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61화 (61/219)

<-- 61 회: 2-25(9. 효과를 봤나 보군요?) -->

둘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아이디를 바꿔가며 지훈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사정없이 퍼부으며 마냥 즐거워했다.

반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가장 당혹스러워 하는 이는 TJ 그룹이어서, 이재철은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여론은 어떤가?"

"말할 것도 없이 최악입니다."

"이 상황에서 광고를 재촬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

"전무님, 그것만이 아닙니다. 이지훈씨가 등장하는 기존의 광고도 내려야 합니다."

"맞습니다. 괜히 우리까지 비난 여론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속히 광고를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겠지. 광고사와 상의해서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하게."

"알겠습니다."

"전무님, 이지훈씨에게 법적책임을 물어야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계약서에도 어느 일방의 잘못으로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고, 심지어는 피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그룹의 고문 변호사와 상의한 후에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진행하게."

"그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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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발칵 뒤집어진 그 시각, 지훈과 동석은 다른 일행들과 함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들은 지루와 포그바의 한결같은 증언에 지훈과 동석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마약에 손을 댄 적이 없소."

"이봐,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검사를 하면 다 나오니까 헛짓하지 말고 실토해."

"검사 결과가 속히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리요."

"경찰 아저씨. 지훈은 나와 계속 같이 있어서 장난할 틈이 없었어요."

"이봐, 아가씨. 정신 차려!"

"아가씨, 우리가 오늘 안 갔으면 아가씨는 저 친구에게 곤욕을 당했을 거야."

"모르는 소리 마세요. 밤을 함께 보내고 싶은 것은 지훈이 아니라 나였어요. 하지만 지훈은 여자 친구가 있다면서 내 유혹을 뿌리쳤어요."

"아저씨들이야말로 우리말을 들으세요. 이건 허위 신고에요. 저자들은 아까 클럽에서 쥬디에게 수작을 걸었다가 그게 뜻대로 안되니까 그 앙갚음으로 거짓 신고를 한 게 틀림없어요."

"맞아요."

쥬디를 비롯해서 여자들은 한 목소리로 허위 신고를 주장했다.

그러나 지훈과 동석을 범인으로 확신한 경찰들은 그녀들을 증언을 무시했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여전히 거짓 증언을 하고 있는 지루와 포그바가 자리하고 있었다.

둘은 지훈과 동석을 비롯해서 쥬디가 술을 마신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검사를 하면 당연히 마약성분이 검출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기에 계속해서 거짓 신고를 주장하는 쥬디를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봐, 저자들이 술에 마약을 탄 것을 분명히 봤겠지?"

"검사 결과가 나오면 알 것 아닙니까?"

"경찰 아저씨, 우리가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허위 신고를 하겠습니까? 결과가 나오면 그때는 저놈도 별 수 없을 것입니다."

검사 결과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지루와 포그바가 변함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무렵 에릭과 올리비에가 경찰서 조사실에 들어섰다.

동시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따라서 들어왔는데 그중에는 한국의 특파원도 여러 명 있었다.

"무슨 일이오?"

"여기는 조사실이니까 당장 나가시오."

"이지훈씨에 대한 신고가 허위라고 하는데 경찰은 그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확실한 물증도 없이 신고자의 신고만으로 이지훈씨를 현장 체포했다는데 과잉 수사 아닙니까?"

"신고자들이 마약 전과범이라고 하던데, 그 사실은 알고 계셨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요?"

"많은 파리 시민을 구한 영웅에게 확실한 증거도 없이 수갑을 채운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닙니까?"

"이 사람들이 정말, 당장 나가시오."

"경찰이라면 우리를 내쫒기 전에 진실부터 밝혀야지 않겠습니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CCTV를 뒤졌던 에릭은 텅 빈 테이블에 접근한 지루와 포그바가 술잔에 뭔가를 타는 장면을 발견했다.

아울러 경비들을 통해서 지루와 포그바가 마약 전과범이란 사살을 알아내고 부랴부랴 경찰서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때마침 연락을 받고 몰려온 취재진들을 발견하고 자신이 확인한 사실을 대충 알려준 상태였다.

즉, 기자들은 지훈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으며 지루와 포그바가 진짜 범인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걸 믿고 여기까지 밀고 들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실을 모르는 경찰들은 조사실까지 밀고 들어온 기자들을 밀어내다가 그제야 사건의 전모를 얼추 파악했다.

"저는 렉스 클럽의 보안팀장입니다. 제가 가져온 영상을 보시면 저자들이 이번 일을 꾸민 범죄자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사실이오?"

"이걸 확인해보십시오."

"이 자식들, 설마?"

"아닙니다."

"억울합니다."

"비겁한 놈들, 닥쳐! 네놈들이 술잔에 약을 타는 장면이 클럽의 CCTV에 다 찍혔어."

"개자식, 네놈이 뭔데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건방진 새끼들, 그렇게 나댔다가는 얼마 못가서 몸에 구멍이 날 줄 알아."

"흥! 그전에 네놈들의 일이나 걱정하시지?"

"개자식, 교도소에 있는 내 형이 이번 일을 알면 네놈들은 절대 무사하지 못할 거야."

"맘대로 하라고 해!"

에릭으로부터 USB를 건네받은 경찰들이 문제의 영상을 확인하는 동안 다른 경찰들은 지루와 포그바에게 몰려갔다.

둘은 상황이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자 당혹스러워 하며 자신들의 무죄를 항변하다가 에릭을 위협했다.

그사이 CCTV 영상을 확인한 경찰들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개자식들."

"당장 저놈들부터 체포해."

"네?"

"술에 마약을 탄 것은 오히려 저놈들이야."

"진실이 밝혀졌으면 나와 내 친구부터 풀어주시지요."

"미안합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경찰들이 지훈과 동석을 포박하고 있던 수갑을 푸는 사이 지루와 포그바는 순식간에 들이닥친 카메라를 피해서 고개를 책상에 처박았다.

"어찌해서 그런 거짓 신고를 한 것입니까?"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은 누구이고, 그 목적은 무엇입니까?"

"이지훈씨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서 그런 짓을 한 것입니까? 아니면 아시아인이라서 그런 짓을 한 것입니까?"

"잘못했습니다."

"나는 그러지 말자고 계속 반대를 했는데 지루가 계속 우겨서 어쩔 수 없이 했습니다."

"포그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네가 분명 그랬잖아?"

"포그바씨 말에 의하면 지루씨가 주동자란 소리 같은데 이런 추악한 짓을 저지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아시안이 프랑스 여자와 같이 있는 것이 배 아파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상대가 아시아계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짓을 했다는 것입니까?"

"지루는 예전부터 흑인과 아시안을 싫어해서 그들을 비하하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오늘도 노란 원숭이라는 말을 수없이 사용했습니다."

"포그바,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내가 언제?"

자신들의 범죄 행위가 발각되고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포그바는 자신의 죄를 경감하기 위해서 지루에게 많은 책임을 돌렸고 그 장면은 여과 없이 방송을 탔다.

++++++

9. 효과를 봤나 보군요?

누명을 벗고 풀려난 지훈과 동석은 경찰서의 현관을 나서다가 소식을 듣고 달려온 루피에르와 마리안과 만났다.

지훈과 동석을 한참동안이나 끌어안은 루피에르는 마지막에 고개까지 숙이며 사과를 했고 그 모습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하원 의장으로 명망 있는 정치가의 출현에 취재진은 두 사람과의 관계를 물었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루피에르의 대답에 질문을 계속했다.

"루피에르 의장님, 이번 일을 어찌 생각하십니까?"

"먼저 프랑스 국민을 대신해서 지훈과 동석 그리고 모든 한국 국민에게 사죄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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