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스터 셰프-216화 (216/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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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생각지도 못한 김정문의 출현에 지훈이 당황하는 사이 웃는 표정으로 다가온 그는 지훈의 손을 잡고는 격하게 흔들었다.

박미혜 대통령이 거실로 나온 것은 그때였다.

"이지훈 씨, 김정문 위원장에게 얼마나 맛있는 요리를 해 드린 겁니까? 김정문 위원장이 그때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해서 이렇게 불렀으니, 그 덕에 나도 그 맛을 한번 봅시다. 그래도 괜찮겠죠?"

"제가 오히려 영광입니다."

*2. 대체 왜 그러지?

마치 유럽의 대저택을 연상시키는 안가의 1층에는 스무 명가량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대형 식당이 마련되어 있었다.

지금 이곳에는 박미혜 대통령을 비롯한 남한 측 고위 인사와 북한 측 인사가 한데 뒤섞여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대통령 동지, 이것도 드셔 보시라요. 감칠맛 나면서도 쫄깃쫄깃한 것이 맛이 기가 막힙네다."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아주 맛있는데, 드셔 보세요. 이건 원래 메뉴에 없었던 건데, 위원장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이지훈 셰프가 특별히 만들었다네요."

"아! 기렇습네까? 그렇다면 응당 맛을 봐야지요."

"어떻습니까?"

"캬~아! 역시 최고입네다."

음식을 먹는 양측 고위 인사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특히 김정문 위원장은 자신을 위해서 만든 특별한 음식을 독점하다시피하며 계속해서 먹었다.

"이렇게 맛나는 이지훈 동무의 요리를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니, 대통령 동지가 너무 부럽습네다."

"그렇다면 위원장님께서 자주 내려오십시오."

"내래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대통령 동지도 잘 알고 있지 않습네까?"

"맞습니다. 그래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기렇지요. 이러니 우리래 빨리 통일해야지요."

"옳은 말입니다. 민족의 번영을 위해서도 우리는 통일을 위한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동감입네다. 기런데 한 가지 청을 해도 되갔습네까?"

"어떤 청입니까?"

"이번 기회에 가온누리를 우리 이북에도 유치하고 싶은데, 대통령 동지께서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네까?"

"가온누리를 유치하고 싶으시다고요?"

"기렇습네다. 기존의 북남 합작 공단이 자리하고 있는 개성과 새롭게 들어설 원산 그리고 평양에 가온누리가 들어오면 어떻겠습네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찬성입니다."

"정말입네까? 기렇다면 가온누리의 우리 공화국 진출과 관련해서 대통령 동지께서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네까?"

"관련 부서와 상의를 해 봐야겠지만,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무시키기 위해서도 힘껏 돕겠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이지훈 셰프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네다. 기렇다면 이지훈 동무와 직접 얘기를 해도 되겠습네까?"

"그렇게 하시죠."

대통령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정문 위원장은 지훈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바로 전했고, 영문도 모르는 지훈은 식당에 들어섰다.

"각하, 절 부르셨습니까?"

"내가 아니라 김정문 위원장이 이지훈 셰프에게 할 말이 있답니다."

"얘기하시지요, 위원장님."

"이지훈 동무, 내래 부탁이 있는데 꼭 좀 들어주면 좋갔소. 대신 나도 이지훈 동무의 부탁은 무조건 들어주갔소."

"어떤 부탁이십니까?"

"개성과 원산 그리고 평양에 가온누리를 유치하고 싶은데, 이북에 와 주면 안 되겠소?"

"그 말씀은 저보고 북한에 거주하라는 것입니까?"

"기렇게 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건 내래 욕심이 너무 과한 것 아니갔소? 하지만 가능하다면 수시로 평양을 와 줬으면 좋갔소."

"저의 북한 출입을 자유롭게 허용해 주시겠다는 것입니까?"

"기렇소. 이지훈 동무래 아무 때고 우리 공화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특혜를 주갔소. 아! 동무래 원한다면 해로와 항공로만이 아니라 육로까지도 개방하갔소."

"육로라면 판문점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까?"

"기렇소."

생각지도 못한 김정문의 제안에 당황한 지훈은 박미혜 대통령을 바라봤다.

지훈의 시선을 받은 대통령은 그동안 비밀리에 접촉해 온 남북 고위급 회담의 몇 가지 내용을 지훈에게 들려주었다. 그중에는 기존의 개성 공단의 확대와 원산항을 남한 측에 개방하고 그곳에 새로운 합작 공단을 개설하는 것과 개성까지 남한의 철도를 연결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참고로 김정문의 제안을 바로 옆에서 들은 박미혜 대통령은 내심 가온누리가 북한에 진출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는 언제라도 급변할 수 있는 남북한의 특별한 사정을 감안했을 때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지훈을 통해서 최악의 상황에도 북한 측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핫라인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아울러 미국의 오바나 대통령과 유럽 각국의 정상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훈이라면 남북한 관계 개선과 관련해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각하, 그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나는 가온누리가 북한에 진출한다면 남북한 관계 개선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각하의 생각이 그렇다면 진출을 하겠습니다."

"하하하~! 이지훈 동무, 자주 봅세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지훈의 입에서 긍정의 말이 튀어나오자 김정문은 호탕한 웃음까지 터트리며 무척 기뻐했다.

그리고 그게 계기가 되어서 가온누리의 북한 진출과 관련한 얘기가 계속해서 나왔다.

지훈은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북한 진출과 관련한 요구 사항을 얘기했고 김정문으로부터 그리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대통령이 할 얘기가 있다며 지훈을 따로 부른 것은 그날의 만찬이 끝난 직후였다.

"이지훈 씨 북한 진출을 결정해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각하의 말씀처럼 가온누리가 북한에 진출하는 것이 남북한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문형석 씨의 일은 정말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보고받으셨습니까?"

"받았지요. 문형석 씨에 대한 치료와 배상은 국가에서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런데 문 사장님을 고문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철저한 수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겠습니다."

"대통령께서 하시는 말씀인 만큼 무조건 믿겠습니다."

후일담이지만 5국 7과의 요원들은 전부 파면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사법 처벌까지 받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저질러 왔던 조작된 간첩단 사건도 재조명을 받았고, 당시 고문으로 사건을 날조했던 이들도 처벌을 받게 되었다.

온 천지가 꽃이었다. 온갖 꽃이 눈부신 자태를 뽐내는 환상의 꽃동산이었다.

뭉실뭉실 솜사탕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꽃 터널 속을 젊은 연인으로 보이는 2남 2녀가 걷고 있었다.

그 황홀한 꽃무리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걸맞게 네 사람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지훈아, 이렇게 다 같이 놀러 나오니까 대학 다니던 그때로 돌아온 것 같지 않냐?"

"그러게. 그때도 우리가 다 같이 이곳으로 놀러 왔잖아?"

"맞아, 그때도 이맘때였어."

오늘은 본점을 비롯해서 전국의 모든 가온누리 매장이 문을 열지 않는 정기 휴일이었다.

한 달에 두 번뿐인 정기 휴일을 맞이해서 동석 커플과 함께 경기도의 놀이공원을 찾은 지훈과 수아는 들뜬 표정으로 놀이공원 곳곳을 돌아다녔다.

"수아야, 내일 아침에 돌아가는 거야?"

"응."

"이번에 가면 또 언제 돌아와?"

"글쎄, 나도 가 봐야 알지."

"안 가면 안 돼?"

"왜?"

"넌, 지훈 선배가 불쌍하지도 않냐?"

"뭐가?"

"정말 몰라서 그래?"

내일은 수아가 프랑스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사실 혜미는 조미정이 지훈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수아가 한국에 없는 것이 조마조마했다.

막말로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고, 지훈과 미정은 피 끓는 청춘이기에 이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 때문에 지훈과 동석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수아에게 넌지시 파리의 일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충고했다.

하지만 수아는 아직까지 돌아올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오빠도 몇 년은 더 기다려 준다고 했어. 그리고 우리는 아직 젊잖아?"

"바보야, 그러니까 더 붙어 있어야지.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너와 선배처럼 몇 년간 서로 떨어져 있으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몰라."

"오빠가 바람이라도 피운다는 거야?"

"아직은 아니지. 하지만 선배가 설령 바람을 피운다고 해도 네가 큰소리칠 상황은 아니지."

"어! 아직은 아니라니, 마치 우리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꼭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지훈 선배 정도면 대한민국의 많은 여자들이 꼬리 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냐?"

"지훈 오빠는 그런 것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니까 걱정 마."

"멍충아, 사람의 감정이 그리 간단한 줄 알아?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데 애인이 있으면 뭐해?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흔들리게 되어 있어. 그러니 너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돌아와."

"우리 오빠는 안 그럴걸."

"맞아. 그러니까 바보처럼 지금까지 순정을 지키고 있지. 하지만 네가 계속해서 자리를 비우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몰라. 그리고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건 선배 잘못이 아냐!"

혜미는 지훈과 수아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원했다. 그렇기에 상황의 심각성도 모르고 태연하기만 한 수아가 답답해서 한 소리 했다.

그런데 수아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녀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킥킥거리며 웃었다.

"야, 너 왜 그래?"

"혜미야, 우리 오빠에게 꼬리 치는 여자들이 그렇게 많아?"

"잘생기고 잘나가는데 당연한 것 아냐?"

"호호호~! 우리 오빠가 잘나기는 했지."

"수아야, 지금 한가하게 그런 말 하고 있을 때야? 그걸 알고 있으면 너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지. 안 그러면 뺏겨도 아무 말 못 한다."

"알았어."

"뭘 알았는데?"

"길어도 한 달은 안 걸릴 거야."

"뭐가?"

"늦어도 한 달 안에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정말?"

"그래, 이번 일을 겪으면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최소한 오빠 옆에 같이 있었다면 후회는 없었을 텐데, 함께 있지 못해서 오빠만 사고를 당했다는 생각에 견디기 어려웠어."

사고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급히 돌아온 수아는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훈이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때는 무조건 옆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했다.

"잘했어. 그럼 선배도 알고 있어?"

"아직 얘기 안 했어."

"왜?"

"떠나기 직전에 얘기해서 놀라게 해 줄 생각이었어."

"야! 아까 보니까 선배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을 때가 많던데 애간장 태우지 말고 얘기해."

"알았어."

수아와 혜미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을 무렵 군것질거리를 잔뜩 사 들고 지훈과 동석이 돌아왔다.

그런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지훈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촬영이 잘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이 사장님께서 충분히 자금을 투자해 주신 덕분입니다.

"영화가 그만큼 좋아서 그리한 것이니 감독님께서는 다른 일은 신경 쓰지 마시고 촬영에만 집중해 주십시오."

-그러겠습니다.

"아! 그리고 촬영할 때부터 중국을 비롯해서 유럽과 북미 진출을 항상 염두에 두십시오."

-물론입니다. 해외판은 임진왜란을 모르는 외국인이 영화를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참! 본격적인 해전 장면은 언제부터 촬영합니까?"

-날이 더워서 5월 중순부터는 촬영을 할 것 같습니다.

"그때쯤 되면 모든 출연진과 스태프에게 식사를 대접할 테니 연락 주십시오."

-가온누리의 음식을 맛보게 해 주시겠다는 것입니까?

"제가 할 줄 아는 것이 요리뿐인데 그렇게라도 해야지 않겠습니까?"

-가온누리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니 기대하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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