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99화 (99/149)

< 빛이 있으라 (3) >

[세트 요리 “가정식”을 제작했습니다.]

[중급 요리의 숙련도가 99%로 상승합니다.]

[레시피 데이터베이스에 “세트 메뉴” 목록이 형성되었습니다.]

[세트 힐링 요리 “병든 곳을 치유하는 한국인의 밥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세트 메뉴의 특성상 버프가 기본 1.5배로 적용됩니다.]

[전 스탯이 1씩 상승합니다.]

[지금까지 완성한 힐링 요리의 숫자 : 9]

[경험치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병든 곳을 치유하는 한국인의 밥상-

[시각장애인 “강산이”를 위한 요리. 맛있는 한상을 먹고 빛을 다시 되찾으라는 요리사의 환한 마음이 담겨있다.]

[밥, 국, 그리고 4첩의 반찬으로 이루어진 정갈한 가정식이다.]

[곤드레밥이 고슬고슬하게 잘 익었다.]

[황태콩나물국이 시원함을 더해준다. 숙취에 좋다.]

[속까지 간이 잘 배인 두부조림이 일품이다.]

[달짝지근한 시금치 무침, 아삭아삭한 무 생채 무침을 곁들였다.]

[잘 익은 여수의 돌산 갓김치가 풍미를 더해준다.]

[가정식의 조합이 매우 훌륭합니다. 따스운 구들장 바닥마냥 마음까지 따뜻해집니다.]

[효과 : 면역력이 증가합니다. 최대체력의 20%가 즉시 회복됩니다. 맷집이 15% 상승합니다. 스탯 상승효과는 6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대상이 감동할 시, 효과는 2배로 증가합니다.]

[버프 : “빛이 있으라”가 발동됩니다.]

[빛이 있으라 – 걸려 있는 모든 상태이상 디버프를 해제합니다. 디버프의 수준이 너무 강할 시, 해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상된 신경이 치유됩니다. 완전히 죽어버린 신경일 시, 치유가 불가능합니다. 치유의 속도는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소

두 달, 평균 6개월입니다. 동일 버프를 지속적으로 섭취할 시, 회복 속도가 단축됩니다. 이 버프는 즉시 발동됩니다.]

레시피 데이터베이스에 새로운 형태의 메뉴가 등록됐다.

세트 메뉴.

접시 하나에 국한된 버프 요리가 아니라, 여러 개의 메뉴를 동시에 섭취함으로써 적용되는 버프다.

햄버거에는 감자튀김과 콜라가,

영화관에서 먹는 팝콘에는 나쵸와 오징어 버터구이가,

매콤한 떡볶이에는 순대와 튀김, 그리고 쿨피스가 함께해야 완벽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덕분에 버프의 효과는 또다시 50% 상승.

거기에 중급 요리의 숙련도는 어느새 99%로까지 올라가 있었다.

물론, 이 남은 1%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거다.

하나의 단계를 넘는다는 것은 매번 쉽지가 않았으니까.

‘당장에 치유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가망이 있다!’

이 “빛이 있으라” 버프의 효과를 보아하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완전히 죽은 신경이면 다시 되살릴 수 없지만, 강산이는 전맹이 아니다. 빛무리를 어렴풋이 구별할 수 있다.

즉, 신경이 어느 정도는 살아있다는 얘기다.

당장은 치유되지 않겠지만, 고칠 때까지 계속해서 이 버프를 먹일 작정이다. 평균 수치대로 6개월이건, 아니면 1년이건 말이다.

‘레벨 400대의 랭커도 고칠 수 있을지 모르는 증상인데, 이걸로라도 만족해야지.’

단숨에 고치려는 생각은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은 ‘힐러’가 아닌 ‘힐링 요리사’였고, 레벨도 400대와 비교하면 아직 절반 수준 밖에 안 됐으니까.

후루룹-

시원한 황태국물을 맛본 김점례가 연신 감탄사를 남발했다.

“오메, 우리 사장님은 한식도 겁나게 잘해요잉. 당장 한정식집 차려도 손님 바글바글 하것는디?”

“하하, 그래도 어머니 손맛에 비할까요? 어머니께서 직접 담그신 이 김치 정말 맛있습니다.”

왕호가 갓김치 하나를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오호홍. 갓김치는 역시 여수제. 고것이 바로 돌산 갓김치여. 우리 막둥이가 그러던디 김치 중에 갓god이라고 하더구만!”

“한국인은 김치 아니겠습니까? 그중에서도 돌산 갓김치 is 갓이죠. 인정합니다.”

왕호는 아주머니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강산이의 반응을 살폈다.

강산이는 아무 말 없이, 아까부터 국물만 계속해서 떠마시고 있었다.

호로록- 후루룹-

국물을 흡입하는 그의 눈빛이 참으로 아련하다.

‘어머니···!’

시원한 황태국물을 마시는데 어머니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지금은 가물가물해진 그 얼굴.

집에 들어가면 항상 어머니의 목소리가 자신을 환하게 반기지만, 그 얼굴은 어느새 잊혀져가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어머니께서는 항상 이 시원한 황태콩나물국을 해주셨다.

‘분명 뜨거운 국물인데 가슴은 이토록 시원할 수 있다니, 어머니를 통해 처음 깨달았지.’

밖에서 친구들과 거하게 술을 마시고 들어온 다음 날에도, 항상 이 황태국을 만들어주셨다.

해장에는 이것보다 좋은 게 없다며 말이다.

왕호 씨··· 아니, 이제는 사장님이 해준 이 황태국을 먹고 있자니, 어머니의 얼굴이 유난히도 그리워진다.

‘어머니의 얼굴만이라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그렇게 센티멘탈해진 강산이의 귓가로 왕호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이 씨. 제가 각성자라는 사실은 아시죠?”

“네. 알다마다요! 그거 모르는 사람 누가 있습니까. 저 왕호 씨··· 아니, 사장님 유튜브도 구독했어요. 비록, 소리밖에 못 듣지만 그 매드무비 타격음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하, 그건 용돈 벌려고 투잡으로 하는 겁니다. 제가 버프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아시죠? 근접 클래스이긴 한데, 해독 스킬이나 요리에 버프를 담는 그런 힐링적인 스킬도 사용할 수 있어요.”

“예. 그 버프 요리가 레이더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가 좋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산이 씨가 먹은 그 요리에도 버프가 걸려 있습니다.”

“예? 정말요? 어떤 버픕니까? 어쩐지 요리를 먹으니까 힘이 불끈불끈 솟는 것 같더라고요···”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키는 버프입니다.”

“호랑이 기운 같은 게 뙇 하고··· 컥!!!”

콜록콜록-

왕호의 급작스러운 버밍아웃에 강산이가 연신 기침을 내뱉었다.

사레 걸렸다.

“괜찮아요? 여기 물···”

왕호가 건네준 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

강산이의 손이 덜덜덜- 떨린다.

심장 박동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라졌고, 눈동자는 휘둥그레졌다.

비록, 눈동자의 초점이 하나도 맞지 않았지만 놀람을 표현하기에는 충분했다.

“말 그대롭니다. 신경을 회복시키는 버프입니다. 제가 의사가 아니라서 산이 씨의 신경이 얼마나 손상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손상의 정도가 심하다면, 이 요리를 먹어도 낫지 않겠죠. 하지만 분명 차도가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제 귀로 산이 씨가 감동했

다고 들려왔거든요. 물론, 낫더라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아마 1년이 넘을 수도 있겠죠.”

“세상에······.”

1년이건 10년이건 중요하지 않다.

나을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다.

‘이 사람은······.’

강산이는 생각했었다.

에셰코에 출연한다면 분명 후원자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정말로 찾았다.

‘이 사람은 구원자다!’

그것도 후원자를 넘어선 구원자.

내 인생을 살리러 온 나의 구원자.

*

예능국 국장은 에셰코 세 심사위원들을 청담동의 한 고급 일식집으로 초대했다.

말 안 듣는 심사위원들을 살살 달래기 위해서다.

다 알고 심사위원직을 수락했으면서도 이제 와서 발 빼려는 그들의 행동이 너무도 괘씸했으나, 잘 달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도 완강했다.

그들이 조작을 알면서도 에셰코에 출연한 이유는, 인지도와 권위를 더 쌓아 자신들의 레스토랑을 키우려 함이다.

하지만, 계속된 편파로 인해 그 권위와 이미지가 땅에 추락하고 있었다.

왕호의 이미지가 너무 좋았고, 여론 또한 압도적이었다.

이렇게 되면 완전히 나가리다.

오히려 에셰코 심사위원직을 맡은 것이 손해로 작용한다.

국장은 밀폐된 룸에서 그들을 달래고, 윽박지르고, 협박까지 일삼았다.

심사위원들도 그런 국장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어쨌든 더러운 구정물에 발을 담근 것은 자신들 스스로였으니까.

오랜 시간을 갑론을박한 끝에, 적당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다.

<어차피 우승은 김성오.>

결승전 전까지는 무조건 공정한 심사를 한다.

다만, 결승 때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김성오를 우승시킨다.

대신, 어거지 우승에 대한 반발심을 줄이기 위해서 결승까지의 모든 미션을 김성오가 유리하게끔 설계한다.

이것의 합의의 결과였다.

마지막에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약속했던 것이니까.

그래서 이번 미션의 주제는, ‘최고급 호텔에서 제공되는 럭셔리 코스요리’다.

이 주제로는 김성오 측이 무조건 이길 거라 생각했다.

조합 자체가 다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인재들이었으니까.

반면에, 왕호 측은 죄다 백수나 다름없는 사람들.

그나마 왕호가 요리를 업으로 삼고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푸드트럭 요리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다음은··· 육회말이입니다.”

“세상에!”

심사위원들이 흠칫 놀랐다.

한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러운 플레이팅이었다.

게다가 맛 또한 초고급에 걸맞는 정도!

김점례의 레시피, 강산이의 간 맞춤, 왕호의 손맛이 더해지니 맛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다음은 굴찜입니다.”

“헉!”

“다음은 타락죽입니다.”

“맙소사!”

“다음은 연근을 곁들인 금태구이입니다.”

“······.”

심사위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나오는 거야!?’

“다음은 게살 냉채···”

“다음은 매실 무 장아찌···

“다음은 더덕구이를 곁들인 담양식 떡갈비···”

다음은···

다음은···

다음은···

15번의 길었던 코스가 모두 끝나자, 심사위원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 미친 코스였다.’

그냥 압승이다.

코스, 비주얼, 맛.

모든 부분에서 압도했다.

김성오 조가 못한 것은 아니다.

세계 3대 진미를 모조리 사용해서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육지의 트러플, 바다의 캐비어, 공중의 푸아그라.

육해공 진미를 모두 쏟아부었다.

하지만 왕호네 조가 더 살벌했을 뿐이다.

한식이 저렇게 고급스런 음식이었나?

이런 의문을 띄우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미슐랭 쓰리스타를 받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나올 법한 비주얼이었다.

이 코스요리를 먹고 있자니, 마치 조선 시대의 임금이 된 것 같은 우월한 기분!

성은이 망극한 기분이었다.

.

.

.

“탈락자는··· 고효광 씨입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케빈 오가 빠르게 탈락자를 호명했다.

망설이는 기색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씨발!’

고효광은 욕지거리를 속으로 삼켜야 했다.

카메라가 돌고 있으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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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광은 자신이 탈락한 회차의 방송을 시청하고는, 깡소주를 그대로 들이부으며 인터넷에 접속했다.

“으아아니! 내가 Top5 안에도 못 들다니!”

입에서는 계속해서 시발시발 소리가 튀어나왔다.

솔직히 머리로는 이제 인정한다.

왕호 그 새끼가 뭘 먹었는지, 실력이 심사위원 싸다구를 스물한 번 왕복으로 갈길만큼 급격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가슴속으로는 인정할 수 없었다.

그 새끼는 영원히 자신의 발밑이어야 했다.

술에 취한 고효광의 눈에 포털 메인 기사 하나가 들어왔다.

<에셰코 안왕호, 이번에도 압도적 승리! (고효광 탈락)>

기사를 읽어보니 열불이 솟아올랐다.

왕호의 칭찬만이 가득하고, 탈락한 자신은 못한 부분만 부각되어 있었다.

“거지 같은 기레기 새끼들!”

고효광은 곧바로 악플을 달았다.

[-고효광 존나 잘했는데, 솔직히 안왕호 거품 아님? 심사위원도 편파판정 심하네 씨바 진짜!]

[ ⌎고효광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 ⌎엌ㅋㅋ 진짜 고효광이네 아이디 khg0817 실화냐?]

[ ⌎ㅋㅋㅋㅋ 딱걸렸죠? 열폭 역겹죠? 토악질 나오죠?]

“으아아아! 버러지 같은 새끼들이!”

[-안왕호 이 **새끼 알바 풀었네! 여론 조작 티 난다!!!]

[ ⌎고효광씨 이 정도면 추한 것 같은데요?]

[ ⌎ㅋㅋㅋ여론 조작은 플라톤 측에서 하지 않았나?]

[ ⌎맞음. 에셰코 갤러리에 플라톤 여론 조작 저격글 있음.]

쾅-!

열 받은 고효광은 컴퓨터 책상을 양손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마치 샷건에서 나올법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개돼지같은 놈들이 어디서!!! 분명 안왕호 비판글도 있을 거야······.”

고효광은 인터넷에 왕호의 이름을 쳐서 각종 칼럼을 검색했다.

히죽-

고효광의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나 있었다.

많은 파워 블로거들과 맛칼럼니스트들이 왕호네 밥차의 요리를 비판하는 글을 게제했다.

<안왕호 신드롬! 감성팔이로 얼룩진 거품 덩어리를 낱낱이 파헤친다!>

제목을 클릭해서 들어가니, 댓글에서는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키보드배틀이 진행되고 있었다.

“크크크, 내가 힘 좀 보태주지!”

고효광은 여기에도 왕호의 악플을 달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을 죄다 적었다.

두다다다-

다른 칼럼에도 들어가서 악플을 마구 남겼다.

“이번에는 칭찬 칼럼이네? 어디 이 칼럼에도··· 헉! 미친 씨벌!”

조회수가 가장 높은 칼럼에도 악플을 달려던 고효광은, 칼럼의 기고자를 확인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야 했다.

< 빛이 있으라 (3)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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