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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13화 (113/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13화

같은 시각, 연습실에서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멤버들은 SNS를 활발히 하는 편이 아니니 바로 알아채진 못한다.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흠.”

이 열등감에 찌든 개새끼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이 온전히 박힌 놈은 아닌 것 같지.

우선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자.

- 신윾하 ㅅㅂㅋㅋㅋㅋ 얼마나 전적이 씹이면 애가 저래

- 방송에서만 봐도 사람 무시하는 인성 잘 알겠음! 얼굴만 반반하면 뭐 해? 몇 년 안에 사회면 1면 차지하고 연예계에서 사라지실 듯 ㅎㅎ

- 진짜 마음이 답답하다. 태5는 얼마나 답답할까. 본인의 위치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잖아.

- 그냥 걔넨 사회악 같음 ㅎㅋ 진짜 사라졌으면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군.

이미 러쉬 팬덤 쪽은 폭주 중이다.

안 그래도 자신이 파는 아이돌과 신유하 사이에 쎄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당사자가 직접 떡밥을 던져줬다?

“하하.”

확실한 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거지.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우리만 X신된다.

나는 곧바로 누군가를 찾아갔다.

“……지금. 그러니까, 벌써요?”

내가 본론을 꺼내자마자 그의 얼굴에 당황이 물들었다.

멤버들은 연습에 빠져 있느라 스마트폰은 쳐다볼 시간도 없지만, 여긴 상황이 다르지.

모니터링이 업무인 곳인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모를 리 없었다.

“예. 지금 당장 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조금 후에 잠잠해지면 하시는 건 어떠실는지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고, 정재진이 고민된다는 얼굴을 했다.

나도 실무진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만, 뭐라도 해야 했다.

“……그럼 어제 자로 모집이 종료된 폼을 전송드리겠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등을 돌리려던 차에 정재진이 나를 붙잡았다.

“잠시 이야기 가능하신가요.”

이렇게 말을 건넨 정재진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걸어 잠갔다.

철컥-

“원래 당사자에게 물어봐야 하지만, 아무래도 무언가 알고 계신 듯해서요.”

신유하 말이군.

하긴, 이렇게 번번이 논란이 터지는데 회사 측에서도 진상 조사 정도는 해야 할 거다.

막말로 갑자기 학폭 논란이라든가 과거 논란이 터져 버리면, 수습하기 힘들 테니까.

“저는 아직 아는 게 없습니다.”

남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야 없지.

“하지만 확실한 건 유하 쪽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부탁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정재진이 어서 말해보라는 듯한 얼굴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묻고 싶은 건 많으실 테지만, 당사자에겐 연락하지 말아주세요. 어차피 나오는 것도 없을 테니까요.”

기껏 안정시켜 놓은 신유하를 휘저어놓는 건 용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절 믿으신다면,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논리도 없는 부탁이었다만, 지금껏 쌓아놓은 신뢰 관계가 있어서인지 정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다음은 수습인가.’

연습실로 돌아가는 길에,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찰랑이는 백금발 뒤통수.

‘대충 봐도 신유하군.’

저렇게 도망가듯 뛰어가는 걸 보면, 알아버린 모양.

뒤에 멤버들도 따라가려는 듯 손을 뻗었는데, 잠시 멈춰 선 신유하가 무어라 말을 했는지 다들 그 자리에서 굳었다.

“……흐음.”

따라오지 말라는 식으로 말했나 본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알면서 왜 따라가고 있는 거냐고 묻습니다!]

그야, 나는 쟤네랑 상황이 다르니까.

‘뭐 저렇게 빨라?’

멀쩡한 엘리베이터를 놔두고 굳이 비상계단으로 걷는데, 숨이 찰 지경이었다.

도착한 목적지는 옥상.

잠깐만, 옥상?

나는 지쳐 버린 다리 근육을 재촉하며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옥상 문을 열자, 신유하가 보이지 않았다.

휙, 휘익-!

나는 빠르게 고개를 돌리며 쓸데없이 드넓은 사옥의 옥상을 뛰어다녔다.

그리고 마주한 옥상의 구석탱이에, 쭈그려 앉아 고개를 처박고 있는 놈을 발견했다.

“…….”

괜히 심장 철렁했군.

나는 신유하 옆으로 다가가 주저앉았다.

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켠 뒤,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 혹시 이전 소속사에서 학교 폭력, 연습생 혹은 연예인 혹은 일반인과 연애, 아 팬과의 연애가 가장 타격이 크지, 아니면 왕따 사건의 주동자, 뭐 이것 중에 하나 해본 적 있어?”

숨 쉴 템포도 주지 않고 몰아치는 나의 질문에 신유하가 몸을 크게 떨었다.

“그것도 아니면 회사에서 시킨-”

대답이 없길래 한 번 더 물음표 살인마를 자처하려 했는데, 녀석이 놀란 얼굴로 손을 파닥거렸다.

“……그, 그런 걸 했, 을 리가!”

“했을 리가?”

“……없잖, 아요.”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 녀석, 자기가 당한 일의 전말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내 두 눈으로 보게 된 ‘신유하의 과거 속에서 이태오가 저지른 일’ 말이다.

그쪽도 실실 웃으며 신유하를 살살 긁는 모양새가, 이 녀석이 스스로 소속사를 떠날 때까지 들키지 않은 거겠지.

아마 그 이후로 INT 안에서 신유하를 향한 비난의 시선과 은근한 따돌림이 시작되었을 거다.

심지어 신유하는 다른 연습생들의 숱한 질투를 받는 포지션이었다.

다들 기저에 신유하에 대한 열등감이 깔려 있었겠지.

INT같이 연습생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이 녀석을 물어뜯을 승냥이들은 한 트럭이었을 테니 안 봐도 훤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유하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을 리가.

그리고 이 바보같이 착한 놈은 아마 뭐부터 꼬여 버렸는지도 모른 채, 그냥 감정을 죽였을 거다.

이 녀석의 과거를 알고 보니, 저번 바비큐 때 따라간 것도 이해가 간다.

그 빌어먹을 놈들이, 혹시 자신에 대한 소문을 우리에게 퍼뜨릴까 겁에 질렸던 거겠지.

……우리에게만큼은, 미움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음.”

대놓고 말할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다.

“너 INT에서.”

이전 소속사명이 나오자 신유하가 눈에 띄게 동요했다.

“괴롭힘당했었지.”

“……!!”

휘익!

내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신유하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고, 놀란 듯 커진 눈이 벌겠다.

‘또 울었군.’

샤라락!

나는 최대한 사기꾼 같아 보이지 않을 만큼 청렴한 얼굴을 걸치고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아는 분이 INT에 다니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저거 또 눈 한번 꿈쩍 안 하고 거짓말하는 것 좀 보라며 손가락질합니다!]

“……?”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는 눈빛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너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봤지.”

태오 그 사이코패스 새끼가 처음부터 신유하가 도둑질을 했다고 찔렀을 리 없다.

대형 기획사인 INT 방범상, 진상을 알아내고자 했다면 CCTV든 뭐든 뒤져서 신유하의 결백을 증명해 냈을 테다.

그걸 그 새끼가 몰랐을 리 없지.

아마 서서히 여론을 자신의 손에 쥐고 흔들며 이 녀석을 말려 죽였을 거다.

자신의 계획에 멍청하게 잘 휘둘려 주는 다른 연습생들까지, 그 새끼는 아주 잘 써먹었을걸.

“……그, 그걸.”

신유하는 귀신이라도 본 듯, 놀란 얼굴이었다.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게 안쓰러울 지경이군.

나는 신유하의 양어깨를 붙잡고, 시선을 곧게 마주쳤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에 거짓은 없어.”

물론 거짓말이지만, 실제로 내가 본 것이니…… 음.

이런 게 착한 거짓말일 거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거짓말에 경악합니다!]

메시지를 흐린 눈으로 무시한 나는 곧장 신뢰의 낯짝을 더했다.

“그분이 그러시더라.”

그래, 나는.

이 녀석에게, 다른 감정을 심어줄 작정이다.

스스로에게 던지던 화살을-

“그때 본인이 그 현장을 봤는데, 당시엔 겁나서 말하지를 못했다고.”

이제는 이태오에게 던지라고.

* * *

“켠다?”

“넵! 준비됐습니다~”

“나도.”

“……네.”

“예! 저도 준비됐습니다!”

“켜세요.”

나는 삼각대에 올려져 있는 기기의 버튼을 눌렀다.

[라이브가 시작되었습니다.]

빠르게 자리에 착석한 나는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부운~ 왜 이렇게 오랜만인 것 같죠?”

최승하가 헤실 웃으며 렌즈에 상체를 가까이 대자 댓글창이 술렁였다.

- 잠깐만 이렇게 갑자기 다가오면 곤란해

- 워~ 워~ 얼굴 공격 멈춰주세요

- 나 시험 합격했어! 축하해 주라!

- 오늘 라이브 주제는 뭐야??

“오늘 라이브 주제, 맞혀보세요! 힌트는 어…….”

나는 잔뜩 뜸을 들이며 테이블 밑으로 신유하의 다리를 내려쳤다.

퍼버벅!

빨리 입 열어라.

“……여, 여러분이요!”

거의 즉답 수준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오늘 네가 죽상이면 곤란하다고.’

라이브를 켜기 전에 세뇌 수준으로 말을 해놔서 그런가, 신유하의 낯빛은 평소보다 괜찮았다.

- 힌트가 우리? 설마 팬덤명?!

- 두근두근두근두근

- 개처럼 심장이 뛴다 (감동 이모티콘)

- 해체해 아니면 신유하 탈퇴해

역시나 슬슬 섞이기 시작하는군.

어그로 말이다.

러쉬 쪽에서 그런 일이 있었으니 이 정도는 예상했다.

신유하에게도 댓글창은 보지 말라고 일러뒀고.

그때, 류인이 웃으며 입을 뗐다.

“맞아요. 팬덤명 보내주신 것 중에 저희가 골라봤어요.”

“하핫~ 저희가 고르긴 했는데, 여러분 모두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 빨리 알려주세요 궁금증에 못 이겨 죽어버리기 10분 전입니다

- 으 ㅆㅂ 더러워~

- 성해온 사복 이건 귀하군요

- Plz Eng :(

나는 류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저번에 했던 말, 라이브 켰을 때 또 하면 좋을 것 같은데.

- 음? 아아, 그 말……. 근데 조금 낯간지럽지 않나.

라이브 직전에, 아직 아이돌 자아가 형성이 덜 된 듯한 녀석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잔뜩 수줍어하는 놈에게 은근슬쩍 어필하느라 꽤 고생했지.

‘흠, 자아 형성이 덜 된 게 다행인가.’

‘멋진 나’로 자아 형성이 되었다면, 분홍색 앞치마 따윈 죽어도 입지 않았겠지.

허공에서 류인과 시선이 마주치자, 류인이 귓가를 매만지며 입을 달싹거렸다.

“……어, 저희도 이제 팬분들을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생긴 거잖아요.”

고개를 조금 숙인 류인이 말을 이었다.

“다른 아이돌분들이 그런, 음. 팬덤명으로 친근하게 부르실 때 조금 부러웠는데, 이번에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되어서…… 좋습니다.”

다른 멤버들까지 맞다며 말을 거들자, 댓글창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 ㅠㅠㅠㅠㅠ

- 우리도 너무 좋아 고마워 너희가 짱이야

- 망돌 새끼들 개 역겹다

- 난데없이 흐아앙 우는 여성 됨… (눈물 이모티콘)

- 이제 우리 이름 알려주세요!!

나는 화면과 눈을 마주쳤다.

“그럼 이제 저희 팬덤명을 공개할게요.”

“두구두구두구두구!”

최승하가 입으로 장난스럽게 효과음을 내자, 팬들도 담합한 듯 댓글로 ‘두구두구’를 연타했다.

“하나 둘 셋, 하면 다 같이 외치자.”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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