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88화 (88/149)

< 매드무비 (4) >

사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어들이는 스트리머에 비해 편집자가 받는 대우는 착취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퍼센테이지 정산이 아닌, 월급형 정산이다. 물론, 이것도 다른 직업에 비하면 후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자택근무에 수입도 적은 편은 아니니까.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형편없을 정도다. 그래도 어쩌나, 컨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는 따로 있고, 편집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널렸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감지덕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왕호는 그러지 않았다.

신상문의 눈에는 그런 왕호가 천사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허나, 왕호도 생각이 있어서 파격적인 제안을 건넨 거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더 열심히 하지.’

왕호도 지독한 사회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다.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것도 좋지만, 매출액에 상응하는 대우가 가지는 파워도 잘 안다.

회사의 주식을 받거나, 인센티브를 받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이것이 얼마나 일의 능률을 올리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

왕호가 일했던 레스토랑은 이런 것들을 잘 챙겨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훗날, 자신의 레스토랑을 세운다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할 거라고.

물론, 이 방법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맞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장점이 있고, 그만큼 단점도 있다.

하지만 왕호는 사람을 볼 줄 알았다.

신상문은 전자에 속하는 이가 분명해 보였다.

비록, 처음엔 무단으로 자신을 촬영하긴 했다. 하지만, 뒤이어 양해를 구했던 태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대화를 계속 나눠보니 더욱 명확해졌다.

‘어차피 저 동생 아니었으면, 생각도 못 했을 일이니까······.’

“신상문이라고 했죠? 자, 상문 동생! 잘 부탁해요!”

왕호가 웃으며 손을 쭉! 뻗었다.

덥석-

신상문도 활짝 웃으며 왕호의 손을 맞잡았다.

“형! 제가 최고로 만들어 드릴게요!”

“최고? 하하, 쉬엄쉬엄하면서 해요. 용돈 번다는 생각으로. 영상 전공했다니까, 영화사 같은 곳에 취직하면 얼마든지 그만둬도 되고. 그게 낫지 않겠어요? 이거는 불안정하니까. 취업 준비하면서 투잡으로 해도 되구.”

“에이, 그럴 거면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죠. 제 인방 촉이 말해주고 있어요. 형은 진짜 초대박이 날 거라고! 저만 믿으세요! 방송은 제가 코치하는 대로만 하심 되고요!”

“하하, 동생 열정이 넘치네. 그럼 같이 일하게 됐으니까, 맛있는 요리 하나 만들어 줘야겠네. 이래 봬도 나는 사냥꾼이 아니라 요리사니까.”

“헉! 정말요? 시청자들이 그러는데, 형 어제 방송 씹상타치였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형의 요리를 직접 먹게 되다니 행운인데요?”

“응? 십상타뭐? 그게 뭔 소리야?”

“헤헤, 인터넷 용어에요 그런 게 있어요. 습관이 돼서······.”

“그럼 나도 그런 거 배워야 하나?”

“아뇨. 실력 있으면 말 하나도 안 해도 돼요. 프로게이머들도 방송 그냥 평소같이 말하거든요.”

“나일드보어 잡아왔으니까, 맛있는 돼지 요리 해줄 게 조금만 기다려요. 안 그래도 신메뉴 품평할 사람 오기로 했는데, 같이 먹으면 되겠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마침 나동수가 딱 트럭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하하! 안 사장님! 이번엔 나일드보어 요립니까? 크으 돼지고기 기가 막히지~. 어? 이 고등학생은 누구? 희영 동생 친구?”

트럭으로 다가온 나동수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희영이 친구는 아니고. 인터넷 개인방송 하는 친구예요. 어쩌다 보니 이번에 일 같이하기로 했어요. 상문 동생도 인사해요. 이쪽은 나동수 님. 인챈터에요.”

왕호가 초면인 둘을 소개시켰다.

“안녕하세요! 신상문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반가워 학생. 고등학생이야?”

“아뇨. 스물여섯이에요.”

“오! 대박 동안이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 얼굴이었는데 하하하. 인터넷 방송한다고? 크, 나도 레이드 뛰는데 그런 친구들 꽤 만났지.”

“헉! 아저씨도 레이드 뛰세요? 방송하는 사람 만날 정도면 레벨 꽤 높으시겠네요.”

“하하하, 아직 400대밖에 안 돼.”

“커어억!”

신상문이 놀라 기겁했다.

나동수는 초고렙이었다.

‘뭐, 뭐야? 초고렙이 왜 여기에······. 도대체 왕호 형 정체가 뭐지?’

먼저 접근한 건 자신이었지만, 알아볼수록 수상한 것투성이었다.

일단, 저 버프 요리부터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먹으면 버프가 걸려? 게다가 버프의 수준도 상상 이상이다. 맛만 있다면, 대박은 불 보듯 뻔할 정도.

그리고 무슨 요리사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레벨이 심지어 자신보다 낮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낮은 던전에서 양학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그냥 폭렙 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초고렙이 신메뉴를 품평하러 까지 온다?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저 동생 다희까지 보면 더 놀라겠네.’

신상문의 귀여운 반응에, 왕호의 입에서는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나동수보다 더 고랭커인 달빛여제까지 본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했다. 물론, 다희는 복면을 벗고 올 거니까 모를 가능성이 더 높다. 아마, 외모에 더 놀라겠지.

자리에 착석한 나동수가, 두 손을 마구 비비며 말을 꺼냈다.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안 사장님! 오늘의 신메뉴는 뭡니까?”

“이번엔 동파육을 한 번 만들어 보려구요.”

“오오오! 동파육! 크으~ 그거 육질 하난 기가 막히죠. 정말 기대됨다! 동상도 기대되지?”

나동수가 거대한 손바닥으로 신상문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물었다.

그 덕에, 160cm 초반의 작은 체구인 신상문은 기침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커헉! 아니 마법사 아저씨가 무슨 힘이··· 예! 저도 기대돼요! 아! 그럼 지금 방송 켜도 될까요? 요리하는 거 찍게요!”

“하하하. 안 사장님 찍으면 나도 찬조 출연하는 건가? 거 재밌겠네.”

나동수는 호방하게 웃었고, 왕호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상문은 곧바로 방송을 다시 열었다.

제목도 바꿨다.

[생][에셰코 안왕호 푸드트럭 요리 방송]

“행님들! 우리 왕호 형님 신메뉴 만드신답니다. 오늘은 의도치 않게 요리 방송하게 됐습니다!”

[-헉! 생방? 요리과정 진짜 보고 싶었는데!]

[-오! 먹물 파스타 만듬?]

[-대박이네. 우승후보인데, 실력 함 체크하자.]

[-ㅋㅋㅋ 위에 요리조무사 주제에 실력을 본데.]

실시간으로 채팅이 올라오자, 나동수가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오, 채팅창 직접 보니까 재미나네. 근데 동상은 말투를 꼭 그렇게 해야 하나?”

“이렇게 해야 더 재밌거든요.”

[-헉! 저 진격의 거인은 대체 누구?]

[-UFC 선수야?]

[-아조씨 햄버거 최대 몇 개 드심?]

시청자들은 나동수의 거대한 덩치에도 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런 반응도 잠시였다. 왕호의 요리가 시작되자, 거기로 온 관심이 쏠렸다.

왕호가 만들 요리는 동파육 東坡肉.

중국 항저우의 대표적인 요리로, 삼겹살 돼지찜 요리다.

부드러운 육질이 주 특징이다.

턱-

왕호는 방금 손질해 놓은 통삼겹을 도마 위로 올렸다.

그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먼저 잘라냈다. 슥- 슥-

미리 잘라주는 이유는, 통으로 찌게 되면 나중에 자르기가 힘들기 때문. 너무 부드러워서 고기가 부서진다.

보글보글-

자른 삼겹살은 끓는 물에 넣어 살짝 데친다. 대충 2, 30초 정도 데쳤다.

[-오오, 손놀림 여유로운 것 좀 보소.]

[-수육 만드는 건가? 끓는 물에 넣는데?]

[-데치는 거네 다시 꺼내잖아.]

“동파육 만들 겁니다.”

왕호가 채팅창을 슬쩍 확인하고 말했다.

[-오오 소통했다!]

[-동파육? 중식까지 할 줄 알아? 지렸다.]

회색빛으로 살짝 데쳐진 삼겹살을 꺼낸 왕호는, 채소도 꺼내 자르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파를 큼직하게 썰고, 양파와 생강도 썰었다.

생강을 넣는 이유는, 돼지 비린내를 잡기 위해서다.

달그락-

마나석 프라이팬을 꺼내, 순식간에 팬을 달궜다.

올리브 오일을 휙휙- 뿌리고, 달궈진 팬 위로 데친 삼겹을 투하했다. 팬의 온도는 지금 상당히 뜨거운 상태다.

치이이익--

삼겹살의 육면 六面을 골고루 돌려가며 씨어링seering 한다. 씨어링이란 두툼한 고기의 겉면을 빠르게 굽는 과정이다.

겉을 높은 온도에서 구우면, 겉에 있는 콜라겐이 더욱 부드러워지고 기름을 쫙 빼낼 수 있다.

삼겹살의 겉면이 누르스름해지자, 다시 고기를 꺼냈다.

그리고 새로운 마나석 냄비를 꺼내어 달궜다.

스르륵-

여기에 설탕을 한 스푼 넣자, 설탕이 빠르게 녹는다.

냄비 속으로 고기를 다시 투하!

치이익-

녹은 설탕 위로 비계를 올려, 카라멜라이즈 코팅한다. 단맛을 더 풍부하게 하고 비계를 더욱 부드럽게 해주는 과정이다.

여기에 물을 콸콸콸- 붓고, 맛술도 콸콸- 부어 넣었다.

알코올 성분이, 남아있는 잡내를 완벽히 없애줄 거다.

후두둑-

썰어놓았던 채소를 전부 투하하고, 마지막으로 강한 향신료인 팔각을 넣었다.

팔각은 육향을 끌어올려 줄 핵심 재료다.

진간장으로 살짝 간을 한 후에, 3시간을 끓여 찌면 완성이다.

이 3시간의 과정은, 마나석 냄비에 인챈트 된 마법으로 단축시킨다.

순식간에 동파육 완성.

왕호는 동파육에 어울릴 채소인, 청경채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스윽-

널따란 접시에 녹색의 청경채를 예쁘게 플레이팅하고, 냄비의 뚜껑을 열었다.

팔팔팔-

갈색의 육수가 김을 잔뜩 내뿜으며 보글보글 끓고 있다.

그 육수에 몸을 담ㄱㄴ 삼겹살은 완전한 진갈색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히익! 색깔 실화냐?]

[-탄 거 아냐?]

[-손 진짜 많이 간다.]

[-이 방에 요알못 천지네. 동파육은 원래 저 색임.]

왕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동파육을 꺼내 청경채 옆에 플레이팅했다. 살짝만 힘을 줘도 고기가 부서져 버린다. 그만큼 부들부들 부드럽다.

플레이팅은 왕호의 주특기.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다.

아주 기깔나게 세팅이 완료됐다.

[버프 요리 “맛깔나게 사르르 녹는 나일드보어 동파육”이 완성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완성한 새로운 요리의 숫자 : 47]

탁-

왕호는 완성된 접시를 나동수와 신상문 앞에 내려놓았다.

[-헉! 진짜 맛있겠다······.]

[-와 고오급 레스토랑에 나올 법한 비주얼이네.]

[-역시 에이스 셰프 답다!]

[-저거 얼마인가요? 5만 원 들고 가면 먹을 수 있나요?]

[-5만 원은 에바 아니냐?]

[-에바긴, 저거 버프 요리래잖아.]

[-일반인은 버프 필요 없잖아!]

[-대신 소문 들어보니까 킹갓엠페러 맛이라는데?]

“하하하. 안 사장님 요리는 언제 봐도 맛깔납니다. 그럼 맛있게 자알 먹겠슴다!”

나동수가 젓가락으로 동파육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어찌나 부드러웠는지, 비계가 쭈아악- 찢어지며 다시 접시로 고기가 떨어져 내렸다.

[-세상에! 저 부드러움 대체 무엇?]

[-커스터드 크림 아니었냐 방금?]

덜덜덜-

나동수는 떨리는 손으로 심혈을 기울여 다시 고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재빨리 입속으로 쏘옥!

우물우물-

혓바닥에 닿자마자, 카스테라처럼 고기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고기임에도 녹아내릴 수 있다니! 부드러움의 극치다.

“으허허! 동파육 살살 녹는다!”

나동수가 행복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와 진짜 복스럽게 먹는다 저 아저씨.]

[-먹방 스트리머 해도 되겠는데?]

[-아조씨··· 햄버거도 제발 최대치로 먹어주세요!]

시청자들의 반응이 뜻밖에도 엄청났다.

띠링- 띠링-

당연히 후원금 터지는 알림이 트럭을 가득 메웠다.

그러자, 야무지게 먹는 모습을 찍고 있던 신상문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대, 대박이야!’

레이드만 기가 막히게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왕호 형의 진짜 정체는 요리사다.

요리 과정 내내 사람들의 감탄이 끊이지 않았고, 저 나동수 아저씨의 먹방은 먹방계 원탑이라는 ‘벤츠’와도 가히 견줄 만 했다.

‘레이드방송, 요리방송, 심지어 먹방까지?!’

만들어 낼 컨텐츠가 정말이지, 무궁무진했다.

‘신이시여! 절 이 형과 만나게 하려고 이렇게나 고생시킨 거였군요!’

신상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아까부터 겨우 참고 있던 감동의 눈물이었다.

< 매드무비 (4) > 끝

ⓒ 신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