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42화 (142/143)

143화 이 몸 등장 (8)무릇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이라 하였다.

제아무리 둔재라 하더라도, 한번 경험한 것이라면 조금 더 잘 풀어나갈 수 있다. 한번 인생을 살아 본 인물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듯, 인간이란 경험으로 발전해 나간다.

경험이 있고 나서는 적응이다.

본인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다른 무언가를 통해 전달받은 경험이 있다면 최소한 허둥대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크로스보우는 이번 일이 꽤 익숙하다고 느꼈다.

이미 해 본 일이니까. 이미 죽여 본 녀석이니까.

흉악한 괴물을 보며 씨익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였다.

기가 질려 기절해 버리거나, 어딘가에 숨어서 덜덜 떨고 있는 주변의 반응과는 정반대의 태도.

“…크로스보우!!!”

“아뇨. 정의의 스타킹맨입니다.”

방금 구해 낸 학생이 소리 질렀다. 웃으며 대답한 크로스보우는 놈을 바라보았다.

“□□□□….”

그릉거리는 소리. 놀이를 방해한 인간을 향한 적의. 생물이 가져선 안될 괴력을 갖고 있는 주제에, 유인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놈.

“위험해요. 저거, 레이드 보스…!”

“알고 있습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의 괴물. 거대한 고릴라같은 놈의 정체는 ‘기간틱 바스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몬스터.

“…도망가야. 도망가야 해요!”

“무슨 소리. 방금 학생은 싸우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건!”

윤유지는 퍼뜩 정신이 든 것처럼 안절부절해했다.

사실, 그녀의 말은 합당한 걱정이었다.

최소 8인씩 달려들어야 하는 레이드 보스를 탱커도, 힐러도 없이 혼자 잡으려 한다?

올오버였어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물론 그에 도전하는 이가 그 ‘크로스보우’라면, 사람들도 혹시? 하겠지만….

‘여긴 현실이에요, 크보님!’

스치는 것만으로 뼈가 산산조각 나버릴 거다.

윤유지는 위험을 표현할 단어 중, 가장 빨리 말할 수 있는 단어를 골랐다.

“S급, S급이에요! 저거!”

S급.

알파벳으로 뭔갈 가늠하기 좋아하는 유저들의 기준으로 기간틱 바스타는 S급 몬스터.

‘탱커 분쇄기’라는 별명을 가진 녀석이이었다.

놈의 주먹에 맞으면 아무리 단단한 스킬로 무장한 탱커라도 자비 없이 짓뭉개지기 때문에 붙은 별명.

“알고 있습니다.”

“그, 그럼!”

그러나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크로스보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놈이 나타날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정확한 시기는 몰랐지만…여러 번의 회차에서 ‘하나고 대참사’는 가장 끔찍한 일 중 하나였던 것.

몇 번이고 회귀를 반복해 온 오리지날조차 여전히 하나고와 관련된 트라우마를 억지로 삼키고 있을 정도.

“막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는 학생들이 될 겁니다. 다른 선택지는 없어요.”

“…!”

그 말에 후려맞기라도 한 듯 말을 멈추는 윤유지.

크로스보우는 상관않고 상태창을 불러들였다.

[system]해당 플레이어의 스테이터스가 두 개 이상 존재합니다.

[‘크로스보우’, ‘크로스보우 Mk.2’]

[미확인 열쇠 3개   ]

‘이게 연동될 줄이야.’

자신이 얻었던 5개의 캐릭터 생성권.

크로스보우는 미쳐 다 사용하지 못한 3개의 생성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오리지날의 모방으로 만들어진 저 권한이…지금 현실에 나타난 ‘원본’에서도 똑같이 취급되는 것 같은 모습.

일종의 컴퓨터 파일을 복사한 느낌일까. 오리지날에게도 물어봤지만, ‘처음 보는 경우’라며 놀랄 뿐이었다.

‘캐릭터 ’크로스보우‘는 해방 스킬을 필두로 하는 다중 에너지 캐릭터. 그리고 Mk.2는 추적을 위해 특화했던 캐릭터였지.’

이걸 제외하고도, 미확인 열쇠가 세 개. 아마 미확인 열쇠란 캐릭터 생성권이겠지.

그렇다면 즉, 이런 것이었다.

상태창이 다섯 개.

중복 적용은 되지 않지만,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치트 같아서 아쉽지만…뭐 가끔은.’

“위험───!!”

잠시 회상에 빠져 있던 순간이었다.

돌연 그의 뒤쪽에서 윤유지가 비명처럼 외쳤다.

잠시 탐색하듯 크로스보우를 바라보던 기간틱 바스타가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부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숨어서 상황을 보던 모든 이가 숨을 잊었다.

크로스보우가 공격에 맞을 듯 보였던 것이다.

“크보 님!!!!!!”

눈을 질끈 감은 윤유지의 외침이 공허히 울려퍼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이었다.

“정의의 스타킹맨이라니까.”

크로스보우가 빙그레 웃었다.

어느새 요령 좋게 괴물의 팔을 타고 어깨에 올라 있는 모습.

“…?”

윤유지는 넋을 놓았다.

늦가을. 수능을 앞둔, 곧 겨울이 올 것 같은 차가운 날씨.

어쩐지 회색으로 가득 찬 보이는 세상 속에서…크로스보우의 눈이 유독 붉다.

“…크보 님?”

아니. 실제로 붉었다.

눈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마치 타오르는 듯 보였다. 진홍색으로.

“…오러?”

윤유지가 멍하니 그 정체를 중얼거릴 때.

“스타킹 킥!”

“□□!”

눈치 없는 크로스보우는 그렇게 외칠 따름이었다.

***

어떻게 피했냐고 묻는다면 간단하다.

[크로스보우]

[스킬 : 해방.]

[종합 랭크 평가 : SSS+]

이걸로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해방 스킬이 발동된 상태. 폭증한 감각은 현실에서도 무리 없이 오러를 이끌어 내었고, 신체를 강화해 피해 낸 것이다.

스펙테이터나 오리지날이 봤다면, 말도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빠른 에너지 운용이었다.

이쪽은 무려 SSS+ 랭크.

창작물에 등장하는 상태창과는 다르게, 뭘 기준으로 판별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기준이긴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자아. 그럼 어떡한다.’

일단은 사건의 해결이 먼저. 그는 자신을 떨어뜨리려 날뛰는 기간틱 바스타의 어깨에 단단히 매달려 생각했다.

어마어마한 밀도의 근육. 차라리 강철이라 해도 좋을 거죽.

올오버에서 이런 적을 만나면 크로스보우는 으레 수류탄을 사용하곤 했다. 제아무리 겉이 튼튼해 봤자, 수류탄을 입에 물려 터뜨리면 대부분은 해결되었던 것.

다만 문제는, 지금은 그런 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

오리지날이 이때를 위해 준비해둔 화력 무기들이 있긴 하지만…아직 사회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

“오.”

콰앙!!

콰가가각!

그가 떨어지지 않는 것에 화가 난 걸까. 놈은 아예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꺄아악-! 주변 차에 타고 있던 이들이 황급히 내려 도망간다.

어쩔 수 없이 훌쩍 착지한 크로스보우는, 피식 웃으며 놈을 도발했다.

파앙-!!

─■■■■!!!!

애매한 지성은 가끔 독이 된다. 간단한 도발로도 약이 잔뜩 오른 기간틱 바스타.

놈은 뒤로 물러나는 크로스보우를 잡기 위해 끝없이 전진했다.

“…크보…님?”

마치 술래잡기 같았다. 이리저리 마치 기예와도 같은 몸놀림을 선보이며 물러나는 크로스보우와 그를 잡기 위해 거리를 헤집어 놓는 괴물.

“하, 학교 방향으로 가려고…! 운동장 때문에…?”

넓은 공터로 가 주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윤유지는 하얗게 질려 소리쳤다.

“안돼요!!!! 크보 님! 아직 고3애들은 하교를 못한-!”

“괜찮아.”

대답은 크로스보우가 아닌 뒤쪽에서 들려왔다.

어디선가 나타난 여자는 팔에 묘한 보조장치를 달고 있었다.

“저 녀석이 알아서 할거야. 어차피 막지 못하면 늦고 빠르고의 문제일 뿐이니까.”

“…누구?”

“……오랜만이다. 유지야. 너는 내가 초면이겠지만.”

채은아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콰앙!!

교문이 박살났다.

“이, 이럴 때가 아니에요! 누군지 몰라도 이렇게 가까이 오신 걸 보면 올오버 좀 해 보셨단 거죠? 그럼 저랑 같이…!”

“올오버? 해 봤지. 나 랭킹 1위야.”

“…?”

“물론 여기 말고, 다른 데서.”

감정적인 모습은 거기까지. 스펙테이터는 윤유지의 팔을 붙잡고 싱긋, 웃었다.

***

하나고등학교의 운동장은 불행하게도, 교사주차장과 붙어 있었다.

크로스보우는 확인하지 않고도 그 사실을 알아냈다.

쐐애애액-!!!

기간틱 바스타가 학교의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집어던졌기 때문.

1톤은 가볍게 넘을 중량이 내는 소리라기엔 지나치게 얇은 파공성.

──콰아아앙!!!

방금 걸로 누군가의 1년 연봉이 사라졌다. 근데 쟤가 먼저 했어요. 선생님.

크로스보우는 내심 헛소리를 삼키며 날아오는 차량을 피해냈다.

2타째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다시 날아오는 차량.

“──■■■!!!”

될까.

그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상황을 쟀다.

괴물같은 재능이 곧 결론을 내린다.

된다.

“흡!”

크로스보우의 몸에서, 붉은빛이 한껏 타올랐다.

신체 강화에 효율좋은 에너지, 오러를 연료로 삼아 근육에 에너지가 미친 듯이 공급되었다.

그에 따른 결과는 간단.

콰앙!!!

“…□?”

인간의 맨몸으로 날아드는 차량을 받아낸 것이다!

끼긱….

크로스보우는 손을 놓으며 다시금 붉은빛을 줄기줄기 뿜어냈다.

“이거. 돌려줄게.”

그걸 냅다 발끝에 욱여넣고는, 차량을 다시 걷어차는 모습.

콰아아아앙!!!!

금속과 인간의 발끝이 부딪혀 낸 소리라기엔 지나치게 큰 굉음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을 뒤흔든다.

교실에서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구조.

“…미쳤다. 저 사람.”

“이거 영화야? 영화지?”

“아. 집에 어떻게 가냐. 크크.”

하교하지 않은 학생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현실에서, 올오버를 뛰어넘는 엄청난 퍼포먼스에 압도당한 모습.

그러나 철없이 떠드는 학생들과 달리, 정말 어안이 벙벙해진 이가 있었다.

“……오러 일점 집중?”

스펙테이터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중얼거렸다.

저기 수상쩍은 복면을 쓴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기술. 저렇게 신속하고 낭비없는 오러 일점 집중은…최소한, 정말로 최소한 2년은 지나야-….

그때였다.

“───■■■■■■■!!!”

“윽?!”

“꺄악….”

“귀, 귀가…!”

운동장을 찢어 놓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성.

쩌적….

쨍!!!

학교 유리창에 균열이 거미줄처럼 나타나더니, 이내 깨져 버렸다.

“으윽…귀, 귀가 안 들려!”

“나, 나도.”

귀를 붙잡고 주저앉는 학생들. 크로스보우는 힐끗 멀리를 확인했다.

“시끄러워 죽겠네. 엄마라도 부르는 거냐?”

“□□□□!!”

“근데 이걸 어쩌지. 세상은 니 엄마가 아닌걸. 그렇게 소리 질러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한국인 아니랄까 봐 냅다 약한 패드립을 박아 버리는 크로스보우.

알아들은 걸까. 화가 잔뜩 난 녀석이 달려들어 마구 주먹질을 해댄다.

“그만 찡찡대게 해 주마.”

오러 일점 집중.

마치 쥐불놀이처럼, 허공에 붉은선이 그어진다.

퍼어엉-!!!

타이어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발에 오러를 보아 기간틱 바스타의 목을 걷어찬 것이었다.

“─□□□□!!!!”

“옳지. 좀 얌전해졌구나.”

괴물이라도 통증은 느끼는 걸까. 비명과 함께 마구 기침하며 목을 부여잡는 기간틱 바스타.

크로스보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같으면 한 방에 보내 주겠다만…미안. 수류탄 같은 게 없어서.”

그는 여력을 살려 다시 몸을 빙글 돌렸다.

치켜올린 발에, 이번엔 검보라빛이 강하게 어린다.

“오늘 개…아니, 원숭이 잡는 날이다. 야들야들하게 다져 주지.”

크로스보우의 뒷꿈치가 놈의 두개골로 떨어져내렸다.

콰드드득!!!

“──□□□!!”

명색이 S급 보스 몬스터란 녀석이, 계집아이같은 비명을 질렀다.1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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