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79화 (179/219)

<-- 179 회: 6-18 -->

베레모를 착용하고 완전무장을 한 군인들이 경찰서 안으로 들어오자 경찰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게다가 대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연대장이 지훈에게 경례까지 하자 화들짝 놀라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계급이 높아 보이는 나이 든 경찰이 연대장에게 질문을 했다.

"무……무슨 일로 군에서 여기까지 오신 것입니까?"

"몰라서 묻는 것이오?"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알 것 아닙니까?"

"여기 계시는 이지훈 씨는 쁘라윳 왓싱 프라삭 란나 군구 총사령관님의 귀한 손님이오. 우리는 이지훈 씨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말에 확인차 왔소."

"바……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당신들이 부당하게 감금하고 있는 이지훈 씨는 쁘라윳 왓싱 프라삭 란나 군구 총사령관님의 귀한 손님이라고 했소."

"이……이런!"

왕국인 태국은 왕족과 귀족이 존재하는 신분제 사회다.

물론 입헌 군주주의를 표방하는 만큼 겉으로는 왕명보다는 국법이 우선인 사회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왕명이 최우선시되었고, 아직도 귀족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게다가 경찰들은 공정한 수사를 하지 않고 오히려 지훈을 죄인으로 몰아가며 합의를 종용한 상태였으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중징계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쁘라윳 왓싱 프라삭 총사령관님은 이지훈 씨에 대한 부당한 수사를 매우 불쾌하게 여기고 있소."

"아……아닙니다.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도 공정한 수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서장, 어디 있어? 당장, 서장 나와!"

"시……시장님!"

"헉! 시장님까지 오시다니……."

"이런 나쁜 놈들이! 나라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어디서 그런 못된 짓을 하는 거야?"

"의……의원님."

공수부대 연대장이 당도한 것을 시작으로 경찰서에는 시장을 비롯해서 한 명뿐인 하원의원까지 달려왔다.

같은 시각, 자신의 사무실에서 여유롭게 신문을 보고 있던 경찰서장은 지방 경찰청장의 전화를 받고는 벌떡 일어났다.

공수부대 연대장과 빠이의 시장 그리고 하원의원까지 찾아와서 길길이 날뛰자 지훈의 일을 담당했던 경찰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지금껏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던 경찰서장의 분노였다.

지방 경찰청장으로부터 옷을 벗을 생각이냐는 강한 추궁을 당한 서장은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나타나서는 담당 경찰들을 모두 소집해서 호통을 쳤다.

"네놈들, 감옥에 들어가야 정신을 차릴래?"

"아닙니다."

"1시간 안에 그놈들을 다 잡아 와서 모든 진실을 밝혀라. 만약 이번에도 허튼짓을 했다가는 그때는 단단히 각오해."

"알겠습니다."

"이것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당장 안 움직이고 뭐 해!"

휘리~릭!

서장의 호통에 담당 경찰을 비롯해서 빠이의 모든 경찰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인근의 병원에 입원 중인 일곱 명을 비롯해서 자신의 집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던 꼴과 모셋을 비롯한 남은 한 명까지 잡아서 경찰서로 압송했다.

"왜……왜 그러십니까?"

"아무 죄도 없는 우리를 왜 잡아 온 것입니까?"

"닥치지 못해!"

어제와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에 잔뜩 주눅이 들어서 끌려온 그들은 그 와중에도 자신들의 죄를 부정했다.

그러나 경찰서 안을 가득 메운 공수부대원들과 빠이 시장 그리고 하원의원의 강렬한 눈총을 받는 순간 분위기를 감지하고 절로 고개를 숙였다.

한편 뒤늦게 제대로 된 진술을 마친 지훈은 붙잡혀서 끌려온 꼴과 모셋을 노려보다가 경찰서장의 안내로 자신을 돕기 위해서 달려온 사람들과 함께 서장실로 이동했다.

"이지훈 씨, 죄송합니다. 정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행자가 이런 일에 휘말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입니다."

"죄송합니다. 반드시 공정한 수사를 해서 이지훈 씨에 대한 누명을 벗겨 드리겠습니다."

"서장님, 한 가지만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얘기하십시오."

"어제 그자들 말로는 제 일행만이 아니라 그 전에도 많은 한국 여자를 강간했다고 했습니다."

"그……그게 사실이오?"

"분명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이런 죽일 놈들을 봤나!"

"서장, 아주 악질적인 놈들인 것 같은데 수사를 확실하게 해서 반드시 여죄를 밝히시오."

"물론입니다. 이지훈 씨, 그 부분까지 확실하게 수사를 하겠소."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또 뭐가 있소?"

"제가 직접 목격한 건데, 그자들은 마약을 가지고 있었고 일부는 마약을 흡입한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밝혀내겠소."

"그래 주십시오. 그리고 꼭 그들이 아니라고 해도 그런 나쁜 놈들에게 붙잡혀 있는 한국인이나 외국인 여자가 있는지 확인해 주시고, 있다면 구조를 해 주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오?"

"어제 조사를 했던 경찰들이 빠이에는 많은 외국인 여자들이 어쩔 수 없이 태국 남자들과 살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외국인 여자들이 마약에 중독된 상태에서 같이 지내며 농락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허~험! 알겠소."

지훈의 추측대로 빠이에는 꼴과 모셋 같은 이들이 상당수 있다.

제법 유창한 영어 실력과 친절함을 내세워 외국인 여자에게 접근한 그들은 여자를 마약중독자로 만든 후에 함께 산다. 그러고는 집단 강간을 할 뿐만 아니라 마약을 공급하는 대가로 금품을 갈취한다.

참고로 한국의 '태국사랑'을 비롯해서 세계 각국의 여행 사이트에는 빠이가 너무 아름다워서 오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거라는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저마다 빠이에서 장기 거주하고 있다면서 빠이를 찬양하는 글을 종종 올리는 여성 여행자의 상당수는 꼴과 모셋 같은 자에게 걸려서 노예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이 그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새로운 물주를 그들에게 공급해 주고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자유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자신들이 올린 글을 보고 연락을 해 오는 새로운 여행자들을 유인해서 결국에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덩이로 끌고 간다.

그런데 빠이에서 살아가는 태국인들의 상당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고, 그건 함께 있는 서장을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도 전에 상황의 전모를 대충 짐작하고 있었고 지훈이 정당방위를 했다는 사실도 간파했기에 재빨리 움직였다.

그런 상황에서 지훈이 그 부분을 언급하자 프라삭 총사령관 때문에도 더 이상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같은 시각, 꼴과 모셋 패거리는 경찰들의 추궁에 간밤의 일을 실토하면서도 볼멘소리를 토해 내고 있었다.

"정말 왜 그러시는 것입니까?"

"우리만 그런 짓을 하는 게 아닌데 이렇게 닦달하시다니 너무하시는 것 아닙니까?"

"미친놈들, 잘 보고 건드려야지. 하필이면 그런 거물을 건드리면 어쩌자는 거야?"

"대체 그자가 누구기에 그러는 것입니까?"

"정신 나간 놈들아, 그 한국 사람들은 쁘라윳 왓싱 프라삭 란나 군구 총사령관님의 초청을 받고 오신 귀빈들이다."

"네?"

"그런 귀한 분을 건든 이상 네놈들은 끝장이야."

"이런, 젠장!"

"빌어먹을."

태국에서 귀족의 손님을 건들었다는 것은 귀족 자체를 건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음을 깨달은 꼴과 모셋은 뒤늦은 후회를 했다.

요란한 프로펠러 모터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는데, 경찰서 옥상에 착륙한 헬기에는 프라삭과 쏨이 타고 있었다.

태국 북부 최고의 귀족이자 란나 군구 총사령관인 프라삭의 등장으로 빠이 경찰서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동시에 도심 곳곳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는데, 경찰차와 호송용 트럭이 경찰서에 당도할 때면 수갑을 찬 많은 태국 남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리고 간혹 외국인 여자들도 함께 왔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한국과 일본 여자였다. 이는 한국과 일본 여자가 웨스턴 여자에 비해서 많은 돈을 갖다 바치다 보니 꼴과 모셋 같은 자들이 의도적으로 한국과 일본 여자를 집중적으로 노린 통에 그렇게 되었다.

"여러분을 돕기 위해서 이곳으로 모셔 온 것이니 마음 푹 놓으시고 진정하십시오."

"한국 사람이세요?"

"그렇습니다."

"아, 고마워요!"

"이곳에서 얼마나 지냈습니까?"

"빠이에 온 지는 3개월 되었습니다."

"태국 남자들과 어울린 것은 얼마나 되었습니까?"

"비슷해요."

"그동안 마약은 계속하신 것입니까?"

"그게 저……."

"전 경찰이 아니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옆에 분은 얼마나 계셨습니까?"

"저는 두 달 정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마약은 계속 하신 것입니까?"

경찰서 의무실을 차지한 지훈은 지금껏 유린을 당했던 여자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그녀들과 자리를 마련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간밤에 미정을 그렇게 했던 것처럼 여자들 몸속에 있는 마약의 기운을 강제로 배출시킬 생각이었다.

사실 마약은 그 자체의 성분도 치명적이지만 강력한 중독 현상이 문제였다. 하지만 음양오행기를 이용해서 마약의 기운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면 중독 현상을 일소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한동안은 마약인 줄도 몰랐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면 지금은 중독된 상태인가요?"

"네."

"여기서 계속 이러고 사실 생각입니까?"

"아닙니다.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셔서 기회가 닿는 다면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저도 갈 수만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태국에서도 마약은 중범죄라서 교도소에 갇힌다고 들었는데, 저희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태국에서도 마약 관련 범죄는 중범죄로 취급해서 엄한 벌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감옥으로 가야 하나요?"

"원래는 그렇습니다만 그걸 막기 위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저희가 감옥에 안 갇힐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습니까? 제발 도와주십시오!"

"여러분들이 동의를 한다면 여러분의 몸속에 있는 마약 성분을 없애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마약을 다시 찾게 되는 중독성이 아예 사라지거나 현저하게 약화될 것입니다."

"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제발 그렇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마약 성분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마사지를 하듯 몸 곳곳을 눌러서 자극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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