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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36화 (36/149)

소고기를 맛있게 먹는 101가지 방법 (2)

“저번에 코어석 안 챙기셨어요? 그걸로 웬만한 마도구는 제작할 수 있을 텐데요?”

맞다!

실버폭스 보스몹에게서 뽑아낸 코어석이, 트럭 글로브박스 안에서 쿨쿨 잠자고 있다.

그날 얻어낸 마나석은 그날 저녁에 업체를 찾아가 팔아넘기지만, 그때는 너무 정신이 없어 바로 집으로 왔다. 그리고 급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코어석의 존재를 잠시 잊어버렸다.

‘코어석으로 대체 할 수도 있구나.’

한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

“코어석으로 마나석 냉장고의 제작이 가능합니까? 고급이나 최고급 마나석이 필요한 걸로 아는데요.”

“코어석은 마나석과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마나를 담고, 인챈트 할 수 있는 효율 자체가 다르죠. 대부분 코어석이 월등해요. 아무리 낮은 던전의 코어석이라도 고급 마나석보다는 좋을 거예요.”

뭐?

고급 마정석보다 좋다는 말에, 왕호의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저, 정말입니까? 그럼, 코어석을 판다면 얼마나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정확한 건 감정을 해봐야 알겠죠. 뭐, 잘 팔면 그래도 2천은 넘게 받지 않을까요?”

“으헉!”

세상에나!

왕호의 눈에 경악이 잔뜩 서린다.

생각지도 못한 액수의 금액이다. 실버폭스 마나석보다 많아야 두 세배 가격인 줄 알았는데, 실버폭스 마나석을 한 트럭 갖다 줘도 못바꿀 경악스런 가치이지 않나.

순간, 다른 곳에 욕심이 생긴다.

‘차라리 팔아버리고, 이사를 갈까?’

기존에 모아둔 돈과 합쳐, 대출까지 낀다면 좋은 집으로 단숨에 이사할 수 있다. 오늘처럼만 장사가 술술 풀린다면, 청주에 계신 어머니를 이쪽으로 데려오는 것도 가능하다. 생활이 더 빡빡해지긴 할 테지만, 생계는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물론, 편하게 있으라고 해도 집에서 노실 분은 결코 아니다. 어디 분식집 주방에라도 들어갈 테지만, 그래도 지금 있는 학교 급식실보단 페이나 환경 면에서 열약할 거다. 왕호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은 자명하다.

본래, 왕호의 1차 목표는 상가를 임대받아 내 가게를 차리는 거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젠 푸드트럭을 몰고 던전을 누빌 수 있다. 상위 던전까지 꿀을 잔뜩 빨고 난 후에, 레스토랑을 차려도 늦지 않다. 급할 것이 전혀 없다.

‘내 요리의 맛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가게를 차리는 것보단, 요리 스킬을 고급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야.’

그리하여 1차 목표가 이사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길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마나석 냉장고가 나을 수도 있어.’

어차피 먼 미래에 하나 장만해야 할 물건이다. 음식의 퀄리티, 종류의 다양성, 재고 처리 등등. 모든 부분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자명하게 갈린다.

레스토랑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1순위로 구매해야 할 것이 바로 마나석 냉장고.

게다가, 주재료인 마나석을 가지고 제작을 의뢰한다면, 당연히 완제품을 사는 것보다 가격면에서 이득이다. 중간 유통 마진이 사라지는 셈이니까.

왕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고심했다.

고민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십만 원, 이십만 원 하는 것도 아니고, 단위만 천만 원대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마나석 냉장고가 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만약 있다면···’

헤벌쭉-

상상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흘러나온다.

보존 마법이 걸려있기 때문에, 유통기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고기를 항상 싱싱하게 냉장보관 할 수도 있다. 유제품류 같은 경우도 맘껏 넣어놓고 쓰겠다. 요리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공간 확장 마법까지 추가한다면, 방금 잡아냈던 레드혼 카우를 전부 집어넣는 것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식재료를 대량으로 보관할 수도 있다. 고로, 메뉴의 종류를 무자비하게 늘리는 것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메뉴의 종류를 방대하게 한다? 감당할 수 있겠냐?

날이 갈수록 레벨이 오른다. 덩달아 민첩도 오른다. 민첩이 오르면서 손놀림도 더더욱 빨라진다. 즉, 수많은 메뉴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져, 손님들의 니즈를 맞춤형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왕호는 장고 끝에 수를 놓았다.

‘그래! 큰 그림 그리자 왕호야! ···아니, 당장 있어도 퀄리티가 배는 좋아질 거다!’

결코, 악수惡手는 아닐 것이다.

식당을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재고 관리다. 특히 식재료 같은 경우, 받아온 재료를 그날그날 소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루만 지나도 맛이 나빠진다. 지금 같은 땡볕 더위에서는 위생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메뉴를 간소화시키고 재료를 줄여, 빨리빨리 소모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마나석 냉장고가 있다면?

이런 고민을 일절!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불고기 샌드위치’, ‘큐브 스테이크’, ‘곱창볶음’ 세 가지 메뉴만 정해놓았지만, 소고기를 이용한 수많은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찹 스테이크, 쉑쉑버거, 바싹불고기, 미트볼 파스타, 떡갈비, 슈니첼, 갈비찜, 규동, 육전, 샤부샤부, 꼬리찜, 곰탕, 규카츠, 장조림 등등···

순간 생각해낸 것만 이 정도니, 적어도 101가지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까?

“제가 이용하는 업체 소개시켜 드릴까요?”

왕호가 결정을 내린 듯 보이자, 유다희가 조심스레 제안했다.

“괜찮습니다. 우선은 제가 알아볼게요.”

왕호는 유다희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

솔직히 말해서 많이 만나본 사이도 아니고, 이런 부탁을 하기는 조금 껄끄러웠다. 뒤통수 맞을 상황도 배제할 수 없었다. 중개 커미션을 요구할지 누가 알겠는가.

‘장사 마치고 전화해봐야겠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은, 유다희 말고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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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저녁 장사 또한 흥했다.

오픈빨인지 모르겠지만, 던전에 들르는 이들은 트럭을 한 번씩 기웃기웃거렸다. 점심때 버프를 경험했던 이들은 대부분이 당연하게도, 버프를 잡수러 다시 들렸다.

휘리릭- 휙-

왕호의 손이 거침없다.

손님들이 쓰나미처럼 밀려든다. 최대한 빠르게 빠르게 메뉴를 담아줘야 한다. 다행히 손이 빨라 손님들이 순식간에 회전한다. 중간중간 조리대를 닦을 여유까지 생겨났다. 좀 더 몰려든다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왕호는 유다희를 힐끔 쳐다보았다.

‘세 개나 먹어놓고 왜 안 가는 거지?’

물음표가 절로 떠오른다.

유다희는 도통 집에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왕호가 요리하는 것을 빤히 지켜보고 있다.

따가운 시선이 살짝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놔두는 게 이득이었다.

사냥하러 온 각성자들이 유다희의 미모에 홀렸다. 매혹에 걸린 사람들은 자연스레 푸드트럭으로 모여든다. 왕호는 의도치 않은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됐다.

잘나가는 헬스장이나 야구장 같은 경우엔, 미모의 알바생을 고용해서 손님인 척 위장시킨다. 그럼 흑심을 잔뜩 품은 파리 떼들이 미친 듯이 모여든다.

왕호는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그런 광경을 여러 번 목격해야 했다.

-오우야··· 혼자 왔어? 같이 뛸래?

-후훗.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시간 되시면 제가 커피라도 한잔···

-저, 저기 저, 저랑 파티하시지 않겠습니까?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와 사귀어주세요!

-저기요? 저 이런 거 처음인데 용기 내봅니다.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번호 좀···

여럿이 도전했지만, 하나같이 찬물만 들이킬 뿐이었다. 유다희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냉랭한 눈빛을 쏘아내며 파리들을 단숨에 쫓아냈다. 집요하게 찝쩍거리는 남정네는 없었다.

유다희의 눈에서 압도적인 기운이 흘러나왔다. 직접 마주치지 않은 왕호의 등골이 서늘할 정도. 더 이상 찝쩍대려면, 랭킹 탑 50안에는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차도녀 그 자체였다.

“왕호님~!”

7시쯤 되자, 왕호네 파티원들도 저녁을 먹으러 찾아왔다.

“와, 장사 진짜 잘 되네요. 파라솔이랑 테이블 몇 개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강창모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대부분이 테이크 아웃을 해간다. 서서 먹거나 걸어가면서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바위에 걸터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유 있게 앉아서 먹을 장소가 많으면 더 괜찮을 거 같았다.

신기한지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강창모가 유다희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헉!”

여간 남자들처럼 자동적으로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휙-

그런 강창모의 모습에 한여름도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와······.”

한여름의 동공이 급격히 커진다.

세상세상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같은 여자이지만 감탄이 절로 튀어나온다. 단순히 비비크림만 발랐을 뿐이지만, 클래스가 다른 수준이다.

하지만···

‘뭐야··· 저 가스나.’

유다희가 계속해서 왕호를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자, 동공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드드득-

이에 질세라 한여름도 유다희의 옆자리로 의자를 당겨 앉았다.

“우와, 신메뉴 개발하셨네요! 왕호님은 금손이라 안 먹어봐도 맛 보장이죠! 저번에 손수 끓여주신 생.일.미.역.국처럼 말이죠.”

한여름은 유다희 보고 들으라는 듯이, 스타카토 기법으로 강조하며 말했다. 굳이 꺼낼 필요 없는 말이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본능적인 경계였다.

‘힝··· 너무 오버했나? 그냥 손님일 수도 있는데······. 아니, 손님이 아니더라도 내가 왜······.’

갑작스레 부끄러움이 잔뜩 몰려든다. 한여름은 고개를 팍! 숙일 수밖에 없었다. 유다희를 힐끗 쳐다보니, 자신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오셨어요? 세 분은 뭐로 드릴까요?”

왕호는 환하게 웃으며 파티원들을 반겼다. 손은 여전히 빨리 놀리는 상태였다.

세 사람은 잠깐 상의하더니,

“불고기 샌드위치 3개요!”

같은 메뉴로 통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샌드위치 3개를 주문했다.

.

.

.

우적우적- 꿀꺽꿀꺽-

“캬! 역시 왕호님 음식은 실망 시킨 적이 없네요.”

파티원들이 왕호를 향해 엄지를 추켜세웠다.

“근데 이분은 누구···?”

유다희가 계속해서 자리를 뜨지 않자, 참다못한 한여름이 물었다.

“아, 이분은 달···, 콤한 맛을 좋아하는 손님입니다.”

순간 달빛여제라고 말할뻔했다. 식겁했다.

왕호는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복면에 얽힌 사연이 얼마나 복잡한지는 모르겠지만, 벗었으니 정체를 지켜줘야 한다.

왕호의 대답에 한여름의 표정이 다시금 밝아졌다.

‘손님이구나. 다행이다······.’

손님들이 조금 뜸해지는 타임이 생기자, 왕호는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던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저번에 실버폭스 보스몹을 잡았을 때, 얻은 코어석 말입니다···”

왕호는 코어석의 가치가 알고 보니, 2천만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파티원들에게 설명했다. 비록 혼자서 잡긴 했지만, 그래도 같이 사냥한 파티원들이다. 이들과 한 마디 상의 없이, 꿀꺽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창모가 제일 먼저 나섰다.

“왕호님 혼자서 잡으셨으니까, 왕호님께서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냉장고 만드는 데 필요하다고 하셨잖습니까. 저는 그냥 평생 왕호님 따라다니면서, 맛있는 밥이나 얻어 먹으렵니다.”

욕심내서 바득바득 우길 수도 있다. 1/n로 나누자고. 그럼 500만 원이 자신의 수중에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 저 코어석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왕호다. 게다가 돈으로 바꾸면 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왕호가 자신에게 해준 은혜는 500만 원을 넘어 50억의 가치가 넘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왕호가 없었으면, 방패 중고나라에 팔고 고향으로 내려갔을 거다.

“저흰 어차피 마나석 필요 없었으니까 상관없어요! 냉장고 바꾸시면 디저트 많이 만들어주세요!”

둘은 애초에 떡고물에 관심이 없었다.

화기애애한 왕호네 파티의 모습을 보는 유다희의 얼굴이 조금은 서글퍼진다.

‘부럽다. 나도 처음에 저런 파티에 들어갔더라면······.’

유다희가 자신의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차피 지나간 일. 더 이상 생각하면 머리만 지끈 아파진다.

*

집에 돌아온 왕호는 거실에 앉아 오늘의 정산금을 확인했다.

“일, 십, 백, 이백··· 헉! 이, 이백?!”

펄떡-!

돈을 세던 왕호가 놀란 나머지, 갓 잡힌 활어마냥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맙소사! 하루 매출이 200만 원이 넘다니!

물론, 순이익이 아니라서 다 재껴봐야 알겠지만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주재료인 고기를 얻어내는데 돈 한 푼 쓰지 않았다.

헤벌레-

왕호의 광대가 씰룩쌜룩 거린다.

“오픈빨이 조금 있겠지만, 그래도 미쳤다. 진짜 금방 부자 되겠네.”

눈누난나-

흥이 잔뜩 오른 왕호는 내친김에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냉장고까지 빨리 맞춰버릴 생각이다.

띠디딕-

번호를 입력하고 순식간에 통화 버튼을 누른다.

뚜루루루루-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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