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요리 (1) >
*
“상태창!”
[안왕호 Lv. 284]
[클래스 – 힐링 요리사]
[체력 : 5660/5660 마나 : 4830/4830]
[힘:249 민첩:273 지구력:272 지력:160 맷집:319 손재주:320 미식:241 치유력:297]
[보유 특성 : 불 친화력, 독 친화력···]
[보유 스킬 : 고급 요리, 절대미각···]
[그룹 스킬 : 버프 부여, 함무라비···]
왕호는 새로운 던전에 들어가기 전, 오랜만에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놀랍다.
경이적인 성장 속도 + 동 레벨 대비 압도적인 스탯.
‘특히 맷집 스탯······.’
거기에, 마기 흡수로 인해 뻥튀기된 마나통.
마지막으로, 관장님에게 오질라게 맞으면서 익힌 수많은 함무라비 초식들까지.
흐뭇한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자신감으로야, 레벨 400대 랭커들과 1:1 일기토를 겨루어도 거뜬할 것 같았다.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어!’
다희가 누차 했던 말마따나, 레벨만이 강함의 척도가 아니니까.
허나, 자신감만으로 레이드를 뛸 순 없는 일이다.
여긴 온라인 게임 세상이 아니다.
현실이다.
잠깐의 실수가 하나뿐인 목숨을 앗아간다.
게임에서는 죽으면 다시 되살아나지만,
현실에서의 죽음은 그대로 끝이다.
사후세계의 존재여부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상, 무리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내가 무슨 빌딩 옥상에서 스릴 즐기는 미친놈들도 아니고···’
왕호가 레이드를 뛰는 이유는 명확하다.
힐링 요리사의 능력을 고양하기 위해.
좋은 몬스터 재료를 수급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이 세 가지가 던전에 발을 들이미는 이유다.
고랭커의 명성을 얻기 위해서?
마나석을 팔아 떼돈을 벌기 위해서?
최고로 강해지기 위해서?
이런 것들은 크게 관심 없었다.
마나석 판매와 개인방송으로 부가적인 용돈을 만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투잡’의 개념이다.
진정으로 하고 싶어하는 일은 “요리”.
이 “요리”를 통해서 돈은 많이 쓸어 담고 있다.
굳이 무리수를 던질 이유가 없다.
하여···
왕호가 이번에 선택한 던전은 ‘자이언트 플레임 오거’ 던전.
키는 무려 9m, 몸무게는 자그마치 2톤에 달하는 거대한 괴물이 튀어나오는 B형 던전이다.
이름에 ‘플레임’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만큼, 입에서는 뜨거운 화염을 내뿜는다.
또한, 바위처럼 단단한 주먹은 팔팔 끓는 용광로에 집어넣다 뺀 것마냥 뜨겁기 그지없다.
레벨 200대의 각성자들 20명이 공격대를 만들어야 겨우 사냥가능한 존재.
안전하게 잡으려면 넉넉하게 서른 명은 모아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30명 이상을 꾸려서 레이드 한다.
괜히 스무 명이서 도전했다가 실수하기라도 하면, 요단강에 발 담글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존재지만, 왕호는 혼자서 도전할 생각이었다.
‘내 실력이면 충분해.’
사전 조사는 철저히 했다.
검증을 해줄 사람은 주변에 널렸다.
다희도 있고 관장님도 있고 동수님도 있다.
검증결과, 혼자서 사냥해도 안전하다고 판단됐다.
부상당할 가능성 1%, 사망할 가능성 0%.
그만큼, 지금 왕호의 능력이 레벨 300대 후반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갔다 올게.”
왕호는 액션캠이 흔들리지 않게 끈을 꽉! 조이며 말했다.
“한 마리만 잡고 나와요. 2톤이면 오래도 쓰겠네.”
다희가 심드렁한 투로 답했다.
별 신경 안 쓰는 것 같았으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는 걱정이 살짝 느껴졌다.
“한 마리는 부족하고, 두 마리만 잡고 올게. 피 빼고 뼈랑 가죽 벗기면, 그렇게 많은 양도 아니야. 게다가 사람들이 몬스터 요리만 주로 찾잖아. 금방 오링날걸?”
사실이다.
그동안 임상을 통해 알아낸 점은, 고레벨 몬스터 재료일수록 맛이 풍부해지고 버프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
각성자들은 자연스레 최고 효율의 프리미엄 버프요리를 주로 사 먹었으며, 돈 많은 일반인들 또한 주말에 버프 요리만 자꾸 찾을 정도였다.
즉, 한 마리로는 일주일도 채 못가서 매진이다.
“무리하지 마요. 어차피 요리만 해도 레벨 오르잖아요. 그럼, 딱 두 마리만!”
“알았어. 덕구랑 옵티머스 잘 지키고 있어! ···상문아 가자!”
왕호는 레이드를 촬영할 상문이와 함께 게이트를 넘었다.
“상문아, 젠 시간은?”
“15분 뒤에 한 마리. 그리고 2시간 뒤요.”
“그럼 처음 거 잡은 담에, 발골하고 조금 쉬었다가 다음 거 잡으면 되겠다.”
왕호는 장미칼과 프라이팬을 꽉 말아쥐고, 반대쪽 게이트로 향했다.
그 뒤를 상문이가 캠코더를 들고 졸졸 따라갔다.
“형! 이제 방송 킬게요!”
“오야~.”
<(LIVE) 안왕호 “자이언트 플레임 오거” 레이드 솔로잉 실황!!>
방송이 시작되자, 열혈팬들을 시작으로 시청자들이 급격하게 들어왔다.
[-오오오, 시작했다!]
[-던전 바꿨네? 자이언트 플레임 오거?]
[-나 현직 레이더인데 저거 솔로잉하려면··· 레벨 300 후반은 돼야 함.]
[-진심? 그럼 울 왕호님 레벨이 300대 후반? 랭커였음?]
[-그거야 모르지, 본인이 비밀로 하는데.]
[-왕호님! 레벨 몇이에요?]
[-매니저 : 레벨, 스탯, 스킬 질문은 사절입니다. 지속적인 언급 시 벙어리 먹이겠습니다.]
[-겁나 비밀스럽네······.]
10분 정도 걸었을까?
반대편 게이트 근처까지 도착한 왕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사람들이 꽤나 몰려있었다.
족히 스무 명 가까이는 될 것 같았다.
‘하, 점점 힘들어지네······.’
경쟁자들이다.
상위 던전으로 들어갈수록 사람들이 줄어들 줄 알았으나, 직접 겪어보니 정반대였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상위 던전의 개수도 그만큼 점점 줄어든다.
게다가 ‘독점’이라는 그지같은 제도도 한몫해서, 지금과 같은 공용 던전에만 프리랜서나 신생 길드들이 잔뜩 모이는 거다.
“어?”
미리 와있던 이들도 왕호를 발견했다.
요리사의 특이한 차림새를 보고는 모여있던 인원들이 수군거렸다.
“요리사 복장?”
“캬~ 드디어 여기에도 밥차 떴네.”
“와 내가 첨 확인했을 때만 해도, 쪼렙 던전에 있었는데 뭐지?”
“혼자 왔나? 뒤에는 카메라 든 것 보니까, 그냥 촬영기사 같은데.”
“랭커도 아닌데 혼자서 어떻게 잡아. 우리 공격대에 껴달라고 할 거 같은데?”
“매드무비 보니까 되게 잘 싸우시던데? 솔로잉 가능할 수도 있지.”
“매드무비는 편집한 거고. 조기축구 아재들도 스페셜만 모으면 호날두야.”
“하긴··· 본업이 요리사니까.”
왕호의 개인방송을 한 번이라도 시청했더라면, 솔로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을 거지만···
이들은 개인방송을 일일이 챙겨볼 만큼 한가한 이들이 아니다.
그나마 편집된 영상이라도 챙겨보는 것이 어딘가.
이들이 모여있는 곳과, 몬스터가 튀어나올 게이트와의 거리는 300m 남짓이다.
꽤나 먼 거리.
여기에 자리 잡았다는 뜻은, 지금 당장은 레이드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노란색 완장을 착용한 남자가 왕호를 향해 다가왔다.
완장남이 호탕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넨다.
“하하하, 왕호님 맞으시죠? 팬입니다!”
“감사합니다.”
왕호도 미소로 화답했다.
“여긴 어쩐 일로··· 하하, 당연히 레이드 뛰러 오셨겠죠?”
“예. 여기 모여계신 걸 보니··· 준비가 덜 됐나 보네요.”
“아직 열 명 정도가 덜 와서요. 아마 한 시간 후에나 공격 들어갈 겁니다.”
“그럼 곧 나오는 몬스터는 기다렸다 잡아야겠네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아, 저희는 ‘나진’이라는 신생 길드입니다. 아직 독점 던전이 없어서 여기서 뛰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다 저희 길드원이고요. 제가 이번 공격대장을 맡았는데··· 왕호님은 제가 특별히 끼워드리겠습니다. 수익은 정확히 n분의 1입니다.
같이 뛰시죠?”
“저는 괜찮습니다. 솔플 뛰러 왔거든요. 그럼, 이번 건 제가 먼저 잡아도 될까요?”
“예? 솔로잉이요? ···뭐, 이 던전이야 협회관리대상이 아니니··· 상관은 없죠. 어차피 두 시간 뒤에 또 나오니까······.”
공대장이 왕호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솔플을 하겠다는 왕호의 패기에, ‘니가?’ 라고 반문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 B형 공용던전은 아직 각성자협회가 관리할 만큼 상위 던전이 아니다.
즉, 각자 협의를 통해 순번을 정하게 되어있다.
사람들이 마구 몰릴 정도의 인기 있는 던전은 아니기에 굳이 관리할 필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성자들의 상향 평준화가 심해진 탓에, 조금씩 북적거리는 추세였다.
미리 와 있던 공대장과 원만한 협의를 마친 왕호는, 게이트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헉! 진짜 솔로잉하나 봐!”
“헐··· 간땡이 부었나 보네.”
“누구 팝콘 있는 사람? 완전 개꿀잼 구경거리 아니냐?”
“크크크크.”
천천히 레이드 준비를 하고 있던 공격대는, 신나는 싸움구경 생긴 것마냥 왕호 쪽으로 자세를 틀어앉았다.
저벅저벅-
게이트 50m 앞까지 다가온 왕호는 심호흡을 한번 길게 내쉬었다.
후우--
지금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찜쪄먹는 상대지만, 실물로 직접 본 적은 없다.
적당한 긴장은 전투에 도움이 된다.
그래도 긴장 너무 많이 하면 안 좋으니까···
‘관장님이라고 생각하자.’
그러자, 마음이 한결 편해지며 뼛속까지 뚜까패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일었다.
젠 시간이 되자,
우우웅-
게이트가 진동하더니,
크허어어어엉---!!!
엄청난 포효와 함께, 거대한 덩치의 괴수 하나가 던전으로 튀어나왔다.
자이언트 플레임 오거.
사진과 영상으로 본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니 더욱 강렬했다.
“불닭볶음면으로 샤워라도 했나?”
온몸이 붉어도 너무 붉었다.
특히 얼굴은 매운 음식이라도 잔뜩 먹었는지, 잘 익은 하바네로 고추가 따로 없었다.
휙-
놈이 고개를 돌려 왕호를 쳐다본다.
매섭다.
당장에라도 쳐죽일 기세다.
녀석의 눈동자는 역시나 붉디붉었다.
파오후- 파오후-
놈이 씩씩거리며 입김을 내뱉을수록, 입에서는 거뭇거뭇한 유황가스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더불어 뜨뜻한 열기가 온몸으로 확- 전해진다.
50m의 간격이 있었으나 열기가 상당하다.
정보에 의하면, 저 뜨거운 열기 때문에 초당 체력감소 디버프가 심하게 걸린단다.
허나, 왕호에겐 불 친화력 특성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다.
“제대로 놀아보자!”
탓-
왕호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먼저 땅을 박찼다.
녀석과의 거리는 겨우 50m.
비각성자의 50m 달리기 세계 신기록은 고작 6초대다.
하지만 왕호는 각성자.
허용에게 함무라비 무예를 전수받은 실력자다.
다리에 마나를 실어 박찼다.
둘의 거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좁혀진다.
쌔애액-!
공기가 밀려 나가면서 파공음이 울려 퍼진다.
-이눔아! 셔플 댄스 출 때만 스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으니, 인간의 걸음걸이도 초월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느냐. 보법
테니 잘 배워두거라. 물론, 스텝이 엉킬 때마다 처맞는다는 건 염두에 두고 있겠지?
단순한 접근에도 관장님이 알려준 초식을 사용했다.
그렇게, 단 두 번의 보폭으로 녀석의 앞까지 당도했다.
시간은 6초의 1/10이나 걸렸을까?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녀석도 엄청난 괴수였다.
다가오는 왕호를 정확히 느끼고는, 그대로 강철주먹을 땅으로 내리꽂는다.
화르륵-
놈의 오른 주먹 위로 푸른색의 불꽃이 순식간에 덧입혀진다.
쌔애애액-!
엄청난 온도의 강철주먹이 파공성을 내뱉으며 왕호가 있는 자리를 가격한다.
콰아앙-!
땅이 쩌적- 갈라지며 그 틈으로 녀석의 불꽃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헉! 죽었나?”
“읍! 열기가 여기까지···”
“탱커도 없이 저 괴물을 혼자서 잡는다고?”
“···안 죽었어! 저길 봐!”
왕호는 강철주먹에 짜부라지지 않았다.
녀석이 주먹으로 땅을 내리치는 순간, 점프로 공격을 피했다.
주먹은 애꿎은 맨땅을 가격했다.
지축이 강하게 흔들렸다.
공중으로 뜬 왕호는, 녀석의 팔꿈치에 착지했다.
놈이 땅으로 내려친 오른쪽 팔꿈치다.
팟-!
팔꿈치를 디딤 삼아 다시 하늘로 솟아올랐다.
9m
순식간의 놈의 얼굴까지 튀어 오른다.
씨익-
왕호는 녀석의 거대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휙-
웃음과 동시에 왕호의 오른손이 움직인다.
극쾌검.
추아악--!!
장미칼이 놈의 목을 베었다.
눈으로는 감히 좇을 수 없는 속도였다.
혈관이 터지며 피가 튀었다.
치이익-
흘러나온 피가 녀석의 뜨거운 피부에 닿자, 수증기를 내뿜으며 순식간에 증발한다.
목을 베긴 했으나, 치명상은 아니다.
왕호의 장미칼은 그리 길지 않은 단검.
녀석의 두툼한 덩치를 생각했을 때, 그저 커터칼로 그어냈다싶을 단순 자상 刺傷에 불과했다.
크아아아아앙---!!!
놈이 울부짖었다.
고통에 의한 포효가 아닌, 분노가 가득 담긴 포효였다.
공포스러울만치 괴기스런 굉음.
다른 이가 들었다면 오줌 꽤나 지렸을 테지만, 왕호는 안다.
이 녀석은 나보다 약하다는 것을.
강자는 약자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늘로 올라간 물체는, 지구가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에 의해 반드시 땅으로 내려온다.
녀석의 목에 상처를 낸 왕호도 땅으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는 왕호를 놈이 정확히 응시한다.
그리고 입을 쩌억 벌린다.
다시금 포효한다.
“쿠아아앙!!!”
이번엔 그냥 포효가 아니었다.
녀석이 입에서 뜨거운 불꽃을 토해낸다.
그 불꽃은 정확히 왕호를 덮쳤다.
화르르륵--
화염 브레스.
마치 화염방사기에서 나오는 불길마냥, 지독한 화마가 검은 연기와 함께 왕호를 감싼다.
불길에 가려 왕호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으어어··· 필살기를 정통으로 얻어맞았어!”
“탱커라도 힐 없으면 저건 못 버텨!”
“죽은 거야 그럼? 보험금도 안 나올 텐데, 불쌍해서 어쩌나···”
아니.
죽기는 개뿔!
사망 가능성은 0%다.
“어어?!!”
모두의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레진다.
팟-!
왕호가 나타났다.
그것도 브레스를 역행해서!
왼손의 프라이팬으로는 불길을 막으며, 왕호가 놈의 얼굴까지 솟아올랐다.
땅을 박찬 왕호는 불길을 역행하며, 다시금 9m까지 떠올랐다.
왕호의 입이 살짝 열린다.
“···죠”
담담한 말투로 무어라 말을 내뱉은 왕호는, 장미칼로 녀석의 목을 그대로 꿰뚫었다.
이번엔 아까보다 느리지만, 그만큼 강력한 힘을 담은 공격.
극도의 중검을 사용했다.
푸욱---!
장미칼이 놈의 목을 찔렀다.
아까의 쾌검으로 살짝 벌려놓은 녀석의 가죽 틈이었다.
칼날이 정확히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짧은 단검으로 공격했으나, 이번엔 플레임 오거의 목이 완전히 관통됐다.
녀석의 뒷목으로 푸른 아지랑이가 일렁일렁거리며 튀어나와 있었다.
검기였다.
왕호의 마나가 녀석의 숨통을 완벽히 끊어낸 것이다.
즉결심판.
중추신경이 끊어지자, 녀석의 새빨갛던 피부가 순식간에 식어내린다. 놈의 가죽이 살구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시에 놈의 다리에 힘이 풀린다.
녀석의 몸이 균형을 잃고 스르르- 무너져내린다.
그렇게, 육중한 몸이 땅에 닿자.
쿠웅-!
강한 흙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씨벌······.”
“미친놈······.”
현장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공격대원들은 욕지거리를 힘없이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솔로잉을 목격하기도 했거니와,
왕호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전에 뱉어낸 말이 참으로 어이없었기에 튀어나온 반응이었다.
“그 와중에 킬각을 봤어······.”
“설계였어···?”
“브레스 빠지면 죽는다··· 메모···”
왕호가 도중 뱉어낸 말은, 방송 시청자들을 위한 친절한 멘트!
-잡았죠?
그 옛날, 밥 아저씨의 ‘어때요? 참 쉽죠?!’ 급의 멘트였다.
< 4차원 요리 (1) > 끝
ⓒ 신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