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74화
“뭐지? 오늘 내 생일인가?”
곽덕배가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공식 계정에, 사진들이 정말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1위라는 것은 팬덤에게 어마어마한 의미를 부여한다.
심지어 이건 완벽한 성장 서사.
온갖 욕과 조롱을 받아먹던 라이트온이 1위를 거머쥐었다는 것은 오타쿠라면 감격하지 않을 수 없는 포인트였다.
그런고로 자연스레 다수의 팬들은 심각한 과몰입 상태였다.
흥분한 팬들로 인해, 서치가 힘들 정도로 트윗들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사진까지 올라오니 정말 축제 분위기였다.
게다가 사진들이 하나같이…….
“너무 잘 찍었는데?”
곽덕배는 다급하게 사진들을 저장한 뒤, 팬덤의 반응을 살폈다.
- 덕질 떡밥이 쓰나미처럼 밀려와도 되는 거임?
- 자연광에 신유하 조합 뭐야? 뭐야? 나 방금 하나님이랑 하이파이브하고 옴
- 최승하 미쳤냐 (대충 고맙다는뜻)
- 사진 다 너무 예뻐서 말문이 턱막힘 성해온 가로등 밑에서 후드입고 찍은 사진 미쳤냐고
└ 주변 어두운데 그냥 빛나는 착시현상 듦 응응 라이트온이니까 당연해요
- 한수현 버블티 먹는 사진 귀여워서 임종
- 윤재 몰래 찍은 건가 봐 눈 너무 땡그래 ㅋㅋㅋㅋ 마이러블리아기네코야
└ 3개국어하네 ㄷㄷ
- 류인 등빨 무슨 일인데 성해온 최승하 싸우자 ㅋㅋ 내가 안길란다
스위치들이 연달아 올라온 사진을 나노 단위로 분석하고 있을 무렵, 라이트온의 공식 계정에 새로운 것이 올라왔다.
LIGHT ON ⓥ
Behind
(트로피 이모티콘) youtobe/DsDjkRSc8kL…….
성해온의 제안으로 촬영했던 백스테이지 비하인드 영상이었다.
영상 길이가 짤막하기도 했고, 최대한 빠르게 편집해 달라는 성해온의 요청에 들들 볶여진 기획 3팀이 급하게 편집 외주를 맡겨 완성본을 받아낸 것이다.
……무려 3시간 만에 말이다.
“뭐, 뭐, 뭐야?”
곽덕배는 눈을 껌뻑였다.
이런 비하인드 영상을 준비하는 소속사는 팬덤에게 ‘일 잘한다’라는 평가를 듣지만…….
“MH가 이렇게 일을 잘한다고?”
정말 명훈이가 암살당한 게 아니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 처리였다.
“……스포당하기 전에 얼른 보자.”
곽덕배는 긴장한 얼굴로 링크를 눌렀다.
[ (트로피 자랑하는 리더) ]
“잠만.”
처음부터 시작되는 최애의 얼굴 공격에, 곽덕배는 아득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어두운 백스테이지 통로에서 뿅 하고 등장한 성해온이 트로피를 흔든 것이다.
“처음부터 얼빡은 좀 잔인하지 않나?”
자신의 심장에 말이다.
곽덕배는 심신을 가라앉힌 뒤,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어느새 캠코더에 바짝 다가온 성해온이 작게 속삭였다.
[ 해온) ……말도 안 돼요. 사실 아직 안 믿겨요. ]
[ 승하) 내 말이! 저는 헛것 들은 줄 알았어요! 다 스위치 덕이야. 너무 고마워요……. ]
[ 해온) 맞아. 팬분들 덕에 이렇게 귀한…… 이 트로피는 저희 숙소에 보물처럼 진열해놓을 거예요. ]
[ 승하) 당연하죠! 아침저녁마다 볼 거예요! 형 근데 아까 윤재 얼굴 완전 ㅇ0ㅇ 이렇게 된 거 봤어요? 팬분들은 보셨겠지? ]
- 정확하다 윤재 표정 ㅇ0ㅇ 이거였다가 갑자기 >ㅁ< 이걸로 변하면서 오열함 ㅋㅋㅋㅋㅋㅋ
[ 윤재) (다급하게 뛰어오는) ]
[ 윤재) 안 그랬습니다! ]
하도 운 탓에 벌게진 눈가는 물론, 이제 귀까지 벌게진 차윤재가 최승하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 승하) 쪼옥! ]
[ 윤재) 으갸갹! ]
[ 윤재) (충격에 잠시 고장 남) ]
[ 윤재) 미미미, 미친 거 아닙니까! 갑자기 왜 손바닥에 입술을 들이미십니까! ]
[ 승하) 그러라고 입 막은 거 아냐~? ]
[윤재) (할 말 잃음) ]
- 그치… 그치… 따지자면 가만히 있던 승하 입술 위에 손바닥이 올라온 거지… (쓰면서도 어이없음)
- 최승하 미쳤냐? 고소할란다 걍…
- 차윤재 눈물범벅인 채로 질색팔색하는 거 너무 웃김 ㅋㅋㅋㅋㅋㅋ
[ 승하) 윤재 제자리 뛰기 대회 나가면 잘할 것 같지 않아요? 얼마나 펄쩍펄쩍 잘 뛰는지 몰라~! ]
[ 유하) 윤재 좀 그만 놀려……! ]
[ 승하) 놀린 거 아닌데? ]
[ 유하) (할 말 잃음) ]
최승하의 멘트와 동시에 신유하에게 해골 이모지와 함께 예능 단골 소재인 이펙트가 붙었다.
- 사람 할 말 잃게 만들기 선수권 대회하면 1등은 승하일 듯
- 04:35 얘들아 여기 봐라 오른쪽 앵글 끝에 성해온 ‘에휴…….’ < 이 얼굴로 최승하 보고 있음 tlqkf
뒤이어 백스테이지로 나온 류인이 최승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 류인)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저희 동생입니다. ]
[ 수현)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저희 형입니다. ]
[ 승하) 이 사람들 진짜 너무하네! 이 좋은 날에 날 이렇게 갈구고! ]
[ 류인) 네가 애들 놀릴 때가 몇십배는 많아. ]
[ 승하) 그 정도는 아니지! 음, 2배? ]
[ 수현) 승하 형, 저희 양심 있게 살아가도록 해요. ]
멤버들이 왁왁거릴 때, 성해온이 캠코더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 해온) 애들이 너무 울어서, 불어 터진 만두 같아도 예쁘게 봐주세요. ]
- X발 당연하지 우리 해온이 부탁인데 내가 못 들어주겠니 말만 해다오
- 근데 진짜임 캐해 만렙임 반박 불가임 불어 터진 만두야 진짜 ㅠㅠㅠ
[ 유하) ……! 불어 터진……! ]
[ 윤재) 노, 놀리시는 겁니까? ]
[ 해온) 그럴 리가. ]
[ 윤재) 다, 다, 들었습니다! 부, 불어 터진 만두라고! ]
[ 승하) 불만즈~ 불어 터진 만두즈~? ]
[ 유하) 제발 조용히 해……! ]
당황한 신유하가 최승하의 입을 틀어막자, 최승하가 한 번 더 입술을 내뺐다.
[ 승하) 쪽! ]
[ 승하) (*^^*) ]
[ 승하) 어? 신유하 얼굴 험악해진 것 봐! ]
[ 해온) 애들 좀 그만 놀려. 아, 제가 재밌는 거 보여 드릴게요. 불어 터진 만두 생성법(?)입니다. ]
말을 마친 성해온이 등을 돌려 차윤재와 신유하를 응시했다.
[ 해온) 라이트온 1위, 축하합니다. ]
- 성해온 최승하한텐 놀리지 말라고 타박하더니 자기가 한술 더 뜸 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진짜 겨우 저거 한마디 듣자마자 윤재랑 유하 눈가 촉촉해지는 거 실화냐고
[ 해온) 여기서 더 울게 하려면? ]
말을 마친 성해온이 박자에 맞게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 해온) 울지 마! (짝)! 울지 마! (짝)! ]
[ 유하) 그만……! ]
[ 승하) 유하 벌써 그렁그렁해졌어! 어허~ 얼굴 피하지 말고! ]
[ 윤재) 흐어엉, 그, 그만 좀 하십, 흡, 요. ]
[ 해온) 귀여워서 이러는 거지. 안 귀여우면? 안 이래. ]
[ 윤재) 언제는 불어 터진 만두 같다고 하셨으면서! ]
[ 해온) ……? 그게 귀여운 거야. 봐. 군만두나 찐만두보단 귀엽잖아. ]
[ 유하) 그건, 조금……. ]
[ 해온) 뭐라고 했어? ]
[ 유하) (말없이 엄지를 들어올리는) ]
[ 해온) 좋다고? ]
[ 유하) 네……! ]
- 신유하 은근히 사회생활 잘할 타입 눈치 ㅅㅌㅊ
- 성해온 진짜 기존쎄레전드라고 억지논리 ㅈㄴ 자연스럽게 펼치는 저 뻔뻔함 좀 봐
[ 해온) 우리 마지막은 스위치한테 인사하자. ]
하도 운 탓에 눈가가 불그죽죽해진 멤버들이 한 명씩 캠코더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비하인드 영상은 유쾌한 분위기로 끝이 났다.
* * *
급하게 나온 결과물 치고 훌륭하군.
올라온 비하인드 영상을 확인한 나는 연습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늘어졌다.
“해온아.”
다가온 류인이 조심스레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음, 나는 내가 무거우니까. 네가 힘들까 봐 그렇게 했는데.”
내게 은근하게 덧씌워진 하찮은 이미지가 신경 쓰이나 보군.
“……팬들 보는 앞에서 내가 다시 안길까?”
“그게 좋겠습니다! 아까 보니 해온 형님이 은근 힘이 좋으십니다! 저도 번쩍 안으셨으니, 아마 류인 형님도 가능할 겁니다!”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미 아이템은 소멸됐고, 이 정신 나간 몸뚱아리로는 어린아이도 들어 올리지 못한다.
괜찮다는 말을 연달아 내뱉으며, 두 녀석을 돌려보낸 나는 모니터링을 이어갔다.
#라이트온_1위_축하해
단합한 팬덤의 엄청난 화력으로 해시태그도 실시간 트렌드 상단에 안착했다.
그리고 멤버들은 아직까지도 얼이 빠져 있었다.
밴 안에서도 한바탕 난리를 피우더니, 이젠 수상 자체가 믿기지 않는 모양.
“나 한 번만, 때려줄래…….”
“예? 형님을 어떻게 때립니까! 승하 형님이면 몰라도!”
“뭐어? 갑자기 내 이름이 왜 나와?”
“……윤재야 무시, 해.”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뭐지? 잘 안 들리는데 왜 내 욕을 하는 것 같지?”
“형님의 착각입니다!”
착!
얼음이 가득 담긴 음료 컵을 신유하의 볼에 가져다 댄 차윤재가 말을 이었다.
“차가움이 느껴지시나요!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저희가 1위를 했습니다!”
“응……!”
신유하가 또 훌쩍이기 시작했고, 차윤재도 그 옆에서 훌쩍이기 시작했다.
“형님! 우, 울지 마십시오! 저까지 슬퍼집니다!”
“우,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라, 믿, 기지가 않아서…….”
쌍으로 난리가 났군.
[성좌, ‘황금의 신’이 아해의 눈물을 닦아주길 원합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진지하게 두 놈의 어깨를 토닥였다.
“마음껏 울어.”
오늘 U라이브를 켤 작정이었는데, 잔뜩 울음기 있는 얼굴?
오히려 좋다.
[성좌, ‘황금의 신’이 당신의 행태에 경악합니다!]
내가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를 무시하는 순간, 연습실의 문이 열렸다.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이번 앨범, 고생 많으셨을 텐데……!”
“……?”
내 시선을 느낀 모양인지, 정재진이 케이크를 들어 올렸다.
귀엽게 장식된 버터크림 케이크였다.
위엔 멤버들의 상징 동물과 함께 1위를 기념하는 레터링이 적혀 있었다.
“해온 씨는 케이크를 좋아하시나 보군요!”
나도 모르게 빤히 바라본 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케이크 판에 붙은 업체의 스티커를 바라봤다.
……누나가 좋아하던 가게다.
여러 최애의 생일 때마다, 제작을 맡기던 케이크 가게.
- 아~ 여기가 젤 낫다. 다른 데는 오타쿠들 등처먹으려고 아주 비싸기만 하고 맛대가리가 없는데.
- 여긴 맛있다. 그치? 빵은 레드벨벳으로 바꾸는 게 제일인 듯
……우연의 일치일 게 뻔한데.
나도 참, 어련하군.
곧장 고개를 털어낸 나는 케이크를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너무 귀여운데요?”
“사실 제 아이디어는 아니고, 1위 가능성이 높으니 케이크 주문 제작을 미리 맡기자는 의견이 있었거든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하하, 그 말 하시면 얘네 또 울어요.”
“아, 아닙니다! 안 웁니다! 그러는 류인 형님도 목소리 떨리시지 않으셨습니까!”
“……당황해서 그랬을걸.”
“아닌데? 울기 직전이었는데?”
“승하야, 넌 누구 편이야?”
“해온 형 편~”
“저리 가라…….”
“초는 6개 정도가 적당할까요? 제가 꽂을게요. 아니면 깔끔하게 하나만?”
한수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초는 라이브에서 불자.”
오타쿠 자아의 주장상, 오늘 같은 날 라이브를 하지 않는 건 범죄 수준이다.
[라이브가 시작됩니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이 U라이브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