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149화 (149/149)

< 시너지가 폭발한다 (1) >

매스컴에 그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대기업 회장이, 회사 계정을 통해 의견을 피력했다.

그것도 직접.

내용은 별 특별할 게 없었다.

왕호네 밥차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진과, 그에 걸맞는 글귀 몇 줄뿐이었다.

내용은 짧았지만, 그 글을 올린 사람의 위치와 글 속에 담긴 의미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재벌도 사 먹는 음식?!

온갖 산해진미를 다 먹어 봤다는 재벌이 맛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당연히 웅성거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어엿한 식당을 몰고 다니는 왕호지만, 그 시작은 ‘푸드트럭’이다.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그 이미지를 꺼리는 사람들마저, 이젠 재벌이라는 이름 앞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들은 재벌이라는 카르텔을 증오하면서도, 그들이 먹는 음식, 그들이 입는 옷, 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심지어 그들이 가는 병원까지 동경한다.

명백한 모순!

아이러니!

왕호의 요리도 이제 그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했다.

*

청문회에 나온 재벌이 도중에 립밤 하나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 립밤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다.

그 기현상처럼, 젊은이들이나 가까운 서울사람들만 주로 찾던 왕호의 요리는 그 스펙트럼을 순식간에 넓히기 시작했다.

이제는 왕호의 요리를 먹기 위해, 지방에서도 맛기행을 떠날 정도가 됐다.

업그레이드된 옵티머스로도, 몰려드는 사람을 전부 수용할 수 없었다.

‘이거··· 전국 순회공연이라도 떠나야 할 판인데?’

게다가···

한 회장이 그저 맛있게 먹는 사진만 올렸다면, 그냥 지인 홍보 차원으로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이건 응원에서 그칠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 문제였다.

한 회장은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같이 언급했다.

그동안의 한식 세계화 사업은 가히 탁상공론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형편없었다.

국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혈세를,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고용하는 데 사용했다.

고용된 해외 스타들은 억지로 한식을 먹으며 온갖 가식을 내뿜는다.

-오우! 소 딜리셔스! 마시써효~

한식 셰계화 사업체에서는 헐리웃 스타가 김치를 들고 있는 사진을 찍어, 각종 기사를 작성한다.

사람들은 당연히 열광한다.

물론, 대한민국 사람들만.

막대한 양의 세금이 투입된 조작 사진이라는 걸 몰랐으니, 열광하는 게 당연하다.

알았으면 분통 터졌을 거다.

사람들이 열광하니, 당연히 사업체에 투입되는 예산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실적을 돈 주고 산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다시 받은 돈으로 자신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는 것이다.

한 회장은 정확히 이 부분을 지적했다.

-저런 허튼짓 시킬 게 아니라, 이런 음식으로 세계화를 진행하면 알아서 유명해질 것.

곧 있을 문화체육관광부의 새로운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겨냥한 의도적인 말이었다.

여론을 깨워, 왕호를 이 사업에 끼워팔겠다는 소리.

여론만 들끓으면, 뒤에선 한 회장의 재력과 힘으로 도와줄 수도 있다는 무언의 의사표시였다.

‘아니, 도와주시는 건 고마운데······.’

부담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기가 문제다.

조작방송 파문에 휘말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이번 최유나 사건에도 이름이 잔뜩 팔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논란의 수면 위로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 누구라도 부담스러울 거다.

왕호는 관종이 아니니까.

그래도 한 회장이 자기 잘되라고 벌인 판이다.

뭐, 딱히 손해 가는 것도 아니고···.

다만, 요리계와 한식 세계화 사업체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문제였다.

대중들과는 다르게, 분명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일 거다.

그렇게 앞으로 다가올 일에 골치가 아파올 즈음.

김 비서에게 연락이 왔다.

잠시 만나자는 얘기에, 왕호는 플라톤 호텔에 위치한 커피숍으로 향했다.

역시나 김 비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무슨 벤티 사이즈로, 숭늉 들이키듯 들이키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김 비서가 웃으며 왕호를 맞이했다.

“다크 서클 많이 사라지셨네요. 훨씬 화사해 보이네.”

“하하, 셰프님이 주신 그 버프 효과도 있고 요새는 일도 쉬엄쉬엄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아주 사건사고에 잘도 휘말리십니다?”

김 비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최유나 사건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 그러게요, 누가 보면 코난이라고 하겠어요.”

“한 회장님 글 자알 봤습니다. 괴수미식회 때 두 분이 접점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습니다.”

“하, 갑자기 한식 세계화 얘기는 왜 꺼내셔서···”

“뭐, 어떻습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저희도 힘 한번 보태 드릴까요? 이참에 문체부 쪽 하고도 연을 쌓아두는 겁니다. 재계는 괴수미식회로 연을 쌓았으니, 이젠 정계로도 진출하는 거죠.”

“됐습니다. 또 무슨 욕을 얻어먹으려고···”

왕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다했다.

점례 아주머니께 한식을 전수받긴 했지만, 그래도 전공은 이태리 요리다.

그런데 한식 세계화에 앞장선다?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게다가 지금 스타 셰프들과 나란히 방송하고 있다고는 해도, 선배들을 다 재껴가며 그런 사업에 끼어든다면 분명 잡음이 튀어나올 게 뻔했다.

“근데 왜 따로 보자고 하신 겁니까?”

왕호는 바로 용건을 물었다.

“아, 별거 아닙니다. 두유노우 길드 때문입니다.”

“두유노우 길드요?”

“예. 그들이 셰프님 뒷조사한다는 건 이미 들으셨죠?”

“들었죠.”

“아직도 셰프님 뒤를 캐고 있더라고요. 겁나 끈질겨. 혹시 셰프님··· 그쪽 길드 마스터 약점이라도 잡고 있는 겁니까? 막, 몸캠을 가지고 계신다거나···”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런 거 없습니다!”

너무 어이없어서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그 모습에, 김 비서가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농담입니다. 뭐, 각성자들 입장이야 제가 모르는 일이지만은 어쨌든 셰프님이 평범의 기준은 한참 벗어났죠. 충분히 수상할만합니다. 일단 그쪽 뒷조사는 제가 다 막았습니다. 특히, 학창시절에 받은 각성 가능성은 95% 정도로 조작해놓았습니

다. 더 깊은 정보들은 지우거나 접근 자체를 막았죠.”

“예? 음··· 감사하긴 한데··· 저한테 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셰프님에 대한 비밀은 저희만 아는 게 더 좋으니까요. 저도 셰프님이 어떻게 각성하게 됐고, 그 버프 요리의 비밀이 궁금하긴 한데 굳이 캐묻진 않겠습니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털어놓고 싶으면 털어놓으셔도 됩니다. 회장님껜 비밀로 하겠습니다.”

“황룡을 뭘 믿고······.”

“엇! 저는 셰프님과 유대관계를 잘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셰프님은 아니었군요······.”

김 비서가 갑자기 시무룩해지며 고개를 팍 숙였다.

왕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김 비서가 오해한 뜻으로 말한 건 아니었으니까.

“아, 아니 김 비서님 못 믿는다는 게 아니라···”

“하하하, 이번에도 농담입니다. 저라도 못 믿습니다.”

김 비서는 다시 고개를 번쩍 들더니,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이 연륜인가?

아주 사람 쥐락펴락하는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 아저씨··· 다시 봐도 성격 정상은 아니야······.’

한참을 웃던 김 비서는, 가져온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참, 이거 받으십쇼.”

툭-

소리가 묵직하다.

두께가 상당히 두툼했다.

“이게 뭡니까?”

“두유노우 길드에 관한 보고섭니다. 길드의 조직도 및 중요 인물들에 관한 정보 몇 개 추려봤습니다. 그들이 셰프님 뒤를 캐는데, 셰프님도 그들에 관해서 조금은 알고 있어야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아닙니까.”

왕호는 보고서를 들어, 내용을 간단히 훑었다.

‘이게 뭐야!’

입이 쩍 벌어진다.

보고서 안에는, 대한민국 1위 규모라는 두유노우 길드의 조직도 및 중요 인물들의 정보가 샅샅이 적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진 독점 던전과 몇몇 던전의 공략법까지 나와 있었다.

왕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구하는 겁니까? 영화에서처럼 정보 사조직이라도 있는 겁니까? 아니면, 국정원이랑 친하나요? 아님 기무사? 죄다 정경유착인가···”

“하하, 정경유착이 없진 않습니다만 국정원까지는 아니고··· 정보통이야 있죠. 그렇다고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거창한 건 아닙니다.”

김 비서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정보의 질은 그 정도로 형편없지 않았다.

무척이나 디테일했고, 또한 방대했다.

아무래도, 단기간에 모은 정보는 아닌 듯싶었다.

“이거··· 하루 이틀 수집한 정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오~ 역시, 눈치는 제대로시군요. 공부 못해도 눈치만 있으면 이 험난한 세상 살아남기에 충분하죠. 그런 의미에서 셰프님은···”

“아니, 누가 보더라도···”

“맞습니다. 지금의 레이드 산업은 그 옛날 한강의 기적이 일어날 때의 건설업 같은 산업입니다. 완전 노다지판이죠. 황룡이 끼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 말고도 쌓아둔 정보가 아주 산더미입니다.”

김 비서는 왕호의 말을 끊으면서 신명 나게 설명했다.

왕호는 김 비서의 말이 끝나자, 보고서를 덮고는 진지하게 물었다.

“비서님은 제가 오지랖이 넓다고 하셨는데, 제가 아니라 오히려 비서님 오지랖이 더 넓으신 것 같네요. 완전 태평양입니다?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정확히 뭡니까?”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비밀은 저희만 아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요.”

“그 정도 이유로는 설명이 조금 부족한데요. 이건··· 완전 오바아닌가요?”

“하하,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역시 눈치 하나는 좋네요··· 좋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죠. 셰프님은 돈이 됩니다.”

“돈···이요?”

왕호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자본주의 때문에 날 돕는다?

“한 회장님 덕도 있지만, 지금 벌써 셰프님 음식 맛보러 멀리서 여행까지 오지 않습니까. 밥차만으로는 전부 수용 못 하고 있잖아요.”

맞다.

그래서 요새는 더 자주 옮겨 다닌다.

최대한 공평하게 기회라도 주려고 말이다.

김 비서가 말을 이었다.

“곧 프랜차이즈 런칭할 건데, 이런 상황이면 성공은 불 보듯 뻔합니다. 지방 사람들은 서울까지 떠날 필요가 없죠. 굳이 본점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면요. 어차피 셰프님 레시피니 말입니다.”

그래도 버프는 확실히 왕호네 밥차에서만 맛볼 수 있으니, 고집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올 거다.

어쨌든, 몰리는 사람이 준다면 왕호도 조금 편해질 거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셰프님 성장 속도나 두유노우 길드에서 눈독 들이는 걸로 볼 때, 이 노다지판에서도 사고 칠 거 같아서 미리 침 발라 놓는 겁니다. 셰프님은 코난이잖아요.”

“사고요···?”

“좋은 의미의 사고죠. 분명, 레이드 판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사건의 중심에 휘말릴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셰프님 입김이 커지면 저희 황룡도 셰프님을 교두보 삼아 좀 더 레이드 산업에 깊이 들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주력 산업으로 삼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말씀해 주시니 어느 정도 납득은 가네요. 어쨌든, 이 정보는 정말 고맙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왕호도 오리진에 관한 정보를 계속해서 알아보고는 있는데,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황룡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그들의 정보력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어느 정도 거리는 계속해서 둬야 할 테지만.

호로록-

김 비서는 어느새 그 많던 아메리카노를 다 흡입했다.

입맛을 다신 김 비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나저나 레이드는 요새 안 하십니까? 저도 셰프님 팬입니다. 요즘 레이드 영상이 좀 뜸합니다?”

“근래에 바빠서 조금 소홀했습니다. 이제 해야죠.”

안 그래도 요새 요리 실력이 답보상태에 머무른 상태다.

레이드를 통해 레벨과 스킬의 숙련도를 더욱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겸사겸사 재료도 구하고 말이다.

김 비서가 구해주는 것보다, 그래도 바로 잡는 것이 더 싱싱하지 않겠나.

구매 비용도 안 들고.

그리고···

확인해볼 것도 한 가지 있다.

*

김택진은 두유노우 길드의 길드 마스터이자, 한국 랭킹 2위에 빛나는 고랭커다.

김택진은 굳은 표정으로 직원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상무 직책을 맡고 있는 길드원이 더 이상은 힘들다는 듯, 무겁게 말을 꺼냈다.

“최대한 알아봤습니다만··· 더 이상 나오는 게 없었습니다.”

“흠··· 각성 가능성은 95%가 확실해?”

“기록부에는 그리 나와 있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엑세스가 거부되거나 지워진 정보들이 꽤 있습니다. 누가 손을 써놓은 것 같기도 하고··· 만약 그렇다면 그 가능성 수치도 믿을 만한 것은 아닙니다.”

“진짜 수상하단 말이야. 기껏해야 요리사일 뿐인데······. 이제는 워낙 유명해져서, 뭐 돈으로도 섭외를 못 하겠네. 안 되겠다. 내가 직접 만나 보든가 해야지.”

“직접 나서실 필요까지야··· 이쪽 레이드에 목숨 건 친구도 아닌데······.”

“그 친구의 능력이 활로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언제까지 이 비좁은 대한민국에만 있을 수 없잖아. 우리도 밖으로 진출해야지. 그 친구 던전에 나타나면 바로 나한테 콜 해. 직접 가볼 테니까.”

“예.”

김택진은 잊을 수 없었다.

공대장 한상진이 녹화해 온 그 4차원 요리의 말도 안 되는 기묘한 능력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야망에 날개를 달아줄 거라는 기대 또한 놓을 수가 없었다.

< 시너지가 폭발한다 (1)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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