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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41화 (141/30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41화

눈물까지 났는지 눈가를 훑은 최승하가 입을 열었다.

“맞아, 우리가 안 믿으면 누가 믿어? 윤재 말대로 네 성격 가장 잘 아는 게 우린데?”

“맞습니다! 어디 친구들을 계급으로 나눌 녀석입니까? 놀아달라고 돈다발을 흔든대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녀석입니다!”

“그렇지.”

류인까지 푸스스 웃자, 한수현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괴롭힘당한 애는 한 명?”

“허구한 날 남들 괴롭히던 놈들이라, 훨씬 많아요.”

“그럼 네가 이 녹음본의 주인이라는 건 아무도 모른다는 건가.”

한수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손으로 입을 가린 나는 비열하게 입꼬리를 올려 히죽 웃었다.

“흠.”

이제 해결해 볼까.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눈을 빛냅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우선 녹음본을 우리 측에서 공개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한수현이 녹음했다는 게 알려지면, 해결이야 되겠지만 일부 사람들은.

- 와 근데 대단한데 좀 음습하다ㅎ

이런 반응을 내보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물밑에서.

그러므로 이제 내가 나설 차례다.

* * *

라이트온 팬덤은 혼란에 빠졌다.

으로 유입된 팬들 중 대부분은 얕게 덕질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곧장 돌아서는 팬들이 많았다.

- 아 공식 괜히 가입했네

- 으 눈길 가는 그룹마다 다 학폭이 터지네

- ㅅㅎ아 탈퇴해 피해 주지 말고 어차피 별 능력도 없자너

- 우리 해온이는 바람 잘 날이 없네 해온아 솔로 하자

심지어 개인 팬의 비중도 많아지기 시작했기에,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 SNS에 한 계정이 등장한다.

- 수현이 중학교 동창 글 올라왔어요

- 아 아니라는 증거 빼박이네 tlqkf 논란 글 어그로였잖아

* * *

나는 한수현에게 받은 영상 속 하이라이트 부분만을 모았다.

‘아무리 가해자여도 일반인 신상은 중요하니 가리고.’

그리고 한수현에게 시선을 던졌다.

스윽…….

“……믿으셔도 돼요. 같은 반에 매점 셔틀만 셋이 넘었어요. 괴롭힘당한 애들은 헤아리자면 열이 넘을 거고요.”

이건 피해자가 극소수였다면 시도하지 못할 방법이다.

한수현의 동창은 적어도 백 이상.

그들도 같은 학년 일진들의 태도 따위는 알고 있을 테니까.

타다다다닥!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속도로 키패드를 두드렸다.

여론전 고인물인 이해성의 기억 덕에 내용은 어렵지 않게 써 내려갈 수 있었다.

“형님! 근데 같은 게시판에 안 올리시는 겁니까?”

아 그 논란이 올라온 가십 게시판 말이로군.

거긴 이미 글이 두 개나 올라왔다.

그 위에 올려봤자, 혼란만 커질 뿐.

“다 썼다.”

나는 망설임 없이 트윗을 올렸고, 그것을 옆에서 유심히 바라보던 최승하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와아, 형. 이런 걸 해봤어요? 왜 이렇게 자연스럽지?”

해본 적은 없으나, 질리도록 잘 알고 있다…….

“그나저나 틀린 말은 없습니다!”

차윤재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괴롭힘당한 피해자도 맞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녹음본도 맞으니까요!”

차윤재가 눈을 반짝이자 신유하가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나는 SNS의 익명성을 이용해,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그 시점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차윤재의 말마따나, 한수현이 피해자인 것도 맞으니 딱히 양심에 찔리는 행동도 아니다.

올린 내용을 축약하자면 이렇다.

나는 첨부한 영상 속 가해자에게 피해를 당한 당사자이며, 오늘 뜬 논란을 보고 이 글을 작성한다.

논란 글 속 가해자 무리는 매번 한수현에게 영상과 같은 조롱을 일삼았으며, 한수현은 말수가 없고 혼자 다니던 친구였다.

괴롭힘의 정도가 심해졌을 때, 용기 내 스마트폰으로 그것을 녹음했고 그 결과물이 첨부한 영상이다.

당시에 한수현에게 전달하며 신고를 권했으나, 그냥 넘어가 줬던 기억이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을 풀어 쓴 뒤, 판단은 녹음본을 듣는 사람들에게 맡기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확실한 증거까지 담긴 인증에, 이 트윗은 엄청난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가해자들의 폭언과 조롱, 미미한 폭행까지 하는 소리가 담긴 영상이 첨부된 인증 글에 여론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 와 진짜 레전드 이 사람이 이 녹음본 삭제라도 했으면 어쩔 뻔함 ㅋㅋㅋ 진짜 증거도 없이 나대는 것들 믿지 말자

- 수현이가 어지간히 부러웠나 봄 지 인생은 X창 났는데 수현이가 승승장구하니까

- 저 논란 글 내가 보기엔 그 일진 중 하나가 올린 듯ㅋㅋㅋ 일단 절대 피해자가 올린 건 아님

여론이 완전히 기울자, 분노가 시작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 인증도 없는 글 하나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로 패인 거네? ㅋㅋ 진짜 잘들 한다 한국인들은 대체 왜 이러는 거임?

- 영상 마음 아파서 두 번은 못 듣겠다 애가 아무 말도 못 하는데 ㅅㅂ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 수현이는 얼마나 놀랐을까

- 진짜 허위로 어그로 끌고 싶은 새끼들은 나가서 뒤지셈 제발 제발 제발

“형, 게시글 하나 삭제됐어요!”

한수현의 고등학교 동창이 올린 글이 곧바로 삭제됐다.

원본 논란 글에도 이게 거짓임을 알리는 댓글이 우수수 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재진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회사에서도 입장문을 냈다는 소식에 멤버들의 얼굴이 환하게 피기 시작했다.

“와아~ 빠르네요? 형이 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잘, 됐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수현이도 그렇고 형님들도 수고하셨습니다!”

“수현이가 제일 마음고생했지.”

나는 류인의 말에 고갤 끄덕였다.

“수고했다. 이 녹음본 없었으면 골치 아팠을 텐데.”

한수현이 큰 눈으로 나를 빤히 응시했다.

굉장히 오묘한 눈빛이었다.

“할 말 있어?”

내가 입을 열자마자, 한수현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

‘싱겁군.’

나는 미련 없이 시선을 거둔 뒤, 모니터링을 위해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물론 회사는 이 트윗을 내가 올렸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까 트윗이 퍼지기 시작할 때, 곧장 정재진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고 대응을 요청했는데 빠른 속도로 진행된 모양.

이렇게 확실한 녹음 증거가 나온 상황에서 엄포를 놓지 않으면 그게 등신이지.

물론 실제 법적 다툼까진 가지 않을 거다.

그 전에, 다 삭제될 거니까?

그 순간이었다.

류인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원글도 삭제됐다.”

그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은, 완전한 해결이었다.

원래 학폭이라는 이슈는, 피해자 쪽이 증거를 남기기가 힘들다.

아무리 허위 논란 글이어도,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미지적인 손상이 꽤 큰 법이고.

하지만 한수현의 녹음본 덕에, 어떠한 여지도 없이 해결됐다.

근데 이 녀석은 왜 이러는 거지.

해결된 게, 하나도 안 기뻐 보인다.

어두운 얼굴로 입을 달싹이던 한수현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형들이 원하시면 탈퇴할 생각입니다. ……논란이 나자마자, 생각했던 거니까요.”

“……!!”

거실에 짤막한 정적이 휘몰아쳤고, 그 정적을 깬 건 최승하였다.

“……수현아. 너는 피해자였고, 이렇게 증거도 있고, 해결도 됐어. 근데 왜?”

“이건 객관적으로 형들에게 기회예요. 저만 없으면 훨씬 좋은 능력치의 그룹이 될 수 있으니까요.”

놀란 얼굴의 멤버들이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녀석이 말을 이었다.

“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냈고, 탓할 생각도 없어요. 오히려, 감사드리고 싶어요. ……해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안타까워하며 동료를 위로해 주길 원합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내가 손을 들어 올린 순간, 녀석의 입이 열렸다.

“웬만하면 이쪽으로 하세요. 얼굴 쪽은 자국이 잘 남거든요. 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가면 큰일이니까요.”

“……?”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사고회로다.

나는 곧바로 한수현의 머리칼에 손을 올렸다.

슥슥-

내가 머리칼을 쓰다듬자, 놀란 듯 고개를 치켜든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고생 많았다. 수고했어.”

해야 할 말을 고르는 듯, 꽤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한수현이 운을 뗐다.

“……이해가 안 가요. 형들은 왜…….”

이 녀석과 같은 부류는 눈치는 빠르지만, 제대로 짚어주지 않으면 모른다.

그만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나는 한수현과 눈을 마주치며 말문을 열었다.

“첫 번째, 너는 이번 일에서 잘못한 게 없어. 오히려 피해자를 도와줬다며? 얼굴 펴라.”

“두 번째, 너는 짐이 아니다. 스스로를 무척 낮게 보는 것 같은데, 너는 객관적으로 춤과 노래, 비주얼 등에서 뒤처지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미안한 짓이지.”

상태창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 대충 얼버무렸다.

실제로 많은 아이돌들의 상태창을 살핀 결과, 한수현은 모든 스탯에서 중간 이상은 하기 때문에 이 모든 말은 진심이다.

“세 번째, 나는 너를 대단히 좋게 본다. 너처럼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놈을 난 좋아하거든.”

내가 말을 끝마친 바로 그 순간이었다.

[ERROR! ERROR! ERROR!]

[망돌의 그림자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

눈앞에 다발적으로 떠오른 메시지.

그것에 의문을 표할 새도 없이,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한수현의 눈가에서 눈물이 미친 듯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눈물샘이 고장 나기라도 한 듯, 무덤덤한 얼굴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 제, 제가 티슈를 가져오겠습니다!”

“아냐, 윤재야 내가 가져올게.”

처음 보는 모습에 멤버들은 잔뜩 허둥지둥거렸다.

“마음고생이 심했구나. 아이구.”

평소였다면 달라붙는 최승하를 질색하며 밀어냈을 한수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안 울어요.”

“그래, 그래~ 안 울었어.”

“맞습니다! 안 울었습니다!”

“응, 안 울었어……!”

“어, 맞아. 수현아 우린 아무것도 못 봤네.”

그리고 숨 막히게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차윤재는 한수현의 이런 모습이 믿기지 않는지 고개를 연신 두리번거리며 눈을 부릅떴다.

“형들.”

몇 분이나 지났을까, 한수현이 입을 열자-

척! 척! 척! 척! 척!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집중됐다.

“……그.”

어려운 말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한수현이 입을 꾹 다물었다.

“……형, 이라고 불러도 돼요?”

그 말에 차윤재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도 형이라고 부르는데, 무슨 소리으븝븝.”

이 눈치 없는 놈.

차윤재의 입을 틀어막은 나는 곧바로.

샤라락!

신뢰의 낯짝을 걸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질색합니다!]

“그럼.”

온화한 미소를 걸친 나는 말을 이었다.

“친형이다, 생각해. 우리는 가족 같은 사이 아니겠어?”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사기꾼 다 됐다며 흐뭇해합니다!]

“……가족이요?”

“뭐야! 이 형, 나한테는 나 같은 동생 둔 적 없다며! 사람 차별하네브븝.”

최승하의 입까지 틀어막은 나는 한수현의 상태창을 바라보며, 자꾸만 히죽거리려는 입꼬리를 진정시켰다.

이게 이렇게 해결될 줄은 몰랐지.

한수현, 이 기특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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