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12화 (112/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12화

- 요즘 라이트온이 내 가족들 다 잡아가네 아이고 아이고

- 나만 자꾸 성해온이 눈에 밟히는 거냐? 어?

- 무대 위에서 빛나는 그의 모습과… 처연한 모습이 겹쳐서… 마음이… 아프다…

“…….”

내 언급이 더 늘었다.

유닛 무대 이후에 실려 나가 인터넷을 뒤흔들었던 게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 버린 모양.

그 사태를 보고 나서 내가 멀쩡하게 나온 무대를 마주하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 1위 발표하는데 라이트온에 한 자리 빈 거 너무 짠해서 지금 가슴 벅벅 긁고 있는 여성 됨 아 ㅜ

- 이러고 1위 해냈다는 게 진짜 소년만화 주인공 같다 이런 말 하지 말까?

- 얘들아 나 이 처연남에게 끌리는 것 같다…

- 동태눈깔 남돌들 기강 잡아라 해궁이를 본받아라

마지막에 수상한 걸 봐버렸지만, 대부분 이런 반응이다.

“음.”

……그게 이런 반응을 가져와 줄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거기에다가 의현이 특별 심사단으로 공개되면서, 그 녀석이 앰뷸런스에 동승했다는 사진이 다시 한번 물 위로 올라왔다.

대부분의 밀러스들은 사생발 사진인데다가, 쓰러진 사람이랑 한 컷에 나온 것이니 인간적으로 소비하지 말자라는 반응이었으나 몇몇 팬들이 의현의 얼굴만 크롭해서 나노 단위로 덕질하고 있었다.

해당 논란으로 현재 밀러스 내에서도 작은 소란이 일어난 듯 보였다.

‘우리 쪽 팬덤과의 싸움으로는 부풀지 않은 게 다행이군.’

그 와중에 의현과 내 친목을 응원한다는 류의 말을 하는 밀러스도 몇 보였다.

남들 눈엔 그렇게 보이나 보지.

‘친목이라니, 협박이면 몰라도.’

쯧.

“형, 이거 봤어요~?”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최승하가 빙그레 웃으며 스마트폰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방송이 끝난 뒤 유O브에 올라온 각 무대의 영상이었다.

봤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리자, 최승하가 말을 이었다.

“저희 뭔가, 가면 갈수록 반응이 커지는 것 같아요.”

맞는 말이다.

경연마다 화제성이 커지는 만큼, 우리에게 쏠리는 주목도도 높아졌는데 이번엔 그 정도가 더 어마어마했다.

러쉬와 한 무대를 해서 그런가, 조회 수부터 남달랐다.

올라온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각 무대의 조회 수가 50만 회를 넘어섰다.

‘이 기세면 몇백만 회는 가뿐하겠는데.’

댓글 쪽도 살펴보자.

역시 팬덤 크기상 러쉬를 언급하는 이들이 압도적이었지만, 우리의 언급도 적지 않았다.

[- 02:37 그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o ]

[- 와우! 이 핫한 남자는 누구야? 놀라울 정도로 섹시한 핫 가이 XD]

[- 말도 안 돼!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있다고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거야?www 내 아이들을 보러 왔다가 그만 홀려 버렸어! 응원하겠습니다! (^o^)/*]

게다가 글로벌을 중점적으로 노리는 INT 소속인 만큼 러쉬는 데뷔와 동시에 일본과 미국에서의 활동도 이어갔는데,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외국 팬들의 반응 얻기라니.’

이거 아주 쏠쏠하다.

아마 국적을 막론하고 영상을 눌렀다가 되레 라이트온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거다.

객관적으로 러쉬보다 이쪽이 평균적인 비주얼 등급이 높거든.

‘실력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얼굴이니까.’

[성좌, ‘황금의 신’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 * *

유닛 경연 이후로, 라이트온은 SNS를 비롯한 커뮤니티에서 급부상, 그래.

소위 말해 떡상을 하게 된다.

[라이트온 진짜 실력은 탑티어 아닌가?]

얘넨 오히려 얼굴 때문에 후려치기 많이 당했던 것 같음

나도 따지자면 비호감에 가까웠는데 와 진짜 잘하더라…

엔넷이 왜 끼웠나 싶었는데 안목이 ㅆㅅㅌㅊ였음을 깨달음

실력도 좋은데 비주얼까지 받쳐주니까 얘넨 떡상할 일밖에 안 남은 듯 ㅋㅋㅋㅋ 내 주변에서도 얘네 파려고 드릉드릉하는 애들 꽤 있음

- 맞아 얘네 뜰 각 보이니까 견제도 받기 시작했더라 ㅋㅋㅋㅋㅋ 레알로 견제하는 정병 빠순이들로 이놈들이 뜰 놈인가 판단 가능함

- 네 다음 라이트온 바이럴

- 본문 다 받는다 진짜 나도 얘네가 오히려 비주얼 때문에 사람들이 편견을 가졌다고 생각함

- 난 근데 아직도 궁금한 게 이 얼굴들이 어떻게 MH에 갔을까…? 대형 데뷔도 쌉가능했을 것 같은데

└ ㄹㅇ 연예계 최대 미스터리임

나도 사실 요즘 본진 탈빠 직전이었는데 쟤네한테 관심 감 ㅋㅋㅋ인성도 좋더라… 수니들 개 잘챙겨줌…

[화제의 남돌이 선사하는 팬 복지]

요즘 내가 관심 가서 글 적는 거 맞음 ㅎㅎ

우선 얼굴부터 보고 가실게요

(사진)

(사진)

개쩔죠?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팬 사랑도 끝장남

팬싸에서 무려 >직접 만든 쿠키< 전부 나눠주고, 얼마 전까지 걸려 있던 지하철 광고도 단체로 보러 감! 심지어 투더탑 때문에 바쁠 때임

솔직히 이 정도면 미담이 끝난 줄 알았겠지만, 더 있다ㅋㅋㅋㅋ 밑에 다 나열해 볼게 장문 주의!! (사심 담은 움짤도 많음! 데이터도 주의 ㅋㅋㅋㅋ!)

“……흠.”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히죽 웃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지금 이렇게 태평할 때가 아니라며 혀를 찹니다!]

“……?”

뭐라는 거야.

의문스러운 메시지에 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흠.”

‘헛소리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역시 무시하자!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댑니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연습하러 가야지.

* * *

“X발, X발, X발.”

입술을 물어뜯은 태오가 반복적으로 욕을 짓씹었다.

신유하가, 그렇게 실수까지 했는데.

‘우리가 져?’

내가 그 새끼한테 졌다고?

“말도 안 되는 거지.”

항상 내 것을 앗아만 갔던 그 새끼한테 내 걸 뺏기면 안 되는 거지.

“……태오 형, 저희 점심 먹으러 내려갈 건데.”

다온이 태오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너희끼리 가.”

“……네, 그럼 저희들 먼저 갈게요.”

멤버들이 모두 사라진 연습실 안, 홀로 남은 태오가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아, 진짜 X같네. X발, X발.”

“멍청한 새끼들.”

케이, 그 대가리가 온통 꽃밭인 새끼가 성해온한테 병신같이 설득당하지만 않았어도.

아무리 욕설을 내뱉어도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때 태오에 눈에 한 커뮤니티 글이 올라왔다.

자신들의 팬이 쓴, 신유하의 전적을 의심하는 글이었다.

“푸하핫!”

맞는 구석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썩 마음에 드는 글이었다.

이 새끼는 이런 자리가 어울린다고.

한참 혼자 웃음 짓던 태오의 얼굴이 한순간에 굳어졌다.

떨쳐낼래야, 떨쳐낼 수 없는 며칠 전의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다.

- 내가 하자고, ……했어.

“감히, 네가? 그 노래를?”

태오는 입안의 여린 살에서 비릿한 피가 터져 나올 정도로 짓씹었다.

- ……그리고, 잘할 거야.”

“푸하하하!”

벌벌 떨면서도 자신과 눈을 마주치려 들던 신유하가 떠오르자 참을 수 없이 웃음보가 터졌다.

잘한다…… 잘한다라.

까놓고 말하자면, 잘하던데?

‘근데 그 새끼가 이걸 잘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양심이 있다면 내 것을 뺏는 건 하지 말아야지.

그건 내 노랜데.

생각해 보면 옛날부터 그랬다.

다들 신유하, 신유하, 신유하!

두 눈깔엔 신유하만 담긴다는 듯이 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에겐 한없이 차가웠다. 나도 이게 보통이라는 건 안다.

매번 물건같이 교체되고, 쓸모없어지면 버려지는 게 이 바닥 연습생인데.

“……왜 그 새끼만 특별 대우야?”

제가 보기엔 그리 특출나지도 않건만.

- 우리 유하는 정말 매월 성장하는 것 같다.

- 이번 달 월말 평가 1등은, 신유하다!

- 유하가 작곡까지 해? 우리 INT에 보석이 굴러들어 왔구나!

- 그거 들었어? 이번에 센터 신유하래. 근데 그럴 줄 알았어.

- 태오는 목소리는 깔끔한데, 항상 조금 아쉽단 말이지.

- 이번 시즌은 보컬이 풍년이네. 원래 보컬 찾기가 힘든데, 이번엔 보컬이 참 많아.

- 실장님, 솔직히 말하자면 연습생들 중에 신유하만큼 보컬 깔끔하고 좋은 애가 있어요?

- 태오는 항상 잘하는데 어딘가가, 조금…….

“…….”

괜찮아.

괜찮다고.

지금은, ……지금은 내가 러쉬잖아?

다들 나를 사랑해 주고, 그 새끼는 이름도 모르잖아.

SNS에 접속한 태오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태오의 검색창엔 신유하, 라이트온 신유하 등등이 빠른 속도로 적혀졌다.

그것을 순식간에 훑은 태오가 입술을 느릿하게 달싹였다.

“……반응이 오네?”

듣는 이가 있었다면 소름이 돋았을 만큼 차갑고 음습한 목소리였다.

‘유닛만으로도 반응이 이런데, 그것까지 방송에 나오면 어떻게 될까.’

대기실에서 봤던 라이트온의 무대를 떠올린 태오가 불안한 얼굴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딱. 딱. 딱. 딱.

다른 사람들도 그 새끼가 나보다 잘났다고 떠들어댈까?

그 새끼가 나 대신 데뷔했다면 더 나았을 거라고 손가락질할까?

내 팬들도 그 새끼한테 붙을까?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물음표가 태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이 났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 헉 태오야 ㅠㅠㅠ 혼자 하는 라이브 얼마 만이야

- 연습실이에요?

“네, 여기 지금 연습실이에요. 애들은 잠깐 나갔고 혼자 있기 심심해 가지고 잠깐 팬분들 얼굴도 볼 겸 라이브 켰어요.”

태오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댓글창을 유심히 살폈다.

- 유하랑은 많이 친해?

기다렸던 질문이 나오자, 태오가 표정을 굳혔다.

갑작스레 그의 얼굴이 서늘해지자, 댓글창에서는 자연스레 타 돌 언급을 하지 말라는 기류가 형성되었다.

몇 번 입술을 달싹거린 태오가 말문을 열려는 듯 무겁게 입을 뗐다.

그때, 옆에 뒀던 스마트폰이 반짝였다.

[매니저 형 : 너 회사 허락도 없이 갑자기 라이브를 켜면 어떡해? 대충 둘러대고 얼른 꺼.]

[매니저 형 : 왜 안 하던 짓을 해 당장 꺼 태오야.]

당연하게도 그것을 본체만체한 태오가 시선을 돌렸다.

“……유하랑 많이, 음. 이건 넘어갈게요.”

마치 댓글을 잘못 읽은 듯 말끝을 흐리자 댓글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무언가 싸한 것을 감지한 팬들이 캐묻기 시작한 것이다.

태오는 일부러 상처받은 얼굴을 만들어 걸친 뒤 작게 말했다.

“……지금은 저희들 전부 공인이니까요. 죄송합니다만 관련된 질문은 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태오 표정 안 좋은 거 안 보이시나요… 관련된 타 그룹 이야기 자제해 주세요

- What happen?

- 제발 말 좀 들어 타 돌 언급하지 말라고 ㅋㅋ

‘역시…… 내 말이라면, 참 잘 믿는다니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컨트롤한 태오가 이내 눈을 아래로 깔았다.

미친 듯이 폭주하는 댓글창이 눈에 들어왔다.

“으음. 이제 애들이 올 것 같아서 라이브 꺼볼게요……. 다음에 또 봬요. 여러분.”

여기서 쫄래쫄래 말할 정도로 지능이 낮진 않다.

자신이 원하고 있는 건-

‘나의 팬들이 신유하를 정당하게 뜯어먹을 수 있는 작은 먹잇감을 제공하는 것?’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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