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43화 (143/219)

<-- 143 회: 5-7 -->

"그래서 의식동원이라는 말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건 말 그대로 음식이 보약이라는 뜻이오?"

"맞습니다. 식자재를 비롯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먹는 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요리를 만드는 데다 지극한 정성까지 들어가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지훈의 능력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유병만은 지훈의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는 선에서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

"지극한 정성이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요리를 하는 데 정성을 다하니 그 마음이 음식에 담기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처음 겪는 신기한 현상이었소."

"제 추측입니다만 이 사장이 회장님의 지병에 좋은 식재료를 엄선해서 요리를 했기에 더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음식들과 회장님의 궁합이 맞아서 그럴 수도 있으니, 평소에도 틈틈이 그것들을 드십시오."

"그래야겠소."

며칠 동안 가온누리에서 저녁을 계속 먹었던 조진산은 조미정이 그랬던 것처럼 몸이 가벼워지고 만성피로가 많이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특히 자고 일어나면 손발이 붓고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없었던 증상이 많이 사라졌다.

그러니 가온누리의 음식이 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투자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좀 더 상세하게 알아보니 가온누리가 크게 번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가온누리의 맛이면 외국에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랬다.

그리고 손녀인 조민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투자를 종용한 통에 도저히 투자를 안 할 수가 없었고, 그걸 계기로 지훈과 손녀를 엮어 주겠다는 계산도 했다.

거기다 만약 조진산이 병원에 가서 자신의 만성 신부전증이 크게 호전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의문이었는데, 아쉽게도 그는 아직 병원을 가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튼 투자를 결심한 조진산은 유병만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부탁했다.

같은 시각 지훈은 강민구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사장님, 이번에는 파밀시에테의 박현식 사장이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여전히 요리 비법을 알아내라고 하던가요?"

"그랬습니다. 그리고 비법만 알아내면 3,000만 원을 더 주겠다고 해서 그 부분도 녹음한 만큼 충분히 증거자료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강민구 씨, 그때도 얘기했지만 나는 이번 일로 강민구 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료가 없다고 해도 충분히 해결할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아닙니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그런 큰 은혜를 입고도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으니 저를 경찰에 신고하십시오."

"강민구 씨, 어머니에게 큰 상처를 안길 생각입니까?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으니, 강민구 씨는 나만 믿고 아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박현식을 생각하면 그가 저지른 짓을 낱낱이 공개해서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스스로 자기 죄를 뉘우치고 진실을 고백한 강민구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지훈은 박현식이 강민구를 의도적으로 침투시켜서 요리 비법을 훔쳐 가려고 했던 일은 묻어 버리고, 특허권 침해만 문제 삼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박현식을 응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허와 관련한 일을 모르고 있던 강민구는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나갔다.

*4. 어쩌자고 그런 짓을 한 것이냐?

유병만과 조진산이 긴히 할 얘기가 있다는 말에 지훈은 그 두 사람을 2층의 거실로 안내했다.

거실로 올라설 때부터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던 조진산은 지훈에게 이곳에서 혼자 살고 있는지 물었다.

"원래 집은 서울입니다만 출퇴근을 비롯해 여기가 여러모로 편해서 남자 직원들 몇 명과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지내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배필을 구해서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동안 가온누리를 계속해서 다녔던 조진산은 지훈과 제법 친해져서 유병만처럼 말을 편하게 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결혼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자라면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좋지. 하지만 그건 가정을 이루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여러 사정이 있다 보니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실에서 남자 직원들과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조진산은 지훈에게 여자가 없다고 단정했다. 그래서 은연중에 손녀와 빨리 결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속히 가정을 이루라는 충고를 했다.

반면 그가 무슨 연유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는 지훈은 간략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선에서 대답을 했고, 그 얘기를 들은 조진산은 더더욱 지훈에게 여자가 없다고 확신했다.

"이 사장, 내가 이렇게 별도의 자리를 만들자고 한 까닭은 가온누리의 기업공개에 조진산 회장님도 참여를 하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이네."

"조 회장님께서도 참여를 하시겠다고요?"

"그렇다네. 난 가온누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외식 업체에 머물지 않고 세계시장에서도 우뚝 설 수 있다고 판단해 함께하겠다는 결심을 했네.

"조 회장님, 저를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장, 난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람을 보는 눈만큼은 확실하다고 자부하고 있네. 그런 내가 보기에 이 사장은 분명 세계 최고의 요리사이자 장차 세계 최고의 외식 업체를 경영하는 사람이 될 것 같네."

"조 회장님, 칭찬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가온누리를 세계 곳곳에 성공적으로 진출시켜서 한식의 우수성과 뛰어난 맛을 알리고 싶습니다."

기업을 공개한다고 해서 무조건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서 기업을 공개해도, 해당 기업의 전망이나 발전성이 없다고 여겨지면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니 이는 오히려 해당 기업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일이다.

그런데 만약 조진산까지 참여를 하게 된다면 이번에 공개되는 주식의 상당양이 팔리는 것을 뜻했고, 그건 기업공개가 그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였기에 지훈은 무척 기뻐했다.

"이 사장은 조 회장의 참여를 찬성하는 것인가?"

"물론입니다."

"미리 말하지만 조 회장님은 나와 마찬가지로 경영에는 전혀 간섭을 안 하실 생각이네."

"저에게 맡겨 주신다니 더욱 열심히 해서 가온누리를 세계 최고의 외식 업체로 만들겠습니다."

"이 사장, 유 회장에게 듣기로 주식 발행 총액이 200억이고, 그중 100억을 공개한다고 들었네."

"저희가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와 현금 자산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를 감안했을 때 그 금액이 가장 무난하다는 것이 은행의 평가였습니다."

"듣기로 유 회장이 30억을 쏜다던데 내게도 그 정도의 주식을 넘길 수 있겠는가?"

"그리해 주신다면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네. 그런데 그렇게 해서 확보한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 생각인가?"

"서울과 수도권에 매장을 늘리고 그래도 여유가 된다면 지방에도 매장을 늘릴 생각입니다."

"지방이라면 어디를 생각하고 있는가?"

"부산이나 제주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약 더 많은 자금이 있다면 매장을 추가로 늘릴 수 있겠군?"

"그렇기는 합니다만 주방 인원을 비롯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서 선뜻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내가 아무 조건 없이 100억을 투자할 터이니 지금부터 준비하면 어떻겠는가?"

"주식과 무관하게 별도의 투자를 하시겠다는 것입니까?"

"그러네. 상환 기간도 정하지 않고 이자도 받지 않겠네. 다만 내 손녀를 가온누리의 회계 담당으로 고용해 주는 조건이네. 내 손녀라서가 아니라 그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라, 이 사장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야."

"저로서는 좋은 조건입니다만, 그리하면 조 회장님에게는 돌아가는 이익이 없잖습니까?"

"누가 그냥 준다고 했는가? 나중에 돈을 벌면 꼭 갚도록 하게."

"그거야 당연합니다만 막상 얻는 이익이 없는데도 그 많은 돈을 왜 투자하시려는 것입니까?"

"왜 이익이 없다는 것인가? 내가 투자한 만큼 가온누리는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고, 그만큼 가온누리의 가치가 올라가서 주가가 올라갈 것 아닌가?"

"하지만 겨우 그것만 보고 그런 거액을 투자하신다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조진산이 거금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조미정을 가온누리에 취직시키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는 지훈과 손녀를 자주 접하게 해서 두 사람을 묶어 주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그러한 속셈을 모르는 지훈은 너무 과분한 호의라며 거절을 했는데, 유병만까지 나서서 지훈을 설득했다.

"이 사장, 조 회장님은 가온누리가 그만큼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하기에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것이네. 조금 부담되겠지만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꽉 잡아서 가온누리를 더욱 번창시키게."

"하지만 제게만 너무 좋은 조건입니다."

"그럼 나중에 가온누리가 커지면 증자를 해서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그만한 지분을 넘겨 드리면 될 것 아닌가? 아! 나도 내친김에 같은 조건으로 50억을 투자하겠네."

"유 회장님까지 왜 그러십니까?"

"그만큼 이 사장을 믿기에 그러는 것이네. 그러니 사람 무안하게 만들지 말고 받아들이게. 돈은 바로 내일 입금을 해 줌세."

"유 회장님!"

"얘기 끝났으니까 더 이상 언급 말게.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하지만 그 돈을 날린다고 해도 나는 절대 원망하지 않겠네."

유병만까지 나서는 통에 꼼짝없이 조건 없는 투자를 받게 된 지훈은 가온누리를 성공시키는 것으로 은혜를 갚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문제가 마무리되기 무섭게 조진산은 고담의 일을 언급하며 가온누리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런 일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라고 했다.

"그 문제는 이미 대책을 세워 둔 상태입니다."

"그 대책을 얘기해 줄 수 있겠는가?"

"어려울 것 없습니다. 저는 가온누리의 메뉴와 관련해서 이미 특허를 받은 상태입니다."

특허를 받은 사실을 알린 지훈은 고담을 만든 박현식과 자신의 악연에 대해서도 얘기했고, 나아가 그가 강민구를 의도적으로 침투시킨 일까지 털어놨다.

"그러면 그자를 통해서 가온누리의 비법이 넘어간 건가?"

"가장 결정적인 것은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다행이군."

"이 사장, 그런 자를 가만 놔둘 생각인가?"

"특허권 침해로 고소를 할 생각입니다."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되지."

"맞네. 그런 자는 더 이상 허튼짓을 하지 못하도록 아예 모든 것을 까발리게."

"박현식만 생각하면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리하면 죄를 뉘우치고 모든 것을 실토한 저희 직원에게도 피해가 갈 것 같아서 그 부분은 문제 삼지 않을 생각입니다."

"중요한 정보를 넘긴 직원의 죄를 눈감아 주겠다는 것인가?"

"그 친구가 넘긴 정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스스로 죄를 뉘우치고 있는 마당에 굳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허허~! 내가 자네를 제대로 본 것 같군. 자네는 이번 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얻게 되었고, 그 일로 다른 직원들도 자네를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야."

지훈의 생각을 들은 조진산과 유병만은 그의 넓은 아량에 감탄하더니 자신들도 이번 일을 돕겠다고 했다.

"두 분의 뜻은 고맙습니다만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니야. 내가 잘은 몰라도 특허권 관련 소송은 아주 복잡하다고 들었네.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게. 변호사는 내가 소개를 해 주지."

"조 회장님이 변호사를 소개해 주신다니 나는 검찰에 얘기를 해 놓겠네."

"저 때문에 그런 수고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도 조만간 가온누리의 주주가 될 사람인데, 그 정도는 개입해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일은 처음부터 단단히 처리해야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는 법이야. 나와 유 회장도 힘껏 도울 것이니 자네는 그렇게만 알고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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