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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14화 (114/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14화

- 미쳤나 봐 애들 라이브에서 팬덤명 발표했어요 스위치! 스위치래ㅠㅠㅠㅠ!

- 이유가 더 벅차오름… 애들 그룹명이 , 무대 아래 자컨이 인데, 본인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팬들이니까 래 ㅅㅂ 미쳤나 개좋음

- 좋아서 바닥 데굴데굴 구르는 중

팬들이 팬덤명에 감격하고 있을 무렵, 라이트온의 공식 계정에 새 글이 올라왔다.

LIGHT ON ⓥ

LIGHT ON 공식 팬클럽 <SWITCH> 1기 모집 안내

NOTICE ▶ https://Gp35k……

TICKET OPEN ▶ https://bit.ly/3L1p……

#LIGHT ON #라이트온 #SWITCH #스위치

- 뭐야 MH가 일을 이렇게 빠르게 한다고?

- 한 일주일은 지나야 공지 뜰 줄 알았는데 ㅅㅂ 뭐야 너무 두근거려

- 왜 쳐다보세요? 제가 스위치 같으세요? 스위치 같으시냐고요

나는 호의적인 반응들을 빠르게 살폈다.

‘다행히 분위기는 괜찮다.’

당연히 러쉬 팬덤에서야 온갖 조롱을 해대고 있지만, 우리가 침묵을 지켜봤자 우리에겐 손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얌전히 물어뜯기고 있는 건, 이태오 좋은 일 해주는 거지.’

침묵을 긍정으로 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으니까.

이렇게 우리도 아무렇지 않을 척을 해줘야, 긴가민가하는 사람들로 인해 다툼의 화력이 줄어든다.

원래 파이널 경연 직전에 공식 팬덤명을 발표하며 공지가 띄워질 예정이었는데, 정재진이 힘써줬다.

팬덤명이 정해지는 건 팬들 사이에서 큰 이벤트이기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음.”

물론 물밑에선 아니겠지만.

정답이었다.

현재 성해온이 모르는 물밑에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선, 라이트온 팬덤은 여전히 쪽수에서 밀렸기 때문에 자물쇠가 튼튼하게 걸린 비밀 계정에서 자신들만의 싸움을 진행 중이었다.

- 싸우자! (자물쇠 걸려 있는지 재차 확인하기)

- 러쉬 ㅈㄴ 쎄함 내가 보기엔 저 라이브도 일부러 켰음 특히 저 태오라는 애 유하한테 열등감 있는 거 개티남 ㅅㅂ

- 관상학적으로 태오 관상이 안 좋음

- 진짜 저쪽 팬들 기세등등한 거 개 짜증남 ㅋㅋㅋ 우린 꼬투리 잡을 거 없어서 안 잡나? 보컬 유닛 때 그 새끼가 유하 건들자마자 절었잖아

- 근데 애들 진짜 SNS 열시미 하나? 어케 진짜 바로 라이브를 켜지 ㅋㅋㅋㅋ 좋은 선택이긴 하지만 웬만하면 SNS 많이 보지 말어라 ㅋ…

- 개빡치는데 공계에서 지랄했다가 괜히 예민충으로 몰릴 거 뻔해서 입 다문다

“흠.”

나는 연습실 내부를 살폈다.

신유하는 나사가 빠진 듯 멍한 얼굴이었고, 멤버들은 그 주변을 맴돌며 눈치를 살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신유하에게 다가간 한수현이 상체를 숙이며 말을 건넨 것이다.

“유하 형, 연습하실 수 있으세요? 힘들면 쉬셔도 괜찮고요.”

“아냐, 아냐! 할 수 있어……!”

잠시 다른 생각을 조금 했다며 손을 팔락팔락 내저은 신유하가 벌떡 일어났다.

“그럼 된 거죠? 형들도 얼른 일어나요. 연습해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언제나 일관적인 한수현의 태도에, 아이러니하게도 분위기가 유해지기 시작했다.

“하핫, 우리 귀여운 막내~ 움쪽쪽~!”

“으.”

“으? 으으? 으으으으?!”

“……짜증 나.”

“내가 애지중지 키운 수현이가 사춘기가!”

지켜보던 류인이 웃으며 최승하의 티셔츠를 주욱 잡아당겼다.

“내가 보기엔 승하, 네가 문제다…….”

“아앗, 형이 어떻게! 해온 형!”

최승하가 내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자기 편을 들어달라는 것 같지.

나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최승하의 이마를 튕겼다.

“네가 문제 맞다.”

“맞습니다! 제가 봐도 승하 형님이 항상 문제입니다!”

“너무해! 내 편은 역시 깜찍이 수현이밖에 없는 거지!”

“하아아…….”

나는 익숙한 난장판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생각에 빠졌다.

파이널 경연의 주제는, 자신들의 노래.

그 말인즉슨, 우린 파이널에서 를 선보인다는 뜻이다.

유닛 경연 우승 특전으로 3차 경연의 주제를 정할 수 있었을 때, 류인이 다른 팀들의 곡을 지정하지 않는 대신에 우리 노래는 가져갈 수 없게끔 말을 잘했더라고.

그런고로 우린 무사히 이 노래를 사수할 수 있었다.

‘……누군가 3차 경연 때 채갔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군.’

아무튼 아직 컨셉도 정해지지 않았으니, 아쉬운 대로 테크닉적인 연습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비효율적이었다.

나는 대형을 잡아가고 있는 멤버들을 바라봤다.

“우리 아이디어 회의부터 할까.”

본격적인 컨셉이 정해질 회의는 내일 오전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쯤이면 다들 생각해 왔겠지.

“좋아요.”

가장 먼저 한수현이 긍정 의사를 내비치자,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소회의실로 이동한 우리는 MV를 재생시켰다.

한 네 번쯤 들었을까, 커다란 스크린에서 눈을 뗀 한수현이 의견을 냈다.

“솔직히 파이널용으로는 임팩트가 없는 것 같아요. 크게 각색했으면 합니다.”

맞는 말이다.

는 전형적인 청량 컨셉의 이지리스닝 곡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

회의실에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입을 연 건 차윤재였다.

“저희 원곡은 ‘친한 친구’라는 느낌이 강하지 않습니까? 이걸 다른 의미로 해석해 보는 건 어떨까요.”

‘Running mate’라는 단어 자체가 뜻이 여러 개다.

선거에 관련된 용어,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용어, 혹은 친한 친구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우리가 앨범 컨셉으로 밀고 나간 건 후자였고.

그 순간, 괜찮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운을 뗐다.

“지금 떠오른 게 있는데, 반역은 어떨까.”

“……오, 반역이요?”

최승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반역을 같이 도모해 낸다는 컨셉 어떨까, 퍼포먼스 용도로도 괜찮을 것 같고 뭣보다.”

다섯 개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파이널은 생방송 문자 투표잖아?”

나는 곧장 말을 이었다.

“우리가 우승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

“아앗……!”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놓고 듣는 건 다른 의미인지 얼굴들이 시무룩해졌다.

“꼭 반역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무언가를 뒤흔든다는 메시지를 파이널에서 남긴다면?”

“……!!”

멤버들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좋은데요!”

최승하의 말을 필두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디어 진짜 괜찮은, 아니, 좋습니다! 너무 멋진 무대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나도 좋은데?”

“……저도.”

“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에게 쏟아지는 관심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쯤은 멤버들도 알고 있다.

어차피 1위는 불가능한 상황, 임팩트 있는 메시지가 담긴 무대를 마지막으로 선보인다.

이렇게 되면 순위와 관계없이 만족스러운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거다.

……애초에 라이트온 팬덤은 우승에 대한 기대조차 안 하는 것 같다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안타까운 현실에 눈물을 흘립니다!]

“…….”

대강의 주제를 정한 뒤, 회의실을 나서는데 누군가가 옷자락을 잡았다.

상체를 빙글 돌려 인영을 확인했는데, 음.

나는 최대한 상냥한 얼굴을 장착하고 웃었다.

“무슨 일이야?”

뒤에 있던 멤버들이 내 가식적인 낯짝을 보자마자 놀라는 게 보이지만, 역시나 무시했다.

“……저, 잠깐, 이야기 좀…….”

“그럴까.”

고개를 끄덕이며 인적이 드문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신유하가 뒤를 쫓아왔다.

‘이쯤이면 됐나.’

빠르게 주위를 훑어보니, 아무도 없었다.

“말해도 돼.”

“……정, 정말인가요.”

나는 눈을 작게 굴리며 신유하를 살폈다.

나도 사실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닌지라, 내가 본 걸 토대로 대충 끼워 맞춘 거다.

듣는 신유하에게서 별 반응이 나오지 않기에, 잘못 짚었나 걱정했는데.

‘정답이었나 보군.’

나는 곧바로 뻔뻔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왜 너한테 거짓말을 하지?”

“…….”

그 순간, 신유하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바보같이.”

“정말 등신, ……머저리, 멍청이.”

욕도 본인같이 순둥한 것밖에 못 하는군.

역시 잘생긴 얼굴에 잘생긴 정신이 깃든.

‘이해성……!’

짜악-!

“……?!”

“벌레.”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잠시 눈을 크게 떴던 신유하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

“말 꺼내기, 어려우셨, 을 텐데…… 감사해요.”

“그래.”

“……지금까지 전부, 제 탓이라고만 생각, 했어요.”

신유하가 본인의 과거를 천천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버, 티기 힘들었거든요.”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뉘앙스를 취했다.

“처음엔,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서 억울했어요……. 억, 억울했는데, 억울하다는 듯이 표현할 때마다 시선이.”

“……저랑 몇 년 동안, 가족같이 친, 했던 친구들도…….”

[성좌, ‘황금의 신’이 분노합니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지 신유하의 얼굴이 잔뜩 어그러졌다.

“저는 연예인, 이 꿈이었잖아요. 그래서 비난…… 비난 정도는 각오했고, 아니, 사실은 ……각오 못 했나 봐요.”

“……죽을 것 같았어요.”

[성좌, ‘황금의 신’이 그 새끼들 이름을 대보라며 분개합니다!]

“그래도, 버텼어요. 왜냐면 저는 이 꿈을…… 포기할 수가 없, 없었거든요.”

아예 몰랐던 사실들까지 말해주는 녀석에게 나는 열심히 귀를 기울여 줬다.

‘생각보다 바로 포기한 건 아닌가 본데.’

데뷔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큰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그러다 데뷔가 얼마, ……안 남았을 때 대표님, 아.”

……대표?

의외의 키워드에 내 눈이 동그래진 순간, 신유하가 입을 다물었다.

“이건, 상관없는 이야기라……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아니, 나는 취미가 고민 상담인데.”

기껏 당사자한테 전말을 듣나 싶었는데.

“알다시피 뒷말 전할 친구도 없고.”

“형은…… 정말, 다정한 사람이에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저 인간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기겁합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우리 아해는 어쩜 저리 사람 보는 눈이 없냐며 비통해합니다!]

신유하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

“제가, 또 상처받을까 봐 그러시는, 거죠?”

“……?”

이건 예상치 못했던 반응인데.

하지만, 나쁠 거 없지.

샤라락!

신뢰의 낯짝을 걸친 나는 말문을 열었다.

“그래.”

“하지만, 정말 괜찮아요…… 이건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 거든요.”

웃음 짓는 신유하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고 싶던 건 다 알았으니 이것까지 알 필요는 없나.’

신유하는 계속해서 나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제야 좀, 알겠고, 또 의문이었던 것들이 맞춰, 졌어요. ……그 애들이 무슨 의미를 담아 제게 그런 말을, ……했는지도.”

말을 마친 신유하의 얼굴이 어쩐지 조금 후련해 보였다.

바보 같은 놈, 나 같으면 억울해서 잠도 못 잘 텐데.

“어쨌든 너도 이제 전말을 알았으니, 그놈이 라이브에서 왜 그런 건지는 알겠지?”

“……네. 알 것 같, 아요. 형 덕분에.”

이제 신유하도 이태오, 그놈이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어림짐작한 모양이다.

“……!”

그리고 이 타이밍에서 놀란 건 나다.

이 녀석의 눈빛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에.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다.

나는 신유하의 어깨에 손을 올려 작게 토닥였다.

성해온의 잔재로 남과 접촉하는 건 기껍지 않지만, 이 타이밍에 위로는 해줘야 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이제 네 탓 아닌 것도 알지.”

[성좌, ‘황금의 신’이 당신에게 감동합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당신을 눈여겨봅니다!]

잠시 말이 없던 신유하는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풀 죽기만 해봐. 그러면 내가 먼저 화병으로 쓰러질 것 같으니까…….”

정말 진심이었다.

“……푸핫.”

“웃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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