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189화 (189/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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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부터 촉이 왔다니까!

매화꽃이 만발했다는 소식과 함께 동장군의 기세가 한결 누그러든 2월 중순이었다. 법인 설립 후 첫 결산을 눈앞에 둔 지훈은 미정으로부터 작년 한 해의 실적을 보고받고 있었다.

"미정 씨, 국내의 실적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군요."

"지방 매장이 빠르게 자리 잡아 준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익금으로 투자금 상환부터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지방 매장까지 생겨나면서 가온누리는 상당한 흑자를 기록해서 120억의 이익이 발생했다.

사실 순수한 이익금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동안 매장을 많이 늘리고 중국과 태국 진출에 들어간 엄청난 비용을 처리한 통에 이익금의 규모가 120억으로 확 줄어들었다.

"사장님, 제 생각은 다릅니다."

"미정 씨는 다른 곳에 먼저 사용하자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국내 매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중국과 태국에 2차 투자를 감행했으면 합니다."

"진출한 지 아직 세 달도 안 되었는데 추가 투자를 하자는 것입니까?"

"그러니까 더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서 확실하게 밀어붙여야 합니다."

매장을 늘리고 해외 진출을 할 때 은행의 융자도 받았지만 조진산과 유병만 같은 개인 투자자의 자금도 끌어다가 썼다. 그중 금융권 융자는 이미 갚은 상태였기에 지훈은 다음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돈을 갚으려고 했다.

하지만 조미정은 공격적인 추가 투자를 통해서 중국과 태국에 확실한 기반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아울러 투자자들이 최소 몇 년은 기다려 주기로 한 만큼 상환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부분은 투자자들과 충분한 교감을 나눴습니까?"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익금에 대한 사용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태국에 어느 정도의 금액을 추가로 투자하자는 것입니까?"

"쏨과 장쉬엔과도 얘기를 해 봤는데, 80억에서 110억을 투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쏨과 장쉬엔도 동의했고요?"

"동의를 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기뻐했습니다."

쏨과 장쉬엔은 애초부터 자금에 여유가 있었다. 다만 지훈의 자금 사정이 그리 넉넉지 않기에 이를 감안해서 규모를 맞춘 상태였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추가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자금을 투입할 수 있었다.

"그러면 태국 전역에 우리 매장이 들어서겠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중국에도 매장을 확대해야지요."

"중국 매장은 계획대로 광저우부터 내야 합니다."

"광저우도 내야지요. 하지만 이 정도의 자금이라면 그다음으로 생각했던 충칭에도 매장을 낼 수 있을 것 같고 조금 무리하면 톈진에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개의 매장을 내기에는 자금이 부족하지 않겠어요?"

"태국에 추가 투자하는 금액은 넉넉잡고 40억이면 충분한 만큼 중국에 80억을 투자하면 됩니다."

가온누리가 자금을 투자하는 만큼 파트너인 쏨과 장쉬엔도 새롭게 자금을 투자한다. 즉, 가온누리 중국 법인은 양측의 투자 금액을 합치면 160억이 되는 셈이었고, 일부 부족한 금액을 현지 은행의 융자를 받아 메우면 세 곳의 매장을 추가로 낼 수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 이어서 광저우와 충칭 그리고 톈진까지 매장이 들어서면 거점은 확실히 세우는 셈이군요."

"우리 예상보다 빨라진 셈입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도 태국과 중국으로 파견 나갈 2차 인원을 조속히 준비해야 합니다."

"바로 지원자를 선발해야죠."

"그래야지요. 그리고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후 진출국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죠?"

"사장님은 중국과 태국 외에 다른 나라도 진출할 생각을 갖고 계신 것 아니었습니까?"

"맞습니다."

"제 얘기는 지금부터 다음 진출국을 결정하고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리 대비를 하자니 나쁘지 않군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아예 다음 진출국을 이 자리에서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미정 씨는 생각하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까?"

"저는 한류의 영향권에 있는 나라부터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류의 영향권에 있는 나라라면 동남아를 얘기하는 겁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일본도 있습니다."

"하긴 일본도 진출해야죠. 그런데 동남아라면 어떤 나라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라면 신흥공업국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괜찮군요. 그런데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라서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겠군요."

"전 세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슬람 문화에 대한 경험도 미리 쌓아야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미국 시장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미국에서도 성공을 한다면, 그때는 유럽에도 쉽게 진출할 수 있고 나아가 한식의 세계화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사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면 올해는 중국과 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일본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하고, 미국 진출은 내년이나 그 이후로 설정하겠습니다."

"그게 가장 타당한 것 같습니다."

가온누리의 세계시장 진출과 관련해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 두 사람은 그에 따른 세부 계획을 수립했다.

"직원들을 상대로 해당국의 언어에 대한 교육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현지 언어라면 일본어와 베트남어 그리고 말레이시아어 교육을 준비해야겠군요."

"제가 알기로 말레이시아는 영어가 통용되니 기존의 영어강좌를 확대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영어가 통용된다니 다행이군요."

조미정과 함께 세부 계획을 논의하던 지훈은 베이징 지사장으로 있는 최용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지훈입니다."

-사장님, 최용석입니다. 급히 보고할 것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뭡니까?"

-조금 전에 한 통의 초청장이 당도했습니다.

"전에 얘기했던 세계 요리 대회의 초청장이 왔습니까?"

-그렇습니다.

"드디어 왔군요. 대회 주최 측에 참가를 통보해 주십시오. 그런데 대회 일자가 언제입니까?"

-3주 후, 그러니까 3월 첫째 주 토요일입니다.

"3월 첫째 주 토요일이라, 시간 맞춰서 미리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최용석과 통화를 끝낸 지훈은 세계 요리 대회의 일정이 확정된 것을 조미정에게 알렸다.

"사장님, 대회에 참석하실 생각이십니까?"

"초청장이 왔는데 참가해야죠."

"황궁 요리의 전수자가 대회에 참가한다는데 괜찮을까요?"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자리인데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무조건 참가해야죠."

"하지만 대회에서 우승을 놓치면 사장님은 잃을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특히 저는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지난달 중국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자오량 명인의 요리 묘기를 지켜본 문형석은 그 뒤로도 중국 출장을 갔었고, 그 와중에 금성주가를 몇 번 방문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오량이 세계 요리 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으며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온누리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지훈에게 전달했다.

당시 그 자리에는 조미정도 있었는데 문형석의 얘기를 들은 그녀는 그때부터 대회 참가를 만류했다. 여자의 예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느낌이 안 좋다면서 지훈의 대회 참가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우리의 궁중 요리만큼이나 유서 깊은 청나라 황궁 요리에 관심이 많은 지훈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며 대회 참가를 기정사실화했다.

회사의 위기를 타결하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문형석은 이틀 전에 중국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 애쓴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몇 개의 신규 거래처를 뚫은 그는 더욱 많은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의 많은 기업인들을 알고 있는 바이어를 만나기로 했다.

"사장님, 이쪽입니다."

"재일교포 출신이라면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냐?"

"재일교포 3세라는데 한국말을 할 수 있을까요?"

"못할까?"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그래도 중국어는 잘하겠지?"

"그러니까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겠지요."

공교롭게도 문형석이 만나기로 한 바이어는 박용성이었다.

잠시 후, 약속 장소인 베이징 시내의 호텔 커피숍에 들어선 그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박용성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박용성은 인사를 할 때부터 아주 유창한 한국어 솜씨를 뽐냈다.

"안녕하십니까, 박용성입니다."

"문형석입니다.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부모님이 한국 사람이라면 무조건 한국어는 알아야 한다며 집에서는 한국말만 사용하게 하셔서 어렵지 않게 배웠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박 사장 부모님의 나라 사랑이 대단했나 봅니다."

"제 부모님들은 당신들이 한국 사람임을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렇군요. 직접 뵙지는 않았지만 부모님들이 아주 훌륭하신 분들인 것 같습니다."

박용성의 유창한 한국어를 화제 삼아 얘기를 나누었던 문형석은 커피를 홀짝이며 한국을 온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지난달에 서울에서 며칠 머물렀습니다."

"그때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나중에라도 또 가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언제쯤 한국을 다시 찾으실 생각이십니까?"

"마음 같아서는 오늘이라도 당장 가고 싶습니다."

"오늘 당장 가겠다니, 한국이 아주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모국인데 당연히 마음에 들죠. 그리고 서울에 가면 아주 맛있는 음식점이 있어서 더 좋습니다."

"아주 맛있는 음식점요?"

"네. 문 사장님은 혹시 가온누리를 알고 계십니까?"

"가온누리요? 아주 잘 알죠. 제 집이 바로 그 근처입니다. 그리고 거기 이지훈 사장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종종 갑니다. 얼마 전에도 이지훈 사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오! 그러십니까? 저도 이지훈 사장님을 몇 번 만나서 요리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이 사장에게 요리를 배웠다고요?"

"제가 한국 요리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온누리 베이징 매장을 찾았다가 그때 인연이 생겨서 서울에 있는 가온누리 본점까지 찾아갔습니다."

"허~! 그렇습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 두 사람은 이지훈 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더욱 문 사장님이 가깝게 느껴집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훈을 다 같이 알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박용성과 문형석은 빠르게 친해졌고, 나중에는 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문형석의 국제전화를 받은 지훈은 그가 박용성을 만나고 있다는 말에 반가워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물었고, 업무차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문 사장님, 업무차라면 중국 내 신규 거래처 개척과 관련이 있나 봅니다?

"박 사장이 중국의 기업인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그의 도움을 받아 볼 생각에 만나고 있소."

-아! 무역업을 하고 있다더니 그럴 수도 있겠군요. 혹시 바로 옆에 있습니까?

"그렇소."

-잠시 바꿔 줄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오. 잠깐만 기다리시오."

박용성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된 지훈은 안부부터 시작해서 요리와 관련한 대화까지 나누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아무쪼록 얘기가 잘되어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넨 후에 통화를 종료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둘의 대화는 처음부터 술술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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