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46화 (46/219)

<-- 46 회: 2-10( 4. 그 놈은 왜 그러고 살까?) -->

열등감에 사로잡힌 박현식은 그 뒤로도 지훈을 계속 헐뜯으면서 그가 실력으로 우승을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현식과 식당 아주머니의 대화에 귀 기울이던 장철우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무릎까지 때려가며 좋아했다.

'맞아, 이거야! 이렇게 하면 이지훈은 물론이고 TJ까지 물 먹일 수 있어.'

결선 5차전에서 탈락했던 장철우는 심사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따지고 들었다가 창피를 당했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로부터 오만하고 건방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순식간에 비 호감 인물이 되어버렸다.

그렇다 보니 TJ그룹도 비 호감 이미지에, 대회에서 우승도 하지 못한 장철우를 외식업체의 얼굴로 기용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장철우가 키친 마스터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이상 그와 했던 계약을 취소한다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결국 계약을 파기 당한 장철우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TJ그룹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일어서야 했는데, 그 일로 인해서 그는 지훈은 물론이고 TJ그룹까지 원망했다.

하지만 딱히 복수할 방법이 없어서 속만 끓이고 있었는데 박현식의 얘기를 듣는 순간 복수할 방법이 떠올랐다.

'나와 이재철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적당히 각색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거야. 이지훈, 곧 악몽이 널 덮치게 될 테니까 기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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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 놈은 왜 그러고 살까?

거의 두 달여에 걸친 길고 긴 대장정은 지훈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지훈을 모델로 내세운 CF들은 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광고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한편 우승을 차지한 지훈은 그날 밤, 방송사가 마련해준 뒤풀이 자리에서 함께 합숙을 했던 18명의 결선 진출자들에게 친목 모임을 제안했다.

사실 이 자리에는 장철우도 있어야 했는데 그는 며칠 전부터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다들 어떠세요?"

"우리의 인연을 앞으로도 쭉 이어가자는 건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겠어? 혹시 반대하는 사람 있나요?"

"난 찬성."

"저도요."

"나도 찬성일세."

"모임을 만들자는 것은 찬성인데 만나서 늘 술만 먹을 수는 없을 테니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어때?"

"동철 형님, 의미 있는 일이라면 어떤 거요?"

"지난번에 병원에 가서 어린 환자들에게 요리를 해준 적 있잖아?"

"아저씨가 떨어졌던 결선 3차전 말씀하세요?"

"가슴 아프게 그 얘기는 왜 해? 아무튼 그날, 나는 내가 요리사인 것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보람 있었어. 그래서 언제고 그런 기회를 또 만들고 싶었어."

"우리 모임에서 병원의 환자들에게 요리를 해주자고요?"

"꼭 병원의 환자로만 제한할 필요는 없고 우리가 요리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은 돕자는 거야."

"이를테면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자는 거예요?"

"그것도 좋고 고아원도 좋고."

"오! 고아원, 괜찮은 것 같은데요."

"하지만 요리를 만들려면 재료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 비용은 어떻게 감당하고요?"

"매월 조금씩 회비를 모아야겠지. 그리고 나처럼 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기 가게의 조리도구와 음식들을 가져오면 그리 많은 비용은 안들 것 같은데?"

"괜찮은데요. 나도 그렇게 하죠. 사실 방송으로 그 장면을 봤는데 얼마나 흐뭇하고 부러웠는지 몰라요. 그래서 나도 언제고 기회가 되면 그런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결선까지 진출한 사람들은 지훈과 수아를 제외하고는 현직 셰프들이었다.

그중에는 윤동철처럼 뷔페를 운영하는 이도 두 명이나 있었고 레스토랑 같은 요식업소를 운영하는 이도 9명이나 되었다.

"좋은데요. 그렇게 하죠."

"다른 사람들은 어때?"

"저도 찬성입니다."

"지훈아, 너도 찬성이지?"

"당연히 찬성이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업소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은 부담을 갖고 가는 것 아닐까요?"

"날마다 하는 것도 아니고 많이 해봐야 1년에 몇 번이나 하겠어? 잘해야 한 달에 한 두 번이지 않을까?"

"한 달에 한두 번이라고 해도 무시 못 하죠."

"지훈아, 그 정도는 부담할 수 있으니까 염려 마."

"지훈아, 아무렴 내가 살림이 휘청거릴 정도로 무리하겠니? 견딜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할 생각이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우리 모두가 매월 회비를 각출하면 얼추 비용은 부담할 수 있을 걸."

윤동철을 필두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이 한목소리로 찬성의 뜻을 피력했다.

그 모습에 감동받은 지훈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자신도 우승 상금의 일부를 특별회비로 내놓겠다고 했다.

"지훈아, 얼마나 내놓으려고?"

"1억은 제가 마음대로 써도 될 것 같은데요."

"1억?"

"지훈아, 네가 우승을 했다지만 1억은 너무 많은 것 아니니?"

"성훈형, 우승 턱 내기로 했던 약속은 꼭 지킬 테니까 걱정 마세요."

"야! 그게 문제가 아니지."

"그래, 지훈아. 성훈이 말대로 1억은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조만간 프랑스로 유학을 가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 텐데 고마운 마음만 받으마."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유나와 수아를 제외하고 르꼬르동 블루에서 장학금 혜택과 함께 아파트를 제공해주기로 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기에 다들 나서서 한목소리로 지훈을 말렸고, 그 와중에 누군가가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지훈아, 특별회비를 내지 말고 우리 가게 와서 하루만 팬 사인회를 하면서 요리를 해라. 이번 기회에 우리 가게 홍보 좀 하자. 대신 네가 그렇게 해주면 내가 특별회비를 내마."

"오! 그것 좋은데. 지훈아, 그렇게 해라."

"지훈아, 우리 가게도 와라."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은 방송을 계기로 스타가 된 지훈의 유명세를 이용해서 저마다 자신의 업소를 홍보하겠다고 했다.

대신 그 비용을 특별회비로 내놓겠다고 했다.

"알겠습니다. 주말로 일정을 잡으면 어디가 되었든 꼭 가겠습니다."

"약속했다."

"대신 제가 내는 특별회비를 받아 주십시오."

"야! 1억이 누구 집 개 이름인줄 알아? 그건 너무 많아."

"괜찮아요, 저 CF도 여러 개 계약해서 생각보다 돈 많이 벌었어요."

라면과 카레 그리고 음료에 이어서 의류업체와 아웃도어 업체와도 CF 계약을 체결한 지훈은 그렇게 해서 벌어들인 돈만해도 자그마치 4억이었다.

그러니 1억 정도는 부담 없이 쓸 수 있었고 부모님도 돈의 사용처를 알게 되면 뭐하고 하시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1억은 너무 많지 않냐?"

"그런 일을 한두 번 하고 말 것도 아닌데 특별회비는 많을수록 좋잖아요. 만약 끝까지 반대하시면 저 아무데도 안 갑니다."

"끙! 알았다. 동철 형님, 지훈이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그렇게 하시죠?"

"그러면 다 같이 박수."

"우~와아!"

"짝짝짝~!"

"이지훈씨, 이 내용은 기사로 쓰겠습니다."

"누구세요?"

"중앙신문의 김주빈 기자입니다. 결선 참가자들이 뒤풀이를 한다기에 이지훈씨 인터뷰 차 왔는데 의외로 괜찮은 기사감도 함께 건져 냈네요."

우여곡절 끝에 지훈의 특별회비 납부가 받아들여진 순간 30대 초반의 한 사내가 나타났다.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한 그는 아까부터 뒤풀이를 지켜봤다면서 지훈의 특별회비를 비롯해서 모임에서 요리 봉사를 하겠다는 내용도 기사화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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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을 비롯한 결선 진출자들이 뒤풀이를 하고 있던 그 시각, 장철우는 피시방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들기고 있었다.

'큭큭, 내가 생각해도 그럴싸한데.'

자신이 작성한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면서 검토한 장철우는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문제의 글을 익명으로 올렸다.

'제목을 뭐로 한다? 그냥 노골적으로 올릴까.'

잠시 고민하던 장철우는 글의 제목을 '키친 마스터 우승자, 이지훈의 추악한 진실'로 정했다.

'오! 빠른데, 반응이 벌써 올라오네.'

장철우는 자신을 키친마스터 결선 진출자로 소개하고는 이번 대회는 지훈과 TJ 그룹이 처음부터 더러운 밀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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