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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02화 (102/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02화

“……음.”

이 모든 논란은 신유하가 러쉬보다 낫지 않냐는 주제가 담긴 어그로 글로부터 시작됐다.

요즘 인지도가 생기고 있다지만 그래봤자 우리는 아직 망돌.

러쉬는 대형 기획사를 등에 업고 데뷔하자마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슈퍼루키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여론 몰이를 해봤자 라이트온 팬덤이 득 볼 것이 뭐가 있겠는가.

‘오히려 동네북처럼 얻어맞고 조롱당하기만 하겠지.’

장담하건대 이건 싸움을 대놓고 부추기고 싶은 러쉬 팬덤의 짓이거나, 혹은 남의 손을 빌려 라이트온의 기세를 초장부터 꺾어놓고 싶은 타 팬덤의 짓일 거다.

누구의 짓인지는 몰라도 뜻대로 됐다.

팬덤 싸움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는 뜻이다.

스으윽-

나는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며 논란이 되고 있던 선동글들을 읽어내렸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한 성좌가 당신이 떠올려 낼 해결 방안을 기대합니다!]

“흠.”

논란의 시발점인 글을 읽는 내 얼굴에 점차 진지함이 감돌았다.

“…….”

그럴듯하군.

……그럴듯하면 안 되는데?

억지에 가까운 논리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정말 그럴듯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중이라면, 이 글만 보고 선동당할 가능성이 다분할 정도로 치밀한 날조다.

게다가 라이트온을 싫어하는 건 비단 러쉬 팬덤뿐만이 아니다.

트웰브와 밀리어스 등등 여러 영향력 있는 아이돌의 팬덤에게 밉보인 지 오래라는 것이 문제였다.

러쉬 팬덤이 판을 키운 논란에, 트웰브와 밀리어스 등등 굵직한 팬덤이 거들기 시작하니 어느새 신유하는 정말 어딘가에 하자가 있어서 방출당한 연습생이 되어버렸다.

덤으로 라이트온은 Nnet과 모종의 유착관계가 있는 그룹으로 몰리고 있고.

이상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여론에 침음성을 흘리고 있을 무렵, 옆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잠에서 깬 최승하가 눈도 못 뜨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으.”

머리맡에 뒀던 스마트폰을 찾은 최승하가 화면을 눌러보더니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이 시간에 왜 일어났어요. 더 자지……!”

“그냥 연습실에나 일찍-”

내 말은 역시나 끝을 맺지 못했다.

“놔라.”

내 진심이 담긴 정색에 잠시나마 주춤했던 최승하가 이내 행동을 재개했다.

“두 시간만 더 자요……! 형은 좀 더 몸을 생각해야 해!”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지?”

“아깝긴 한데! 형이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중요해요!”

돌돌돌돌-

“…….”

요즘 몇 놈들이 내가 뭐만 하면 산 채로 뒈질 것 같은지 과보호를 해대는데 어이없음을 넘어서 열받는다.

얼마나 꼼꼼하게 말았는지 이불에서 벗어나는 데도 한참이었다.

멀쩡하게 침대에 앉는 데에 성공한 나는 최승하와 눈을 마주쳤다.

“하하~ 승하는 더 자볼게요~”

지은 죄가 있으니 후다닥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는 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차윤재랑 한수현, 왜 싸운 건데?”

휘익!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체를 들어 올린 최승하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

싸운 걸 숨기려다가 들켜서 놀란 반응이 아니라, 말 그대로 둘이 싸운 일에 내가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에 놀란 눈빛.

“그냥 다 티가 나잖아.”

3차 경연곡을 고를 때부터 눈치챘는데, 그냥 어린 것들끼리 알아서 풀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두 놈 하는 꼴을 보아하니 그냥 둬서는 안 풀릴 모양새다.

3차 경연 연습 영상도 찍어서 컨텐츠로 올릴 건데, 이렇게 누가 봐도 ‘우리 다퉜어요’ 아우라를 뿜으면 무척 곤란하다.

팬들이 이런 걸 얼마나 잘 캐치하는데.

게다가 우리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타 팬덤들이 주시하고 있는 실황, 잘못하면 불화설까지 추가되는 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 * *

최승하에게 대강의 사정을 캐낸 나는 연습실에 도착하자마자 두 녀석을 불렀다.

“너희 둘, 화해해.”

“안 싸웠습니다.”

“안 싸웠어요.”

“따라 하지 마!”

“안 따라 했는데요.”

나는 두 녀석들의 무섭지도 않은 기 싸움을 적당히 관전하다가 눈을 휘어 접었다.

싱긋…….

갑자기 내가 만면에 미소를 띠자, 둘은 내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둘의 사이로 내밀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누가 봐도 화목해 보이는 셀카 20장. 흔들린 건 카운트 안 한다.”

“예? 아, 아니. 형님. 무슨…….”

“저는 연습해야 합니다.”

연습실에 있는 다른 멤버들도 힐끔힐끔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입이 댓발 나온 차윤재를 바라보다가, 연습이라도 하려는 모양인지 자릴 옮기려는 한수현의 손목을 붙잡았다.

“아아, 이거 오랜만에 유라이브나 켜서 너의 귀여운 썰이나 풀어볼까.”

“……!”

한다면 하는 내 성격을 알고 있는 한수현이 기겁하며, 눈을 날카롭게 떴다.

그래봤자 넌 깜찍한, 이해성 제발…….

“……절대 싫어요. 형, 그러기만 해봐요.”

갑작스레 몰려온 현타에,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쉰 나는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네가 뭔데 내 유라이브를 방해해.”

나는 속사포로 말을 이었다.

“불만이라면 너도 유라이브 켜서 나의 귀여운 점을 팬분들께 말하도록 해.”

“……!!”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질색합니다!]

성해온의 과거 인성에 대해 말하자면 아마 여기 있는 놈들 2박 3일 정도 밤샘 유라이브가 가능할 테지만, 스스로 그룹에 망조를 불러일으키고 싶은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

내 논리에 할 말이 사라진 듯 입술을 꽉 깨문 놈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형이 귀여운 점이 어딨어요?”

“크흡……!”

뒤에서 대화를 훔쳐 들으며 웃음을 참던 최승하가 연습실 바닥에 엎드린채 몸을 들썩였다.

“……!!”

한참 몸을 들썩이다가 거울 속으로 내 얼굴을 마주한 녀석이 엄청난 속도로 기립했다.

저벅, 저벅…….

큰 보폭으로 금세 다가온 최승하가 두 놈의 등을 밀었다.

“자, 자~ 얼른 사이좋게 셀카 찍고 오세요~”

“싫-”

싫다는 의견은 그대로 묵살당했다.

둘을 연습실 바깥으로 내보내는 데 성공한 최승하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귀여운 막내들아~ 화해하고 와!”

“……무슨, 형님은 저와 한 살 차이시면서!”

“어허! 이 유교 국가에서 한 살 차이가 얼마나 중한지를 모르느냐! 에잉, 쯔쯔.”

드르륵, 콰앙-

철컥!

최승하가 연습실 문을 닫자마자, 나는 문을 아예 잠가 버렸다.

“…….”

철컥, 소리와 함께 연습실에 평화가 찾아왔다.

류인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래도 될까?”

안 될 게 어딨어.

“당연히 괜찮지.”

* * *

“…….”

입에 풀이라도 붙인 듯, 둘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멀찍이 떨어진 채로 복도를 걸었다.

털썩-

한수현이 건물 곳곳에 위치한 소파에 앉았다.

다툰 사람들 특유의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차윤재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닥 싸우지도 않았다.

어쩌다 보니 분위기가 묘해졌을 뿐.

‘내가 조금 심했나?’

조금 흥분한 탓에 언성이 커졌던 것 같기도 하다.

‘머리를 식히고 보니, 수현이의 말도 일리가 있었는데…….’

역시 연장자로서 먼저 사과하자!

차윤재가 내적으로 결심했을 무렵이었다.

“형.”

들려오는 한수현의 목소리에, 차윤재가 곧바로 대답했다.

“어……?”

툭, 툭!

한수현이 비어 있는 소파를 두드렸다.

“앉으세요. 다리 아프실 텐데.”

“……? 어어.”

한수현이 자신의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스마트폰을 달라는 뜻이었다.

“제가 찍어볼게요. 원래 뒷자리가 잘 나오더라고요. 형이 뒤에 서세요.”

“화……!”

“화장, 아 메이크업이요. 어쩔 수 없죠. 괜찮아요.”

“화해 머, 먼저 해야지!”

해야지!

해야지!

‘모, 목소리가 너무 크게 나갔다……!’

몰려오는 수치심에 땅굴을 팔 때쯤, 한수현이 입을 열었다.

“사과는 제가 먼저 하려고 했어요. 제가 죄송했어요.”

“……어?”

갑작스러운 사과에 더 당황한 건 차윤재였다.

잠깐만, 분명 내가 먼저 사과하려고 했는데!

차윤재는 손을 파닥거리며 휘저었다.

“나, 나도 사과할게! 나도 너무 예민했던 것 같다……!”

“형이 예민했다고요? 전혀요. 안 예민하셨으니까, 걱정 마세요.”

차윤재는 감격했다.

이 녀석이, 드디어 철이 들었구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윽-

한수현이 자신의 앞으로 손을 내민 것이다.

‘화해의 악수 요청……!’

차윤재가 기쁜 마음으로 손을 내민 순간이었다.

꾹, 꾹, 꾹.

한수현이 자신의 다섯 손가락 중, 세 손가락을 접어 브이 형태를 만든 것이다.

“형, 브이하세요.”

“……? 어, 어어.”

차차차차차차찰칵!

“형 이번엔 저희 이렇게 볼콕 해볼까요.”

“그, 그래……!”

차차차차차차차찰칵-!

……누구랑 닮았는데.

차윤재의 머릿속에 성해온이 아른거렸다.

* * *

“음.”

슥! 스슥! 슥!

나는 진지한 얼굴로 갤러리를 넘겼다.

‘이 녀석들, 나름 잘 찍었군.’

화해도 확실하게 한 것 같고…….

곧바로 공식 계정에 접속한 나는 베스트 사진을 4장 셀렉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허락은 구한 거냐 묻습니다!]

계정 운영권이 내 손에 들어온 이상, 이 녀석들의 초상권?

있을 리 없다.

LIGHT ON ⓥ

(고양이 이모티콘) (토끼 이모티콘)

(사진) (사진)

(사진) (사진)

아무리 나여도 남인 척 트윗을 쓰는 일은 상당히 양심에 찔린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그런 것치곤 망설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아무튼.

그런고로 글 없이 이모티콘 두 개만 넣기로 결심했다.

대표적으로 모에화되는 동물을 고르려 했는데, 한수현은 강아지부터 토끼, 햄스터, 다람쥐, 병아리 등등 온갖 소동물이 언급되는 놈이라, 고민 끝에 아무거나 골랐다.

- 막내즈 케미 미쳤다 둘이 친하구나 (하트 이모티콘)

- 이 시간부터 연습하는구나 ㅠㅠㅠ 다치지 말고 해 얘들아!

- 와꾸 ㅆㅅㅌㅊ 아침부터 개안함

- 이 조합 셀카는 처음 아닌가? MH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줄 아는 회사네

- 아기 고양이와 아기 토끼의 조합이라, 으음 훌륭하군요~

- 셀카 자주 올려줘서 고마워 얘들아 ㅠㅠㅠㅠ

예상했던 반응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내 선택으로 이런 파장이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다.

한편 라이트온 팬들은 공식이 인정한 한수현=토끼에 광분하고 있었다.

- ㅅㅂ내가 토끼랬지 토끼랬지!!!!!

- 수현이는 병아리라고 미친놈들아 난 용납할 수 없다

└ 어~ 수현이가 스스로 토끼래~

└ 회, 회, 회, 회사가 썼으면 어쩔래 (말 ㅈㄴ 더듬는 중)

- 이럴 수 없어 확신의 말티즈라고 자신했는데 (털썩)

- 인정할 수 없다. 피의 햄스터 결사대 모집합니다 (1/8871676)

└ 가입합니다 수현이는 뵤입니다

- 크하하학 공식이 확신을 주는 수현 토끼 맛 좋다 ^^

한수현의 의지 따위는 일절 없이, 그의 모에화 동물이 토끼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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