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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43화 (143/143)

144화 과거의 인연 (1)철컥.

푸쉬익-.

탄피가 빠져 바닥을 굴렀다. 학교 운동장의 바닥이었다.

스펙테이터는 어안이 벙벙한 기분으로 자신의 양팔에 달린 출력 피스톨, ‘괴력난신’을 식혔다. 격렬한 전투가 될 줄 알고 제작해둔 에너지 탄을 많이 가져왔건만, 단 하나밖에 쓰지 않았다.

“…좀, 불쌍….”

“불쌍? 미친 건가요?”

‘미친 건 당신이겠지….’

스펙테이터는 내심으로나마 그렇게 말했다.

기간틱 바스타를 맨손으로 패죽이는 인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리 각성구를 흡수했다고 한들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표정이 왜 그렇죠? 이론상 가능하다더니.”

“…그, 이론상이란 게 있잖아…보통은 안 되는 걸 말할 때….”

“아하. 안되는 방법인데 제안하셨다?”

“아, 아니…그게…미안.”

분명,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접근해서 내부를 공격하는데 성공하면 화력무기 없이, 피해 없이 제압이 가능하다고 말하긴 했다.

근데 그건 말 그대로 ‘이론상’이 아니던가.

기간틱 바스타의 공격에 스치기만 해도 살이 찢겨나갈텐데, 그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걸 시도하겠나.

‘너무 빨리 강해져.’

스펙테이터는 문득, 이 남자가 언제고 적으로 돌아서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했다.

‘싸우면…아직은 이기려나.’

물론 아직까지 지진 않겠지만, 또 곧 성장하면 모르는 일이다.

크로스보우가 들었다면 피식 웃어 버렸을, 그녀의 생각이었다.

“불쌍하다니. 실망입니다.”

“어…에?”

“하나고 대참사를 생각해 보면 이걸 보고 불쌍하다고 하면 말이 안 되지 않나? 회귀한 건 그쪽 아닌가요?”

“으, 응…그건 그렇지.”

크로스보우가 낮게 주의를 줬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사실 그녀가 합류하기 시작한 회귀 회차부터는, ‘하나고등학교 대참사’는 오리지날에게 완벽히 틀어막혀 일어난 적이 없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수긍해 버리고 말았다.

그냥 S급 레이드 몬스터를 때려죽인 게 놀라워서 한 감탄사의 일종인데!

“제가 도와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말은 실례지 않을까요?”

“네, 네에…죄송합니다.”

“좋습니다.”

크로스보우는 피식 웃곤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별 감정이 있어 말을 꺼낸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쪽을 끌어들인 인간이, ‘어떻게든 해 주겠지’ 따위의 사고방식에 물들면 안 되니까.

“그건 그렇고 이건 어떡하죠?”

“아, 응. 잠깐만. 코어만 회수하면 되니까.”

거대한 몬스터, 기간틱 바스타가 숨이 끊어진 채 운동장 바닥에 누워있었다. 내부가 곤죽이 되어 버린 놈의 얼굴은 공포에 물들어 있었다.

몬스터에게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근원 추출.”

그러자 시체에서 그림자 같은 것이 화악-끌려나왔다.

“그건?”

“몬스터 코어야. 녀석이 가진 힘의 근원인데, 온갖 잡스러운 게 섞여 있….”

“아니. 그 스킬요.”

“아. ‘근원 추출’?”

스펙테이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다른 몬스터의 코어가 있어야 발동할 수 있는 스킬이야. 인간이 익히진 못하거든. 다른 코어의 코어 에너지를 정제하고 발동해야….”

“…만약 그냥 쓴다면요?”

흠. 그녀는 눈썹을 모았다.

“몸이 부풀다가 뻥! 터지고 말 걸. 혹시라도 그런 짓은 하지마. 크로스보우. 아무리 너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그런가?”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몬스터의 코어 에너지라고?’

어째 익숙하다.

크로스보우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system]‘그림자의 정수’가 반응합니다.

문득, 속이 조금 울렁거렸다.

“일단은 여길 벗어나자. 시선이 너무 많이 쏠려.”

“…그러죠.”

깨달으면, 학생들이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

“──!!! ──!!”

뭔가 소리치는 모습. 크로스보우는 그것들이 다 들림에도 무시했다. 말하는 걸로 보아 자신의 팬들이 꽤 섞여 있는 듯했는데….

“쟤네가 자기 팬티에 싸인해달라는데?”

“……왜 층은 여러 갠데 학생은 한 층밖에 없지?”

“…글쎄….”

한숨을 내쉰 윤유지가 질문에 대답했다.

“3학년만 남았거든요. 선생님이 자습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서.”

“저런.”

과도한 학습량에 정신이 나가 버린 건가. 크로스보우는 그냥 손을 흔들어 주고 말았다.

와아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위잉-위잉-.

싸이렌 소리.

경찰이 오고 있다.

들리는 싸이렌 소리로 추측하자면 최소한 십 수 대는 될 법한 느낌.

부숴진 교문을 통과한 경찰차들이 차례차례 운동장 끝에 멈췄다.

“귀하는 누구십니까!”

누군가 후다닥 대표로 나서 달려오다가, 일정 거리를 두고 외쳤다. 아마 집단의 대표겠지.

“단장님!”

“대기해!”

기동단장인가. 크로스보우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러자 꽤 떨어져 있는 거리임에도, 남자의 계급장이 주욱 확대되었다.

무궁화 4개. 허리춤에 조심스레 손을 대는 모습이었다.

“…저 녀석. 총을 뽑으려고 하는데?”

“그렇겠죠. 스타킹이나 뒤집어 쓰고 있으니.”

수상쩍어 보일 만은 하다.

크로스보우는 손을 흔들며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저 괴물은 당신이 죽인 겁니까! 복면을 벗고 두 손을 들어 주시오!”

“그럴 순 없죠. 이래 봬도 스타킹맨이기 때문에.”

찰칵!

찰칵찰칵찰칵!!

경찰차 뒤로 수없이 따라온 방송국 차량에서 내린 이들이, 셔터를 마구 눌러댄다.

당황한 남자가 앵무새처럼 외쳤다.

“저, 정체를 밝히십시오! 복면을 벗으세요!”

“글쎄요. 그것보다…하나고 학생들을 괴롭히려던 이 못된….”

“뭐라는 거야?”

“음향팀! 빨리 소리 잡아 봐!”

한바탕 소란이 이는 모습.

크로스보우는 좌중을 둘러보다 툭 뱉었다.

“못된 악당은 이 스타킹맨이 처리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구!”

“…뭐, 뭐?”

“지금 뭐라고 한 거야?”

그게 끝이었다.

크로스보우는 필사적인 표정으로 웃음을 참고 있는 스펙테이터를 툭 건드렸다.

“가죠.”

“으, 응.”

“뭐야?”

“사라진다!”

“자, 잠깐만요!”

앗. 윤유지는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손을 뻗으려다가 말았다.

저 멀리서, 아가씨!! 하며 뛰어오는 이들을 발견했던 것이다.

“…다시 만나서 반가웠어요. 크보 님.”

“무슨 소리. 반반무…윤유지라는 이름이구나?”

“기, 기억해 준 거…!”

중얼거린 혼잣말에 대답이 들려온 탓에 화들짝 놀란 윤유지.

“아뇨. 명찰 보고 말했는데.”

“…아!….”

실망하려던 순간.

허공에 열린 틈으로 사라져 가던 크로스보우가 돌연, 그녀를 텁 잡았다.

“흐익?!”

“아, 아가씨!!! 이놈! 당장 그 손을 놔라!!”

크로스보우는 금발에 태닝을 했어야 하나- 하고 중얼거리곤, 윤유지를 확 잡아당겼다.

번쩍-.

“사라졌어…?”

“방금 찍었지!! 씨발. 제대로 찍었냐고!! 빨리 보도해! 그냥 내용 없이 영상부터 올리라고!!!”

“진짜 크보는 전설이다….”

“크보가 아니고 스타킹맨이라던데?”

“아. 크크. 그걸 누가 속음. 헛소리 하는 게 딱 크본데.”

“…스타킹맨?”

“그렇습니다.”

“무슨 이름하고는. 애들 전대물도 아니고. 그래서 이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영웅 크로스보우가 맞나?”

“저…그게. 각하. 그 시간에 방송인 크로스보우는 올오버에 접속 중이었답니다.”

“…?”

속는 사람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기지석은 관자놀이를 짚었다. 근래에 국가적 사태가 마구 급증하는 바람에 제대로 잠도 못 잔 채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됐네. 알아서 할 테니. 물러가 보게.”

“…죄송합니다.”

“물러가 보래도.”

꾸벅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을 뜨는 비서실장. 기지석은 잠시 기다리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오리지날.”

-“네~ 오리지날입니다~.”

“…복면 쓴 남자는 누구지? 그쪽이 말해 준 일정까지 틀어졌는데, 이런 식의 인물이 등장하면 나도 협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아하하! 누굴까~? 크로스보우일까? 아니면 나? 정답은 2분의 1 확률~!”

이번엔 제정신이 아니군.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적어도, 돌연 나타나 반강제로 협력을 요구하고 기억을 멋대로 주입한 오리지날이 알고 있는 인물이란 점.

“…너로군. 아무리 우리 국민영웅 크로스보우라 해도 그런 짓은 불가능하겠지.”

집무실의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동영상. 그곳에는, 교정에서 찍은 복면남자의 활약상이 담겨 있었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전투력이다.

-“땡! 틀렸습니다! 아하하하!!”

“…크로스보우인가?”

-“글세? 글쎄에? 어떨까?”

기지석은 그냥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이 여자가 미치광이인 척 하는 것은 여러 번 봐 왔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심했던 것이다.

“그럼 따로 추적하지 말라고 말해두도록 하지. 그보다 이대로도 괜찮은 게 맞나?”

-“음…몰라!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 걱정해 봤자 바뀌는 게 없으니까!”

아하핫. 하고 웃는 소리.

‘젠장.’

기지석은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앗- 끊지 마!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차피 또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을 게 분명했다.

결국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전에 말해둔대로 준비나 하란 말이었다.

언제나처럼.

“….”

그는 조용히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각하. 부르셨습니까.”

“…….”

“각하?”

기지석이 씹어뱉듯 말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네.”

“…예?”

“아하하하! 아하! 아하하…후우.”

크로스보우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오리지날을 바라보았다.

“…왜, 왜 그렇게 봐…?”

“아니, 아니다.”

미친 것처럼 웃어대더니 돌연 현타라도 찾아온 듯 마른 세수를 하는 모습.

그녀는 오리지날의 복제인간이었다.

아니, 어쩌면 오리지날 본인이라 해도 좋았다.

말하자면 분신 정도.

현실에 상태창이 생겨나고, 게이트가 생겨나면서 올오버의 접속량이 확 줄어든 덕에, 권능을 더 운용할 수 있다는 모양이었다.

‘복제’ 권능으로 자신의 몸을 복제해서, 의식을 양분화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어. 이런저런 컨셉을 다 시도해 봤는데 미친 척 하는 게 제일 잘 먹히더라고…대통령 양반….”

“안 물어봤는데.”

“근데 왜 그렇게 봐!”

그런 어설픈 연기를 상대가 못 알아볼 리 없지 않나-라고 말하고 싶어서.

크로스보우는 말을 삼키고 데려온 윤유지를 대충 주변에 앉도록 했다.

“…여, 여긴?”

“올오버 내부다. 가상현실이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올오버 내부요…? 풀다이브 한 적도 없는데….”

“꼭 캡슐이 있어야만 가능한 건 아니니까. 후후.”

크로스보우는 눈을 치켜뜨며 오리지날을 바라보았다.

“설명 제대로 해.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오빠 믿지 하는 크보보단….”

“뭐?”

“그게…아무것도 아닙니다.”

기념할 만한 첫 번째 아군이었다. 자신에게 꽂히는 불안한 시선은 둘째치더라도 일전에 보았던 그녀의 재능 자체는 상당한 수준.

물론 윤유지의 시선은 오리지날을 휘어잡는 크로스보우에게 감탄하는 것이었지만, 크로스보우가 그녀의 속마음까지 알 도리는 없었다.

그저 한숨을 한차례 쉬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킬 뿐이었다.

그 모습에 윤유지의 시선이 더 진해졌지만, 아무튼.

요 근래의 일정이, 천하의 크로스보우라 한들 피곤의 연속이었다.

가장 처음에 발생한 부산의 균열을 가서 희생자 없이 닫고, 손이 닿지 않는 지역의 피해를 방지키 위해 균방전 공략영상을 아이튜브에 업로드했다.

상당히 많은 수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나고의 균열을 닫아야 했고, 또 근처에 생성되는 작은 균열 역시 미리미리 닫았던 것이다.

이제야 조금 숨 돌릴 만한 시간이 나왔는데, 크로스보우는 쉬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 간다고?”

“네가 모르는 아군을 만들러.”

자리에서 일어나는 크로스보우를 보며, 오리지날이 걱정했지만 크로스보우는 손을 휘휘 저었다.

“혼자 가야 한다. 넌 그리고 이 친구 돌봐야지.”

“…그렇다면야.”

크로스보우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과거의 인연을 보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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