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텐 폭발!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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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가능성 86%
소속사 사옥에 들렀을 때, 왕호는 박주혁의 프로필을 우연치않게 목격했다.
박하진의 사무실에서 말이다.
회사에서는 미래에 혹시나 그가 각성하지 않을까 알아보기 위해, 학창시절에 받은 검사 결과까지 적어놓고 있었다.
86%는 상당히 높은 확률이다.
하지만, 스무 살 이전까지 각성하지 못했다?
가능성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무 살 넘어서 각성을 완료한 강창모나 신상문 같은 경우에는, 둘 다 90% 중반대였다.
그럼에도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그들도 포기하고 있던 찰나,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 ‘기연’이었으니까.
<각성가능성>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당연히 좋겠지만,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다.
높은 숫자의 경우엔, 자연스레 기대를 잔뜩 하기 마련.
하지만 상상해보라.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발생하는 박탈감을······.
오리진은 인간의 DNA에 심어진 시스템이다.
태어날 때부터 각성 유전자는 정해져 있다시피 하기에, 정부에서는 12년의 의무교육 과정 동안 각성 클리닉을 같이 운영한다.
클리닉의 시스템을 겪었음에도 각성하지 못한다?
제아무리 각성 가능성이 99%라 할지라도, 각성할지 미지수다.
물론, 인간의 수명이 100세 가까이 되기 때문에 20세 이전에 각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각성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가끔가다 특수한 자극에 의해, 뒤늦은 나이에 각성이 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물론, 그것도 90% 이상의 확률이나 겨우 기대해 볼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애초에 각성할 놈들은 대부분 20세 전에 다 각성한다.
‘내가 과연 오지랖을 부려도 될까?’
이 버프의 효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그 가치는 감히 잴 수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정도니까.
그렇기에 신중해야 했지만, 박주혁의 눈망울을 보았을 때 왕호는 기꺼이 오지랖을 부려보기로 결심했다.
“주혁 씨! 아직 배 덜 찼죠?”
“예! 더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럼, 제가 특별식 하나 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괜찮고 말고요! 가문의 영광으로 삼겠습니다!”
왕호는 부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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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혁은 어린 시절 각성을 크게 기대했었다.
86%의 진단은 낮은 편이 절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고2가 끝나고 나서, 그는 각성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어야 했다.
될놈들은 이미 각성해버렸고, 안 될놈들만이 ‘낙오’되어 있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그래서인지 그는 더 이상 상태창을 켜지 않는다.
괜히 미련만 남기면 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비록 각성의 기대는 접었으나, 성공의 길은 닫히지 않았다고 굳게 믿어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과를 수석으로 졸업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생각은 변함없었다.
허나, 현실은 달랐다.
꿈은 달콤했으나,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잘난 놈들만 잘 나가는 세상······.’
여기서 잘난 놈이란 ‘각성자’들을 뜻한다.
운이 좋아서 알바천국 인생은 마무리 지었지만, 그래도 성공의 길은 마냥 굳게 닫혀 있는 듯 보였다.
지금 당장 고개를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같은 소속사 연예인(?) 왕호에게 초대받아 이 자리에 앉아있지만, 여기서 잘나간다 싶은 사람들은 죄다 각성자들이다.
소속사 대표인 박하진부터 시작해서, 같은 회사 소속인 한여름, 안 사장님.
죄다 각성자다.
게다가, 허용, 나동수, 강창모, 김지원, 유다희, 신상문···
얼굴에 걱정 하나 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얘기를 나눠보니 하나같이 다 각성자였다.
각성하지 않고 잘나가려면, 전문직인 박칠우나 문 PD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지 않나 싶다.
‘그래도 안 사장님 덕에, 배우 타이틀은 달았네······.’
어쨌든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딘 것만은 사실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까지 무너진다면, 이놈의 시궁창 같은 세상··· 버틸 수가 없다.
혼자 표정이 좋지 않아서였을까?
안 사장님이 특별식을 해준단다.
고마웠다.
박주혁은 특별식을 해준다는 왕호의 말에, 그의 뒤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
왕호의 요리를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해준 요리는, 황금 볶음밥.
오직 계란만이 들어간 아주 저렴한 요리였다.
요리의 원가는 저렴했지만, 그 요리를 만드는 왕호의 솜씨는 절대 저렴하지 않았다.
퀄리티는 높았고, 클래스는 대단했다.
분식집에서 나올법한 요리가 저럴진대, 하물며 고급식은 어떻겠는가.
지금 만드는 요리는 얼핏 봐도 럭셔리한 요리였다.
“사장님! 지금 만드시는 요리는 뭔가요?”
“뵈프 부르기뇽입니다. 쇠고기, 양파, 마늘, 버섯, 샐러리를 와인에 끓여 만드는 유럽식 요리죠.”
뵈프 부르기뇽이라···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요리다.
편의점 도시락과 한솥 치킨마요 덮밥이 주가 된 박주혁으로서는, 이 요리의 정체를 알기도 몹시 요원했다.
처음 들었지만, 이름만 들어도 클래스가 잔뜩 느껴진다.
“대박 고급스러운 이름이네요. 제가 이걸 먹을 자격이나 있을지······.”
“자격 있죠. 친구에게 이 정도야 대접할 수 있잖습니까.”
“치, 친구요?”
왕호의 갑작스런 ‘친구 아이가!’ 시전에 박주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이도 비슷한데 친구죠! 주혁 씨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과는 기꺼이 친구하고 싶습니다. 친구지만 존경한다고 할까요?”
“헉! 제, 제가 더 존경합니다!”
박주혁이 손사래 치며 말했다.
그래도 왕호가 저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 같았는데······.’
왕호는 천상계에서 노니는 천사 같았고, 자신은 밑바닥 시궁창에서 기어 다니는 들쥐 같았다.
그래서 다가가기가 힘들었다.
마치 재벌과 쥐뿔도 없는 일반인의 사이처럼 어울리지 못할 것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왕호가 먼저 손을 뻗어주었다.
이것 또한 무척이나 고마웠다.
“저도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주혁 씨처럼 발버둥 치며 살았습니다. 그때는 저도 비각성자였거든요.”
“허··· 정말이십니까?”
“진짜 열심히 살았죠. 열심히 산다고 했는데,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기연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런 기회도 열심히 살았기에 찾아온 거겠죠. 그러니,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누구나 해줄 수 있는 가벼운 조언이지만, 왕호에게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경험해본 자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그런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왕호가 몬스터 재료를 꺼내며 말을 계속 이었다.
“개미처럼 살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보게 될 겁니다. 동화에서도 개미가 베짱이까지 하드캐리 하지 않습니까. 하하, 잔소리는 여기까지만 하고, 원래는 소고기가 들어가는데, 오늘은 어제 잡은 몬스터 고기를 사용할 겁니다.”
“오, 그건 무슨 고기입니까?”
“아즈모데우스라는 녀석의 살점입니다. 엄청나게 덩치가 큰 녀석이었죠. 주재료로 쓸 고기는 허벅다리 살이랑, 뱃살입니다. 허벅다리 살은 소고기의 홍두깨살이랑 비슷하고, 뱃살은 돼지의 삼겹살과 비슷합니다.”
“오오, 그럼 이것도 버프 요리입니까?”
“그렇죠. 아마 엄청난 버프가 나올 겁니다.”
각성자가 아니기에, 버프는 있으나 마나지만, 박주혁은 기대를 잔뜩 안고 왕호의 요리 과정을 지켜보았다.
주섬주섬-
왕호는 모든 재료를 꺼내, 조리대 위로 올렸다.
아즈모데우스 홍두깨살과 뱃살, 그리고 당근, 양파, 양송이버섯, 샐러리, 월계수 잎, 마늘, 타임, 이탈리안 파슬리, 소금, 후추, 만능 육수, 만능 토마토 페이스트.
마지막으로 중요한 재료인 레드와인.
“부르고뉴산 적포도주입니다. 이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리죠.”
“와··· 간지 나네요.”
이미지로 먹고사는 배우로서 평소에도 좋은 언어를 사용해야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
정말로 간지가 철철 넘쳐났으니까.
왕호는 미리 핏물을 제거한 홍두깨살을 깍뚝썰기로 큼지막하게 썰어냈다.
솔솔솔솔-
잘려진 고기는 소금 후추로 밑간한다.
지방이 많은 뱃살 부위는 잘게 채 썰었다.
휙- 휙-
팬 위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채썬 뱃살을 집어넣었다.
베이컨의 역할을 뱃살이 대신하는 것이다.
지글지글-
뱃살에서 기름이 쭉! 빠지면서, 고기가 바삭바삭하게 구워진다.
지글지글 소리가 식욕을 절로 자극한다.
너무 딱딱해지기 전에, 꺼내어 키친타올 위에 올려두었다.
이러면 남은 기름기가 어느 정도 빠진다.
뱃살기름이 채워진 팬 위에, 마리네이드한 홍두깨살을 그대로 올려놓는다.
치이익-
이제, 육면 六面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주면 된다.
고기가 구워질 동안, 채소를 손질한다.
서걱- 서걱-
양파, 당근, 샐러리는 큼지막하게 자른다.
새로운 무쇠냄비를 꺼내, 올리브유를 휙휙 두르고 손질한 채소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살살 볶는다.
고기의 겉면은 어느덧 갈색빛으로 잘 익고, 볶고 있는 채소의 숨도 어느 정도 죽었다.
이제 구워진 고기를 꺼내, 볶고 있는 야채 위에 잘 깔아준다.
그리고 기름을 빼놓은 뱃살도 투하하고, 월계수 잎, 이탈리아 파슬리, 타임을 넣는다.
이제 무쇠냄비 속으로 부르고뉴 와인을 콸콸콸!
육수도 콸콸콸!
토마토 페이스트를 주르륵!
넣고 휙휙- 잘 섞어준다.
그리고 냄비를 마나석 오븐에 넣어 조리 버튼을 눌렀다.
띡-!
마나석 오븐이 돌아가는 5분 동안,
탕탕탕-
통양파와 양송이를 먹기 좋게끔 잘랐다.
치이이익-
그리고, 두 채소를 팬 위에 빠르게 볶는다.
간은 소금과 후추로만 한다.
띵-!
오븐이 완료되자, 냄비를 꺼내고 볶아진 양파와 양송이를 살포시 집어넣었다.
화르륵-
그리고 가스불 위로 올려 한소끔 다시 끓여냈다.
“우와······.”
박주혁은 입을 쩍! 벌리며 왕호의 요리실력에 재차 감탄했다.
입에서는 침이 질질 새어 나올 기세였다.
요리가 맛있어 보였기에 침샘이 자극된 것도 있었지만, 요리의 과정이 너무도 멋있었다.
아니, 멋있는 걸 넘어 섹시하기까지 했다.
Hey~ 유노왕호! 넌 너무 멋져! 남자가 봐도 반하겠어!
모든 것이 완벽해! 펄풱! 그게 바로 인생의 진리지!
박주혁의 머릿속에서 인생의 진리랩이 울려 퍼질 때, 왕호의 머릿속에서는 오리진의 알람이 울려 퍼졌다.
[유니크 힐링 요리 “박주혁을 위한 포텐 폭발! 아즈모데우스 뵈프 부르기뇽”이 완성되었습니다.]
[레시피 데이터베이스에 “유니크 메뉴” 목록이 형성되었습니다.]
[유니크 메뉴의 특성상 버프가 기본 1.5배로 적용됩니다.]
[이 요리는 한 사람만을 위한 “유니크 메뉴”입니다.]
[이 요리의 버프는 오직 신인 배우 “박주혁”에게만 적용됩니다.]
[전 스탯이 1씩 상승합니다.]
[지금까지 완성한 힐링 요리의 숫자 : 10]
[경험치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유니크 메뉴?’
아무래도 버프의 효과가 말이 되지 않았기에, 제한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알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완성한 힐링 요리의 숫자가 10을 달성했습니다.]
[클래스 스킬 일부가 해금됩니다.]
[스킬 “앱솔루트 클린”이 생성됩니다.]
[앱솔루트 클린(패시브)]
[요리사와 그의 요리는 언제나 청결해야 합니다.]
[요리사의 몸에 먼지나 머리카락 같은 오물이 묻지 않습니다.]
[요리에 살모넬라균 같은 유해균과 바이러스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자동 살균됩니다.]
[이 스킬은 요리사가 입고 있는 옷이나 들고 있는 조리 도구에도 적용됩니다.]
[마나가 고갈되지 않는 한, 이 스킬은 계속해서 적용됩니다.]
[미생물과 독을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독 친화력” 특성이 2단계로 업그레이드됩니다.]
[독 친화력 특성이 2단계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마나와 독의 치환이 가능해집니다.]
[마나를 소비해, 직접적인 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만들어낸 힐링 요리의 숫자가 10이 되면서 나타난 클래스 능력의 개방!
‘자동으로 청결해진다니······.’
청결에 유난히 민감한 왕호의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좋은 스킬도 없었다.
게다가 패시브이니, 계속해서 유지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럼, 이제 머리 잘라도 되는 건가?
이젠 머리카락 묻을 일이 없으니, 그래도 된다.
왕호가 머리를 길어서 묶는 이유는 오로지 머리카락 때문이었으니까.
알람은 여기서도 끝나지 않았다.
또 있었다.
< 포텐 폭발! (4) > 끝
ⓒ 신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