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25화 (12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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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이틀째를 맞아 공식 일정을 소화한 오바나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가온누리를 찾았다.

각 언론사의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들은 오바나 대통령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했고, 각종 매체는 그 내용을 고스란히 보도했다.

덕분에 미국 대통령의 가온누리 방문은 TV와 라디오는 물론이고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졌고, 기사 감을 찾은 기자들은 지훈과 오바나의 인연을 앞 다투어 소개했다.

"각하, 이번에 드실 음식은 예부터 외국의 고위 사절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대접을 했던 전약이라는 궁중 음식입니다."

"궁중 음식이라면 조선시대의 음식이라는 것입니까?"

"각하께서 조선을 알고 있습니까?"

"파리의 엘리제 궁에서 이 셰프가 만든 궁중 요리를 먹은 이후,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도 환영 만찬을 위한 음식이 존재했다니 놀랍습니다."

"몸에도 좋아야 하지만 나라가 다르면 식성도 다르다는 것을 감안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 음식은 뭐로 만들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소의 다리뼈를 오랜 시간 끓여서 만든 끈적끈적한 육수에 대추와 꿀 그리고 생강과 약간의 후추에 몇 가지 약재를 넣어서 만든 음식입니다."

"소의 다리뼈라면 내 관절염에 아주 좋다면서 자주 먹으라고 했던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오! 한국의 귀한 전통을 살리면서도 내 건강까지 고려해서 이런 음식을 만들어주다니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영부인께서도 드셔보시지요? 쫄깃하면서도 대추의 풍미와 꿀의 단맛이 어울려져서 색다른 별미를 맛보실 수 있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는 이 셰프가 만든 요리인데 당연히 먹어야지요. 그런데 혹시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홍삼차를 얘기하시는 거라면 미리 준비했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호호호~! 고마워요. 그런데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계속해서 홍삼차를 마시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제이슨씨가 얘기해서 이번에는 넉넉하게 준비했습니다."

"역시 날 위해주는 사람은 이 셰프 밖에 없네요. 이번의 신세는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홍삼차를 넉넉하게 준비했다는 말에 영부인은 살짝 수줍어하면서도 무척 흐뭇해했다.

그사이 전약을 한 입 베어 먹은 오바나 대통령은 탄성을 터트리더니 부인에게도 어서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어마! 이게 무슨 맛이죠?"

"영부인님, 어떻습니까?"

"식감은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해요. 그리고 입안을 가득 메운 상큼한 향도 아주 좋지만 맛이 너무 환상적이에요. 달달한 맛도 나면서 무척 고소한 게 자꾸 먹고 싶네요."

"저 칼로리 음식이니 아무 부담 갖지 말고 드십시오."

"어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칼로리도 낮다니 너무 좋은데요. 아! 이 셰프만 생각하면 한국에 오래 머물고 싶어요."

"이 셰프,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오. 미국에서도 이 셰프의 요리를 먹을 수 있도록 미국에 진출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멀지않은 시일 내에 그리 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오! 그것참 듣기 좋은 소리요. 부디 날 애타게 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진출해주시오."

오바나 대통령과 영부인은 진심으로 가온누리의 미국 진출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식사 이후의 티타임 때에는 내외신 기자들을 불러서 자유로운 형식의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 부부가 가온누리를 찾았을 때부터 지훈과 오바나의 과거 인연을 흥미롭게 여겼던 한국의 기자들은 음식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각하, 오늘 식사는 어떠셨습니까?"

"기대했던 것 이상입니다. 나는 여기 있는 한국 기자들을 비롯해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각하, 방금 부럽다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각하,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지훈 셰프는 신이 세상에 내린 커다란 선물입니다. 그의 음식은 건강에도 아주 좋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신이 이 셰프의 음식을 맛보게 된다면 하늘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인간 세상에 남고자 할 것입니다."

"각하, 예전에 프랑스의 대통령 궁에서도 이지훈 셰프의 요리를 드시고 요리계의 피카소라고 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인간에 불과한 네가 어찌 천상의 맛을 평하겠습니까? 그때도 최고였지만 지금도 최고입니다. 그리고 그러기에 아무 때라도 이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엄청난 극찬이신데 각하는 이지훈 셰프가 세계 최고의 셰프라고 생각하십니까?"

"의심의 여지가 없기에 그 질문에는 확실하게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이지훈 셰프는 세계 최고가 아니라 인류 역사상 최고의 셰프입니다."

"각하, 어제도 청와대의 만찬에서 한식을 드신 것으로 아시는데 어제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이지훈 셰프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한식은 한국인의 뛰어남과 우수함이 담겨진 아주 건강한 요리입니다. 그러기에 어제도 즐겁게 식사를 했습니다."

오바나는 한식을 칭찬함으로써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기어이 답을 듣고 싶은 기자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해왔고 잠시 머뭇거린 오바나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국의 대통령과 함께 가온누리에서 다시 한 번 식사를 하고 싶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건 가온누리의 맛이 훌륭하다는 말과 다름없었고, 그와 기자들이 간담회 형식으로 나눈 담소는 각종 매체를 통해서 한국 전역에 방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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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뉴스는 희한하게도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해서 떠벌리고 똑같은 화면을 계속해서 내보낸다.

그 덕에 거의 모든 사람들은 미국 대통령 부부가 가온누리를 방문해서 지훈을 극찬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가온누리와 지훈에 대해서 많은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방송에서는 지훈과 가온누리를 다루는 프로를 앞 다퉈서 내보냈다.

덕분에 지훈은 키친 마스터에서 우승한 사실부터 파리 유학 시절의 일이 재차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다시 받게 되었고, 한국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이가 지훈과 가온누리를 알게 되었다.

반면 지훈과 가온누리를 세상에 알린 오바나 대통령은 방한나흘째를 맞이해서 한국의 박미혜 대통령과 두 번째이자 마지막 정상회담을 나눴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한 내용은 북한 핵문제와 시장개방 그리고 일본의 재무장과 관련한 내용이었는데 양국의 입장차이가 크다 보니 회담이 길어져서 예정되었던 경복궁 방문이 취소되었다.

"박 대통령님, 일본의 재무장은 동북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오바나 대통령님, 일본은 독일과는 달리 과거사를 말끔하게 청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당에 일본이 헌법까지 고쳐가며 재무장을 시도한다면 이는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관계를 가져올 것입니다."

서로가 말은 안하고 있지만 미국에 있어 최대의 적국은 중국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은 경제력에서 자신과 대등해진 중국이 동북아에 대한 정치.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었고, 일본을 통해서 이를 견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의 군국주의를 우려하는 것은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은 일본과 관련한 양보만 요구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한국의 안보상황을 압박수단으로 삼아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더 많은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한국의 대통령은 최소한 그 부분이라도 양보를 받기 위해서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서 반대의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러나 작정하고 온 오바나 대통령은 어느 것 하나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박 대통령님, 얘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식사를 함께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이지훈 셰프의 솜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무척 궁금한데 그곳으로 함께 가시겠습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가시지요."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오바나 대통령이 기자들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은 한국의 대통령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는 오바나 대통령의 제안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정상회담에 들어갔던 양국 정상이 생각보다 일찍 나오자 양국의 수행원은 그 결과를 묻기 바빴다.

"아직 합의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각하, 그러면 어찌해서 나오신 것입니까?"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밥은 먹어야지 않겠어요?"

"바로 식사를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아뇨. 오늘 저녁은 가온누리에서 먹겠습니다. 연락하세요."

"지금 말입니까?"

"미국의 대통령이 그리 극찬하는데 명색이 한국의 대통령인 나도 가봐야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명색이 대통령이 움직이면 많은 이들이 따라서 움직이고, 그에 따라서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군다나 미국의 대통령까지 함께 움직인다면 보통 일이 아니어서 이런 식으로 갑작스레 스케줄을 잡으면 여러 사람이 피곤해진다.

그러나 누구보다 대통령의 마음과 의중을 잘 알아차려서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리는 김기철 비서실장은 황급히 가온누리에 연락해서 양국 정상의 방문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이 상황은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도 전해졌고, 가온누리는 또 다시 방송에 오르내렸다.

한편 사전 통보 없는 양국 정상의 급작스런 방문에 당황한 것은 지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 와서 특별한 메뉴를 준비할 수는 없었기에 기존의 메뉴로 두 정상을 대접했는데, 둘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허브 비빔밥을 말끔하게 비웠다.

"이지훈 셰프라고 했나요?"

"그렇습니다."

"오바나 대통령이 극찬을 해서 호기심에 와봤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네요. 어찌나 맛있는지 내가 왜 지금까지 가온누리를 몰랐는지 속상할 지경입니다. 앞으로는 종종 오지요."

"각하, 칭찬 감사합니다."

"차는 어떤 게 있죠?"

"수정과와 홍삼차 그리고 배숙과 귤강차가 있습니다."

"어떤 게 좋을까요?"

"정상회담 도중에 나오셔서 다시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귤강차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지훈 셰프가 추천을 하니 그걸로 하죠."

박 대통령에 이어서 오바나 대통령의 주문까지 받은 지훈은 음양오행기를 듬뿍 넣은 두 잔의 차를 직접 가져왔다.

박미혜 대통령은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좋은 귤강차였고 오바나 대통령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배숙을 선택했는데 두 사람은 음미하듯 차를 마셨다.

얼마 후, 음양오행기가 들어간 배숙의 효과가 발휘되는 것인지 한결 표정이 밝아진 오바나 대통령이 질문을 해왔다.

"이 셰프, 개인적으로 조언을 구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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