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양단 (4)
그 미친놈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푸드트럭에서 마주친 그 진상이다. 소리를 질렀던 자는 그가 고용한 힐러였다.
우우웅-
코어의 빛이 흐리멍덩해짐과 동시에, 게이트에서 강한 진동이 시작됐다. 울렁울렁거리던 검은빛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마구 흔들린다.
‘던전의 붕괴인가? 아님, 던전 커넥트?’
정확히 어떠한 상황인지 강창모는 알 수 없었다. 글로만 배웠지, 보스몹이 죽는 상황은 그도 처음 경험한다.
‘에이, 설마 던전 커넥트는 아니겠지. 보스몹 100마리를 죽이면 한 번 나타날까 말까인데.’
하지만 불안한 느낌이 그의 몸을 칭칭 휘감는다.
강창모가 살아오면서 느낀 진리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다는 거다. 다른 말로 “역시는 역시나 역시군”이 있다.
불길함을 확정이라도 해주려는 듯, 힐러의 다급한 목소리가 저 너머에서 들려왔다.
“던전 커넥트!!! 빨리 빠져나와!!!”
힐러의 낯빛이 사색이 된다. 변하고 있는 게이트에서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실버폭스보다는 무조건 강하다는 거다. 자신의 레벨은 고작 30. 급전 때문에 쩔 알바를 하고 있긴 하지만, 고 레벨 몬스터까지 자신이 잡아낼 수는 없다. 공격스킬이 아직은 전무하다시피 한 초보 힐러다.
“알바생 너 지금 나한테 반말했냐? 하, 씨벌 오늘 진짜 일진 개 같네. 개나 소나 기어오르고 말이야.”
진상은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저, 힐러가 반말을 했다는 게 그의 심기를 거슬렀다.
진상은 ‘너 이 새끼 이제 알바비 반 토막 날 줄 알아라!’ 라고 외치려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하울링 소리에 온몸이 쩌저적 굳어져 버렸다.
쿠오오오오--!!!!
어느새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새로운 몬스터가 정확히 진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상은 게이트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인간이다. 진상은 찐득한 살기를 느끼며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렸다.
후들후들-
몬스터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린다. 온몸의 털도 쭈뼛 솟아오른다. 심장 박동은 엄청나게 빨라졌고, 혈류량이 늘어 얼굴 또한 붉게 달아올랐다.
몬스터는 키가 무려 5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 괴수였다. 두 발로 이족보행을 하는 것이 인간과 매우 흡사했는데, 키만 큰 것이 아니라 덩치도 옆으로 엄청나게 퍼져있다. 마치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근육을 키운 로이더를 보는 듯했다.
진상은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마법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질 않았다. 능력치보다 화려한 외관을 위주로 고른 것이 못내 후회된다. 뒤에 힐러가 있긴 하지만, 이놈의 주먹으로 한 대 얻어맞는다면 그대로 염라대왕과 독대할 것만 같았다.
당장 도망쳐야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도 거대한 원초적 공포가 진상의 몸을 휘어잡았다.
피어(Fear).
포식자의 시뻘건 눈알에서 흘러나오는 공포의 기운이 진상을 심장을 후벼판다.
강아지들은 개장수의 냄새만 맡아도 오금이 저리고, 산짐승들은 산중호걸 호랑이의 눈빛만 봐도 오줌을 지린다.
진상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티라노사우루스 앞에 선 초식 공룡 마냥,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세, 셀타 오우거!”
힐러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외쳤다. 그의 낯빛은 이제 사색을 넘어 하얗게 질렸다.
샐타 오우거는 레벨 50의 거대 몬스터이다. B형 던전에서나 볼법한 놈이다. 자신의 레벨은 고작 30이니까, 저 괴물을 잡으려면 다섯은 더 데리고 와야 한다. 그것도 탱커, 딜러 완벽한 조합을 짜서.
지금은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다.
“뭐합니까! 도망쳐요 빨리!”
힐러가 급하게 외쳤지만, 진상은 석화마법에라도 걸린 듯 꼼짝 못 하고 서 있었다.
결국, 셀타 오우거의 두터운 발등이 진상을 향한다. 오우거는 길가에 놓여있는 깡통을 걷어차듯이, 진상에게 발차기를 후렸다.
부우웅-
쾅-!
퍽! 소리가 아닌 쾅! 소리가 나며, 진상이 순식간에 뒤로 날아간다. 뉴턴 역학의 완벽한 예.
너무도 강한 충격량에, 진상은 걷어차이자마자 곧바로 기절했다.
철푸덕-
땅바닥에 볼품없이 떨어진 진상의 모습은 가관도 아니었다.
화려했던 갑옷은 엿가락 늘어지듯이 찌그러져 있었고, 두 다리는 관절이 완전히 꺾여 비정상적으로 휘어버렸다. 무릎의 십자인대를 정강이뼈가 찢고 튀어나왔다.
“큐어!”
힐러는 곧바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힐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반쯤 빠져나간 진상의 영혼을 붙잡는 데에서 만족해야 했다. 너무 심하게 부서진 몸뚱이다. 완전히 비틀려버린 하체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레벨 200이 넘는 힐러를 데려왔더라면 어떻게 다리까지 고쳤을 테지만, 자신은 레벨이 고작 30뿐이 안된다. 목숨을 살려낸 것이라도 어딘가.
비록, 눈을 다시 뜬다 해도 평생을 반신불구로 살아야 할 테지만······.
휙-
셀타 오우거는 진상을 피떡으로 만들고는 다음 목표로 눈깔을 돌렸다. 오우거는 산자에 대한 분노로 눈이 이글거렸다. 모든 움직이는 것들을 전부 으깨버릴 듯한 눈빛이었다.
오우거의 고개가 향한 곳은 왕호네 파티.
“헉! 여, 여기로 오려는 거 같은데요?”
김지원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완드를 들어 올렸다.
“셀타 오우거라고 했는데, 혹시 정보 아십니까?”
왕호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강창모에게 물었다.
“레벨 50이고 대형 몬스터입니다. 힘이 엄청나고 속도도 무지막지하게 빠릅니다. 아직 20레벨도 안 된 저희가 달려서 도망가는 건 무립니다. 제가 막을 테니 어서 피하세요!”
강창모가 호기롭게 외친다.
하지만 호기로운 그의 모습과는 다르게, 부들부들 떨리는 방패는 몹시도 모순적이었다.
왕호의 표정도 삽시간에 굳어졌다.
셀타 오우거라 불린 저녀석은 당장에라도 달려들듯이 발을 구르고 있었다.
“창모님만 두고 갈 순 없습니다. 약점은 없습니까?”
“오거 종족 중에서는 지능이 제일 떨어지는 놈입니다. 그렇다 해도 동 레벨에서나 멍청한 걸 이용할 수 있지, 저희는 압도적인 힘 때문에 어떻게 비빌 수가 없습니다. 제가 막을 테니 어서 빠져나가세요! 5분만 버티면, 테스크 포스가 와서 오우거를 막을 겁니다. 그들도 던전 커넥트를 느꼈을 겁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세상 최고의 겁쟁이였는데, 이렇게나 씩씩하게 바뀌었다.
왕호는 자신의 안전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지만, 강창모를 혼자 내버려 두고 도망갈 만큼 모질지는 못하다. 그렇다고 손잡고 관뚜껑을 바라볼 만큼 어리석지도 않다.
“오분만 버티면 된다고 하셨죠? 오분만 버텨봅시다. 오분만······.”
왕호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단순히 음식을 팔아 돈 냄새를 맡으려고 온 건데, 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게 생겼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흘러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 어떻게든 5분을 버텨야 한다.
자연스레, 한여름과 김지원도 완드를 앞으로 내밀며 나선다.
“좋아! 한 번 버텨봐요! 이거 인스타에 자랑하려고 나서는 거니까, 먼저 도망가라는 말 꺼내기라도 하면 강냉이 날아갑니다.”
김지원이 거칠게 말을 내뱉으며, 남자들의 기사도 정신을 원천봉쇄했다. 걸크러쉬 그 자체!
그녀들의 레벨은 이제 고작 8이지만, 그래도 템빨이 괜찮다. 거치적거리는 방어구는 벗어버렸으나, 가장 비싼 마도구인 완드는 꼭 쥐고 왔다. 레벨 15 정도의 힘은 낼 수 있을 거다.
“다쳐도 책임 못집니다. 두 분은 여기서 원거리 공격 해주세요. 창모님은 두 분 지켜주시구요.”
“예? 그럼 왕호님은요?”
한여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왕호가 뱉어낸 말의 뉘앙스가 심히 수상쩍다. 당장에라도 오우거에게 달려들 듯한 말투다.
“연장 챙겨야죠.”
왕호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오우거 쪽으로 발을 박찼다.
두다다다-
왕호는 엄청난 속도로 오우거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와, 왕호님!!!”
파티원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시간을 벌려고 맨몸으로 맞서는 건가?’, ‘가미카제 작전인가?’, ‘여우 몰이하듯이, 오우거를 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별의별 생각이 파티원을의 머릿속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왕호는 자신이 뱉어낸 말 그대로 연장을 챙기러 뛰어나갔다.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중식도는 지금 실버폭스의 몸통 깊숙이 박혀있다. 그리고 실버폭스의 사체는 오우거 옆에 있다.
그렇지만, 왕호가 노리는 무기는 중식도가 아니다. 시체 옆에 떨어져 있는 진상의 검! 딱 봐도 엄청나게 강해 보일 것 같은 저 장검을 줏으러 뛰어나간 거다.
자살 특공대처럼 무모한 짓은 안 한다. 왕호는 오우거가 진상을 걷어차는 것을 똑똑히 지켜봤다. 지금 자신의 민첩 스탯이라면 공격 두어 번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어 번 피하면서 검을 집는다. 그 사이에 오우거는 마법 공격을 맞을 테고, 어그로가 바뀌면 뒤에서 얍삽하게 공격할 큰 그림을 그렸다.
“헉! 엄청 빨라!”
파티원들은 하나같이 왕호의 발 빠르기에 놀랐다. 이곳에서 사냥하는 그 어떤 근접 클래스도, 저 정도로 빠르진 않았다.
오우거는 달려오는 왕호를 보자, 흥분을 참지 못하고 마중 나갔다.
우오오오-!! 쿵- 쿵- 쿵- 쿵-
육중한 발걸음이 땅을 디딜 때마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왕호는 오우거의 가랑이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타운트(Taunt)!”
강창모가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오우거의 어그로가 바뀌었다.
휙-
도발에 걸린 오우거의 고개가 강창모를 향한다.
오우거는 왕호를 무시한 채, 강창모를 향해 매서운 속도로 돌진한다.
쿵쾅- 쿵쾅-
“슬로우!”
김지원이 슬로우 디버프를 걸었다.
오우거의 발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하지만 말 그대로 ‘조금’ 느려진 것뿐이다.
“파이어 스피어!”
한여름은 홍염으로 이루어진 창을 발사했다.
쌔애액-!
화염창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간다.
목표는 오우거의 몸통!
배때지가 너무 넓은 탓에, 대충 날려도 무조건 맞을 것 같았다.
팍-!
예상대로 오우거의 가슴팍에 적중한다.
하지만 두꺼운 가죽을 뚫지 못하고 픽 꺼져버린다.
쿵- 쿵-
결국, 오우거는 별다른 지장 없이 강창모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파워 실드!”
스킬로 애써 방어력을 강화해보지만,
쾅-!
헐크 같은 몸통박치기가 강창모를 거둬낸다.
“컥!”
마치 덤프트럭에 치인 듯한 충격이 온몸에 전해진다.
부웅-
강창모가 날아간다.
날아간 육체는,
쿵-!
바닥에 닿는다.
드드드득-
닿는 걸로 모자라, 땅을 긁으며 뒤로 한참을 밀려났다.
정신이 아득하다.
“쿨럭!”
땅바닥에 널브러진 창모는 울컥! 피를 토해냈다. 아무래도 내장이 다친 듯싶었다. 재빨리 체력을 확인한다.
‘절반이나 사라졌어!’
한 방에 체력 반절이 날아갔다. 그렇다는 것은, 앞으로 한 대만 더 맞으면 이승을 하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오우거에게 달려들지 않을 수도 없다. 한여름과 김지원이 무방비상태다. 원거리 딜러인 그녀들은 체력이 약하다. 한 방에 사라질 수도 있다.
‘평생을 겁쟁이로 살았다. 마지막까지 겁쟁일 수는 없어!’
강창모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공격을 잘 흘린다면 한 방은 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 그대로 ‘그럴 수도’ 있다는 거다. 한 방 맞고 죽을 확률이 더 높다. 왕호의 조언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두려움이라도 물리칠 수 있다.
그렇게 다시 도약하려는 순간,
“큐어!”
한 줄기 청량한 마나가 강창모의 몸속에 들어왔다.
힐 마법?
진상의 쩔을 맡았던 힐러가 강창모 쪽으로 다가와 힐을 넣어줬다.
“어?!”
강창모가 놀랐다. 체력은 순식간에 차올라 2/3가랑이 됐다. 이제 한 방에 죽지 않는다.
“어서 가서 막으세요! 제가 힐 넣어드리겠습니다.”
“아, 예! 고맙습니다!”
이유를 물어볼 여유까진 없다. 강창모는 오우거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나갔다.
두다다다-
“리프 차지!”
부앙-
강창모가 스킬을 사용해 오우거에게 접근한다.
방패가 오우거의 뱃살을 강하게 때렸다. 쿵-!
스킬이 완벽히 적중했지만, 오우거는 티끌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다.
씨익-
그러나, 공격이 실패했음에도 강창모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일도양단!”
어느새 오우거의 뒤를 잡은 왕호가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왕호가 태산 같은 힘으로 검을 내리친다. 왕호가 주워든 장검이 사선을 그리며 주욱 내려간다. 검이 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오우거의 발목.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공격하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길이가 1m 남짓 되는 장검을 난생처음 쥐어봤다. 제대로 휘두를지도 의문이다. 스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발목 자체를 노렸다.
촤아악-
날카로운 검이 오우거의 피부를 찢는다. 피부를 찢고 들어간 검은
쩌저적-
복숭아뼈까지 갈라버린다.
두꺼운 피부였지만, 마나를 머금은 공격이라 종이 찢기듯 찢어졌다. 갈라진 피부 사이로 피가 촤아악- 터져 나온다.
크허어어엉-!!!
오우거가 고통스레 포효한다.
정확히 발목을 그었지만 완전히 자를 순 없었다. 그러기엔 오우거의 발목이 너무 두꺼웠다.
발목의 절반이 덜렁거렸지만, 오우거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우거는 인간처럼 나약하지 않다. 고통을 무시한 채, 덜렁거리는 발목으로 체중을 그대로 지탱했다.
두 눈을 의심케 만드는 광경이다.
“괴, 괴물!”
한여름이 놀라 소리친다.
오우거는 자신에게 고통을 선사한 왕호를 발견했다. 오우거의 눈에 살기가 가득하다.
오우거는 두 손을 깍지꼈다. 그리고는 깍지낀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린다. 둔탁한 둔기로 변한 깍지가 머리 뒤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부우웅-
깍지가 다시 내려온다.
거대한 운석이 이렇게 떨어지려나? 오우거의 거대한 주먹이 햇살을 가로막아, 자연스레 그늘이 형성된다.
왕호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굴렀다. 이런 급박한 전투는 제대로 겪지도 못했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따랐다.
체육 시간에 배운 앞구르기로 겨우 공격을 피했지만,
콰앙-!!!
흔들리는 지축 때문에 철푸덕-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큭!”
오우거는 행동이 느리지 않다. 덩치에 비해 무척이나 빠르다. 쓰러진 왕호를 향해, 다시 한번 깍지를 휘두른다. 이대로 가다간 피떡이 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
“파이어 볼!”
“프리즈(Freeze)!”
“스매쉬!”
파티원들이 스킬을 난사했다.
한여름과 김지원은 오우거의 얼굴 쪽으로 마법을 발사했고, 강창모는 방패를 치켜들어 사타구니를 노렸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쪼렙들의 공격이었지만, 왕호에 대한 공격을 멈칫하게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벌떡-!
그 사이에 왕호가 다시 일어섰다.
‘일도양단의 마나 소모량은 300. 내 총 마나가 690이고, 아까 한번 썼으니 이제 한 번밖에 안 남았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발목을 아작내야 한다. 그래야만 도망칠 수 있다.
“일도양단!”
왕호가 다시 한번 스킬을 사용했다. 이번엔 오우거의 앞쪽에서 칼을 휘둘렀다.
부우웅-
그래도 식칼을 10년 이상 잡은 짬밥이 있었는지, 덩렁거리는 발목의 틈으로 정확히 검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높은 손재주 스탯도 한몫했으리라.
‘됐다!’
추아아악-!
왕호의 검이 오우거의 피부, 지방, 근육, 힘줄, 뼈를 밀고 지나간다. 마나의 힘으로 마치 젤리 속을 통과하듯 미끄러지는 검.
뎅겅-
오우거의 발목이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나이스!”
강창모가 쾌재를 불렀다.
휘청-
하지만, 이 무지막지한 괴물은 발목이 잘려나갔음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오우거는 몸을 휘청휘청하며 한 발로 다시 균형을 잡았다.
그래도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왕호가 오우거의 발목을 공격한 이유는 발을 묶어놓기 위해서다.
발 하나를 쓰지 못하니 한 발로 콩콩 뛰어온다고 해도, 쫓아올 수 없다. 오우거가 아니라 오우거 할애비가 와도 불가능하다.
두 손을 다리 삼아 삼족보행을 한다면, 따라 잡힐 수도 있다. 하지만, 셀타 오우거는 그런 임기응변을 사용할 만큼 똑똑한 생명체가 아니다.
“이제 도망쳐요!”
왕호의 말에, 세 사람은 반대로 몸을 휙 돌렸다.
“어?!”
몸을 돌리자마자 세 사람이 놀란다.
그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다들 왜···”
“왕호님. 이제 도망 안 가도 될 거 같은데요.”
“네?”
강창모의 말에 왕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강창모는 그런 왕호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쩍 벌리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달빛여제의 실물을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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