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21화 (121/143)

122화 마왕 토벌전 (1)***

한 때, 마왕이 있었다.

그자는 역사상 유래 없는 강함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였다.

만나는 자는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수많은 이름있는 자들이 마왕 퇴치를 위해 달려들었지만, 대부분이 퇴치는 커녕 상처 하나 내지 못하였다.

괴물.

그와 만났던 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표현.

피해는 점차 커져 갔다. 종래에는 인간 중 최강이라 불렸던 이마저 꺾이고 만다.

연합은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들은 동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설득에 필요한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단순한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이를 점수놀이라 생각하고 있는 마왕.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이대로 놔두면 끝없이 죽어나갈 터다. 이 생각이 모두를 잠식했다.

“으음….”

어쩌면 일종의 공포.

세계의 주인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1등 못하는 건 별로긴 하죠.”

그리하여 그들은 뭉쳤다. 인간이고 이종족이고, 가릴 때가 아니었다.

앙금은 잠시 뒤로 미뤘다.

모든 것은 마를 토벌키 위해.

“타도, 크로스보우.”

그렇게 이름있는, 널리 알려진 실력자들만이 모여 마왕에게 덤벼들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전멸.

그러나 그들은 꺾이지 않았다.

온몸에 구멍이 뚫리고도, 인간의 형체가 아닌 다른 것이 되어 버리고, 시신마저 수습할 수 없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걸 2트?ㅋㅋㅋㅋ

-ㅋㅋㅋ다 쥐어터지고 크보 아이튜브에 박제될듯

-아ㅋㅋ스포자제좀;

-커물쥐 진지한거 볼때마다 웃음벨이네ㅋㅋ

군주(오버로드)계급이 합류했다.

전장에 나가 있던 강자-프로게이머들을 불러들였다.

전투에서 멀어져 있던 옛 최강-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을 불러모았다.

그렇게 해서 모인 것이 48명.

마왕에 대적하는 [48인의 용사].

누군가는 명예를 위해. 누군가는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누군가는 황금을 위해.

후위는 없다.

모두가 선봉.

…모든 것은, 마를 토벌키 위해.

“오글거려요.”

김볼모의 장황한 말에 크로스보우는 빙긋, 웃었다.

“하지만…완벽한 연출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광.

제각기 다른 복장을 한 이들이 일렬로 서있다.

정확히 48명.

방송용 모듈이 잡는 화각이 때마침 크로스보우의 등과, 그와 마주하고 있는 연합의 면면을 보여준다.

지금이 편집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라도 하듯, 제각기 포즈를 취한 채 크로스보우를 노려보는 모습.

들고 있는 무기 역시 특별한 것은 마찬가지.

쌍검, 대검, 부러진 것 같은 모양의 검에, 손잡이에 끈이 달려 있는 무기, 총검 겸용 리볼버, 채찍, 방패와 투척창, 할버드와 기관단총 겸용 무기, 거대 낫, 레이피어, 레일건 겸용 건틀렛….

화려하게 빛나는, 형형색색의 무기들.

대부분이 방송인이거나, 네임드 고계급, 혹은 프로게이머.

자신이 직접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시즌 4, 창의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겹치는 무기가 단 하나도 없다

“아까랑은 좀 다르네요.”

1차전 때는 크로스보우답지 않게, 화력으로 밀어 버렸기 때문일까. 다시 보니까 위압감이 진하게 느껴진다.

“마왕! 널 토벌하러 왔다!!!”

“네 시대를 끝내주마!”

제각기 무기에 어울리는 기반에너지가 기세 좋게 용솟음친다.

올오버에 접속 중이란 걸 어떻게 알았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친구 추가가 되어 있는 탓에 알려진 게 분명하다.

“마왕 크로스보우. 당신이 가진 그 헤아릴 수 없는 강함의 원천. 저희는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실체에 대해 파고들었습니다.”

“오랜 시간요?”

말을 하는 것는 ‘홍 쭈’라는 이름의 고계급 유저.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인간이 아닌 수준의 공간지각력, 극도로 단련된 반사신경, 그리고 전투시퀀스를 매번 완벽히 짜낼 수 있는…당신 고유의 체감 시간. 우리는 이 세 가지가 당신의 원천이란 사실에 도달했습니다.”

꽤 괜찮은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컨셉에 잡아먹힌 모습이다.

…대체 할로윈 이벤트란 뭘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크로스보우밖에 없는 듯 보였다.

현재 방송 중인 각 스트리머들의 채팅창에선, 생각보다 더 우호적인 반응만 튀어나왔던 것이다.

-오

-그걸 알아도 대처할 수 없는게 문제아님??

-ㄹㅇㅋㅋ만 쳐라

-흠 디버프스킬도 다 튕겨내던데 크보ㅋㅋ그 테크닉 방법만 알면 역파훼도 가능하지 않을까싶음

-;;육수들 과몰입자제좀

타인이 바라보는 크로스보우. 그 모습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자신이 알 리가 없다.

그러나 그가 쌓아올린 커리어는, 크로스보우 스스로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종류의 것. 그렇기에 그에게 마왕이니, 괴물이니 하는 별명을 붙여 부르는 걸 대중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미리 말씀드리죠. 이번 전투에서 당신의 그 잘난 재능은…단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하실 수 없을 겁니다.”

“….”

“쌓은 스택 역시 초기화 된 상태일 터…이곳이, 당신의 무덤이 될 겁니다.”

“…타도─마왕.”

“각오하라냥!”

“아~ 만 원~ 감사합…앗. 각오해라. 크로스보우!”

호오.

크로스보우의 눈이 반짝였다.

시덥잖은 멘트들은 그렇다치고, 결국 완벽한 파훼법을 들고 왔다는 말이 아니던가.

“기대되네요.”

블래드와의 일전 이후, 솔직히 지루했던 것도 사실.

어려운 전투가 될 거라는 예고는, 크로스보우에게 있어 반가운 소리나 다름없었다.

세상은 흘러간다.

이미 그 퍼포먼스를 몇번이고 증명해 낸 크로스보우에게도, 정말 당신이 강하냐고 계속해서 묻는다.

“…지금부터 우리들의 최약으로…당신의 최강을 부숴 주겠어.”

그는 환하게 웃었다.

“네다씹!”

[스트리머 ‘크로스보우’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무릇 괜찮게 성공한 방송이라 함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시청했는지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선, 또 많은 사전작업들이 필요하다.

홍보, 시청율이 잘 나올 수밖에 없는 시간대의 선정, 그리고 컨텐츠에 대한 면밀한 검토.

그런데 아주 가끔 이 요소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도 히트를 치는 방송이 나오곤 한다.

방송의 주체가 되는 이의 유명세가, 다른 모든 것들을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다.

그리고, 요즈음 들어 가장 유명세를 끄는 인물 중 하나라 함은 역시 개인방송인 크로스보우.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엄청나게 많은 시청자들이 몰렸다.

인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무냐고!!무냐고!!무냐고!!무냐고!!

-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

-(춤추는이모티콘)(춤추는이모티콘)(춤추는이모티콘)

마왕 토벌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벤트.

아무런 예고도 없던 그것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인게임에서는 계속되던 격전이 잠시 멈추고, 유저들이 모두 구경에 나와 있었다.

다만 크로스보우가 ‘마왕토벌군’을 마주한 것은 높은 건물의 옥상.

실제로 보기엔 시야각이 잘 안나오는 각도.

그러나 오리지날도 아마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던걸까.

[SYSTEM]현재 가장 많은 이목이 쏠린 전투!

[SYSTEM]마왕토벌전!

적대행위 혀용패치 이후, 잠들어 있던 거대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크로스보우와 48인의 연합이 화면이 비치는 모습.

“와. 지렸다.”

“코스튬 때깔 봐. 저래서 고계급인가?”

“우리 캐릭터는 거의 뭐 난민인데? 크크.”

아랫쪽이,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아주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게임 전체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

“…후우. 후우….”

“본인 네이션스컵 때보다 더 긴장됨.”

“저도요.”

그를 인지한 게 분명했다. 연합 측 역시 상당히 긴장한 모습.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다.

“…개무섭게 생겼네.”

“진짜루요.”

다른 건 몰라도, 저 멀리 서 있는 상대가 정말 마왕이란 이름에 걸맞는 포스를 무럭무럭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검은색 눈에 고고히 떠올라 있는 새빨간 동공.

손에 든 단검에서 뿜어져나오는 검보라빛의 무언가.

“저거….”

“크로스보우 전용 스킬 아니에요? 맞으면 로그아웃 당하는거.”

“…안 봐주겠다는거구만.”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킨, 다음 순간.

선공은 48인의 연합 측.

파지직-! 하는 소리가 공중에서 터져나갔다.

엄청난 빠르기의 돌진.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

레일건 겸용의 거대한 건틀릿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고계급 유저, 호놀롤로.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전격계 이동스킬의 발현이었다.

그러나 당연한 듯 회피기동에 들어가는 크로스보우의 모습.

다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제자리에 ‘멈춰라’!!”

키잉-!!

연합 측에서, 스태프를 바닥에 찍어내리며 디버프 스킬!

“…!”

제아무리 크로스보우라도 잠시간의 경직에는 어쩔 도리가 없을 터.

그리고, 그 순간을 두고 볼 고계급들이 아니었다.

“내리찍혀 죽어! 메탈나이트!”

“크보 님. 죄송합니다!! 궁그닐!”

“아이시 쇼크!”

“료우카미…노미코토.”

“단죄의 화살!!!”

수많은 스킬들이 크로스보우를 향해간다.

그러나 크로스보우.

이 정도의 합격에 당황했다면, 저 자리에까지 올라오는 일은 없었을 수준의 인간.

-어?

-야비하누;;

-안돼!

채팅창이 난리난 것과는 별개로, 픽 웃는 크로스보우.

“과연 그렇군요.”

느껴져.

조금 전 쏜살같이 공격해 왔던 호놀롤로가, 다시 등을 노린다.

이건 요컨대, 그거다. 외통수를 노린 것이다.

인간의 인지속도를 초월한 그에게도 어쩔 도리가 없을 속도로 이목을 빼앗고, 디버프 스킬을 날린다.

그러나 디버프 스킬의 태반을 흘려내는 크로스보우.

그렇기에 직접 투사하는 것이 아닌…건물의 바닥을 매질로 삼아 전달한다.

“준비를 좀 해 오긴 했네요.”

다만.

저들이 생각하지 않은 사실이 두가지.

첫 번째는.

우웅──….

“그래도 다 보입니다.”

그의 인지속도가 저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는 점.

카아앙!!

“끅?! 무, 무슨 일이?!”

뒷쪽에서 공격해 오던 신속의 유저를 단번에 걷어낸다.

이 정도 속도로는 그가 가진 인지의 끝. 거기에 닿지 못한다.

두 번째는….

쿠웅.

크로스보우가 발을 굴렀다.

“…?!”

“자, 잠깐만. 설마…!”

매질을 다르게 하였다고 해서, 크로스보우가 가진 기반에너지에 대한 이해력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

발을 굴러 진동을 일으킴으로써, 속박기를 상쇄한다.

그리고 마지막.

“…이거, 다 돌려드리겠습니다.”

그 어떤 방해도 없는 상황에서의 크로스보우에게 스킬을 뿌리는 것은…극도로 어리석은 일이라는 점이었다.

‘스킬 되돌리기’.

백스킬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크로스보우 고유의 테크닉이, 초당 수번은 반복되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가가강──!!!

“…이, 이런 미친!!”

“피해! 건물 아래로!”

“대단위 텔레포트!!”

“오호라. 하하.”

즐겁다.

이리 즐거울 수가 없다.

“하하하.”

크로스보우의 눈이 반달을 그렸다.1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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