네요.”

“···눈썰미, 정확···.”

역시 그렇군.

가상현실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한 인간에겐 공통점이 있다.

스킬의 전조는 잘 알아보지만, 일반 공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공격을 예측하는 것은 힘들어 한다는 점.

보통은 서로가 그렇기에, 검격의 교환은 단조로운 일격일격의 배분에 그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달랐다.

우선 시선.

공격공격에 시선을 놓고 반사 신경으로 승부하려는 것이 아닌···근육의 움직임 등을 살피려든다.

보통의 게임이라면 불가능했을, 극도로 현실적인 세계기에 가능한 싸움법.

크로스보우가 상대의 심리를 뒤흔드는 방식의 전투를 좋아한다고 한다면···그녀는 그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스타일.

쌍검을 쓰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 아마 비슷한 실력이었다면, 상성 상 크로스보우가 밀렸을지도 모른다.

다만.

카아아앙─!

그것은 비슷한 실력이었을 때나 통용되는 이야기.

인지 속도를 극도로 가속화할 수 있는 크로스보우에겐, 그녀의 싸움법은 자신의 하위호환이나 다름없었다.

“···윽···.!”

“그 방어 스킬. 생각보다 성가시네요.”

두 사람의 표정으로 봐도, 상황은 명백히 크로스보우 쪽이 유리.

‘말리는 기분···.’

단서라로선 이상한 일이었다. 검격을 맞받아치는 것도, 공격과 방어의 배분도···그 모든 것이 일견 밀리지 않는 듯 보였지만···.

‘버거워···.’

심리적인 우위를 빼앗긴다.

‘하마터면 데미지를 입을 뻔했다‘는 위압감이 자꾸만 마음을 파고들고 있었다.

이건 뭐지.

크로스보우라는 이름이 갖는 후광효과일까. 아니면···.

타앙!

“···절대, 방어!”

“생각할 시간은 없어요. 서라 씨. 자아. 다음은 어깨에 쏠 겁니다.”

“안 속으···?!”

타앙!

정직하게 어깨로 날아오는 탄환. 그러나 박자를 빼앗겼다.

“···나쁜, 사람···.”

“저런. 가족같은 동료에게 험한 말이라뇨.”

능글거리는 크로스보우.

단서라는 조금 열이 받는 걸 느끼며 심호흡했다.

피지컬 대 피지컬로, 근접전투에서 부딪히는 건 불리하다. 아까도 이미 시도해 봤지만, 자유자재로 변칙가드와 권총을 사용하는 그에겐 이길 수 없다.

가장 유리한 것은 자신의 리치가 조금 더 긴 것을 이용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

정확히 지금 정도.

그러나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끗차로 모든 검격이 막힌다.

이건 됐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막히거나, 회피당한다.

다음 동작에 대해 미리 생각해 놨던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무의식적으로 짜는 전투 프로세스가 꼬여 버리고 만다.

이것 역시 심리적으로 우위를 빼앗긴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

보기만 할땐 몰랐지만, 분명 요소요소가 이 남자의 강함, 그 원천이겠지.

···검을 맞대는 것만으로, 분명한 실력차를 느낀다.

“반칙. 핸디캡···없어요?”

“핸디캡이요? 이상하다.”

정말로 의아하다는 듯한 얼굴을 해 보이는 크로스보우.

여상스러운 그 표정과는 달리, 가늘어지는 동공이 살벌하기 그지없다.

“이미 핸디캡이라면 잔뜩 드리고 있는데.”

“···!”

돌연 귓가에 속삭여진 말.

그에 눈을 크게 뜬 단서라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궁극기를 발동시켰다.

캐릭터, ‘단서라‘의 궁극기.

상대의 뒷편으로 이동하는 단거리 순간이동.

그러나 그마저도 예측당한 것 같다.

“당황하지 않는 게 강점처럼 보이는데···당황하기까지의 임계점이 높은 것뿐이지, 당황은 하시는군요.”

어느새 검 두개가 모두, 크로스보우의 한 손에 꽈악 잡혀 있었다.

“···어, 언제”

“당황하셨을 때 반사적으로 하려는 회피행동···그거부터 고치셔야 합니다. 제자님.”

그러나 썩어도 오버로드 계급.

당황은 잠시였다.

캐릭터, ‘단서라’ 스킬 구조상, 검이 잡힌 상태에 할 수 있는 것은···!

입은 데미지를 되돌리는 스킬, 카운터 스트라이크!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우우웅──!!!

스킬 발동의 전조 이펙트.

됐다. 다급한 와중에도 어떻게든 발동 딜레이를 최소화 시켰다.

이렇게 근접한 상태라면, 제 아무리 크로스보우라도 유의미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터.

단서라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환하게 타오르는 푸른빛.

그런데 문득, 빙그레 웃는 얼굴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

‘···웃는다고?’

“그 스킬을 쓰기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라 씨.”

크로스보우가 나직히 말했다.

“잘 생각해 보시면, 뭔가 이상하다 싶지 않으세요?”

“···!!!”

“서라 씨. 아직 데미지를 입은 적이 없습니다.”

그랬다.

체력 게이지 같은 편의성 UI가 없기에 벌어진 실수.

처음부터 지금까지, 철저히 유도된 심리싸움이었다.

“그 스킬. 쿨타임이 아예 없진 않겠죠?”

“···무, 무슨 짓을 하려고···.”

“괜찮습니다. 아픈 건 잠깐이에요.”

크로스보우의 웃음이 조금 음흉해보였다.

“···저, 절대 방어!”

마치 옷깃을 여미는 느낌으로 스킬을 발동해 버리고 만 단서라.

그러나 그에 크로스보우의 웃음은 더욱 진해졌다.

“늦었습니다.”

“···!”

“그 스킬. 실드 경도가 높은 대신 안쪽에서 바깥 쪽으로도 차단되어 있어 보이던데.”

어느 방향으로도 통과할 수 없는 실드 스킬.

허점이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느새 크로스보우는 손안에 가득, 수류탄을 들고 있었다.

[특급 오러의 수류탄]

[파괴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그 안에서 수류탄이라도 터지면 참 안타깝겠다. 그쵸. 심지어 특급인데.”

“무, 무슨!”

“아아. 저도 아쉬워요.”

데구르르···.

툭.

발끝에 뭔가 부딪혔다.

“······.”

단서라는 마치, 귀신이라도 확인하는 표정으로 발 아래를 바라보았다.

“수류탄 한 개밖에 못 넣었네. 쩝.”

“···이, 이···.”

“여기 수류탄 단! 한 개!”

“이런 걸 넣으면···!”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뭐라구요~? 실드 스킬때문에 안 들리는데~? 쿡쿠.”

“···너, 너어···! 이, 변태···!”

그게 마지막이었다.

퍼어어어엉───!!!

깔끔하게, 폭발한다.

[SYSTEM]마족 진영에 10,000점 추가!

“오호라.”

많이도 주는군.

크로스보우는 씨익 웃었다.

[11 : 51 P.M.]

“스택 초기화까지 9분이라.”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군. 그래도 충분하다.

이벤트 마지막 날의 시작까지 9분.

곧, 날짜가 바뀐다.1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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