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스테이크 (2)
고기 굽는 냄새에 이끌려,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밥차 앞으로 모여들었다.
안 그래도 몸을 너무 많이 흔든 터라, 다들 출출함을 느끼고 있었다.
“와··· 소고기 스테이크야? 진짜 맛있어보인다.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한 여성이 이마에 땀방울을 송글송글 매단채 물었다.
“8천원입니다.”
왕호는 생긋생긋 웃으며 답했다.
길거리 음식치곤 꽤나 비싼 가격이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너무 비싼 거 아냐? 여기가 무슨 식당도 아니고······.”
“그래도 소고기 스테이크를 이 가격에 어떻게 먹겠냐?”
“그니까······. 주변에 죄다 핫도그 같은 거 밖에 없네.”
손님들은 조금 망설이는 듯 했지만, 이내 결정을 내렸다.
“아저씨 스테이크 하나 주세요!”
“저두요!”
“저는 두 개요! 가져가서 먹을게요!”
“거기, 빨간 옷! 끼어들지 말고 줄 서욧!”
주문이 쇄도한다.
그들은 지금 배가 고프다. 핫바나 튀김보다는, 눈 앞에 있는 스테이크가 훨씬 구미가 당긴다.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소고기 스테이크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싸게 느껴진다. 게다가 스테이크는 평소에 쉽게 접하는 음식도 아니다. 따지고 보니, 8천 원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왕호는 제일 처음 주문했던 여성에게 스테이크를 예쁘게 담아서 건네고는, 다시 조리에 들어갔다.
여자는 스테이크가 담긴 네모난 종이 그릇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 진짜 맛있겠다. 엄청 예쁘게 담았네. 레스토랑에서 나온 것 같다. 사진 찍어야지!”
찰칵-!
스테이크와 무대 스크린이 잘 나오게 셀카를 찍은 그녀는, 플라스틱 포크로 스테이크 하나를 푹 찔러 입으로 가져갔다.
앙-! 쫩쫩쫩쫩-
“아아~ 스테이크 살살 녹는다~.”
여자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교태섞인 말을 내뱉었다.
포크를 놀리는 여자의 손이 빨라진다. 순식간에 고기 세 점을 한꺼번에 입 안으로 집어넣는다.
고기를 와구와구 씹으면서, 곁들여진 매쉬드 포테이토를 한 움큼 들어 올렸다.
하압-!
달달고소한 감자가 그녀의 혓바닥과 마주한다.
아아아--
여자의 동공이 풀어진다.
고기뿐만 아니라 감자까지도 살살 녹는다. 두 요리가 혓바늘 위에서 콜라보된다. 강렬한 고소함이 그녀의 대뇌를 자극한다. 엔돌핀이 마구 뿜어져나온다. 이걸 고소하다고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고소당할 것 같았다.
여자는 헤벌쭉 웃으며,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남은 스테이크를 전부 흡입했다.
[손님이 요리에 감동합니다.]
[경험치가 상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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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호가 예측한 것 이상으로, 장사가 흥했다. 처음에 몰려든 손님들이 맛에 감격하고는,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린 덕이었다.
뿜칫- 뿜칫-
몽환적인 느낌의 전자음은 멈출 생각을 안 했지만, 왕호의 귀엔 그 비트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바빴다.
지글지글- 휙- 휙-
왕호의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무대가 아닌, 왕호의 철판에 더욱 집중했다.
“오오··· 완전 능숙한데?”
“손이 왜 이렇게 빨라? 프로게이머야? APM 1,000 수준인데?”
길게 서 있는 줄을 보고 웃음이 나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져온 소고기가 슬슬 바닥을 보인다.
왕호는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외쳤다.
“기다리신 분들 정말 죄송합니다아! 재료가 떨어져서 앞에 다섯 분 정도밖에 못드릴 것 같아요!”
그러자 사람들이 동요한다.
“으아아니! 챠!”
“하, 소문듣고 왔는데······.”
“아씨··· 내일도 나올까?”
“축제가 내일까지니까 오겠지. 내일은 오자마자 줄 서야겠다.”
결국, 왕호는 생각보다 빠르게 장사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래도, 가져온 소고기는 다 팔아서 다행이다.”
왕호는 남은 재료들을 예쁘게 묶어 잘 보관했다. 그리고 사용한 주방 도구들을 깨끗이 씻었다. 철판은 키친타올로 기름기만 가볍게 닦았다.
이제 도마를 씻고, 철판을 박박 닦기만 하면 되는데······.
그 전에,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다.
왕호는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몬스터 고기를 꺼냈다.
[레드혼 카우의 살코기]
[Lv. 17의 레드혼 카우를 발골하고 남은 고기다.]
[목심, 등심, 안심, 채끝, 우둔살이 연결되어있다.]
[마기가 해독되지 않아,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왕호는 고기를 도마에 올리고 이리저리 살폈다.
‘이게 마나의 느낌인가?’
왕호는 각성하게 되면서,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직 마나를 소모하는 액티브 스킬이 없는 탓에, 정확한 느낌은 모른다.
마기는 마나로부터 발생한 몬스터만의 기운이다. 몬스터 고기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마나의 기운인 듯싶다.
‘마기를 빼낼 수만 있다면, 요리할 수 있을 텐데······.’
왕호는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평생 정육만을 해온 마장동 아저씨들도 못하는 일을, 자신이 해낼 리 만무하다
힐러라면 어떻게 해볼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해독 스킬이 있으니까. 허나, 힐러들은 귀족 중에서도 귀족 클래스다. 워낙 고급인력이라, 쓸모 없는 몬스터 사체에 귀한 실력을 사용할 리가 없다. 부탁해도 거절당할 게 뻔하고··· 아니, 애초에 힐러들을 만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냥 버리긴 아까운데······.
이게 과연 정말로 먹을 수 없는 고기인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마기 때문에 소화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장기가 손상된다고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일반인 기준에서다. 왕호는 이제 각성자다. 신체의 능력이 범인의 한계를 넘어섰다. 마나도 다룰 줄 안다. 맷집 스탯도 상당히 높다. 맷집이 올라갔으니 장기도 조금은 튼튼해지지 않았을까?
‘살짝만 먹어보자, 아주 살짝만······.’
결국 호기심이 이성을 넘어선다.
왕호는 끝에 붙은 우둔살을 살짝 잘랐다. 육회로도 많이 쓰이는 부위라 생으로 먹어도 지장없다. 게다가 고기의 상태도 무척 신선했다.
새끼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생고기가, 왕호의 입속으로 들어온다.
질겅질겅-
살짝은 비릿한 맛이 느껴졌지만, 쫄깃탱탱하면서 부드러운 식감과 깊게 숨어있는 단맛이 비릿함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꿀꺽-
아주 소량을 먹어서 그런가··· 별다른 특이사항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띠링-!
[소화 불가능한 음식을 섭취했습니다.]
[감정 스킬의 상위 스킬인 “이터블 감정”이 생성되었습니다.]
[섭취한 재료를 파악했습니다.]
[마기가 해독되지 않아, 소화에 지장을 줍니다.]
[스킬 “제독”이 생성되었습니다.]
[요리 스킬이 중급으로 업그레이드되면, 더욱 다양한 스킬을 익힐 수 있습니다.]
[미식이 상승하였습니다.]
‘뜨헉!’
왕호의 입이 떡 벌어진다.
기술의 발견은 호기심에서부터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왕호의 호기심도 결국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왕호는 재빨리 스킬을 확인했다.
[이터블 감정 – 숙련도 0%]
[섭취 가능한 재료인지, 직접 먹어서 감정할 수 있습니다.]
[섭취 불가능한 재료라면, 그 원인을 파악합니다.]
[섭취 가능한 재료라면, 재료의 특성을 파악합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절대미각과 절대후각 스킬의 영향을 받습니다.]
[초급 제독(除毒) – 숙련도 0% 마나 소모량 : 20이상]
[재료에 담긴 독을 해독합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위력적인 독을 해독할 수 있습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고 레벨 몬스터의 마기를 빼낼 수 있습니다.]
[현재 제독할 수 있는 몬스터의 레벨은 20이하입니다.]
[숙련도가 100%로 오르면 중급 제독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드디어! 마나를 소모할 수 있는 첫번째 스킬을 습득했다.
설명을 읽어보니, 제독 스킬로 이 살코기의 마기를 빼낼 수 있을 것 같다. 레드혼 카우의 레벨은 17이다.
“제독!”
망설일 이유가 없다. 왕호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몸에서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마나의 느낌이 무엇인지 확연히 알겠다. 고기의 양이 많지 않아, 마나는 22 정도가 소모됐다.
[레드혼 카우의 살코기를 제독하였습니다.]
[싱싱한 레드혼 카우의 살코기]
[Lv. 17의 레드혼 카우를 발골하고 남은 고기다.]
[목심, 등심, 안심, 채끝, 우둔살이 연결되어있다.]
[마기가 남아있지 않다. 식재료로 사용 할 수 있다.]
[목축된 소고기보다 깊은 맛을 자랑한다.]
헤벌쭉-
왕호의 입꼬리가 하늘을 향했다. 빨리 요리를 해서 맛을 음미해보고 싶었다.
왕호가 식칼을 들어 고기를 내려치려는 순간,
“헉··· 헉··· 헥··· 끄으······.”
땀을 뻘뻘 흘리는 손님 하나가 찾아왔다. 제일 처음 스테이크를 사갔던 여자였다.
“헥헥, 아고 힘들어라······. 아저씨! 스테이크 하나 주세요!”
여자는 땀을 어찌나 쏟았는지, 긴 생머리는 완전 헝클어져 있었다. 얇디얇은 면 티도 땀에 젖어 몸에 착! 달라붙어있다. 육감적인 몸매가 훤히 들어난다. 아무래도 몸매에 엄청난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손님··· 죄송한데, 소고기가 다 떨어져서요. 오늘은 이미 마감했습니다.”
“아 진짜요? 히잉, 진짜 맛있었는데······. 어? 근데 그 고기는 뭐예요? 소고기 아니에요? 딱 봐도 소고긴데······.”
여자가 몬스터 고기를 가리켰다.
일반인이 보기엔 소고기와 별 차이가 없는 새빨간 살코기였다. 왕호같이 소고기를 많이 다뤄본 사람이나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음··· 이건 소고기가 아니고··· 아니, 소고기라고 해야 하나?”
몬스터는 몬스터지만, 카우라는 이름이 달린 것을 보니 소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싶다.
“그 고기로 만들어 주시면 안 돼요? 온종일 뛰었더니, 너무 배가 고파요 힝. 그리고 아까 스테이크 맛을 봐버려서, 다른 음식은 눈에도 안 들어온단 말이에요······. 영업 끝났으니까 가격 따블로 드릴게요!”
헉! 두 배?
“하하하, 제가 언제 안 된다고 했습니까? 딱 5분만 기다리세요!”
왕호는 히죽히죽 웃으며,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두 배를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철판은 아직 씻지도 않았고, 이 고기는 공짜로 얻은 거다. 이득도 이런 이득이 없다. 다만··· 왕호도 아직 요리해보지 않은 고기라서, 맛이 어떨지는 확실치 않다.
그나저나··· 말로만 듣던 클럽 죽순이?
스테이크를 먹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금세 에너지가 고갈되어 찾아왔다.
도대체 얼마나 흔들어 재낀거야······.
‘그래! 맛은 모르겠다만, 양은 팍팍 넣어주자 그래야 힘이라도 펄펄 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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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북돋울 레드혼 카우 안심 스테이크”가 완성되었습니다.]
[미디움 레어로, 고기의 육즙이 살아있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하였습니다.]
-에너지를 북돋울 레드혼 카우 안심 스테이크-
[부드러운 안심살을 사용해 육질이 매우 연하다.]
[매쉬드 포테이토, 구운 마늘, 구운 양파, 구운 아스파라거스, 그릴드 파인애플의 조화가 환상적입니다.]
[육즙이 잘 잡혔으며, 풍미가 매우 강렬하다.]
[큐브 모양이라 한 입에 먹기 편합니다. 타우린이 풍부해, 활력이 되살아난다.]
[효과 : 지구력이 10% 상승합니다. 체력회복속도가 50%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6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손님이 감동할 시, 효과는 1.5배로 증가합니다.]
어?
왕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만들기는 똑같이 만들었는데, 감정 스킬로 확인한 요리의 효과가 조금 특이하다. 가격을 두 배로 쳐준다길래, 부드러운 안심살을 사용한 것만 약간 다르다.
‘스탯과 체력회복속도가 오른다?’
전에는 없던 효과다. 게다가 수치까지 정확히 쓰여있다. 일반인들은 체감을 잘 못하겠지만, 각성자들은 상태창을 열어 단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몬스터 고기로 만들어서 이런 효과가 나오나?
왕호는 얼떨떨했지만, 일단 기다리는 손님에게 스테이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여자는 몹시 출출했는지, 스테이크를 받자마자 그 자리에 서서 포크를 마구 움직였다.
슉- 슉- 슉-
마치 농구골대에 농구공이 들어가듯, 안심 스테이크 세 조각이 여자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우물우물-
“어맛!”
여자가 감탄한다.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고기가 입안에서 증발한다. 말 그대로 증발이다.
생전 처음 느끼는 맛이다. 여자는 눈을 감았다. 초원이 보인다.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
두두두두두두-
수백, 수천의 물소 떼가 초원을 달린다. 땅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고,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마저도 몸을 감춘다.
강렬하다.
그 강렬한 맛이 뇌를 찌릿! 자극한다.
‘아까보다 더 맛있잖아! 배고파서 그런가?’
훕- 훕-
게눈 감추 듯, 스테이크가 사라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 잔뜩 신이 난 여자는, 홍홍 거리며 다시 무대 앞으로 뛰쳐나갔다.
어느새 해는 완전히 넘어가, 무대 위에 설치된 레이저 포인터에서 형형색색의 레이저가 마구 쏟아져나왔다. 눈이 다 아플 지경이다.
광란의 밤을 떠맡은 ‘C-Park’의 일렉 비트가 지축을 쿵쿵 울렸다.
둠칫- 둠칫- 둠칫- 둠칫-
사람들은 이번에도 비트에 몸을 맡긴다. 하지만 다들 오랜시간 뛰어서 그런지, 몸놀림은 한층 둔해져있었다.
그러나··· 방금 스테이크를 해치운 클럽 죽순이의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
‘뭐야! 에너지가 마구마구 솟아 올라와! 비트가 날 지배하고 있어!’
그녀는 마치 자신이 이 스테이지의 주인공인 것마냥,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버팔로처럼 파워풀하고, 뱀처럼 유연한 몸짓에 주변에 있던 클러버들은 넋을 놓은 채 그녀를 바라봐야 했다.
“뭐야 저 여자··· 지치질 않네.”
“에너자이저야?”
왕호 또한 멀리서 그녀의 수려한 몸놀림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까지 헥헥 거리더만, 몸에 모터를 달았나······.’
그래도 자신의 요리를 먹고 다시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녀를 보니, 덩달아 힘이 솟는 것 같았다.
띠링-!
[손님이 당신의 요리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요리의 효과가 1.5배로 상승합니다.]
[경험치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초급 요리의 숙련도가 100%로 상승하였습니다.]
[초급 요리가 중급 요리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중급 요리를 익히셨습니다. 조건이 갖춰진다면, 더욱 많은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클래스 “힐링 요리사”의 능력이 더욱 개방됩니다.]
지독히도 오르지 않았던 그 1%의 숙련도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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