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32화 (132/219)

<-- 132 회: 4-21 -->

동석과 혜미를 비롯해서 10명의 셰프와 17명의 서비스 직원이 새로 합류한 가온누리는 활기가 넘쳤다.

특히 8명의 여성이 합류한 서비스 파트는 그런 현상이 더욱 도드라져서 다들 열심히 일했다.

"형님,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들은 전부 대졸이거나 대졸 예정자라면서요?"

"맞아. 그러니까 너희들도 무식한 티 내지 말고 말조심해."

"그래도 직급은 제가 높아서 상사이잖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신입들은 대학 출신이라 영어를 우리보다 더 잘할 테니까 실수하지 말고 잘해."

불경기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취업하기가 힘든 점도 있지만 가온누리의 급여수준과 복리 후생조건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이전에도 대졸자들이 여럿 왔는데 이번에는 모든 이가 대졸자이거나 대졸 예정자였다.

그 덕에 고학력자를 부하 직원으로 부리게 된 범석 일행은 괜히 우쭐해져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형님, 호텔 쪽은 아직도 몇 명 부족하다고 하던데 신입 직원들이 그쪽으로 갈까요?"

"신입을 몇 명씩 배치하겠지만 어쩔지 모르니까 꾀부리지 말고 열심히 일해."

"물론입니다."

"이 주임님, 이것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박소정씨, 그건 말이야 이렇게 하는 거야. 내가 천천히 시범을 보일 테니까 잘 봐."

발랄한 신입 여사원이 질문을 해오자 범석과 얘기하던 이상훈은 헤벌쭉 거리며 다가가서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같은 시각, 주방에서는 새로 입사한 셰프들이 기존 셰프들의 요리를 지켜보면서 뭔가를 꼼꼼하게 기재하고 있었다.

"마스터, 마지막에 집어넣은 이것들은 뭡니까?"

"이건 허브로 만든 향신료입니다. 향신료와 관련해서는 여러분과 함께 입사한 차동석 셰프와 오혜미 셰프가 따로 설명을 해줄 것이니 그때 제대로 배우십시오."

가온누리에서는 대략 150 가지의 허브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유럽의 유명 레스토랑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편이었지만 대신 그들이 사용하지 않은 나물과 약초를 사용하는 만큼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저녁 시간이 되면서 한층 바빠진 주방은 정신없이 움직였고 신입 셰프들은 때로는 일을 거들면서 가온누리에 빠르게 녹아들었고, 그러는 사이 밤 9시가 되었다.

"동석아, 어때?"

"시스템은 잘 갖춰진 것 같아. 그런데 신입 셰프들을 교육하는 방식은 너무 주먹구구식인 것 같다."

"그렇지? 나도 그게 맘에 안 들어."

"지훈 오빠, 당분간만이라도 매일 오전에는 주방 실습을 하기 보다는 향신료를 비롯해서 각종 식자재와 음식의 효능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오빠도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

"그러고 싶은데 그러려면 교재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당장은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어."

"오빠, 그런 것은 서비스를 하는 직원들도 알아야 하는데 교재는 무조건 만들어야 해."

"그래야지. 하지만 지금은 장류와 천연조미료 그리고 소스류를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없어."

9시가 넘어서면서 많이 한가해지자 지훈은 동석과 혜미와 함께 가온누리의 시스템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

참고로 동석과 혜미는 부장을 시켜주는 조건으로 스카우트 했는데 오랜 습관 때문에 지훈을 편하게 부르고 있었다.

"지훈아, 그것들은 이곳에서 각 매장으로 공급한다고 했지?"

"응."

"직접 만들면 좋기는 하겠지만 너무 시간을 많이 뺐기는 것 아닐까?"

친한 친구이지만 지훈의 비밀을 모르는 동석은 장철우가 그랬던 것처럼 효율적인 측면을 중시하며 그런 것들을 직접 만드는 것에 반대의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가온누리의 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만 할 원칙이기에 지훈은 건강한 식탁을 위해서라도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못을 박았다.

"네가 힘들어 보여서 그래. 막말로 그것들만 안 만든다면 그 시간에 교재를 만들 수도 있잖아?"

"앞으로도 그것들을 매일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다음 달에는 교재를 만들 수 있을 거야."

"오빠, 내가 교재를 만들어볼까? 오빠가 갖고 있는 자료만 넘기면 내가 만들어볼게."

"혜미가 만든다면 나도 도울게."

"그래주면 좋지."

그 뒤로도 교재와 관련한 얘기를 하던 세 사람은 지훈의 자료를 기본으로 동석과 혜미가 교재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동석의 입에서 엉뚱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오늘, 미역국은 먹었냐?"

"먹었지."

"늦었지만 생일 축하한다."

"오빠, 생일 축하해요."

"알고 있었네?"

"나도 모르고 있다가 아까 혜미가 얘기해줘서 알았다. 수아는 연락 왔어?"

"아직, 하지만 곧 오겠지."

"계집애, 애인 생일인데 전화도 안 해주고 너무하네."

"바빠서 그럴 거야. 난 괜찮아."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아직껏 연락이 없어서 그 누구보다 섭섭해 하는 것은 지훈이었다.

그러니 그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씁쓸함이 묻어나왔고, 그걸 본 혜미는 안쓰러운 마음에 수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원이 꺼져 있어서 통화에는 실패했다.

"사장님, 오늘 생일입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진즉에 얘기하시지 왜 얘기 안 하셨어요?"

"제 생일이 뭐라고, 그런 얘기까지 합니까?"

"에이, 그래도 이건 아니죠. 사장님, 생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옆에 다가왔다가 우연히 대화를 듣게 된 박성훈은 지훈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오늘 밤으로 예정된 신입사원 환영 회식에 생일파티를 곁들이자며 분위기를 잡았다.

박성훈의 선동에 주방의 직원들은 박수로 화답했고, 그렇게 해서 지훈의 생일파티가 결정되었다.

그런데 박성훈은 동석과 혜미에게 할 말이 있는 것인지 그 둘과 함께 주방 밖으로 나갔다.

"동석아, 혜미야."

"예, 형님."

"네?"

"너희가 사장님과 친분이 두터운 것은 알지만 여기는 직장인만큼 이곳에서만큼은 존칭을 사용해주면 좋겠다."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해요."

"내 말 기분 나쁘게 여기지 말고, 부탁해."

"아닙니다. 부 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다."

동석과 혜미가 성훈에게 충고를 듣는 사이 지훈은 범석의 안내로 주방에 들어온 여자를 발견했고, 그녀를 보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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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 있던 모든 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시하고 있음에도 수아를 와락 껴안은 지훈은 그녀를 좀처럼 놔주지 않고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언제 왔어?"

"방금, 공항 도착하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왔어."

"저녁은?"

"먹었어. 오빠, 생일 축하해."

"고... 고마워. 설마 내 생일이라고 들어온 거야?"

"오빠 생일인데 당연히 내가 있어야지. 내가 오빠 선물도 사왔어."

"나보고 마중 오라고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

"오빠도 바쁠 텐데 어떻게 그래? 어디보자. 우리 오빠, 안본 사이에 더 훤칠해졌네."

"수아야, 아주 들어온 거야?"

"어머! 미선언니, 잘 있었어요?"

"나는 이제 보이나 보네. 그보다 어떻게 된 거야? 또 파리로 나갈 거야?"

"휴가 받아서 잠시 들어온 거예요."

"어지간하면 한국에 있지 그래?"

"조금만 더 배우고요."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수아를 잘 알고 있는 미선이 다가왔고, 지훈의 품에서 벗어난 수아는 그녀와 두 손을 맞잡으면서 2년 만의 해후를 만끽했다.

한편 살짝 당황했던 다른 이들은 뒤늦게 상황파악을 하고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했다.

"사장님, 축하합니다."

"사모님, 잘 오셨습니다.

"사모님, 가온누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마! 제가 사모님이 되는 거예요?"

"당연하죠. 사모님, 오늘 사장님이 핸드폰을 얼마나 많이 쳐다봤는지 아세요?"

"비행기 안이라 연락할 수가 없었어요."

"어쨌든 잘 오셨습니다. 만약 안 오셨으면 사장님은 분명 우셨을 것입니다.

"사장님, 침 흘릴 것 같은데 그만 입 좀 닫으시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수아의 귀국에 기분이 좋아진 지훈은 연신 싱글벙글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사이 주방 밖으로 나갔던 성훈과 동석 커플이 들어왔고 수아는 그들과도 얼싸안으며 재회의 정을 나눴다.

"계집애, 어떻게 된 거야?"

"오빠를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에 연락 없이 왔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아무 연락도 없었다는 말에 속으로 욕했잖아?"

"그래서 왔잖아."

"수아야, 일단 짐부터 풀자."

"어디에?"

"2층이 내실이야. 가자!"

"사모님, 주십시오. 제가 들겠습니다."

"하마야, 눈치 없이 오래 있지 말고 바로 내려와."

"부 사장님, 저도 그만한 눈치는 있습니다."

수아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간 지훈은 하마가 내려가기 무섭게 그녀를 끌어안고 깊고 진한 키스를 나눴다.

마치 시간이 정지라도 한 것처럼 뜨거운 호흡을 교환했던 둘은 잠시 떨어져서 서로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다시금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다가 한참 만에 떨어졌다.

"네가 와서 너무 좋아."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많이 보고 싶었어."

"나도."

"언제 돌아가야 해?"

"2주 후에."

"고향에 계시는 어머님과 아버님에게는 연락했어?"

"아직."

"네가 왔다면 무척 기뻐하실 텐데 어서 연락해."

"그전에 오빠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점수 딸래."

남녀 사이란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게다가 여자 혼자 외국에 있다면 여러모로 걱정하실 것이 분명했기에 수아는 지훈의 부모님과 먼저 통화를 해서 안부를 묻고 자신의 귀국 사실을 알렸다.

아침에도 두 사람 사이를 걱정했던 지훈의 어머니는 수아가 한국에 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넌지시 결혼 얘기를 꺼냈다.

"어머니, 1년만 더 기다려주세요."

"엄마, 또 뭐라 했어?"

-1년 후에는 아예 돌아올 거니?

"네."

-그러면 그때는 무조건 식을 올려라.

"그럴게요, 어머니."

-집에는 연락 했니?

"이제 해야죠."

-네가 왔다면 좋아하실 텐데 어서 연락해라. 그리고 시간 내서 우리 집도 한번 다녀가고.

"네."

한국으로 돌아온 수아가 지훈의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을 무렵 여전히 파리에 있는 박현식은 라트니엘 드 뽀이도퀴시의 직원들을 붙잡고 수아의 행방을 물어보고 있었다.

"수아양은 오늘 휴무입니다."

"휴무라고요, 그러면 그녀가 현재 있는 곳을 알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알고 있다고 해도 알려 줄 수가 없습니다."

박현식을 스토커로 알고 있는 라트니엘 드 뽀이도퀴시의 직원들은 수아의 휴가를 망치고 싶지 않은 생각에 의도적으로 그녀가 한국으로 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결국 박현식은 오늘 밤도 텅 빈 수아의 아파트 앞을 하릴없이 서성거릴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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