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42화
반짝반짝…….
“이 형님 눈빛이 수상합니다!”
“맞아, 조금 이상해……!”
차윤재와 신유하가 나를 힐끗대며 쌍으로 난리를 피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꽤나 감격한 얼굴로 한수현의 머리칼을 빠른 속도로 쓰다듬었다.
슥! 스슥! 슥!
타인과 몸이 닿기 무섭게 성해온의 잔재로 좋지 않은 감정들이 밀려왔지만, 알 바가 아니었다.
한수현의 그림자는 유독 변동성이 없었다.
라이트온이 유명세를 얻어갈 때도, 정말 작은 수치로 옅어지거나, 아니면 그대로일 뿐.
그런 상황이다 보니, 가장 빠르게 해결될 그림자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나는 허공에 떠 있는 상태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한수현]
체력 B-
정신력 A+
비주얼 B+
노래 B+
춤 B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35%(*위험 1단계)
프로그램이 끝나고, 그룹의 인지도가 오르면서 멤버들의 그림자 수치는 전체적으로 옅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한수현의 그림자는 겨우 1% 옅어진 41%였다.
내가 이 몸에 들어와 처음 확인했던 한수현의 그림자가 45%였던 걸 생각하면, 그동안 정말 더럽게도 안 옅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랬던 놈의 그림자가 단번에 6%나 옅어진 것이다.
여럿의 쓰다듬을 받으며 거의 산발이 된 한수현이 멤버들과 눈을 마주치며 작게 읊조렸다.
“……농담이면 지금 말해주세요.”
“농담일 리가!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꿈에서도 몰랐다!”
이쯤 되니 거의 분노하고 있는 차윤재의 외침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라고요.”
한수현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한수현의 상태창을 확인하던 나는 확신했다.
역시 이 녀석을 흔드는 키워드는 가족이다.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35%(*위험 1단계)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위험 1단계)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34%(*위험 1단계)
그 찰나에, 상태창 속 그림자 수치가 깜빡이며 변동한 것이다.
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하다.
“흠.”
샤라락!
상황 파악이 끝나기 무섭게 더욱더 가식적인 낯짝을 걸친 나는 필사적으로 입을 털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부터 널 동생으로 생각했어.”
“거짓말 치지 마요.”
“맞아, 이건 거짓말이다. 형인 나를 닮아 눈치가 빠르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나는 메시지를 단번에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너는 정말 내 동생이나 다름없어. 너를 적대하는 놈들이 있다면 리스트 적어 와. 어떻게든 처리해 주지.”
평소라면 이미 자리를 떴을 한수현이 얌전하자, 그 충격적인 광경을 바라보던 멤버들이 말을 얹기 시작했다.
“나, 나도 형이 되어줄게! 미, 믿음직하진 못하겠지만……!”
“……수현아. 나, 도.”
“나는 언제나 수현이 형이었지~ 수현이는 못 믿었지만?”
“하하, 승하 말이 맞아. 나도 그래.”
눈을 느릿하게 굴리며 그걸 지켜본 한수현이 고개를 푹 숙였다.
“거짓말이면, 고소할 거예요…….”
동시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32%(*위험 1단계)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위험 1단계)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31%(*위험 1단계)
“……!”
멤버들이 입을 터는 동안 2%나 옅어졌던 그림자 수치가, 눈 깜짝할 새에 더 옅어진 것이다.
정말 이유를 모르겠지만, 지금 한수현은 어딘가 이상한 상태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수현에게 다가갔다.
포옥!
두 팔을 벌려 한수현을 포개듯 안자, 주변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형님도 오늘 뭘 잘못 먹은 게 확실합니다……!”
“네 생각도 그래? 내 생각도 그래……!”
이봐, 다 들린다.
주변에서 뭐라 떠들든 나는 한수현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였다.
“우린 가족이다.”
“……?”
“가족.”
“왜…….”
“씁, 가족.”
나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 형이라고 불러봐.”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기겁합니다!]
“아앗, 형은 진짜 차별이야! 나도 동생 시켜줘요!”
다가오는 최승하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민 나는 낯짝에 더 강렬한 가식을 걸친 채 한수현과 눈을 마주쳤다.
“내 동생.”
“……갑자기 왜요?”
“웃기는군. 가족 간에 ‘왜’가 어딨어. 우린 가족이다. 나는 네 형이고, 너는 내 동생이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상대의 혼을 빼놓는 화려한 언변에 감탄합니다!]
“…….”
한수현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제 징그럽게 굴지 말라며 눈으로 욕을 할지도 모르겠군.’
미래를 예감한 나는 몸을 슬쩍 뒤로 빼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대상자 ‘한수현’의 망돌의 그림자가 소멸됩니다!]
……망돌의 그림자는, 30%에 접어들면 소멸된다.
띠링, 소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려 퍼졌다.
[망돌의 그림자가 소멸되며, 스탯이 재조정됩니다!]
“……!”
[Loading…….]
[재조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곧장 한수현의 상태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수현]
체력 B
정신력 A+
비주얼 A-
노래 B+
춤 B+
※ 망돌의 그림자가 조회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 눈은 동그랗게 커졌다.
……체력과 비주얼, 춤 스탯이 한 단계씩 상승했기 때문이다.
설마, 그림자가 있는 놈들은 그 영향으로 스탯이 원래보다 낮아진다거나 하는 영향이 있는 건가.
이거라면 신유하의 그림자가 크게 옅어졌을 때, 정신력 스탯이 올랐던 게 설명된다.
그 와중에도 띠링,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망돌의 그림자 제거 보상이 이루어집니다!]
[Loading…….]
아, 이거로군.
나는 서둘러 상태창을 살폈다.
[망돌의 그림자를 없애라!]
아이고 세상에! 다들 얼굴에 그림자가 가득합니다.
제한 기간 내에 타깃의 얼굴에 드리워진 망돌의 그림자를 없애주세요!
그림자가 제거될 때마다, 특별한 선물은 덤!
타깃 - Light on (3/5)
제한 기간 - ???
성공 시 ▶ 10,000골드 지급
실패 시 ▶ 팀 와해
분명 그림자가 제거될 때마다, 특별한 선물이 있었다.
나는 초롱초롱한 안광을 걸치고, 허공을 바라봤다.
‘좋은 거겠지?’
뒤이어 내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보상 산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이 오류를 파악합니다!]
[……보상에 알 수 없는 신성이 깃듭니다!]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어지러울 정도로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내 안광이 메말라 갔다.
……오류?
그라데이션 분노가 시작될 즈음, 보상이 눈앞에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ЭiδεЮ땳sЯф] 획득!
보유 중인 특성에 [ЭiδεЮ땳sЯф]를 합성해 보세요!
[시스템이 당황합니다!]
[시스템이 알 수 없는 보상에 의문을 드러내며 개입을 시도합니다!]
[……ERROR ERROR ERROR!]
“……?”
이 상황에 대해서 생각할 틈도 없이, 방금 받았던 보상 메시지가 자동으로 갱신되기 시작했다.
선택할 틈도 없이, 제멋대로.
[ЭiδεЮ땳sЯф]가 최적화 특성을 탐색합니다!
[Loading…….]
[탐색 완료!]
당황할 새도 없이 띠링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ЭiδεЮ땳sЯф]와 [……그런가?(B)]의 초월 합성이 시작됩니다!
“……!”
메시지와 동시에 구토감이 몰려왔다.
내 건강에 대해서 과하게 염려하는 녀석들은 한수현에게 시선이 팔려서 다행히 이쪽으론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철컥-
욕실 문을 잠근 나는 장기가 뒤틀리는 것 같은 화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바깥에 앓는 소리가 들릴세라 세면대 수도꼭지를 튼 나는 입에 가득 찬 액체를 뱉어냈다.
“……웩.”
양이 많지 않아 다행이지, 저번처럼 쏟아지는 정도였으면 거실에서 또 한바탕 난리가 날 뻔했다.
붉은 선혈이 투명한 물에 희석되더니 세면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곧장 입가를 씻어낸 나는 메시지가 떠올라 있는 허공을 응시했다.
[초월 합성 30% 진행 중!]
진행 게이지가 올라갈수록, 통증이 거세진다.
“윽.”
……좀 많이 아픈데.
무슨 상황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으니 더 열받는다.
시스템도 알 수 없는 보상은 뭐란 말인가.
저번에 쓰러졌을 때처럼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통증은 아니었지만, 정신을 까딱 놨다가는 혼절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강렬한 통증이다.
세면대를 손으로 붙잡은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한숨 돌리나 싶었던 순간, 또다시 입안으로 피가 울컥 올라왔다.
“욱.”
쉽게 주는 게 없군.
피를 한 번 더 뱉어내자, 퍼센티지가 빠르게 올라갔다.
미끈한 게 입안에 차오르는 기분은 몇 번을 겪어봐도 적응되지 않는다.
[초월 합성 69% 진행 중!]
[초월 합성 74% 진행 중!]
“우읍, ……웩.”
내장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함께, 역겨운 토기가 몰려왔다.
수도는 틀어놨지만, 이 숙소의 방음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소리를 우려해 입을 틀어막으니 손가락 사이로 붉은 것이 흘러내렸다.
‘제기랄.’
[초월 합성 95% 진행 중!]
이제 다리에 힘까지 풀려 타일에 주저앉은 나는 물이 빠지는 구멍에 피를 뱉었다.
눈을 감고 숨을 몰아쉰 지 얼마나 됐을까, 드디어 100%를 달성한 합성에 시야에는.
파아앗-
익숙한 빛무리가 가득 찼다.
[축하합니다!]
[교주의 아우라(S)] 획득!
“……S급?”
작게 중얼거린 나는 서둘러 특성을 살폈다.
[교주의 아우라(S)]
: 교주의 권한으로 지배력이 200% 상승합니다!
포교 활동을 통해 신도를 모을 수 있습니다!
신도의 수에 따라, 당신의 영향력이 강해집니다!
특성을 살핌과 동시에 이런 게 떠올랐다.
[종교를 설립해주세요!]
[해온교]◀
[킹왕짱교]
[나만바라봐교]
“…….”
심각하게 구리다.
‘내가 지을 수는 없는 건가.’
어떤 놈 머리에서 나온 교명인지 아득할 지경이다.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무언가를 선택했다.
‘그나마…….’
[해온교]를 선택하셨습니다!
[새로운 종교가 창립됨이 공표됩니다!]
[다수의 성좌들이 이건 나■ 수 없는 ■■■■ ■성이라 주장합니다!]
[시스템 오류!]
[일시적으로 연결이 종료됩니다.]
“……흠”
이렇게 가려지는 메시지는 꽤 익숙하다.
가끔 성좌들이 내게 허용된 것 이상의 정보를 말하려 하면, 시스템이 중간에서 연결을 끊는 것인데…….
[소수의 성좌가 의문을 품습니다!]
[시스템이 알 수 없는 오류였다며 억울함을 표합니다!]
아까부터 계속 떠오르는 성좌들의 메시지로 추정해 볼 때, 감히 인간 나부랭이에게는 나올 수 없는 특성인 모양.
나는 티슈를 뽑아 입가를 닦으며 생각을 이었다.
[……그런가?(B)]가 사라진 게 아깝긴 하다만, 어차피 요새 제대로 발동도 안 되던 놈이니 미련은 없다.
게다가 무려 S급.
지배 특성이 뭔지, 신도는 뭔지 제대로 설명되어있지 않아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모르긴 몰라도, 이거 무조건 좋은 거다.
얼굴을 살피고 피떡칠이 된 욕실을 치운 뒤, 거실로 발을 내디딘 순간 차윤재가 잔뜩 기겁하며 내게 다가왔다.
“형님! 이, 이, 이상합니다!”
“……?”
대체 뭐가.
하얗게 질린 차윤재가 무언가를 가리켰다.
“저, 저, 저 녀석 눈빛이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저런 녀석이 아닌데!”
“……오.”
나도 이 녀석의 이런 얼굴을 정면으로 보는 건 처음이라 잠시 멈칫했다.
마치, 팬 앞에 있을 때의 얼굴이지 않은가.
한수현은 우리 앞에서, 아니, 팬들을 제외한 모든 이의 앞에서 서늘한 얼굴이었다.
근데, 우리 앞에서 저런 얼굴을 한다고?
입은 안 열고 있지만, 특유의 불손한 눈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차윤재에게 질질 이끌린 내가 거실로 향하자, 한수현이 내 눈을 바라봤다.
“해온 형.”
“어?”
“저, 저것 좀 보십시오! 역시 뭔가, 뭔가 이상합니다! 귀신, 귀신에라도 씐 게 아닐까요!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는 없는 겁니다!”
“……? 형들이 제 가족 해주겠다고, 하셨잖아요.”
작게 말을 꺼낸 한수현이 고개를 느리게 돌려 차윤재를 바라봤다.
“혹시, 장난이었…….”
“아니! 그럴 리가! 가, 가족은 맞는데!”
“……그럼 됐어요.”
한수현이 작게 웃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광경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